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몇 번 해변에서 시나리오 올리긴 했는데, 내년 모 공모전에 제출하려고 전공교수님이셨던 분 말씀 들으며 대량으로 수정하고 있음.
이번에 퀄리티도 ㅈㄴ 올려서 다시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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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그날이 오면」
시나리오(대본)
프롤로그. T. S. 엘리엇의 「텅 빈 사람들」 낭독
어두운 화면에서, 자막과 함께 보이스오버가 나온다.
보이스오버: 이 마지막 만남의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듬어 찾고
그러면서도 애써 말을 피한다.
부어오른 이 강변에서 모여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 대신, 훌쩍임으로.
낭독 후 5초 뒤 자막이 사라진다.
S#1. 북한 아나운서의 성명문 발표
어두운 화면에서 공습경보 사이렌이 잠시 울리고, 영화 제작사 및 배급사가 화면에 나온다. 사이렌 소리가 작아질 때 화면에 노이즈가 난 후 ‘조선핵심TV’로 화면이 전환된다.
북한 아나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무력부 대변인 성명! 간악한 미제침략자들과 남조선 괴뢰들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중대한 도발책동을 감행하였다. 이에 우리 공화국은 쥐새끼같은 놈들의 악행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여, 그 추악한 대갈통에 공화국의 핵미싸일을 발사할 것이다!
장면 전환.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실험이 나온다.
S#2. BCC 종군기자의 보도
노이즈 발생 후 다시 화면이 전환되어 유럽의 상황이 묘사된다. ‘BCC’ 방송국 기자가 전장 한가운데서 영어로 뉴스를 보도한다.
BCC 기자: 지금 여러분께서 보시다시피 저 멀리서 포격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BCC 기자, 미사일이 날아와 터지는 소리가 나자 잠시 몸을 숙인다.
BCC 기자: 네, 정말로 이 사태가 세계대전을 불러왔을 줄은…
S#3. 어느 중동 국가의 성명문 발표
노이즈 발생 후 중동으로 상황이 전환된다. 이번엔 어느 중동 국가의 대변인이 여러 기자들 앞에서 영어로 성명문을 발표한다.
대변인: 여기서 적들의 수도를 타격할 수 있습니다. 전쟁은 일어났지만, 그곳은 불바다가 될 겁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기자1: 대변인님!
대변인: 네.
기자1: 인근 미군기지에 전술핵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대변인: 그건 제가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이만 마칩니다.
기자2: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을 거라고 보장하실 수 있으신가요?
잠시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들리며 침묵.
대변인: 아뇨, 장담 못합니다.
대변인이 단상에서 내려오자 기자들이 사진을 찍으며 대변인 근처로 몰린다.
S#4. 핵공격을 당하는 미국
노이즈 발생 후 화면이 전환되어 미국에서 핵미사일이 하늘을 가르는 모습을 스트리밍한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미국 시민1: 와, 엄청나다.
미국 시민2: 그러게, 우리 이제 어떡하냐?
미국 시민1: (한숨을 쉬고) 그러게, 좆됐네….
미국 시민1, 떨어지는 핵탄두를 확대한다.
미국 시민1: 어, 저거 설마…. 튀어!
미국 시민1과 미국 시민2, 도망친다. 화면이 전환되어 대피소 앞에 달려가지만 문이 닫혀있다. 그들은 문을 마구 두들긴다.
미국 시민1: 씨발, 문 좀 열어줘요! 제발 열어줘요!
미국 시민2: 열어, 썅! 열어달라고!
미국 시민1, 뒤를 돌아 핵탄두가 떨어지는 것을 촬영한다.
S#5. 버섯구름과 타이틀
화면이 전환되어 핵폭탄이 터지는 화면이 나온다. 앞 중앙에 「해변에서: 그날이 오면」이라는 영화 제목이 나온다. 잠시 후 제목이 사라진 상태에서 보이스오버가 나온다.
보이스오버: 그날 이후, 세상은 멸망했다. 처음에는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대참사는 우리가 선택한 것이었다. 동아시아, 중동, 유럽까지…. 결국 세계는 파괴되었다. 다행히 어느 지역은 무사했고, 그곳은 강릉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필연적인 법이다.
S#6. 강릉시립대학교(이하 대학) (아침/안)
핵폭탄의 버섯구름이 움직임을 멈추고, 화면이 신문 속 핵폭발 사진으로 바뀐다. ‘얼마 후’라는 자막이 나온 뒤, 그 신문을 지하 로비에 앉아 읽고 있는 조성연의 모습이 보인다.
시민1: (웃으며) 야, 너 그거 아직도 읽어?
성연: 아, 그냥.
시민1: 어차피 다 알잖아?
성연: 뭐, 근데 읽을 게 있어야지.
시민1: 그래. 빨리 수업 가자!
성연: 응.
S#7. 대학 (아침/밖)
성연과 시민1은 대학 전광판 앞을 지나간다. 전광판에는 ‘2025년 8월 14일,’ ‘오늘의 방사선 수치’라는 문구와 그 밑에 ‘피폭량 45mSv/허용치 100mSv’라는 수치가 나온다.
S#8. 대학 강의실 (아침/안)
칠판에 세계사 관련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고, 교수인 신해진이 그 앞에서 강의한다.
해진: 그리하여, 이번 학기 수업은 여기서 마칠게. 다들 고생 많았다.
학생들이 강의실을 나가는데, 성연은 남아있다.
성연: 저, 교수님!
해진: 왜, 성연아?
성연: 강의에서 아쉬운 게 있어요.
해진: 뭔데?
성연: 저희 세계사 부분 마지막에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건 안 배우나요?
해진: 아, 그건….
해진, 잠시 막막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해진: 그거야 다들 아는 거고, 우리가 배울 때는 일어날 줄도 몰랐잖니. 또한 전쟁의 흐름도 다 알 수도 없고.
성연: 근데 엄연히 말하자면 러시아 때문이잖아요?
해진: 러시아도 있었지만 결국 미중 간의 충돌도 있었고, 그러던 와중에 한반도까지 닿았고. 다들 아는 거잖아.
성연: 그래도 후대에는 누군가 기록하지 않을까요?
해진: 글쎄. 내가 봤을 땐 지하 벙커 속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어려울 것 같은데.
잠시 침묵.
성연: 하긴 높으신 분들이 아니면 자세히 알기는 어렵겠죠…. 거기서도 잘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할 거고요. 어쨌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해진: 그래, 잘 가고!
성연, 자리를 떠난다. 해진은 잠시 칠판을 바라본다.
S#9. 강릉 해군기지(이하 해군기지) 회의실 (아침/안)
함장: 오늘은 아주 중요한 소식이 있다.
함장이 맨 앞에 서 있고, 나머지 31명의 승조원이 회의실에 앉아서 설명을 듣는다. 회의실 칠판에는 ‘구조 요청 신호 발견’이라는 문구와 함께 인천 해수욕장의 위치가 나온 PPT가 비춰지고 있다.
함장: 핵공격을 당한 인천 쪽 해수욕장에서 신호가 왔다. 그 내용은 생존자가 있으니 구조해달라는 내용이다.
작전안을 듣는 중인 박우진의 모습이 비친다. 함장이 화면을 넘기자 작전명으로 「달을 향한 외침(Crying for the Moon)」이라는 제목이 보인다.
함장: 물론 인천지역도 방사능 낙진으로 심하게 오염됐지만,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실행한다.
마찬가지로 정미래의 모습도 비친다.
함장: 다행히 바닷가 가까이서 신호가 잡혔기 때문에, 1명의 방호복을 입은 승조원만을 보낼 예정이다. 지원자 있나?
승조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치만 본다. 그러다가 우진이 팔 하나를 들어올린다.
우진: 소위 박우진! 제가 하겠습니다!
함장: (미소지으며) 박우진 소위. 지난번 활약에 이어서 또다시 공훈을 남기고 싶나?
우진: 아닙니다. 그냥 군인으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함장: 알겠다. 다른 지원자는 없나?
함장이 승조원들을 돌아보는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함장: 좋아. 그러면 우진을 보내서 생존자를 수색하겠다. 이상!
S#10. 대학 내 카페 (낮/안)
카페의 모습이 보이다가, 미래가 “자, 그럼,”이라고 말하자 내부로 화면이 전환된다.
미래: 둘이 잘해 봐. 잘 됐으면 좋겠다. 알았지?
성연: 네, 선배님.
우진: 네, 중위님!
미래: 그럼 안녕!
미래는 자리를 떠난다. 그가 떠난 후, 우진과 성연은 마주 앉은 채로 웃으며 대화를 시작한다.
성연: 그래서, 우진님이 핵공격을 막으셨다고요?
우진: (살짝 웃으며) 아, 네. 미래 중위님 덕분이죠.
성연: (활짝 웃으며) 와, 대단하세요! 저였으면 그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건의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혹시 좋아하시는 게 뭐예요?
우진: 아, 저요? 일단 보시다시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좋아하고요.
우진, 그의 컵을 툭 건드린다.
우진: 그리고 고기도 좋아해요.
성연: 무슨 고기 좋아하시나요? 같이 말해볼까요?
잠시 침묵.
우진, 성연: (서로를 가리키며) 소고기!
서로 웃는다.
우진: 그러면 이제 제가 물어볼게요.
성연: 네네.
우진: 취미가 뭐예요?
성연: 아, 저는 자전거 타기요! 그 다음에 여행하기!
우진: 어? 저도 여행가는 거 좋아해요! 어디 어디 가볼까요?
성연: 음…일단 크게 가리지는 않아요. 사람 북적이는 안목해변도 좋고, 사람 적고 조용한 허난설헌? 아무튼 그런 분위기도 좋아하고요.
우진: 저도 아무 데나 가요. 아니면 요 앞에 대도호부관아인가? 아니면 경포호? 그런 곳에서 노시는 건 어때요?
성연: 좋죠! 특히 친구나 썸 타는 분이랑 놀면 더 좋아요.
서로 웃는다.
우진: 저희는 공통점이 참 많네요.
성연: 그러게요.
우진: 아 근데 저, 3일 뒤에 임무가 있거든요.
성연: (미소를 풀며) 무슨 임무요?
우진: 아, 생존자 수색하러 가는 건데….
잠시 침묵.
성연: 어디로 가시는데요?
우진: 인천 쪽 해수욕장으로 가요. 거기서 구조요청이 와서요.
성연: 아 그러셨군요. 정확히 어디 지점에서요?
우진: 다행히 바닷가 바로 앞이래요. 얼마 안 가요.
성연: 알겠어요. 그러면 임무 끝나고 또 봬요.
우진: 네, 감사합니다.
S#11. 데스티니 술집 (저녁/안)
강릉의 데스티니 술집에서 ‘Little Richard’의 「Tutti Frutti」가 나온다. 그곳에서 함장과 잠수함 승조원들, 그리고 강릉 시민들이 술을 마신다. 시민2와 시민3이 서로 앉아서 대화하는데, 그 앞에 종업원이 서있다.
시민2: 와인이 몇 병 정도 남았죠?
종업원: 100여 병 정도요.
시민3: 꽤 남았네요.
시민2: 아니, 별로 안 남았지.
시민3: 왜?
시민2, 시민3을 향해 얼굴을 돌린다.
종업원: 저 그만 가보겠습니다.
시민2, 시민3: 네네, 얼른 가보셔요.
종업원, 자리를 떠난다.
시민2: 어차피 방사능 낙진이 오니까 다들 부어라 마셔라 할 텐데, 턱없이 부족해.
시민3: 하긴 다들 왕창 마실 테니까.
시민2: 아, 그나저나 진작에 핵공격 대비 좀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시민3: 그러게. 요오드도 많이 비축하고, 제독 정화나 피폭 치료 시설도 더 많았어야 했는데 참 안타까워.
시민2: 아니면 하다못해 커다란 벙커라도 있었으면….
시민3: 맞아맞아. 그것도 어려우면 건물 지하마다 물이랑 식량, 또는 정화시설 같은 거라도 설치했어야지. 애초에…
S#12. 데스티니 술집 (저녁/안)
함장이 카운터로 다가간다. 함장은 잠시 승조원들을 돌아보고 다시 카운터 직원을 바라본다.
함장: 저희 승조원들 술값 좀 내겠습니다.
카운터 직원(이하 카운터): 네, 카드 주세요.
카운터, 카드 결제를 여러 번 시도하나, 결제가 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카운터: 이 카드 결제가 안 되네요.
함장: 네? 잠깐만요.
함장, 카드를 유심히 본다.
함장: 아, 이 나라사랑카드는 이제 못 쓰겠군요. 여기가 유일한 국방부라…. 그럼 차라리 현금으로 결제를 하겠습니다.
함장,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다가 탄식한다.
함장: 아, 죄송하지만 돈이 충분치 않군요. 어떡하죠?
카운터: 음, 잠시만요. 사장님!
카운터, 사장을 데리고 나온다.
카운터: 함장님께서 돈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셔서요. 어떡할까요?
사장: 음…. 괜찮습니다. 그냥 반값만 주세요.
함장: 아니, 돈 안 받으십니까? 그럼 제가 나중에라도 드릴 테니 각서라도…
사장, 양손과 고개를 젓는다.
사장: 아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핵미사일 막아내셨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사장, 카운터를 바라본다.
사장: 시급은 내 것에서 깎아서 줄 테니 걱정하지 마.
카운터: 네, 알겠습니다.
카운터, 함장에게 지폐를 받고 나서 몇 장을 꺼내든다.
카운터: 함장님, 괜찮습니다! 이제 이것도 곧 휴지조각이 될 테니까요.
카운터, 꺼림직한 표정을 짓는다.
S#13. 해군기지 침상 (밤/안)
우진, 다른 승조원들이 침상에 눕는 걸 본다.
우진: 불 꺼도 됩니까?
미래: 그래, 꺼줘.
우진, 불을 끄고 조심스럽게 그의 침상에 눕는다. 방에 있는 시계를 통해 시간이 꽤 오래 지났음을 알리는데, 우진은 여전히 뒤척인다.
우진: 주무세요?
미래: 아니, 왜?
우진: 저 실은 잠이 안 옵니다.
미래: 또 왜?
우진: 생존자가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미래: 그래?
우진: 네. 그래서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한 잔 했는데도 잠이 안 옵니다.
미래: 얼른 자야지. 그래야 생존자 수색에도 유리하니까.
잠시 침묵.
우진: 네. 안녕히 주무십시오.
미래: 그래, 좋은 꿈 꿔라.
우진: 네.
우진, 조금 뒤척이다가 잠이 든다.
S#14. 회상 – 잠수함 지휘실 (밤/안)
우진, 꿈을 꾸며 전쟁 당시 통신병으로 복무했던 기억을 상기한다.
우진: 여긴 오메가1. 오메가2 응답 바란다.
오메가2: 여긴 오메가2. 일단 평형수 쪽에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물이 계속 샌다.
우진: 알았다. 배는 얼마나 기울었나?
오메가2: 오메가2, 현재 7도가량 기울었는데, 엔진실 쪽에도 타격을 입었다. 네, 함장님…네? 네! 여기는 오메가2. 배를 버리라는 함장님 지시다. 배를 버리고 승조원들과 함께 체크 포인트 델타에서 오메가1을…
순간 치지직거리는 잡음이 들린다.
우진: 오메가2? 오메가2, 오메가2! 응답하라. 오메가2 응답하라!
우진, 계기판을 두 주먹으로 내리친다.
우진: 씨발, 또야!
함장: 박 준위, 진정해!
우진: 네, 죄송합니다.
함장: 일단 사령부에 구조요청 보내겠다. 사령부, 사령부 나와라! 여기는 오메가…
S#15. 회상 - 바다 (밤/밖)
해군 헬기가 파도치는 바다 위를 서치라이트로 비춘 채 비행하고 있고, 우진과 승조원4는 수면으로 나온 잠수함 위에서 손전등을 바다에 비춘 채 오메가2 함정의 생존자들을 기다린다. 잠수함 앞에는 구조대가 수색하고 있다.
우진: (마음의 소리) 씨발, 이번에도 안 되나?
순간 구조대원 중 하나가 물 밖으로 나온다.
우진: 찾았습니까?
구조대원: 아뇨! 못 봤습니다!
우진: (마음의 소리) 씨발, 이번에도!
구조대원: (무전을 받으며) 예? 네네. 알겠습니다. 저 준위님!
승조원4: 네, 왜요?
구조대원: 철수하라는 명령입니다! 이제 더 못 찾는대요!
우진: 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안 되겠습니까! 제발…
구조대원: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날씨가 이래서야 안 될 것 같습니다! 희생자가 더 나오면 안 된다는 사령부 명령입니다!
우진, 눈물을 머금는다.
구조대원: 너무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승조원4: 알겠습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죠….
우진, 구조대원들이 건진 오메가2 승조원들의 시신을 바라보고 소리내어 운다. 승조원4도 눈물을 머금고 우진을 살짝 안아준다.
우진: 미안해…! 너무 미안해!
S#16. 해군기지 침상 (새벽/안)
우진, 순간 잠에서 깬다. 그의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을 쉬기도 어려워진다.
우진: 수, 숨이 안 쉬어져…! 중위님! 중위…
순간 미래가 검은색 비닐봉투를 갖고 우진에게 온다.
미래: 우진아, 우진아! 나야, 나! 나 보이지?
우진: (숨을 잘 내쉬지 못하며) 아, 네…! 네!
미래, 비닐봉지를 우진의 입에 갖다 댄다. 비닐봉지가 커졌다 작아졌다 반복하자, 우진도 어느 정도 진정한다.
미래: 이제 좀 괜찮아?
우진: 네, 네. 좀 괜찮아요.
우진, 마른 기침을 한다. 여전히 심장은 쿵쾅거려서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쥔다.
우진: 씨발, 하필 또….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미래: 그래그래. 일단 따뜻한 물 좀 마시자.
미래, 잠시 후 종이컵에 따뜻한 물을 좀 가져온다. 우진은 호호 불면서 조금씩 마신다.
미래: 그래, 옳지. 잘 마신다.
우진: 허억, 허억…감사합니다!
미래: 많이 긴장되는구나, 너.
우진: 네…너무 떨립니다.
미래: 그래, 그래.
우진: 인천, 거기가 마지막 희망입니다. 진짜 거길 가야만 해요. 반드시 생존자도…(콜록거린다) 있어야 하고요!
미래: 그래, 그래. 나도 있으면 좋겠다.
우진, 물을 다 마신 뒤 미래를 쳐다본다.
우진: 만약에 없으면… 없으면 어떡합니까?
잠시 침묵.
미래: 그건… 일단 그때 가서 보자. 알았지?
우진: 네. 알겠습니다.
미래, 우진을 살짝 부축하며 화장실로 안내해준다. 밖에서는 새소리가 들린다.
S#17. 2일 후, 강릉항 (낮/밖)
오늘의 피폭량/허용치는 48mSv/100mSv이다. 강릉항에서 저 멀리 잠수함이 세워있다. 잠수함 앞에는 「달을 향한 외침」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 현수막 밑에서는 군인들과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화면이 전환되어 성연과 제복을 입은 우진이 서로를 바라본다.
우진: 이제 가볼게요. 나중에 봬요!
성연: 네!
우진이 등을 돌리고 잠수함을 향한다. 장면이 전환되어, 잠수함이 출항한다. 잠수함은 서서히 물에 잠기며 화면이 어두워진다.
S#18. 잠수함 함장실 (저녁/안)
화면이 밝아지며 잠수함이 항해한다. 잠수함에 탑승한 우진은 함장실로 찾아간다. 우진, 문 앞에서 노크한다.
우진: 계십니까?
함장, 문을 연다.
함장: 들어와.
우진: (경례하며) 소위, 박우진! 함장님께 질문드릴 것이 있습니다.
함장: (미소지으며) 얘기해봐.
우진: 이번에 포착된 구조요청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정확히 어디서 위치가 파악된 겁니까?
함장: 약간의 오차는 있겠지만 GPS를 추적한 결과 인천 앞바다 에코6 지역이다.
함장, 컴퓨터 화면을 보여준다.
함장: 여기 보이지?
우진: 네, 보입니다.
함장: 일단 그곳에서 방사선을 측정한 다음, 박 소위를 보낼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말고.
우진: 아닙니다. 다만 저번처럼 생존자가 단 한 명도 없을 경우만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잠시 침묵.
함장: 이미 알겠지만, 당연히 이번에도 생존자가 없을 수는 있어. 다만 만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결국 나중에는 후회해. 너무 늦지.
잠시 침묵.
함장: 박 소위!
우진: 네!
함장: 생존자가 없더라도 너무 낙담하지 않길 바라니 최선을 다해 수색해라!
우진: 네!
함장: 답변이 다 되었다면 이제 돌아가서 잘 준비하고.
우진: 네!
우진, 경례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함장, 책상에 앉아서 타자를 치다가 졸며 고개를 숙인다.
S#19. 회상 - 잠수함 지휘실 (밤/안)
함장은 꿈속에서 핵전쟁 당시를 회상한다. 잠수함 내부에서 경보가 울리고 있다.
승조원1: 12시 방향에 적 함대 발견! 어뢰 장전!
함장: 발사!
승조원2: 발사!
적군의 함선이 격침된다.
S#20. 회상 - 잠수함 지휘실 (새벽/안)
지휘실 스크린에 핵미사일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이고, 그 밑에 ‘미사일 도달까지: 앞으로 10:10:06’이라는 카운트다운 숫자가 보인다.
승조원3: 적 미사일입니다! 대응탄 발사 준비! 방향 지시 바랍니다!
함장: 1시 방향! 1시 방향!
우진: 잠깐만요, 함장님! 미사일은 더 빨리 와요! 철회하시고 2시 방향으로 정정 부탁드립니다!
승조원4, 우진의 멱살을 잡고 권총을 겨눈다.
승조원4: 야, 이 새끼야! 장교도 아닌 놈이 깝치지 마! 우리 다 뒤지게 생겼는데, 명령 불복종은 총살이다!
미래: 함장님, 박우진 준위 말을 믿어주십시오! 제 군 생활을 전부 걸고 박 준위는 단 한 번도 군대에서 오판한 적이 없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재고해 주십시오!
잠수함에서 대응탄이 날아가고, 핵미사일을 요격한다.
S#21. 회상 - 잠수함 지휘실 (밤/안)
지휘실 스크린에 ‘줄루5’라는 문구와 원산시의 위성사진이 보이고, 사진 밑에 ‘북위 39도 8’0.76“N, 동경 127도 28‘38.35“E’라는 좌표가 보인다.
함장: 여기는 오메가1. 사령부, 수신 바란다. 폭격 지점이 줄루5 지역이 맞나?
치직거리는 잡음만 들린다.
승조원3: 줄루5, 원산시, 조준 완료! 명령만 주십시오!
함장: 잠깐! 이상하다. 상부에서 아무 응답이 없는데…. 쓸데없이 전력을 소모할 순 없어.
미래: 방사능 측정기를 보내는 건 어떻습니까?
함장: 좋다! 하나 보내!
승조원5: 5, 4, 3, 2, 1, 0!
방사능 측정기(가이거 계수기)가 딸깍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승조원5: 원산시 방사능 수치는 현재 150Gy! 핵공격을 당했습니다!
함장: 그러면 굳이 공격할 필요가 없다. 전 인원, 기지로 귀환한다!
승조원4: 하지만 상부 명령이잖습니까?
함장: 이제 다 소용없다! 명령을 내린 상부는 전멸했으니까…
S#22. 잠수함 함장실 (밤/안)
함장이 깨어난다. 그는 숨을 크게 헐떡이며 침상에 앉는다.
미래: (노크하며) 함장님? 함장님? 무슨 일입니까?
함장, 문을 열어준다.
함장: 아, 미래 중위. 그냥 꿈을 꿨다. 괜찮아.
미래: (경례하고) 중위, 정미래. 큰 소리가 들려서 와봤습니다. 이상이 생기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함장: 그래, 역시 정 중위야. 고맙다. 아무 일 없으니까 이제 가서 자라.
미래: 네.
미래가 침상으로 돌아가자 함장은 문을 닫는다. 화면이 어두워진다.
S#23. 다음날, 강릉 시내 (낮/밖)
오늘의 피폭량/허용치는 51mSv/100mSv이다. 화면이 전환되어 강릉 시내에서 비틀거리는 내빈이 보인다.
내빈: 허억, 허억…여긴가…?
성연이 내빈의 앞을 지나간다.
성연: 어? 누구지?
내빈: 아, 저 좀 도와주…
내빈, 팔 하나를 뻗으며 쓰러진다. 성연, 주위를 돌아본다.
성연: 어? 어?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서 119를 부른다.
성연: 여보세요? 병원이죠? 여기 피폭 환자 한 분 계시는데요!
S#24. 강릉의 종합병원(이하 병원) 피폭 환자 격리실 (저녁/안)
방사능 마크 밑에 보이는 ‘피폭 환자 격리실’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방문이 나온다. 내빈은 신음하고, 그 안의 침상으로 화면이 전환된다. 침상에 누운 내빈의 모습과 방호복을 입은 채 서 있는 의료진, 그리고 봉사하러 온 성연의 모습이 보인다.
의사: 환자 상태는요?
간호사: 아주 나빠요. 며칠 내로 사망합니다.
의사: 환자분, 환자분? 죄송한데 성함과 출신 지역 좀 알려주시겠어요?
내빈: 으으으…네, 저는 강내빈이고요….
의사, 종이에 큰 글씨로 ‘강내빈’이라고 적은 다음 내빈에게 보여준다.
의사: ‘강내빈,’ 맞습니까?
내빈: 으으…네.
의사: 그러면 어디서 오셨어요?
내빈: 수도권…그냥 수도권….
의사: 아 그러셨군요. 간호사님!
의사와 간호사가 서로 대화한다. 그 와중에 성연은 내빈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성연: 저기 실례합니다….
내빈: 네…?
성연: 혹시 서울에서 오셨나요? 저희 부모님도 거기 계셨다가 연락이 끊겼는데….
내빈: …아, 네. 서울분들과 같은 곳에…으으으...….
성연: 아, 그러면 혹시 저희 부모님 보셨나요?
내빈: 부모님…으으…성함이…?
성연: 아 저희 부모님은…
내빈,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며 비명을 지른다. 이에 성연은 뒷걸음질한다.
내빈: 으으으…또…또야! 머리가…!
성연: 아, 죄송합니다….
의사: 성연님, 아마 트라우마가 심하신가 봅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성연: (슬픈 표정으로) 아, 네…
성연은 내빈을 바라본다. 내빈은 몸부림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성연은 그를 바라보면서 눈을 질끈 감는다.
S#25. 이틀 후, 잠수함 지휘실 (낮/안)
오늘의 피폭량/허용치는 53mSv/100mSv이다. 잠수함은 인천 앞바다에 도착하고, 잠수함 지휘실에서 함장과 승조원들이 서로 의논한다.
함장: 일단 측정이 먼저다. 측정기 보내!
승조원5: 10, 9, 8,…
함장: (마음의 소리) 큰 기대를 하고 있진 않다만…해봐야지.
승조원5: 3, 2, 1, 0!
가이거 계수기가 딸깍거리는 소리가 난다.
승조원5: 현재 방사능 수치는 100Gy입니다!
함장: 역시나…! 예상은 했지만.
우진: 함장님, 그래도 신호가 왔으니 일단 가서 확인해보는 게 나아 보입니다.
잠시 침묵.
함장: 박 소위, 그래도 괜찮나?
우진: 네, 괜찮습니다. 괜찮아야 합니다.
함장: 알았다.
함장, 승조원4를 바라본다.
함장: 가서 방호복을 가져오도록.
승조원4: 네!
승조원4, 자리를 비운다.
S#26. 잠수함 입구 아래 (낮/안)
방호복을 입는 우진 옆에 미래가 있다.
우진: 어쩌면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미래, 우진을 바라본다. 잠시 침묵.
미래: 그래. 가봐야 알지.
우진: 이번에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반드시….
S#27. 회상 - 우진의 절규를 듣는 미래 (낮/안)
우진은 울며 미래에게 안겼다.
미래: 그래, 그래. 괜찮아.
우진: 대체 씨발 왜 산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겁니까? 대체 왜! 집구석 하나하나 다 수색했는데 왜!
미래, 우진을 안타깝게 내려본다.
미래: 그러게, 참 하늘도 무심하다….
S#28. 잠수함 입구 아래 (낮/안)
우진, 회상으로 멍하니 있다가 머리를 저으며 정신을 차린다.
우진: 신호가 왔다면 일단 가능성은 있지 않겠습니까?
미래: 언제 왔느냐에 따라 다르지.
잠시 침묵. 우진은 방호복을 완전히 입었고, 미래가 무전기를 든다.
미래: 내 말 들려?
우진: 네, 들립니다!
미래: 이미 알겠지만 무전기가 먹통이 될 수도 있어. 한 시간 안으로 귀환해야 하니까 잠수함이 15분 주기로 신호를 낼 거야.
우진: 네, 압니다.
미래: 물론 바다 앞이라 금방 오겠지만, 거기서 생존자나 생존자의 짐을 제외한 그 무엇도 가져오면 안 돼. 만일 생존자가 없다면…그냥 그걸 보고한 다음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고 귀환해.
우진: 네!
미래, 우진의 등을 두드린다.
미래: 잘해봐라, 이번에도 믿는다!
우진: 네!
S#29. 인천 해변 (낮/밖)
인천 해변의 모습이 보인다. 장면이 전환되어 방호복을 입은 우진이 고무보트에서 내린다. 이때 ‘뿌뿌, 뿌뿌’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는 지도를 보며 해안가를 두리번거린다.
우진: (마음의 소리) 이쯤인데….
우진은 더 깊숙한 골목길로 들어간다. 우진, 순간 전쟁 당시를 회상한다.
S#30. 회상 – 잠수함 지휘실
우진, 다른 지역과 교신을 시도한다.
우진: 여긴 오메가1. 아무도 없나?
무전기에서 치직거리는 잡음이 들린다.
우진: 여기는 오메가1, 강릉이다. 응답하라. 제발 아무나 응답하라!
S#31. 인천 해변 (낮/밖)
우진, 머리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한다.
우진: 아…또야….
S#32. 회상 - 어느 방사능 오염지대 (저녁/밖, 안)
우진, 핵전쟁으로 죽은 사람들의 시신 사이를 걷는다.
우진: 아무도 없습니까? 있으면 제발 나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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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지른다.
우진: 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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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 길을 걷다가 문이 열린 집에 들어간다.
우진: 어, 우리 집인데…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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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 쭈그려 앉아서 절규한다.
우진: 씨발, 제발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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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 서로를 껴안은 채 침대에 누워 죽은 가족의 시신을 본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온갖 집안 물건들을 부숴버린다.
우진: 이 씨발새끼들아! 제발 그만해! 그만하라고, 이 개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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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 절규하던 와중, ‘뿌뿌, 뿌뿌’ 소리가 난다.
우진: 어?
그의 심장은 쿵쾅거리고, 잠시 바닷가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우진: (마음의 소리) 아, 벌써 30분이야!
우진, GPS 신호의 진원지로 뛰어간다. 그곳이 가까워지면서 GPS 추적 장치가 ‘삐, 삐, 삐,’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자 우진은 활짝 웃으려고 한다.
우진: (마음의 소리) 이제 거의 다 왔어!
우진: 여러분, 제가 갑니다! 드디어 왔으니까…어?
우진은 진원지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 대신 테이블 위에 태양전지 보조배터리와 연결된 핸드폰이 하나 있었다. 우진은 GPS 장치를 끈 다음 가까이 걸어간다.
우진: 아무도 안 계십니까?
그는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먼저 문자 버튼을 눌러 구조요청을 보낸 메시지를 읽어본 다음, 핸드폰의 설정으로 들어가서 배터리 사용 시간을 본다. 거기에는 핸드폰이 핵전쟁 당시에 잠시 꺼졌다가, 며칠 후 다시 켜져 있다는 내용의 그래프가 보인다. 우진은 테이블 의자에 앉는다. 잠시 후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일어선다.
우진: 고작 이거였어? 고작?
우진, 주변을 잠시 돌아보다가 콜라 캔 하나를 바라본 뒤 발로 차버린다.
우진: 씨발!
우진, 발을 동동 구른다.
우진: 개좆같네, 씨발! 애미 씨발 진짜….
우진, 핸드폰에 삿대질한다.
우진: 왜 니만 있는 거냐? 주인은? 주인은 어디다 쳐두고 니가 씨발 왜 여기 혼자 있는 건데!
우진, 잠시 발을 구르다가 주위를 둘러보고, 양손으로 얼굴을 툭툭 친다.
우진: (마음의 소리) 씨발…그래도 보고해야 해.
그는 무전기를 켠다.
우진: 아아, 정 중위님 들리십니까?
미래: 그래, 말해.
우진: 진원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핸드폰 혼자 충전되었던 겁니다.
잠시 침묵.
미래: 자세히 얘기해봐.
우진: 배터리 사용 시간을 보니까 핵 공격 직전에 꺼졌습니다. 며칠 후 아침에 보조배터리가 태양열을 쓰다보니 저절로 충전되어서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미래: 알았다. 그건 그대로 두고 귀환해, 이상.
‘뿌뿌, 뿌뿌’ 소리가 다시 난다.
우진: 어, 가야지….
우진, 등을 돌리며 바닷가로 향해 뛰다가 핸드폰을 쳐다본다.
우진: 아 잠깐.
그는 핸드폰의 보조배터리를 뽑은 뒤, 전원을 끄고 뛰어간다.
S#33. 병원 피폭 환자 격리실 (밤/안)
내빈의 신음이 나면서 다시 격리실 문이 보인다. 장면이 전환되어 내부에서는 내빈이 거친 숨을 쉬면서 몸을 움직인다. 그 옆 단상에는 내빈의 가방과 살짝 삐져나온 일기장이 보인다.
내빈: 이거 하나만…으으…기억해줘요.
성연: 뭐죠?
내빈: 저 여친이…죽었어요….
성연: 아…안타까워요.
내빈 : 같이 오다가…죽어서 묻어줬는데…그 위치는…으으윽…!
성연: (마음의 소리) 나도 곧 저렇게 되는 걸까…무서워….
내빈: 차라리…여친…으으윽…에게 갈게요…으으윽!
의사: (눈을 크게 뜨며) 간호사님, 그 약 가져와요!
간호사: 아직 시험용인데요?
의사: 상관없으니까 빨리요!
간호사가 약들이 들어있는 서랍을 열어본다. 성연은 내빈을 바라보며 서있다.
의사: 성연님!
성연: (화들짝 놀라며) 아, 네네!
의사: 제가 환자분을 고정할 테니, 알콜 솜 좀 가져와요!
성연 네!
성연이 격리실을 나간다. 잠시 후, 그녀가 알콜 솜을 들고 들어온다. 성연이 간호사의 주사기를 보았다가 의사를 바라본다.
성연: 이거…설마….
의사: 네, 맞아요. 환자분을 고통 없이 보내드리게 하는 약이에요. 아직 시험용이라 성능이 좀 별로이지만 지금 아니면 쓸 곳이 없을 것 같네요.
의사, 누워있는 내빈을 일으켜 세운다.
의사: 자, 환자분!
내빈: …네….
의사: 이 약 맞으시면, 고통은 없으실 거예요. 괜찮으시겠어요?
내빈: …네! 제발 여친에게 보내주세요!
의사: 간호사님, 내빈님께 주사해주세요. 성연님도 이분 잡아드려요!
의사와 성연이 내빈을 붙들고, 간호사가 내빈에게 약을 주사한다. 여전히 고통받는 내빈을 내려다보며, 성연은 울상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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