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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포효도) 우공이산모바일에서 작성

가챠깡에손이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1 09:16:11
조회 1381 추천 27 댓글 16
														
전생이라는 것은 애매하다.
기억나지 않으면 아쉽고, 기억이 남아있다면 괴로운 흔적.

과학을 넘어서 괴력난신의 하나로 여길법한 그것이 여포를 괴롭히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이놈의 흙 냄새 나는 물 좀 그만 보고 싶다!"


마시는 일부터 먹을 것 까지. 안 그래도 전병이나 수제비가 일상인 병주에 텁텁한 흙 내음이 혀부터 목 아래까지 유린하는 상황을 그도 더는 견딜 수 없었던 탓이 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간, 사람이 아니라 땅을 먹는 지렁이가 될 게 뻔했다.


"그런데 지금 상수도, 하수도 설치할 돈이 있나?"


없다. 그 쪼짠하고 꼬장이 심하며 뇌물 받기 좋아하는 정원이 뭐하러 그런 사업이 필요하다며 돈을 주겠는가?

허나, 세상 가라사대-
안 되면 되게하라는 말이 있듯, 그는 돈이 없지만 힘이 있었다.


"어서 일해라, 이 밥버러지 도적 놈들아!"
"크아악, 여포! 네 놈이 사람이냐!"
"시끄럽다! 병주의 선량한 백성을 약탈하고 겁박한 죄는 그 무엇보다 중한 죄거늘, 감히 어디서 눈을 치켜뜨는 것이냐! 오늘 분변을 다 나르지 못하는 놈은 똥통에 친히 빠트려주겠다!"


보라, 병주에는 이토록 부려먹기 좋은 노동력이 넘치지 않은가. 병주의 가축을 넘보는 유목민부터, 오늘도 방실방실 약탈, 강간, 방화, 살인에 나서는 흑산적이 있는 한 이 '자발적' 노동자는 절대로 끊기지 않을 터.

죄 없고 궁핍한 백성을 잡아다 억울한 죄인으로 만들 바에야, 누가봐도 인정할 범죄자를 써먹는 게 더 합당한 게 아닌가?


"절대로 너희들은 군법 어기지 마라, 알겠지?"
"어휴, 차라리 목이 달아나는 게 낫지…"


어디서 채찍을 가져와 화극 대신 휘두르는 여포의 냉혹한 면을 보면서, 모든 병주의 군민은 통쾌함과 동시에 지엄한 한의 율법이 지켜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차라리 이마에 도둑놈, 강도 새끼라는 문자가 새겨지거나 목이 날아가는 게 낫지… 도적질 하다 걸려서 똥오줌을 나르고, 온갖 중노동에 시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 1조, 너희들은 갱생하고 싶지 않은 것이냐! 황상께서 내린 부역만 성실히 수행하면 한실의 새로운 백성으로 태어나게 해주겠다 하지 않았나! 자꾸 미적거리면 네놈들의 공적을 깎을 것이야!"
"아이고!"


그렇게 피나는 갱생의 노력 위로, 병주의 길마다 가득했던 사람과 가축의 똥이 사라지고 매번 날리던 똥파리도 줄어들었다.

먹고 마시는 상수로와 우물 주변의 환경으로부터 더러운 분변이 사라지고, 이를 야샨의 목초와 곡물 찌꺼기를 발효시킨 것을 단단한 흙과 갈대 줄기를 가지런히 놓은 곳에 올려… 다시 이를 낙엽과 흙으로 덮고 숨구멍을 만들면.


"아니, 형님. 이건 대체 어디에 쓰려고 모아두시는 겁니까?"
"1년간 묵혀 두면 농사에 꼭 필요한 물건이 될 것이다."
"1년씩이나 안 치우고 저걸 놔둔단 말씀이십니까? 무슨…"
"걱정하지 마라, 그때가 되면 천금만큼이나 귀할 물건이니."


어이없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후성의 눈길과는 별개로.
여보는 이전의 아버지와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부지, 똥도 비료에 쓴다는 데 개똥 같은 거 밭에다 주면 안 돼요?'
'어허, 그 개똥도 기생충이 득시글해서 밭에다 던지면 에비 지지한다.'


나중에, 사업장에서 같이 일하던 박씨 아저씨가 왕년에 유기농에 도전했다며 미주알고주알 알려준 일이 있어, 비료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여포도 깨달았던 것이다.

지금은 못 쓰지만, 이것도 나중에 농민이나 호족에게 유용함만 보인다면 적절한 값에 팔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효능? 그건 사용자가 판단해야지.


"그리고 공중 화장실은 요즘 어떻더냐?"
"하이고, 말도 마십쇼. 처음엔 다들 이걸 왜 만드냐고 죽상을 내밀었지만, 다들 집 안이나 마당에서 분변 썩는 냄새 안 난다고 좋아하덥디다. 그리고…"


후성은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서 씩 웃었다.


"화장실인가 뭔가하는 곳에 손이라도 씻을 옹기도 놓고, 분변이 엄한 땅속 아래로 스며들지 않도록 벽돌과 석회로 마감까지 해놓으니 거기 주변으로 구릿한 냄새가 퍼지지도 않아서 이용은 잘 하더이다."


후성의 말대로, 공중 화장실은 가까운 근방의 거주민이나 병주를 왔다갔다 하는 상인 무리들이 필수적으로 찾는 곳이 되었다.

땅을 단단하게 다지고, 발을 제대로 붙일 수 있는 널빤지와 벽돌. 그리고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제대로 부끄러운 모습을 가려주는 크고 넓직한 공간.

용변을 마치고 나오면 씻을 물까지 있다.


"이 화장실은 병주의 군인들이 언제나 말끔하게 청소하고 보수하는 곳이오. 그러니 이용료를 내시오."
"그건 대부분 저 흑산적이랑 유목 도적 출신 죄수들이 하지 않소?"
"원래 세상사 관리직과 직접 행동하는 이가 따로 있는 법이지, 돈."


화장실은 공짜가 아니었다.
관리 및 유지/보수를 근거로 요구하는 이 선불제는 모든 병주의 거주민이 투덜거려도 낼 수 밖에 없는 생활 요금인 걸 인지하기 시작했으니…


"벌어들인 일부는 변소 위…생 당번에게 식비랑 포상으로 준다 치고, 모아둔 건 어디에 쓰실려고 그러십니까?"
"내가 어디에 쓰겠나?"


스스로 비단 옷을 입고자 함도 아니요.
산해진미를 차려 혼자만 포식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래, 모든 것은…


"모든 것은 병주의 푸르고 청정한 물을 위하여."
"그럼 그렇지…"













환생 여포의 위대한 대장정 초기 사업을
그나마 개연성 있게 꾸며봄.

그래도 아버지가 농사꾼이고, 건설 플랜트 종사자면
여포 육체 본연의 능지 문제가 있어도, 기억은 다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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