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유독 약자를 주제로 한 드라마나 소설 등에서 '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이상적인 약자'를 설정해 두는 경우가 많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국의 매체에서 나오는 약자의 경우에는 두드러지는 약점 하나를 제외한다면 다른 거의 모든 것이 보통 수준도 아니고 완벽한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시청하지는 않았지만, 듣기로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엘리트 변호사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리고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들은 벌써 자폐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한국인들의 자폐에 대한 관심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은 '장애인과 약자를 위하는 자기 자신'을 보면서 나르시시즘에 빠지고 싶어할 뿐, 본질적인 약자의 인권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우영우같은 드라마가 100개 유행한다고 해서 한국인들이 약자를 대접하는 것이 나아질 것 같은가?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자기의 나르시시즘을 채워줄 만한 만들어진 꼭두각시 약자를 원할 뿐, 진짜 약자에게는 누구보다 잔인하게 군다.

정말로 약자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들에게 따뜻하게 대할 수 없으니, 그 대안으로 찾는 것이 우영우와 같은 잘난 장애인이다. 한국인들은 현실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이상적인 장애인'을 설정해 두고 그 꼭두각시를 보는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평소 자기가 약자를 멸시했다는 사실들에 대한 죄책감을 씻는다. 현실적인 장애인과 약자들을 똑바로 직시하고 그들에 대한 배려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상적인 예시를 설정해두고 시선을 회피하는 행동이다.

근본적으로 이상적인 약자를 만드는 이유는 그들이 진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약자들을 배려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약자들을 역겹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인간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어필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우영우와 같은 이상적 약자에 대한 시혜적 시선을 보임으로써 나르시시즘을 충족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약자를 동정한다면 이상적인 약자를  만들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