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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마지막 조각 -5-

정지먹어서 유동이 됐어(218.157) 2020.10.21 22:39:07
조회 358 추천 8 댓글 12
														


그것은.....평야 중심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넓찍한 바위 위에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그저 지나가는 초식동물이길 바랬지만...그것의 외형은 초식동물과는 멀어보였다

거대한 신체를 받쳐주는 다리의 넓찍한 발에는 단검과도 같은 날카로운 발톱이 있었고

각 다리는 아스타르테스의 근육마냥 우람하여 몇번 움직이면 여기까지는 금방 올 것같이 보였다


그리고 이 사냥에 특화되어 보이는 몸답게 얼굴 또한 흉악하기 그지없어보였는데

콧구멍은 두 쌍정도 있어보였고 한쌍은 정면을, 또다른 한쌍은 아래턱에 양 옆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눈은 콧구멍보다 더 많았는데 개중 두쌍은 연이어 위에 붙어 있었고 다른 한쌍은 다른 콧구멍처럼 아래에 붙어 있었다

진한 노랑색의 동공안으로 보이는 검은 수정체에는 본능 외엔 어떠한 지성보자 보이지 않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입인데 입은 오크놈들이 부러워할만큼 커다랗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위아래로 겹쳐 튀어나와 있었고 간간히 작은 송곳니들이 입가에 보였다


그놈을 마주한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놈에게서 도망가야한다'고....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터전...평야의 한가운데였고

아무리 젖먹던 힘을 내어도 밀림속으로 사라져버리기 전에 저 놈에게 잡히는것은 저명해보였다

결국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라스카빈의 에너지 잔여량을 흘끔 훔쳐보았다

사냥을 나서기 전이라 그런지 에너지가 아주 꽉 차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라스카빈을 그놈에게 조준했다.


짐승은 그걸 도전적인 의미로 봤는지 이를 드러내 으르렁 거리며 한발을 내딛었다

내겐 함선 탈출 이후로, 생명을 저울질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가 없는 상황이였다

곧 나는 숨을 멈추고 라스카빈의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라스카빈의 붉은 레이저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짐승에게 힘차게 날아갔다


하지만 쏟은 눈물로 부어오른 내 눈은 계산을 잘못했고, 곧 레이저가 짐승의 어깨를 태워버리는것으로 증명이 되었다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낀 짐승은 크게 울부짖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내 앞으로 내달려왔다

녀석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내 동체시력은 한발짝 늦게 반응하게 만들었고 놈의 발톱이 내지르는걸 겨우 피했다

...하지만 라스카빈은 그러지 못했다...


철로 만들어진 동체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그동안 나의 생명을 지켜주던 라스카빈은

녀석의 발톱수대로 힘없이 부서져 자신의 몸과 구성부품을 바닥에 흩뿌려트렸다

'좆됐다....'


바닥에 처참히 나뒹구는 라스카빈(이였던것)을 바라보며 나는 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짐승은 속편하게 그러한 생각을 계속할 틈을 주지 않았다

놈은 멈추지 않고 다른 발톱으로 공격을 했고 이번엔 내 플랙아머의 왼쪽 견갑이 박살이 났다

어깨와 팔이 후끈거리것을 느끼며 나는 그 파괴적인 운동에너지를 못이기고 날아갔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몸은 생존감각을 익힌듯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린 짐승은 그대로 나에게 날아오듯 달려와 몸을 돌려 꼬리로 내 가슴을 세차게 후려쳤다

나는 또 날아갔다 이번엔 꽤나 멀리....그리고 내 플랙아머가 박살이 났다


날아가는 와중에 내가 나름대로 만들어놨던 채집물 보관소에 그대로 들이박고 나는 머릴 세차게 얻어맞은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가슴을 맞아 피를 토해내면서 어떻게든 정신을 차릴려고 짐승쪽을 노려보았다

짐승은 이제 끝을 내겠다는듯이 천천히 내게 다가오는게 흐릿하게 보였다


무기....무기가 필요했다


보관소를 찬찬히 둘러봤던 나는 내가 걸어둔 돌도끼를 보았다

그 돌도끼에 힘겹게 팔을 뻗어 집으면서 나는 일어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빠진듯 주저앉아버렸고 그 충격으로 가슴에 통증이 아려왔다

아려오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돌도끼를 집었던 손은 힘없이 도끼를 놓아버렸고

나는 다시 보관소의 기둥에 기대어 천천히 다가오는 짐승을 힘없이 바라보았다


'결국 여기까지인가...'


그동안 꽤 많이 내 인생의 끝이라고 여겼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이것이 내 생존의 끝인것을 느꼈다

여기까지였다

이제 나는 저 놈에게 잡아먹혀버릴것이다

더이상의 희망은 없을것이다



'크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점차 가까워진 녀석은 포효를 하며 승리를 선언하는것 같았다


'하....그래 니가 이겼다...이제 와서 날 잡아먹어라..'


나는 포기했고 항복선언을 했다 이제 이녀석은 나로 하여금 오늘 하루의 사냥을 마무리하리라...

의식을 점차 잃어가며 좁아지는 시야로 나는 그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주마등이 지나가듯 여러생각이 들었다...

...모두들...곧 나도 따라갈게...

종말의 손에 탑승했던 내 연대를 떠올리던 나는 곧 그 제노를 떠올렸다

정말...저번도 그렇고 이젠 죽기 직전에도 네가 떠오르는 이유는 대체 뭐냐...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고 나 역시 대답을 하기 어려운 질문을 나자신에게 하면서 나는 곧 눈을 감고 녀석의 송곳니가 내게 닿는것을 기다렸다



그녀석이 다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능글맞듯 일정한 박자를 가지며 들리던 소리는 점점 간격이 길어지더니 곧 멈추었다...그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왜 다가오지 않지란 생각이 들어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그것은 다가오질 않았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가오지를 못했다


녀석은 무언가를 향해 아까보다 더 큰 포효를 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바라보며...

뭔가 이상한것을 깨닫기도 전에 하늘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녀석을 습격했다

녀석은 저항해보려고 발톱을 휘두르고 꼬리로 내려치고 저항을 해보았지만 곧 그 행동은 무언가가 그놈에게 발톱을 찍어넣으면서 계속하지 못했다


나는 도대체 뭐가 뭔지 알수가 없었다 이제 곧 나는 의식을 잃을것이라고 몸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놈을 자신의 발톱에 꿰우고 다시 날아가는 검은 물체였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린것은 저녁이 지나 어둑해진 밤이 되었을 때였다..


내가 지금 꿈이라도 꾼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피로 얼룩진 내 왼팔과 부어오른 가슴, 그리고 땅에 말라붙은 피를 보고 꿈이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하....하하...하ㅎ...아윽!!....크으으.....'


다시 한번 황제폐하가 내게 가호했다

나는 안도의 웃음을 내었다가 가슴과 팔에 큰 통증을 느끼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입에서 나온 피는 풀들 사이로 자리잡고 있는 흙에 촉촉하게 스며들어갔다


응급처치가 시급했다


나는 드랍포드의 서랍안에 있는 구급상자를 가지러 기어갔다

한때 짐승이 여기 있었다는걸 보여주는 흩뿌려지고 그대로 말라버린 피의 흔적을 지나 몇 분 정도를 더 소비해 드랍포드에 도착했다

힘겹게 몸을 세우며 비상 서랍함을 뒤지던 나는 곧 구급상자를 발견했고

구급상자를 열어 약품과 붕대를 꺼냈다


먼저 팔을 확인하기 위해 피로 물들은 왼쪽 겉옷을 벗어보았다

발톱에 베였는지 자상이 여러개로 줄지어 나 있었다

나는 구급상자에서 자상을 꿰멜 수 있는 패치를 찾았다. 이 패치는 자상에 갖다대고 끈을 잡아당기면

안쪽에 있는 바늘들이 그대로 살을 뚫고 나와 반대쪽 구멍으로 들어가 고정이 되는 의료도구였다..물론 엄청 아프다는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놔두다간 과다출혈로 죽거나 세균감염으로 죽을테니 나는 곧 행동으로 옮겼다


'아아아아악!!! 제기랄!!!...'



.....진짜 아파 죽겠다....

패치를 붙이고 자상을 꿰매어 고정시켰다 그리고 약품으로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 'R-B07'으로 상처를 소독했다


'!!!!!!'


이것은 더더욱 아팠다 얼마나 아팠는지 비명도 안나올 정도였다

마치 소독약이 의식을 가지고 상처 구석구석 신경계를 타고 들어가는것 같은 느낌이였다

더 싫은건 이 아픔으로 인해 내 의식이 한층 더 또렷해졌다는것이였다...

마무리로 상처에 붕대를 감고 이제 가슴을 확인해보기 위해 겉옷을 마저 벗고 속옷을 들어올려보았다


시퍼렇게 피멍이 든 가슴은 숨쉴때마다 불편했다

하지만 플랙아머가 제 역활은 다한것이지 이악물고 가슴을 눌러보았을때 부러진 뼈는 없는것 같았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멍과 혈종에 효과적인 물약을 꺼내 마시고, 혹시 모르니 가슴쪽에 모르핀같은 진통제도 한발 주사해놓았다..

이제 약이 감도는걸 기다리며 나는 드랍포드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분명히 나는 그것이 마지막임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정말 입에 물집이 잡힐정도로 말했지만 운이 너무나도 좋았다...

이쯤되면 누가 나를 살려주려고 기를 쓰는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약발로 인해 점점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아....불피우고 옷도 빨아야하는데....


완전히 잠에 빠지기 전까지 들었던 생각은 이거뿐이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무언가 촉촉한것이 내 얼굴을 핥는것이 느껴졌다

비몽사몽으로 눈을 뜨며 확인해봤을때 커다란 초식동물이 똘망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으악! 시발!!!!'


너무나 가까웠기에 깜짝 놀란 나는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물론 그 초식동물도 놀라 둔중한 몸을 날렵하게 움직이며 밀림으로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간간히 작은 야생동물들이 방금 일어난 일에 흥미를 가지고 쳐다보다가 곧 자신들이 하던 일을 마저하고 있었다


나 역시 주변동물에게 신경을 끈채 빠르게 내 몸을 확인해보았다


피멍이 들고 부어올라있던 가슴은 약간의 멍만 남긴채 가라앉아있었다

패치가 붙었던 곳은 상처의 틈이 소독약으로 인해 하얗게 매꾸어져 있었다

지금 당장은 과격한 움직임은 삼가해야하지만 일단 급한 응급처치는 다행히 잘 마무리된것 같았다

나는 주변에 널부러진 응급도구들을 다시 가지런히 잘 정리해 구급상자에 넣고

곧 그 구급상자를 넣으려고 드랍포드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그 짐승이 날 공격했을때 드랍포드도 그 공격범위에 들어간것 같았다

선명한 발톱자국이 그대로 내가 눕던 시트를 가로질러 깊게 박혀 있었고 갈라진 내부에서 미약하게 스파크가 튀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구급상자를 떨어트리고 급하게 코지네이터를 조작해보았다

코지네이터는 다행히 작동하고 있었다...인터페이스가 금이 가 주변이 일그러지게 출력되고 있긴 했지만...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코지네이터를 다시 껐다...코지네이터가 멀쩡한건 확인했으니 이제 다른곳을 확인해봐야한다

그렇게 나는 떨어트려져 다시 내용물을 쏟아낸 구급상자에 눈길도 안준채 드랍포드를 세심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내 안색은 사색이되었다


'.....동력을 재충전할 태양광 전지판과 충전기가 개박살이 났다...'


나는 믿기지 않은 이 사실을 나 혼자만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으로 말하게 냅두었다


이제 코지네이터를 함부로 킬 수 없었다

동력을 충전할 수 없게 된 지금 남아있는 동력이라도 온존하게 놔두어야했다..

한숨을 푹 쉬며 나는 얼굴을 감싸쥐고 드랍포드에 앉았다

내게 운이 또 작용해 내 생명을 구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이 우연에 대해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

내가 쓰고있던 투구를 그대로 벗어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것은 마치 이 행성이 내가 떠나는걸 용납하지 않겠다는걸로밖에 안보였기 때문이다





















이번편은 좀 짧게 썼습니다

이미 쓴것을 다시 내용을 다듬고 각색하다보니 꽤나 길게 나왔거든요

여기서 더 쓰면 또 밑도끝도 없이 길어질것 같아오


하지만 걱정하지 마오 절반만 올린거니까

나머지 절반도 다듬고 그러면 금방 6편 나올것 같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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