“...이상,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수부, 섬 돌마얀이 부재중인 루비콘 해방 전선의 회의실에는 무거운 적막만이 감돌았다.
회의실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건물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윗층 철골을 올리는 작업이 한창인 청사 건물의 임시 창고일 뿐이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이마저도 감지덕지인 상황인건 어쩔 수 없어서 쓴 미소를 띈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아, 그러고보니 발람- 아니, 저 낙오자들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회의실 안에서 독보적인 키와 덩치를 자랑하는 장발의 남성이 굵은 목소리로 플랫웰에게 묻자, 플랫웰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더넘, 혹시 작업자들 숙소용 조립식 컨테이너가 남는 게 있는가?”
자신에게 발람 출신 낙오자들의 거취를 물은 거구의 남성, 인덱스 더넘에게 되물었다.
더넘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좌우로 굴렸고, 기억났다는 듯 손뼉을 마주치며 말했다.
“숙소용 컨테이너는 없습니다만, BAWS에서 저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더군요.
괜찮으시다면 BAWS에 제안을 해서 저들의 거취에 대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들이 진심으로 살고 싶어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있겠죠.”
“...저들이 달갑게 받아들이진 않겠군, 그래도 저쪽의 부상자들은 별도로 잘 치료해주게.”
“그건 당연히 지시를 해두었습니다.”
자신을 믿어도 된다는 듯,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의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 쳐대는 인덱스 더넘의 모습에, 그런 태도가 조금은 이해가 안되는지, 다른 구성원이 거수하며 더넘에게 물었다.
“더넘 씨, 저들이 직접적으로 갈리아 댐을 습격하지 않았다곤 해도...저들은 발람입니다.
루비콘의 침략자라구요. 그런 놈들에게 잘 대해줄 이유가 있는 겁니까?”
“이유? 힘든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 이것만큼 중요한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사실, 더넘에게 질문이 들어왔을 땐 플랫웰이 대신 대답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더넘은 반 걸음 앞으로 나서며 모두들에게 들으라는 듯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원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누구입니까, 루비콘 해방 전선입니다.
우리는 해방 전선의 용사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해냈습니까? 해방을 이뤄냈어요!
루비콘의 해방이 성공했습니다. 그 순간 기업과 루비콘의 전쟁은 끝이 난 겁니다.
그럼 우린 전선의 용사가 아닌, 루비코니언이자 사회의 구성원,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합니다. 그 해야 할 일 중에서 곤경에 처한 이를 도와야 하는 것이 있다면, 인간 된 도리로 반드시 해야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서 그들을 도울 겁니다.”
인덱스 더넘의 굵직한 목소리와, 해방 전선에 합류하기 전인 노동자 시절부터 부각을 드러냈던 주변인을 향한 유화적인 태도와 사교성은 연설이랄것을 해본 적 없던 그를 훌륭한 리더이자 든든한 선봉대장으로 키워냈다.
그런 더넘에게 희미하게 미소를 보이던 플랫웰은, 그의 말이 맞다는 듯 완만한 호선을 입가에 띄운 채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더넘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우리는 지금 제일 취약한 상황이네, 해방을 이룩했으나 해방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소모했어, 인명이든, 자원이든, 우리의 영토든,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소모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소모된 것들이 아깝지 않느냐고 하면 그 누구도 아깝지 않다고 답하지 않을걸세.
그러니 지금 우리는 서로 뭉쳐야 하네, 분열은 필요하지 않아, 만약 저들이 우리에게서 도움을 원하고, 그에 상응하는 도움을 되돌려줄 마음이 있다면, 서로 협력해야 해.”
해방 전선이 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말에 모두가 침묵으로 그것을 긍정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RaD의 공중분해로 인해 늘어나버린 도저의 세력이 있고, 여전히 루비콘의 상황을 관망하며 틈을 노리는 외성 기업이 존재한다.
행성 봉쇄 기구가 루비콘 항성계를 다시 찾아 올 날은, 어쩌면 먼 미래거나,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발람도, 아르카부스도, 이 항성계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이 행성을, 온전히 루비코니언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소모된 자원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 어느 순간보다도 취약한 지금은, 그 어느 순간보다도 단단히 결속되어야 했다.
벽과 청사 부지에서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공터,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발람에게 버림받았다던 낙오자들이었다.
기수, 연륜, 경력, 모든 것이 잔존 생존자들 중에서 제일 많이 쌓여있기에 졸지에 대표자가 된 레드 건의 정비반장, 포토맥은 펄롱의 자체 브랜드인 파이오니어 담배갑을 열어젖히고는 몇 개비 남지 않은 담뱃대를 확인하고는 쯧, 혀를 차며 하나를 꺼내 불을 붙였다.
스읍, 나름 아껴서 피운다고 한 것이 너무 아껴서일까, 아니면 중간에 습기를 한번 머금어서일까. 처음 피우던 맛이 나지 않는 담배를 몇 모금 빨아들이고는 채 반도 태우지 못하고 바닥에 비벼 꺼버렸다.
“...낙오자, 낙오자라..”
자신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선택한 단어였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적절했다.
그 적절함과 자신들이 처한 환경까지, 포토맥은 쓰다 못해서 억울한 자의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낙오자라는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실제로 발람은 전황이 불리해지자 말 그대로 레드 건의 잔존 구성원들을 전부 루비콘 3에 버리고 도망갔으니까. 사실상 레드 건은 발람 휘하의 민간군사조직이 아니라, G1 미시간의 사조직에 더 가까웠고, 미시간은 레드 건을 창설하던 그 순간부터 발람의 높으신 분들, 속칭 썩은 생선 대가리들과 사사건건 충돌했고.
그래서 미운털이 박히면 박혔지, 안 박히진 않았을것이 뻔했고, 발람은 보란듯이 꼬리자르기처럼 레드 건을 버렸다.
아니, 총대장이 죽고, 최정예 전력이 몰살당하고, 남은 인력이라 해봤자 반쯤 폐인이 된 부상자들과 정비반들 뿐인 레드 건은 잘린 꼬리가 아니라, 여행을 가서 도로변에 버린 쓰레기가 될 뿐이었다.
‘낙오자도, 잘린 꼬리도 아닌, 여행길에 버리고 간 쓰레기라니.’
포토맥은 차고지에서 편하게 마셨던 패스파인더 브랜디를 떠올렸다. 젠장, 생각해보니 패스파인더도 펄롱의 주류 브랜드였군, 속으로 펄롱을 씹어대던 포토맥의 옆으로, 레드 건 MT 파일럿 중 한명인 케네벡이 다가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뭐냐, 케네벡.”
“다른 건 아니고, 뭐 그렇게 혼자 궁상맞게 멍 때리고 계시는가 해서 와봤습니다.”
“궁상맞긴, 속으로 망할 펄롱 영감탱이 씹고 있었다.”
“아, 그...무장 선단의 선단주 말하는 겁니까?”
“그래, 그 망할 영감탱이 때문에 술 맛을 알아버려서, 개같은 패스파인더를 떠올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펄롱 이 망할 능구렁이 자식들은 군수업 말고도 담배랑 주류도 손을 댔잖아, 정말 악독한 장사치들이야.”
“그럼 말 나온 김에, 펄롱과 연락을 취해보는 건 안 됩니까?”
케네벡의 질문이 꽤나 쌩뚱맞게 들렸는지, 실없는 웃음을 흘린 포토맥이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랬다간 발람의 썩은 생선 대가리 같은 놈들이 이적행위라고 눈에 불을 켜고 우릴 죽이려 들 거다.”
“그래도, 미시간 총대장님과 연줄이 있었으니-”
“그건 미시간 총대장 얘기고, 우린 없어.”
그러니 쓸 데 없는 미련은 접어버려라, 그렇게 말하듯 일어나서 허리를 펴던 포토맥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철재를 가득 실은 BAWS 트레일러와, 똑같이 BAWS의 마크가 붙은 대형 승합차였다.
공터 주변에 정차한 트레일러에선 BAWS 현장요원들이 내려 곧바로 자재 하역을 시작했고, 공터 안 쪽으로 조금 더 들어온 승합차는 포토맥의 바로 앞에서 멈춰선 다음, 운전석이 열리더니 다른 현장요원들과 같은 복장을 입은 여성이 내렸고.
그 여성을 보며, 포토맥은 저 여성이 자신과 같은 현장 전문가임을 느꼈다.
“당신이, 레드 건의 포토맥 정비반장이 맞습니까?”
“...맞긴 한데, 누구지?”
“처음 뵙겠습니다. 벨리우스 응용무기체계국, 일명 BAWS의 무라사키입니다.
현장 실무 담당자고, 여러분에게 선물을 하나 주는 것과 동시에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일단 전부 말해보시지.”
“첫번째로, 여러분에게 드리려는 선물은 완벽하진 않지만 주거공간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제안을 하려는 것은... 여러분 정비반을 외부 인력으로 스카웃하고 싶습니다.”
스스로의 이름을 무라사키라고 밝힌 여자의 제안을 들은 포토맥은 자신을 둘러싸듯 다가온 레드 건 정비반과 MT 파일럿들을 둘러보았다. 이들의 분위기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다행이라는 안도감 반, 의심을 감출 수 없는 불안감 반.
포토맥은 헛기침을 크게 한번 하여 자신에게 주의를 돌린 후, 그에 대한 답을 말했다.
“제안에 대해서 우리가 신뢰할 수 있다면, 받아들이지.”
포토맥의 뒤로 웅성거리는 정비반의 불안함을 느껴서일까, 포토맥을 등 뒤의 정비반들을 보며 말 없이 입과 얼굴 표정을 움직여가며 어떻게든 살 길을 찾고 있는 거라며 안심시켰다.
지금 이 상황에서 더 나빠질 건 죽음 말고는 없다며.
한편, 포토맥의 대답을 듣고는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무라사키는 외투에서 코팅된 플라스틱 카드를 한 장 꺼내, 포토맥에게 내밀며 덧붙였다.
“저희를 신뢰하지 않으셔도, 납득은 하실 겁니다.”
“이건…”
카드를 받은 포토맥은 그 카드를 살펴보며 일종의 빈티지 엽서 카드임을 알아챘다. 레드 건의 정비반으로 있으면서 구 시대의 구닥다리 지식을 원했든 원치 않았든 습득했으니까.
카드를 펼친 포토맥은 헛웃음을 한번 흘리더니, 어처구니 없다는 듯 반쯤 썩어가는 표정으로 홀린 듯이 카드의 내용을 중얼거렸다.
“그간 마셨던 술 값을 대면 지불할 것, 펄롱 무장 선단.....이...망할 영감탱이가...!”
“네, 말씀하신대로 펄롱 무장 선단의 선단주가 직접 보내는 카드입니다.”
젠장, 기호품 거래를 한 것 조차 눈여겨보고 있었단 건가. 라는 표정을 짓던 포토맥이 한숨을 내쉬며.
“...받아들이지.”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한 그가 악수를 권하듯 손을 내밀었고, 무라사키는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그런데, BAWS는 실무 담당이 여성인가? 루비콘 3에 올땐 안 그랬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런 그녀의 모습에, 첫 만남부터 의아함을 느꼈던 포토맥이 그저 호기심에 물었고.
“아, 선배님은 발람의 벨리우스 남부 점령 당시 사망하셨습니다.”
“...미안하다.”
자신이 한 일이 아닌데도, 어찌 되었든 발람의 소속이었기 때문에 느끼는 부채감인가, 포토맥은 할 필요도 없는 사과를 해버렸지만 무라사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여자도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한 포토맥이었다.
늦은 밤, BAWS의 병기창의 불은 꺼질 생각을 않았다.
해방 전쟁이 끝났으면 당연히 남은 것은 병기의 회수와 관리, 늘 해서 괜찮다고 생각한 야근이지만 모든 정비인력은 입에서 온갖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흐려지는 정신과 퀭하게 파고들어가는 눈을 일깨우려 풀뿌리를 볶아 만든 피카로 입가심을 해 가면서까지 느릿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AC의 콕핏 안에서 지켜보는 존재가 하나.
「..레이븐, 자고 있어도 괜찮습니다. 제가 지켜보고 있을게요.」
“고맙다. 하지만....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사실은 둘.
보급용 모포를 마치 밀가루 피처럼 몸에 둘러싸고 있는 레이븐의 모습을 보며 귀엽다. 라는 것을 느낄 뻔 했던 에어는 그가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느끼는 욕구인 수면욕을 무시하며 밤을 새려는 모습에 안타까움도 느끼고 있었다.
제대로 된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나, 루비콘 해방 전선의 일원으로 대접을 받게 된 그가, 해방 전선을 비롯한 루비코니언 모두가 이렇게 바쁠수록 레이븐에게 지워지는 부담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것을 제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며 느끼고 있었기에.
「’만약...내가 레이븐을 직접 도와줄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레이븐의 짐을 덜어줄 수 있었을텐데.
실체가 없는 종족으로 태어나고 살아와, 실체가 있는 존재와 소통하며 그들을 이해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해야 할까. 실체가 없다는 것은 이점으로 작용하지만, 지금 에어는 그런 자신의 존재가 일종의 결함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실, 그녀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그랬다간, 레이븐에게 위협이 된다.
“에어.”
에어의 동요로 인한 희미한 파형 변화가 레이븐의 코랄 디바이스에 감지된 탓일까, 레이븐은 피곤한 기색을 애써 감추듯, 조용하게 깔린 목소리로 나지막하고 부드럽게 그녀를 불렀다.
「왜...그러는 건가요, 레이븐?」
자신의 동요가 느껴진걸까, 대답을 하는 목소리가 떨리게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걸 레이븐이 감지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어서, 레이븐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난, 괜찮다.”
「....말, 뿐이잖아요…」
그건 거짓말일 뿐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에어의 목소리에, 레이븐은 루비콘 3에 오기 전의 기억 속에서, 이제는 그리워서 만날 수 없는 남자가 한 말들을 떠올렸다.
괜찮지 않다고 진실을 말하면, 상대는 걱정한다.
“...괜찮지 않다고, 진실을 말하면, 상대는, 걱정한다.”
그래서, 괜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거짓말이라는 것을 한다.
“그래서, 괜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거짓말, 이라는 것을, 한다.”
언젠가 들통날 거짓이라 해도, 그런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인간이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해서다.
“언젠가, 들통날 거짓이라, 해도, 그런, 거짓말을, 하는 것은, 너를, 소중하게, 생각해서다.”
상대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 그게 인간이다.
“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 그게, 나다.”
621, 네가 잃어버린 삶을 되찾는다면, 이해하게 될 거다.
...621. 거기 있는 것은... 너냐...?
...재수술을 받고... 평범한 인생을...
그래... 621... 네게도... 지인이 생긴 건가...
「레이븐..?」
잊을 수 없지만, 이젠 더 들을 수도 없는 목소리가 남긴 기억을 되짚던 레이븐은, 에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기억을 찾으러 잠수한 심연 속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고, 그제서야 제 뺨을 가로지르는 미적지근한 온기를 느끼며 손을 들어 뺨을 짚었다.
그의 손가락 끝으로, 온기가 담긴 습기가 스며들었다.
「...당신의 마음, 그게...인간인 거군요.... 죄송합니다. 당신의 마음을...헤아리지 못 해서…」
“난... 나는 괜찮-”
자책하는 듯한 에어의 대답에, 레이븐의 목소리는 물기 어린 당혹감이 묻어나왔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가 말을 끝맺지 못하게 된 것은 갑자기 공창 안으로 들어온 BAWS의 승합차와, 그 승합차 운전석 차창을 열고 공창이 떠나가라 외치는-
“자, 자! 다들 정신 차리고! 도와주실 분들이 오셨습니다!”
현장 실무 담당, 무라사키의 여자라고는 믿기 어려울 폭발적인 성량에 놀라 말이 끊긴 것이었다.
그리고 승합차에서 내리는 것은 피곤한 기색이 좀 있지만, 새로운 현장에 몸 담을 기회가 생겨 긴장감 섞인 흥분으로 그 피곤함을 덮으려 하는 레드 건의 정비반 멤버들. 발람 특유의 흙먼지 날릴 것 같은 작업복 위로 BAWS제 방한 작업 재킷을 두른 것에서 기묘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왠지 저 사람들이라면 안심해도 된다. 그런 생각이 든 레이븐과 에어였다.
「진짜 쉬어도... 되겠네요..」
“그...래..”
인간으로서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하기 직전에 도착한 구원투수 덕분에, 레이븐은 코랄 디바이스가 수면 모드로 들어가며 감각이 뚝뚝 끊기는 것을 느꼈다.
디바이스에 연결된 AC의 콕핏 제어계가 수면 모드를 감지, 비좁은 콕핏 안에서 최소한의 안락함을 보장하려 시트를 뒤로 젖혔고, 몸을 감싸는 미약한 온기와 함께, 레이븐은 오랜만의 휴식에 빠졌다.
「..안녕히 주무세요. 레이븐.」
누군가는, 잠들지 못하겠지만.
레이븐이 했던 말을 소리 없이 되뇌이며, 한 루비코니언의 밤은 더더욱 길게 지나갔다.
어쩔 수 없이 오리지널 인물이 몇명 등장할 예정.
이 세계선의 621의 경력은 루비콘 3이 최초가 아니라, 루비콘 3에 들어오기 이전에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월터랑 합을 맞춰봤음.
경력과 실력만 놓고 본다면 설정상 3회차 이후의 621이라고 보면 될듯
월터와 합을 맞춰본 횟수가 좀 되기 때문에, 그만큼 유대감도 깊은 편이었지만 그렇기에 월터는 621이 자신만의 선택을 안 하는 것에 걱정을 하고 있다가 해방자 루트를 타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대의를 배신했으나 그럼에도 621이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했기에 마음 놓고 눈을 감았단 설정.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고백이 되어버린 621의 말에 에어는 쉬지도 못하고 밤을 지샜다고 한다
글 읽어준 모두에게 감사하고 있다. 한번씩 평가만 해주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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