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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코랄문학) 해방 이후의 이야기

나르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4 00:53:29
조회 1246 추천 21 댓글 8
														
루비콘의 하늘이 열렸다.

먹구름이 가득한 흐린 하늘도 아니다.

코랄이 섞여 선홍빛으로 물든 하늘도 아니다.

푸르고, 푸르러서, 한 없이 푸르기에 빠져들 것 같은 하늘이다.


「...레이븐.」


루비콘을 감싸는 벽색 천장이 된 하늘을 선물해준 한 기의 AC가 우두커니 서서, 열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그 AC에 탑승한 파일럿에게, 여성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파일럿을 불렀다.


「아름다운…하늘이네요.」


구름 한 점 없이 탁 트인 하늘 아래, 루비콘을 해방한 한 마리의 까마귀는 대답하지 않았다.

까마귀의 탈을 쓴, 한 마리의 사냥개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사냥개에게 말을 걸어온 목소리는 뒷말을 더 붙이지 않았다.

자신이 억지를 부린 것을 이해해서,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자신은 그를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볼 수 없다. 들을 수는 있지만, 느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자신을 도와줬기에, 믿어줬기에, 응원해줬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힘든 부탁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고집을 꺾는 대신, 자신의 없는 발과 맞춰 걸어주었다.

자신의 없는 손을 잡아주었다.

그가 자신을 위해 대신 싸워 준 것처럼.


「고생 많았어요. 레이븐.」


지금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완전하게 이해 하지는 못해도, 알 수는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알아 주는 것이 옳으니까.


「..울어도, 될 거에요.」


꾹 참지 않아도 된다고, 그를 다독여 주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니까.



AC의 파일럿은, 그 말이 제 마음의 빗장을 푼 열쇠라도 된다고 여긴걸까, 메마른 입술을 억지로 말아넣어 깨물었다. 터져나오는 감정을 참으려고 그렇게 애쓰다가 숨이 차올라서, 그래서 숨을 뱉는 순간 참았던 감정이 자연스럽게 터져나왔다.

AC의 조종간을 놓은 두 손이 천천히 떨렸다. 그 손으로 강화인간용 헤드기어를 벗어 무릎에 두었을 때, 손 위로 떨어진 것은 물방울이었다.

소리 없이 흘러 떨어진 물방울의 근원지를 제 손으로 닦고 막아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물방울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턱 끝에 맺혀 하염없이 떨어져 파일럿 슈트 위로 떨어졌다.

그게 억눌러진 감정이 터진 것이라고, AC의 파일럿은 그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며, 처음으로 목 놓아 울었다.

4세대 강화 인간이 아닌, 한 명의 순수한 인간으로서.

이방인이 아닌, 한 명의 루비코니언으로서.

독립 용병 레이븐.

강화 인간 C4-621.

핸들러 월터의 사냥개.

오버시어의 와일드 카드.

루비콘의 하늘을 열어젖힌 해방자.



자신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였다.

다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엔 많은 것이 지나갔고, 많은 것을 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는 것.

지켜보기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루비코니언으로서, 그리고 육신이 없는 생명체, 코랄으로서.

에어는, 자신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남자가 우는 것을 보고도 아무 것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게 다가와, 부탁을 해야만 했던 자신의 언동에 대해 부채의식을 느꼈다.

미안하다고, 그렇게 말했다가 이 남자가 어찌 될지 몰라서,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저 감정의 파도에 의해 동요하게 된다면, 그 영향이 파도의 높이를 더 키울 것 같아서.

AC를 향해 들어오는 통신을, 최대한 담담하게.


「..레이븐, 루비콘 해방 전선의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몸 속에 담긴 모든 수분을 털어 버릴 것 처럼 울던 C4-621은 그 말을 듣고는 잠시 손등으로 눈가를 닦았다. 그래도 안 될것 같아서, 파일럿 슈트 위에 걸쳐진 루비콘제 보온 재킷의 소매로 닦고서야 고개를 들어올렸고, 눈 주변과 코 끝이 발갛게 물든 얼굴로.


“...연결하겠다.”


평소처럼 건조한 어투인 그의 부탁대로, 에어는 그에게 들어오는 모든 통신을 개방했다.


[“정말 고마워, 독립 용병 레이븐!”]


[“네 덕분이다. 다시 편하게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게 됐어!”]


[“어이, 까마귀 나으리! 활약 멋졌다고!”]


[“네 녀석이 하늘을 날아 준 덕분에, 그동안 우린 땅 위를 깨끗하게 청소했다.”]


[“루비콘의 해방자! 고마워!”]


[“망할 기업 놈들, 이제 다 속이 시원하네. 독립 용병 레이븐, 고맙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각자 담아놓은 마음이 혼선 없이 흘러들어온다. 그것이 소음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에어는 통신을 잠시 끊어도 될지, C4-621에게, 자신이 레이븐이라고 부르는 남자에게 물으려 했으나.


“..고맙다.”


에어의 말보다 먼저, 다른 말이 나왔다.

조금 습하지만, 그 습기가 통신 너머까진 들리지 않았는지 각 통신 회선에선 가지각색의 놀라움이 표출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통신 없이 싸우던 존재. 그게 독립 용병 레이븐이었으니.

그렇게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음성 신호들 사이로, 한 마디의 음성이 들어와 난잡한 신호를 정리했다.


[“독립 용병 레이븐, 루비콘 해방 전선의 미들 플랫웰이다.”]


루비콘 해방 전선의 실질적 지도자라 여겨지고, 수숙이라 불리는 미들 플랫웰의 중저음이 C4-621을 일깨우는 것 같았다.

일순간 조용해지자, 플랫웰은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조금은 부드러워진 음색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독립 용병-...아니, 루비콘의 해방자. 자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이미 구성원 몇이 자네에게 고맙다고 했겠지만.. 그들의 몫까지 포함하고 모두의 입을 대표해서 말하지.”]


분명, 사람 대 사람으로서 마주 보고 있었다면 플랫웰은 고개를 숙이다 못해 허리까지 숙이고 있을 것이다.


[“그대의 행동에 경의를 표하며, 또한 감사한다. 루비콘의 영웅, 그리고 해방자.”]


독립 용병으로서, 하운즈로서, 어떤 목표를 위해 싸우면서 들었던 칭찬이 아닌, 순수한 의미의 칭찬과 감사는 C4-621에게 있어서 생소한 것이었다. 방금 전까지 알 수 없었던 감정의 파도에 의해 눈물을 흘리며 울었던 것도 아직은 낯선 감각인데.

그 감각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음이 간지러워진다는 새로운 감각이 새로운 자극으로써 찾아왔다.

플랫웰의 말을 끝으로, 열려 있던 통신 회선들은 거짓말 같이 다 종료됐다. 덕분에 그 감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된 C4-621은 제 심장 부근에 손을 올리며 감정의 갈무리를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약하게나마 그의 감정을 느끼고 있던 에어가 말을 꺼냈다.


「..레이븐, 그럼...함께 가 볼까요?」


루비콘에 찾아온 해방.

그 이후의 시간이 찾아왔기에, 여기서 멈출 수는 없으니까.


“...그래.”


강화 인간 C4-621이 아니고, 독립 용병 레이븐도, 행성 바깥에서 온 외지인도 아닌.

루비콘의 해방을 이뤄낸, 또 다른 루비코니언이 되어서.

슬픔과 먹먹함에 대해 잠시 담아 두고, C4-621 레이븐은 AC의 조종간을 붙잡았다.


“메인 시스템”

「전투 모드 기동」


해방되고, 새로운 시간이 찾아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가고자.

회갈색의 빛을 머금은 AC가, 하늘로 비상했다.










코랄문학 시작


올드킹 루트 그 이후를 쓸때랑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 쓰려고 많이 고심하면서 썼고, 가능하면 똑같은 형식으로 쓸거임


일단 글 하나마다 길이는 올드킹 루트 문학보다는 짧음


길어봤자 아마...


https://gall.dcinside.com/m/ac/146598

 


이 정도의 길이라고 보면 됨


마음 같아서는 창작 어셈 만들고 스샷 찍어서 중간중간 넣어보고는 싶지만 내가 그럴 재주가 상당히 많이 부족해서..


암튼 읽어준 갤럼들 모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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