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피루스

나이 : 앨찐-2±5

성별 : 남->여

얜 앨샤 중에 친해진 건 아니고 

내가 여기에 구질구질 ㅄ같은 앨샤 일기 써 올렸는데 거기에 댓글로 앨친하자길래 오픈톡 하면서 친해짐

처음엔 걸걸한 섹드립 + 키보드 말투만 보고 최소 형이거나 최대 아재일 거라 생각했음

언제 자기 옷 샀다길래 보여달라니까 착장샷 보여주는데

오랜지색 생머리에 뭔 흰색 시스루티 같은 거 입은 여자 상체 사진이 옴

이래서 여자인 거 알게 됨

처음엔 각자 부캐로 놀다가 좀 친해지고 본캐 닉넴 깜

알고 보니 예전에 나 따 시키던 앨샤 1.5진 중 한 년의 친구였던 애였음

겜도 두세 판 하긴 했었는데 그땐 따 당하기 전이었고

그 뒤에 한 번 겜메세지로 키배했던 것도 기억남ㅋㅋㅋㅋ ㄹㅇ 겜 좁아터진 거 다시 느꼈다

난 닉변도 몇 번 했었는데 얜 그대로더라

뭐 그 땐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하고 얘한테 말없이 조용히 넘어감

흐린 눈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저 사실 알고 나서 며칠 뒤 얘한테 디스코드로 톡이 왔는데

내가 앨갤에 올린 글 다 보고 왔다고

글 잘쓴다고 재밌다고 막 칭찬해 주길래 기분이 좋아짐ㅎㅎ

내가 얘한테 보여준 거라고는 앨갤에 올린 찐따 일기들 뿐이었는데

그걸 보고 내가 더 궁금해진다며 막 호기심 표현을 함

뭔가 내 다른 부분들까지 과시하고 싶어지게 하는 애였음

톡할 때마다 놀아 달라면서 애교 부리는 것도 그렇고

아주 요오오오망한 퐉스가 따로 없음

근데 채팅에서도 이렇게 페로몬이 묻어나오는 것 보니

느낌상 나한테만 그럴 것 같진 않더라

본인은 굳이 연애 안 해도 연애 하는 것처럼 놀아서

연애가 필요없단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데

그거 보고 와 얘 남자 존나 많겠다는 걸 직감하게 됐음

가끔 가다가 띠용 하게 되는 무뜬금 섹드립 땜에 더더욱

솜사탕을 계속 뜯어 먹듯이 계속 톡을 주고 받음

몸엔 안 좋을 것 같지만 중독성 때문에 끊을 수 없는..

그러나 이런 찝찝함 따위는 얘에 대해 점점 짙어지는 내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보면 볼수록 내 해마체에 고착돼 있던 앨샤 1.5진의 이미지가 아닌 거임

이게 나름의 반전미로 다가오기도 했고

언쟁 잠깐 했던 것 빼곤 딱히 나한테 직접적인 피해를 준 애도 아니어서

그래서 얘랑은 잘 지내보고 싶었음

겜 실력은 내가 감히 언급하기 미안한 수준

스전 마전 다 씹어먹는 하이브리드 고인물이었는데

얘가 얼음에 맞는 걸 본 적이 없고

불 붙였다고 그 상대한테 공중 턴차기 보복으로 행위 예술을 선사함. 스전도 나보다 조금 더 잘하고

멀리서 보고 있으면 앨샤를 하는 건지 기인열전 찍으러 온 건지 모르겠음

한창 1.5진들한테 까일 때 겜에서 마주쳤으면 ㅈ됐다 ㄹㅇ

근데 어느 날, 자정 넘어서까지 카톡하다가 더 늦기 전에 먼저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폰 보니까 엘리멘탈 보러 가자는 톡이 와 있음

그거 보고 갑자기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데 이걸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 존나 하다가

애가 마음에 들긴 했으니까 담담한 척 알았다 만나자 함

걔가 보내줬던 얼굴 밑 사진이 너무 매혹적이었기에..

암튼 만날 날짜 잡고 시간 잡는데 그러는 중에 얘가 벌써 영화 예매까지 다 해놓음

ㄹㅇ 그냥 한 말이 아니었구나.. 슬슬 불안해짐

내가 개쫀 티 팍팍 내니까 그렇게 무서우면 마스크 쓰고 나오라길래

약속날에 방독면처럼 마스크 꼭 낀 채로

아빠가 사준 150만 원짜리 중고 좀비깡통차를 장갑차 삼아 끌고 감

너무 긴장해서 잠까지 설침

군대 휴가 때마다 종종 겪었던 증상이었는데 너무 설레서 잠이 안 온 거였거든?

그때랑 비슷하게 잠이 안 옴 ㅁㅊ

동성 앨친들만 만나서 놀다가 또래 여자애는 처음이라 더 떨렸음

특히 내 눈에 여자로 보일 것 같은 여자애를 만나러 가는 거라 미치도록 떨림

그래서 나가기 한두 시간 전부터 응아 하려는 강아지마냥 집안 거실을 뱅뱅 돌아다님ㅠㅠ

약속 시간 30분 전 영화관 주변 백화점에 대충 주차해놓고 걸어 나가는데 

처음 가 본 동네라서 지도 보면서 찾는데도 헤맴

하필 영화관이 주차비 지원 안 해준대서 다른 건물에 차 세운 건데

그냥 돈 내고 영화관 주차장 갈걸 ㅅㅄㅂ 후회하면서 cgv 찾아 뜀걸음 존나 함

다행히 시간 몇 분 남기고 겨우 cgv 건물 찾아서 엘베 타고 올라가는데

너무 뛰어서였는지 곧 걔를 만날 거란 긴장감 때문인 건지

땀은 줄줄 나고 엘베 진동 따라 심장이 바운스바운스

드디어 cgv에 내려서 보니까 사람이 그닥 많진 않았음

개중 까만 크롭티에 펑크 치마 같은 거 입은 오렌지색 생머리 여자애가 

허리 30도로 숙인 채로 앉아서 핸드폰 보고 있네

옷 스타일이 개량형 고딕룩 느낌이었는데

나한텐 너무 낯선 스타일이었지만 걔한테는 잘 어울렸음. 옷 존나 잘입음

힘들게 다가가서 아는 척 하니까 수줍게 배시시 웃던데 좀 귀여움 ㅋㅋㅋ

머리 풀어제낀 천사소녀 네티 같음

근데 ㅈㄴ 어색해서 통성명 할 겨를도 없이

앉아서 잠깐 숨 고르다가 영화 보러 들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