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가형 재료의 상징인 합판에 대해서 알아볼거임

기본 2000만 ~ 3000만부터 시작하는 하이엔드 소규모 공방, 유명 루시어의 개인 주문제작이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유명하던 유명하지 않던, 규모가 크고 말고를 막론하고 자사 엔트리급 모델을 런칭할때 합판을 애용하고 있음

물론 저가형의 대명사인 합판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가격이 상당히 빡센 칭구들도 몇 존재하긴 함

탑솔리드이긴 하지만 대표적으로 100~200만원대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테일러의 100번대와 200번대 시리즈가 있겠음

일렉트릭 기타의 예시라서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전량 USA 생산에 올솔리드 어쿠스틱 기타를 고수하는 깁슨의 경우에도

대표적인 할로우바디 일렉트릭 기타인 es-335엔 메이플-포플러-메이플 순으로 단판을 얇게 썬걸 붙인 합판을 사용하고 있음

심지어 댄 일렉트로같은 유명한 기타회사는 그 특이한 사운드적 특성을 위해서 일부러 합판을 사용하기도 함

할로우바디 일렉트릭 기타의 대명사인 깁슨의 ES-335, 기본적으로 한화 400만을 뛰어넘는 모친출타급 가격을 자랑한다.

며칠전에 합판 관련해서 궁금한거 있냐고 글썼더니 꽤 많은 통붕이들이 댓글을 달아줌

일단 내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반대로 답을 못해주는 부분도 있다는걸 먼저 말해주고 싶음

완전 상식선에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거나, 명확한 증빙자료가 있거나 하면 자신있게 전부 해답을 줄 수 있겠지만

'저가형 합판으로 D-45 설계를 그대로 따르면 내구성과 소리를 모두 챙길수 있는가?'

'합판 미신의 정점 올드 야마하 모델은 과연 거품인가?'

와 같은 주제의 경우에는 내가 리페어맨이나 루시어같은 전문직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짓고 견해를 피력하기가 조심스러움, 심지어 베테랑들도 서로 조금씩 의견이 상이할 정도니 말 다함..

그저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게 확정된 입장으로서 내가 확실하게 얘기해줄수 있는 궁금증은 다음과 같음

'합판도 에이징 되나?'

'왜 합판이 보통 더 저렴하나?'

'가끔가다가 어지간한 올솔리드보다 비싼 합판기타가 존재하는데 그 이유는?'

'합판은 온습도 변형 신경쓰며 관리해야 하나?'

'결국 다 같은 합판인데 왜 굳이 마호가니, 로즈우드로 이름 붙여서 구별하나?'

우선 우리 통붕이들은 합판의 종류를 알아야댐, 합판의 종류에 따라 저 질문의 답이 달라지거든.

이 합판의 기원, 종류와 각각의 특징들을 잘 캐치한다면 자연스럽게 이것에 관한 해답도 알게되리란 생각이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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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의 탄생 배경-

합판이 발명된 계기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목재는 인류에게 연료로서도 유용했지만

의식주라는 개념을 고려해봤을때 특히나 건축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었을 것이 자명함

동서양 가릴것 없이 팀버프레임이나 목탑등의 거대 목조건축물을 지었던 역사가 존재했던 것은

나무는 단지 구하기 쉽고, 비교적 가공이 쉬우면서도 적당한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절함이라는 이유가 있어서임

유럽의 전통적 목조건축 양식인 팀버프레임, 동양의 목조건축도 팀버프레임이라고 불리우므로 당연히 한옥도 이에 포함될 수 있음

하지만 원목은 건축자재로 사용될 경우 거대한 크기로 가공되고 기상현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결에 따라 크랙이 나기쉽고 온습도에 따른 변형에 취약하다'는 등 비교적 내구성이 약하단 점을 꾸준히 지적받아왔음

그렇기 때문에 아주 먼 고대시절부터 '목재를 얇게 켜서 수직으로 교차하여 붙인 원시적인 개념의 합판'이 이미 존재했었음

이런 방식의 합판의 대표자격으로 고대 이집트인들이 있겠는데, 당시 가장 진척된 문명을 자랑했던만큼

의자와 테이블같은 가구는 물론 무덤에 쓰일 관(...)까지 모조리 합판으로 만든적이 있는 선구자들이었음

합판으로 만들어진 고대 이집트의 침대

현대의 합판은 18세기 새뮤얼 벤담이 정식으로 특허를 낸게 시초로 인정받고 있음

참고로 이 분의 친형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제레미 벤담임

이후에 대량생산의 단계를 거쳐 20세기에 들어서 각 서양권 내외로 전파가 되고

건설용 자재로서의 합판의 규격이 제정되게 이름

그만큼 기존 원목에 비해 내구성이 강력해진것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공이 정말 쉽다는 점으로 인해 악기에도 사용되기 시작하는데

특히 바이올린족, 류트족의 현악기를 만들때 그 진가를 발휘함

합판은 제대로 보관될때 비교적 변형이 덜 일어나니 원목에 비해 추가적인 공정도 덜 들어가고

특히 측판에 곡률을 주는 밴딩등의 난이도 있는 가공을 거칠때 용이함, 이는 탑백솔리드라는 사양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함

이런한 이유들로 인해 보통 합판기타가 솔리드기타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생산되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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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의 종류-

1) MDF

Medium Density Fiberboard 의 줄임말인데, 쉽게 설명하자면 자투리 목재에서

얻어낸 아주 잘게 갈린 톱밥을 접착제(수지)와 섞어서 압착시킨 일종의 재생목재라고 보면 됨

아마 우리 일상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루트는 클립보드의 재료인 경우가 많을듯?

사실 이게 클립보드라고 불리는지 모르는 통붕이들도 있을거 같다.. 한국인들은 얼추 판때기라고 하면 다 알아듣거든

원목보다 내구성도 약할 뿐더러 물을 잘 흡수하고 불어버려서 파괴되기 쉽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제작 크기에 있어 딱히 제한이 없다는 장점외에는 기용할 가치가 딱히 없다고 보면 됨

특히 저질의 경우 포름알데히드를 수지로 사용하니 그런 mdf는 본인과 주변의 건강을 위해 피해주도록 하자.

내가 기타를 시작할때쯤엔 이미 저가형 시장도 상향평준화가 이뤄진지 한참이라 실제론 본적없지만

실제로 멀지않은 과거에 초저가형 일렉기타와 베이스의 바디 재료로 사용되었다는 무지막지한 괴담이 존재함

특히 학교 책상등에 사용되어 시트지를 붙여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구멍 뚫기도 쉽다, 괜히 수많은 학생들이 조각칼들고 시공 시도를 한게 아님 ㅋㅋㅋ

2) HPL

High Pressure Laminate 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말 그대로 압축수지합판을 뜻함

이것이 사용되는 기타는 아마 마틴의 x시리즈가 가장 대표적일거 같음

마틴의 omc-x1e

마틴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이 HPL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HPL위에 로즈우드나 마호가니 코아등의 텍스쳐를 겉에 입히는 것일 뿐, 우드 베니어(무늬목)를 덧붙인게 아니라고 함

따라서 상판이 솔리드 시트카 스프러스인 예외가 아닌 이상 측후판의 종류가 달라도 가격이 동일하다는 점이 특징임

즉 사운드에 있어서는 아무리 다른 개체라고 해도 x시리즈 내에서는 결국 HPL이라는 동일한 재질이 사용된 것이기에

바디 쉐잎이 다르거나 컷어웨이 유무에 따른 차이만이 유의미하게 존재할 뿐 그냥 무늬나 색상 예쁜거 고르는게 장땡이라는 소리임

말이 합판이지 리치라이트마냥 목재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카본까지는 아니여도 온습도 관리에서 자유롭지만 에이징의 개념이 사실상 없다고 보면됨

만약 저거 오래 써봤는데 에이징된거같다고? 그건 에이징이 아니라 뇌이징이다... 본인의 청력에 에이징 커브가 온게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3) Layered wood

아마 이 레이어드 우드가 상기한 전통적인 합판에 가장 근접하는 종류가 아닐까 싶음

말이 합판이지 나름 원목끼리만 붙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집성목에 가깝다고 보면 됨

대표적으로 테일러에 사용되는 gs mini, 100번대, 200번대 시리즈에 사용되는 측후판들이 있겠는데

예를들어 200 시리즈나 gs mini에 사용되는 '레이어드 로즈우드' 의 경우에는 각각의 로즈우드 원목-포플러 원목-로즈우드 원목의 3겹으로 되어있음

Layered Rosewood 측후판이 적용된 테일러 214ce

이 레이어드 로즈우드의 경우 솔리드 로즈우드에 비해 당연히 특유의 성향이 덜 묻어나오겠지만

분명 조금이나마 솔리드 로즈우드가 얇게 들어가기도 하고 같은 모델이지만 레이어드 사펠리가 적용된 개체와는

확연한 사운드적 차이를 보여주는 등 어느정도의 의미가 있겠다고 볼 수 있겠음, 일반적인 합판의 장점인 내구성을 챙기는건 덤임

즉 이런 레이어드 우드의 경우 접착에 필요한 최소한의 타 요소 외엔

죄다 원목이란 소리니 올솔리드보다는 못하겠지만 에이징의 개념이 유의미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 있겠음

근데 이걸 반대로 얘기하면 HPL 합판에 비해서 나름 확실하게 관리를 해줘야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이기도 함

테일러 합판기타들이 타 합판에 비해 비싼 이유는 브랜드 가치뿐만 아니라

라인업 차별하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되는 NT넥, es2 픽업, 에보니 지판등의 사양도 있겠지만

저런 이유들도 있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봄

koa fine veneer 측후판이 적용된 마틴 sc-13e

참고로 마틴 로드 시리즈의 일부모델 측후판에 적용되고 있는 'Fine Veneer'도 이와 비슷하다고 볼수있는 합판임

테일러의 레이어드 우드가 무늬목 사이에 포플러 원목을 넣는다면 이 마틴의 Fine Veneer는 아프리칸 마호가니 원목이 중심이 되는거임

즉 상기된 사진의 koa fine veneer는 코아 원목-아프리칸 마호가니 원목-코아 원목 순으로 합쳐진 합판인거임

13의 네이밍이 붙은 로드시리즈 중에 지르코테 측후판 버전들도 위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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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미국을 위시한 해외쪽 기타 스펙표시한 사이트는

합판이면 hpl, laminate, layered, ply wood 등의 관련 표시를 꼭 해둠

특히 미국은 고소당할까봐 음료컵에도 뜨겁다, 차갑다를 굳이 표시해줄 정도니까 말 다함

한달전쯤인가 어떤 통붕이가 국산기타 상품정보 표기가 욕먹는 이유로

'원목이면 솔리드~ 이런식으로 당당하게 써놓고선 측후판이 합판일땐 그와 관련된 용어를 명확히 언급안하는 점'을 예시로 들었음

나도 매우 공감하는 바임... 저기에 해당되는 국내 기타 브랜드가 어디인지 개인적으로 홈피 다 체크하고 캡쳐해서 저장해놓고 있는데

빠른 시일내에 바뀜으로서 소비자에게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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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글 목록)

테일러 기타가 유지보수에 진심인 첫 번째 이유.EU - NT 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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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기타가 유지보수에 진심인 두 번째 이유.EU - V브레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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