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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홍콩발레단, <로미오+줄리엣> - 향수(鄕愁)의 시대 (스압)

발갤러(108.14) 2024.03.24 02:07:46
조회 1424 추천 39 댓글 36
														

롬앤쥴의 발갤에서 작년에 봤던 셉팀 웨버의 롬앤쥴 후기 올려봄. 글자수 제한 진짜 개짜증난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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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 Kong Ballet | Romeo + Juliet [Septime Webre]

New York City Center | Jan 13, 2023


1. 처음 알게 된 발레단이지만 홍콩 발레단은 컨셉화보를 끝내주게 잘 찍는다. 로미오와 줄리엣뿐만 아니라 그냥 얘네 홈페이지 사진까지도 멋있더라; 그리고 나눠준 프로그램 북에 온라인에 없는 사진도 몇 장 있는데 고화질로 갖고 싶었던 사진이 있어서 아쉬움. 사실 내가 이걸 볼까 말까 상당히 오래 망설였는데, 사진이 너무 좋은데 반해 티저 영상이 별로였어서 그렇다. 사진만 보면 보러 가고 싶은데 영상을 보면 아 이거 미묘한데? 싶고...망설이다가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결제하고 보러 갔는데 1막 끝나자마자 미친 듯이 다음날 티켓 남았는지 검색함 ㅠㅠ 이렇게 존잼일줄 알았으면 내가 양일 모두 예매했을 거 아니요... 저기요 티저 누가 찍었냐...


2. 나는 홍콩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는 아니다. 어쩌다 보니 보게 된 건 고작해야 중경삼림과 화양연화, 그리고 무간도 정도? 패왕별희랑 해피 투게더는 무서워서 못 보고 있음. 리뷰마다 왜 다들 눈물바다야... 이 중에선 중경삼림 제일 좋아함. 어쨌든 나는 그래서 이 발레가 당연히(!) 80년대 홍콩 배경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홍콩 영화라면 당연히 80년대 아닝가요...라고 한국인의 마인드로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컨셉화보가 누가 봐도 화양연화인데 화양연화 배경이 1962년도잖아? 급납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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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중의 관점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새로 쓴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가장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진 새로운 롬앤쥴은 아마 디카프리오와 데인즈가 출연한 배즈 루어만의 로미오+줄리엣일텐데, 20세기의 보편적인 미국 도시의 감성이 할리웃 영화로 잘 다져진 전 세계에 잘 먹혀서인 거거든. 미국 해안 소도시와 사막, 20세기 청년들의 사랑. 당장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만 해도 50년대 뉴욕 이민자들에 대한 배경적 지식이 없으면 개노잼인걸. 제롬 로빈스가 살렸던 거지... 난 웨사스 리메이크가 망할 거라고 예측했었고 실제로 망했던 걸 보면 내 분석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함. 아, 내가 저스틴 펙 안무를 싫어해서 그런 것도 있음. 딴 얘기지만 난 2000년대 극 초반에 뉴욕의 한 중학교에서 롬앤쥴과 웨사스를 교과서로 사용했기 때문에 두 텍스트를 함께 배웠는데, "뉴욕에 거주"하고 "이민자"였던 나에게도 웨사스는 시대상 때문에 너무 멀었다. 저어는 애초에 어퍼 웨스트 사이드 링컨스퀘어 근처가 빈민촌이던 시절을 모르는걸요... 나에게 여기는 항상 부촌이었다고. 참고로 이 지역은 현재 뉴욕 공연문화의 중심지로, 링컨 센터, 즉 뉴욕시티 발레단과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 메트 오페라, 줄리아드 스쿨이 위치하고 있다. 덕분에 여기에 있는 뉴욕 공립 도서관에는 모든 뉴욕의 공연예술 자료가 싹 몰려있음. 소장하고 있는 발레 영상도 엄청 많다. 그냥 빌릴 수 있는 디비디도 있는데 희귀자료도 도서관 내에서 볼 수 있음.


4. 하지만 발레 팬의 관점에서는? 생각보다 리메이크 난도가 낮다. 발레에 입덕하고 사실 처음에 재밌다고 느꼈던 것들 중 하나가 하나의 테마로 다른 프로덕션이 질릴 만큼 많다는 거다. 나는 대략 20여 종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를 봤고, 같은 테마의 다른 발레 여러 편을 보다 보면 대략 한두 개만 인상 깊은 편인데, 롬앤쥴은 인상 깊었던 버전이 꽤 많은 편이다. 라브로프스키 버전, 마이요 버전, 본 버전, 말랑당 버전, 비곤제띠 버전 등등. 그리고 이걸 보고 웨버 버전을 추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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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 다섯 버전에 대해 좀 설명하자면, 레오니드 라브로프스키는 모든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의 부모 격이라고 보면 된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프티파 시절의 오래된 발레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롬앤쥴 발레는 소련 시절 처음 고안되었다. 그것도 영국도 이탈리아도 아닌 러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짐. 제일 처음에 만들어진 안무는 라브로프스키의 것이 아니지만, 이전의 롬앤쥴은 안무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고 (사실 라브로스키와 소련시절보다 이전으로 넘어가면 체코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데 그냥 넘어가자) 우리는 라브로프스키를 최초로 히트친 롬앤쥴로 본다. 보통 정통적인 롬앤쥴 발레라고 하면 발레 팬들 대다수는 케네스 맥밀란의 롬앤쥴을 떠올리고 그게 제일 유명하기도 하고 평론가들이 새로운 형식의 발레였다면서 엄청 빨아주기도 하는데... 난 안 좋아한다. 맥밀란 롬앤쥴은 너무 춤보다 마임이 많아서 발레 같지가 않음. 난 초창기의 차라리 연극에 가까운 맥밀란 안무보다 기기묘묘한 고난도 동작을 팍팍 넣고 춘 맥밀란 후기 작품들이 훨씬 좋다고 ㅠㅠ 마린스키의 비쉬뇨바와 쉬클랴로프가 춘 라브로프스키 버전은 블루레이도 갖고 있고 대여섯 번쯤 복습한 것 같은데, 쉬클랴로프가 자신 있게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역은 로미오라고 했던 만큼 연기가 좋다. 비쉬뇨바도 이때 이미 30대 중반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영락없는 10대 소녀 같았고 연기가 개쩔었다. 쉬클랴로프도 20대 후반쯤이었는데 10대 소년미가 좔좔 흘렀고. 파티장에서 마스크 쓴 채 가까워지는 동안 다른 파티 참여자들은 전부 뒤돌아서 존재감을 죽이고 화려한 천이 내려와 둘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연출은 볼 때마다 간질간질함. 여기의 티볼트는 내가 본 가장 미친 티볼트고 여기의 캐퓰렛 부인은 가장 무서운 캐퓰렛 부인임. 좋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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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국립발레단이 의외로 마이요 버전 롬앤쥴을 갖고 있어서 좀 놀랐는데, 국발버전은 못 봤지만 볼쇼이의 올가 스미로바가 마이요 잠미녀를 공연한 걸 본 다음에 이건 베르니스 코피에테르가 아니면 안 되겠구나 한 적이 있어서 솔직히 크게 기대는 안된다... 스미로바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 역할엔 아니었음. 베르니스 코피에테르는 키가 180센티가 넘는 금발 숏컷의 무용수로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영원한 뮤즈이자 아내인 사람이다. 코피에테르의 줄리엣은 내가 만난 발레 속 줄리엣 중에 가장 강인하고, 가장 빛나고, 너무나 성숙하고 아름다운 줄리엣이다. 내 여자 취향이 마이요랑 비슷함 ㅠ 젠장 대머리 아저씨와 내 취향이 같다니 무슨 일이요... 각설하고 이게 신선하고 잘 먹혔던 건 기본적으로 배즈 루어만의 20세기 롬앤쥴 영화가 성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16~17세기 갬성을 20세기로 옮겨와서 성숙한 로미오와 줄리엣 캐릭터를 구축하고 스토리텔러로서 시간을 멈췄다가 흐르게 만드는 로렌스 수사를 적절히 배치한 뒤 흰색 가벽 몇 개와 조명만으로 엄청나게 현대적인 무대를 만들었거든. 특히 광대들의 춤 부분 음악의 인형극으로 둘의 미래를 스포일러 하는 부분, 그리고 철저하게 편곡된 음악과 조명, 느린 타이밍으로 춤추는 무용수들로 구현한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 살해씬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인형극으로 스포하는 부분은 노이마이어의 롬앤쥴에도 나오는데 노이마이어 밑에서 마이요가 수학했던걸 생각하면 놀랍지 않다. 단지 노이마이어 롬앤쥴은 10대 초반 애들이 소꿉놀이하는 거 같았음. 난 역시 마이요같이 으른들의 사랑이 좋고... 아, 이 버전 기사들의 춤 부분의 안무가 살짝 아쉽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이건 롬앤쥴 발레 역사에서 정말 혁신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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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매튜 본의 롬앤쥴은 근미래 청소년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이게 플롯만 보면 로미오와 줄리엣과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10대 소년소녀가 억압된 환경에서 정신병을 앓고, 결국 그 정신병으로 인해 모두 함께 파국을 맞이하는 내용인데... 보통 발레를 안 보던 사람은 이걸 보면 이게 왜 로미오와 줄리엣이야?라고 어리둥절해 하고, 발레 팬들은 이게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이 아니라는 걸 거의 인지하지 못한 채 당연히 이건 롬앤쥴이라고 생각한다. 매튜 본의 안무가 교묘한 게 이 지점인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냐면 발레 팬들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당연히 프로코피예프 음악이고 (드물게 베를리오즈나 차이코프스키, 심지어 팝음악인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쓰는 프로덕션도 있지만) 비교적 근래에 작곡되었기 때문에 모든 악장이 어떤 무대를 목적으로 쓰였는지 전부 명확히 남아있고 90% 이상의 롬앤쥴 발레는 이 음악의 문법을 따라가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줄리엣이 등장하고 유모랑 장난칠 때, 캐퓰렛 가에서 파티를 열 때, 발코니에서 둘이 사랑을 속삭일 때, 로렌스 수사 앞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머큐시오가 티볼트와의 싸움으로 죽을 때, 로미오가 티볼트를 죽일 때, 캐퓰렛 부인이 분노할 때, 줄리엣이 약을 마실 때, 줄리엣의 장례식....이 모든 장면에 각각 특정한 음악이 이미 죄다 정해져있단 얘기다. 배경이 정신병원이라도 둘은 같은 음악에서 결혼식을 하고 같은 음악에서 파티가 열리고 같은 음악에서 사랑에 빠지고 같은 음악에서 사람들이 싸우고 같은 음악에서 서로가 죽는데 스토리의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수밖에 없지... 발레 팬은 바로 여기에 속는 거고. 아무튼 신기한 방식의 롬앤쥴이었음. 그리고 이건 안무도 다 현대적이고 매튜 본의 장점을 최대로 이끌어낸 느낌이어서 좋았다. 매튜 본은 클래식한 안무로 갈수록 망작이 되고 현대적인 안무로 갈수록 명작이 나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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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티에리 말랑당 버전과 마우로 비곤제띠 버전은 공통점 때문에 하나로 묶어서 설명하는데, 이 두 버전은 모두 "여러 명의 로미오"와 "여러 명의 줄리엣"을 등장시켜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로미오와 줄리엣의 개념을 재구축한 발레다. 양쪽 다 스토리 발레음악을 가지고 추상 발레를 구현했는데, 둘의 큰 차이점으로는 말랑당 버전은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쓰고 비곤제띠 버전은 프로코피예프를 쓴다는 것이다. (다른 베를리오즈 롬앤쥴로는 자샤 발츠와 모리스 베자르 버전이 있음) 둘 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어있는 마지막 장면으로 시작하고 소품 활용도가 굉장히 높다.


말랑당은 금속제 여행 가방 같은 걸 활용해서 침대로도, 관으로도 쓰고 옷을 갈아입을 때도 쓰고 굉장히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되고 특이한 미장센을 구현한다. 여행 가방 같은 상자를 소품으로 쓴 이유는 상업주의에 저항하는 테마로서 사소한 물건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특히 마지막에 줄리엣들이 한 번에 죽는 게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하나씩 죽어가는 게 굉장히 인상적임. 소리와 조명도 아주 잘 썼고 처음 보면 이해가 안 간다는 느낌이지만 개념적인 추상 발레라고 생각하고 설명을 읽은 뒤 보면 감탄이 나오는 작품이다.


비곤제띠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첫 부분의 시체안치소에서 붉은 조명으로 피가 흐르는 듯한 로미오와 줄리엣 시체들이 깨어나는 게 인상적이고, 발코니 씬이 대형 환풍기 앞에서 벌어지고 전사 같은 느낌의 줄리엣들과 로미오들이 럭비를 하듯 남녀 간의 대립으로 싸우는 씬이 기억에 남는다. 여럿의 롬앤쥴 커플마다 다른 종류의 곡예를 보여주기도 하고 끝부분은 로미오들과 줄리엣들의 시체 산들을 넘어 영상용 블록과 미디어아트로 구성된 붉은 폭포가 흐르는 절벽으로 각각 반대 방향에서 오르는 몇몇의 로미오와 줄리엣들, 그리고 마지막에 끝끝내 절벽을 올라 서로 이어지는 한 명씩 남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마무리되면서 메리 배드 엔딩으로 끝난다. 이 버전의 기사들의 춤은 가장 웅장하진 않지만 가장 현대적이고 신선했음. 단지 이건 영상이 진짜 그지처럼 찍혀서... 영상 추천은 못한다. 심지어 화보도 멀쩡히 찍힌 게 잘 없다. 안드레아스 모렐 내가 저주한다. 지금은 백만배쯤 나아졌는데 저 시기에 찍은 것들은 진심 영원히 발레영상 안찍고 퇴출되기를 매일 빌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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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휴 그리고 대망의 오늘의 주인공, 셉팀 웨버의 롬앤쥴. 이건 이전에 보지 못했던 방식의 롬앤쥴이다. 그러니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처럼 '특정 문화와 국가 배경을 이식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처음 봤다. 볼 때는 내가 동북아시아인이라 미국인들보다 아마 더 많이 이해한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았고.. 대충 화양연화를 배경처럼 떠올리고 보긴 했는데, 나중에 해설을 읽어보니까 나도 놓친 부분이 굉장히 많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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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처음 보자마자 느낀 건, 야 이건 양키들한테 먹힌다! 였음. 안무가(이자 발레단 단장인 셉팀 웨버)가 미국인이라서 그런가 양키가 환장하는 오리엔탈리즘과 이국적인 느낌의 포인트가 진짜 잘 잡혀있음. 특히 기사들의 춤 부분, 막이 올라가면서 금색 용과 붉은빛의 향연으로 휘황찬란하게 치장된 화원해선방 식당 안에서 몸에 쫙 달라붙는 붉은 치파오와 각잡고 차려입은 검은 턱시도를 입고 춤추며 파티하는 게 나오는데 나는 내가 동양인인데도 오리엔탈리즘 뽕이 차오를 거 같은 기분이 들더라. 정말 비주얼이 미쳤음. 색색깔의 네온사인으로 어지러운 거리, 그림으로 그려진 외화 포스터, 길거리 음식을 파는 좌판들과 동네 건달들까지 60년대 홍콩 거리의 왁자지껄한 느낌이 대단했다.


11. 나는 처음에 음악이 편곡되지 않아서 그게 불안했었다. 내심 좀 더 내 상상 속의 홍콩스러운 느낌이 나도록 편곡했으면 좋겠단 기대를 품고 공연장에 들어갔는데 첫 부분은 일반적인 프롤로그보다 늘어지는 느낌이라 왜 이렇게 느리게 추지? 무용수도 불안정한 느낌인데... 했지만 그건 추진력을 얻기 위한 안배였음을.... 진행되다 보니 제대로 빠르고 급박하게 돌아가야 하는 부분은 템포를 확 조였더라. 그리고 1막이 끝날 때쯤엔 인정해야 했다. 이건 중화풍으로 편곡할 필요가 아예 없었다는 걸. 프로코피예프가 홍콩 그 자체인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서양문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영화산업이 발달하던 경제부흥기의 홍콩에 걸맞은 웅장한 음악이었음.


12. 안무에 대해 말하자면 동작면에서 아주 인상깊었던 건 없었지만 동작이 엄청 이상하고 지루하다 그런 것도 아니었음. 쿵푸같은 무술 동작을 패거리 싸움에 섞긴 했는데 이게 안무가의 오리지널이라기보다는 아예 무술 전문가를 초빙해서 조언을 얻어 만들었더라고. 아, 굳이 인상적인게 있다면 점프할 때 사람을 디딤돌로 밟는(...) 안무가 많았다. 확실히 상대적으로 점프가 더 높이 느껴지긴 했는데 계속 사람이 숙이거나 웅크리고 그 위를 밟고 해서 괜찮나 싶긴 했음... 무용수 퀄리티 역시 그렇게까지 인상깊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더라. 솔직히 처음엔 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별 문제는 없었던게 아무래도 첫날 공연이라 익숙치 않은 무대에 초반부 긴장때문이었던거 같다. 갈수록 점점 더 잘하더라고. 단지 13일의 로미오 무용수가 전투부분에서 각목을 너무 못휘둘러서 약간 짜증났다. 다른 조연들은 진짜 조폭들 패싸움처럼 리얼하게 휘두르는데 주인공이 되어서 뭐하는거지 싶었음. 아, 머큐시오(Little Mak) 연기가 인상깊었다. 머큐시오가 원래 모든 롬앤쥴 발레에서 감초역할을 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귀엽고 악동같은 머큐시오는 마린스키의 알렉산더 세르게예프 이후로 처음 봤다. 외모는 세르게예프 쪽이 더 취향이지만... 아무튼 머큐시오 역 무용수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서 관객의 환호를 받았음. 끊임없이 티볼트(Tai Po)에게 키스를 퍼붓고 짜증내는 티볼트가 특히 압권이었고.


13. 이 60년대 홍콩의 배경과 소품에 대해서는 좀 길게 풀어볼까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보다가 아, 이건 미국인들이 이해못하겠는데 싶었던 부분들이 몇 군데 있었음. 그렇지만 이게 본래 외국인 관객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게 아니라 홍콩 국내 관객을 대상으로 제작된 발레라고 생각하면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아시안이라도 홍콩인이 아닌 나에게 이해안가는 것들도 꽤 있었고. 애초에 한국인에겐 이탈리아의 베로나도, 홍콩의 웡곡(旺角), 성완(上環), 완자이(灣仔) 등의 도시도 그렇게 익숙한 곳은 아니니까. 사실 내가 홍콩에 대해 아는 거라곤 홍콩 섬이 있고 구룡반도가 있다는 것밖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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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두 가문의 전투씬이다. 의외로 이 가문 간의 전투씬은 한국인에게 묘한 향수를 느끼게 했는데...솔직히 야인시대st 조폭물이 떠올랐다. 왜 그런 거 있잖음, 양복 쫙 빼입은 조폭 두목과 각목 들고 패싸움하는 쫄따구들. 이게 이 발레에서의 가문 간 패싸움이다. 조폭들이 총칼을 쓰기보다는 각목과 맨주먹으로 싸우던 시절을 묘사해놨는데 우리 시대극에서 흔하게 보이는 장면이라 이거 아시아권이 공유하는 조폭 문화인가 약간 의문이 들었음. 사실 서양권에서 현대적으로 개작한 롬앤쥴은 거의 무기가 없으면 천으로 목을 졸라 죽인다거나 아니면 총을 쓰거나 하고, 또 보통은 머큐시오와 티볼트 외의 조연이 죽어나가는 연출이 없어서... 왜 이 버전에서는 양복 입는 시절에 왜 쟤네는 총칼을 안 쓰는지 + 싸우는데 왜 굳이 양복을 입고 있는지 + 중세 시대도 아닌데 길거리 동네 패싸움에서 왜 사람들이 찐으로 죽어나가는지(...) 양키들은 잘 이해를 못할거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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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 같은 장소 배경도 과연 미국인들이 이게 무슨 장소인지 이해를 할까 싶었음. 한국도 마장이 존재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한국은 마작이 일단 도박으로 때려잡았던 것도 있고 해서 하는 사람만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더라. 그래도 일본 만화나 홍콩 영화 등의 영향으로 대강 사각으로 된 초록색 테이블 위에서 네 명이 앉아 패를 돌리는 게임이라는 개념 정도는 가진 사람이 많지 싶다. 나는 온라인으로 일본식 리치 마작만 보통 치다가 대만인 친구네 가족이랑 실제로 쳐보니까 대만 마작이랑은 차이가 좀 있어서 헷갈렸음. 문제는 미국인 대다수는 Mahjong(마작)이라고 하면 보통 패 맞추기(같은 그림 찾기) 모바일 게임 같은 걸 떠올린다는 거다. 그게 뭐 마작패로 하는 건 맞긴 하지... 맞긴 한데. 프로그램북에는 마작을 치면서 어쩌고 써놓고 정작 발레로 구현하다 보니 마작패가 없이 초록색 사각 탁자만을 소품으로 가져와 마작을 하는 동작의 안무를 하는데, 패를 쓸어모으거나 패를 맞춰서 세우거나 패를 돌리거나 하는 동작을 이해하는 미국인이 몇이나 될까 싶어지긴 했음. 이게 프로그램북에서 말하는 마작치는 장면이라는 것 자체를 이해 못 하지 않았을까. 참고로 저건 60년대에나 쓰이던 테이블 형식이고 요새는 어지간한 마장에선 저런 테이블 안쓴다. 자동으로 마작패 깔아주는 전동 마작 테이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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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로렌스 수사 앞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치르는 장면이 이 홍콩 발레단 버전에서는 로미오의 사부님의 주선으로 불상이 많은 절 같은 곳에서 붉은 옷을 입고 박수를 치며 절을 하고 인연의 붉은 실을 서로 잡은 채 춤을 추는 걸로 구현이 되는데, 이게 발레를 원래 보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음악으로 이게 혼례식 장면이라는 걸 눈치채겠지만 발레를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둘이 뭐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가고 손뼉 치며 절하는 장면을 개그코드라고 인식했는지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아니, 그건 개그코드로 넣은 게 아니에요...ㅠㅠ 나도 물론 중화권 전통혼례에 대한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그쪽에선 붉은 옷을 길하게 여겨 혼례식에 일부러 붉은 옷을 입고 온 것과 월하노인이 붉은 실로 인연을 맺어준다는 중국 설화(긴 한데 보통 내 또래 한국인은 일본 만화를 보고 자라서 붉은 실이 뭔지 아는 편이긴 하지...)로 붉은 실이 인연의 의미라는 걸 알고 볼 수 있었는데, 미국인들은 발레 팬이 아니라면 이 부분의 혼례식을 혼례로 이해를 못한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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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돌린 음악 부분은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음악에서 안무 자유도가 높은 몇 안 되는 부분이라 (위에 언급했다시피 프로코피예프의 롬앤쥴은 장면마다 음악이 다 정해져있어서 이 틀을 깨기가 어렵다) 라브로프스키는 이 부분의 음악을 광대들의 춤으로 표현했고, 맥밀란은 그냥 평범하게 만돌린 들고 음악 연주하는 걸로 표현했지만 노이마이어나 마이요는 이 부분을 인형극으로 각색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파멸적인 운명을 암시하는 등 색다른 오마주를 보여주는 구간이다. 그리고 셉팀 웨버는 이 부분을 1960년대 태동하기 시작한 홍콩 영화산업의 오마주로 사용했다. 거리에서 출입통제를 하며 감독과 카메라맨, 배우들이 영화를 찍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60년대 이후 아시아의 영화계를 홍콩이 책임졌다는 걸 아는 아시안이나 이해하는 오마주지 미국인들은 영화에 지대한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에는 잘 모를 것 같더라. 특히 무술/쿵푸영화 같은거. 그나마 발레 팬이라면 여기가 자유 안무로 쓰이는 구간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무언가의 오마주라는 걸 눈치챌 수 있겠지만...


14. 그리고 내가 공연을 보는 동안엔 몰랐던 이야기들. 프로그램 북에 실린 시놉시스를 읽다 보면 로미오와 줄리엣 이름은 성의 없게 하나도 안 바꿔놓고(사실 홍콩 사람들은 영어식 이름과 광둥어식 이름 둘을 같이 쓰긴 한다. 양조위도 크레딧 보면 전부 Leung, Chiu-wai라고 표기된게 아니라 Tony Leung이라고 쓰인게 그래서임.) 의외로 다른 인물들을 상당수 수정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로렌스 수사 역을 로미오의 (무술) 사부님으로 바꿔놓은 것이 눈에 띈다. 시놉에서는 Sifu, or Master라고 써놨는데 쿵푸판다를 본 짬으로 눈치껏 아 이거 사부(師傅)구나 했다. 배경 설명 유투브를 보니 이게 생각보다 세심한 변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내가 사진도 찾을 수가 없고 확신할 수는 없는데 이 사부의 거처가 ㅇㅇ堂이라고 쓰여 있었거든.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무술 사부라는 건 쿵푸의 대가일 뿐 아니라 도수치료도 하고 약 처방도 내리는 의원 역할도 한다고 한다(跌打舖). 줄리엣은 다들 알다시피 로렌스 수사에게 약을 받아서 마시고 죽음을 위장했으니 약을 줘야 하는 사람이 로미오가 의지하는 사부로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보통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에서 유모의 역할은 줄리엣의 보호자임. 이게 무슨 의미냐면, 줄리엣은 공식적인 보호자인 자신의 어머니와 별로 친하지 않음. 유모랑은 장난치고 놀고 유모에게는 연애사정도 털어놓고 연애편지도 전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어머니가 나타나면 급격히 예의를 차리는 쪽이다. 그래서 유모는 줄리엣에게 있어 보통 어머니의 대체 역할인데, 여기서는 또래의 몸종(Amah, or Nurse/阿嬷)으로 역할을 바꿨다. 한국인으로서는 이 구도에서 영화 아가씨를 어쩔 수 없이 떠올릴 수밖에 없었지만... 아니 근데 이게 나 혼자만의 의심이라고 하기에는 둘이 처음 등장하는 부분에서 얘네가 가슴을 더듬는다거나 하는 성적인 의미가 포함된 터치가 좀 있단 말임 ㅠㅠ 몸종과 모시는 아가씨 사이의 묘한 백합 분위기가 그렇게 흔한 픽션에서의 클리셰인가? 모르겠다 아무튼 난 제작진 중에 영화 아가씨 본 사람 있는 거 아닌지 의심함.


주요인물 중에 이름이 제대로 개명된 건 티볼트인데, 여기서는 타이포(Tai Po/太保)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여기서는 티볼트가 삼합회의 수장으로 나옴. 드라마투르기가 설명을 두루뭉술하게 하고 넘어가서 솔직히 헷갈린다. '타이완에서 유래된 이름이고, 그래서 홍콩의 역사적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로미오와 줄리엣에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고만 설명하면 외국인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대충 타이포라는 대만 도시가 있는 것 같은데 대만과 홍콩 간의 관계를 암시하는 건가 싶다. 티볼트가 약자를 괴롭히고 강압적인 인물임을 생각하면 별로 대만이랑 사이가 안 좋았나. 로미오는 설정상 홍콩 유력 가문 출신이고, 줄리엣은 삼합회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아마 상하이 출신일) 홍콩 재벌가 여식이거든. 당시 홍콩 재벌들은 부자인 백인 투자자들과 결혼으로 동맹을 맺거나 하는 일이 흔했나 본데, 여기서 개명된 파리스, 미스터 파커가 홍콩에서 꽈이로우(Gweilo/鬼佬)로 지칭되는 외국인으로 등장해 줄리엣의 부모가 줄리엣과 이어주려고 한다. 여러모로 잘 들어맞는 시대상과 인물이라 재밌음. 마지막으로 광둥어 발음 표기법으로 시놉시스에 표기되어 있는 건 나쁜 여자들(Fei Nui/飛女)인데 이게 원래 라브로프스키 버전에서는 없고... 존 크랑코였나 케네스 맥밀란이었나 아무튼 두 버전 중 하나에서 처음 로미오 벤볼리오 머큐시오 삼총사랑 짝맞추려고 넣은 세 명의 여자들인데 여기서 구현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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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인물들뿐만 아니라 보는 동안 아무래도 사건들이 벌어지는 장소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 본 다음에서야 홈페이지에서 대강의 정보를 찾을 수 있었음. 먼저 캐퓰렛 가의 파티가 열리는 연회장으로 나오는 화원해선방(華園海鮮舫) 식당은 보통 영미권이나 우리나라에 점보 킹덤으로 알려져 있는 진보해선방(珍寶海鮮舫)과 태백해선방(太白海鮮舫)의 오마주인 것 같다. 이게 뭔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바다 위에 떠있는 고오급 레스토랑임. 원피스 바라티에 실사판 70년대에 개업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망하고 지금은 바다에 가라앉아 수장되었기 때문에 두 번 다시 가볼 수 없는 곳이 되었지만, 헐리웃 스타들도 많이 다녔다고 하고 무간도2, 레지던트 이블, 007 시리즈,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 도둑들에서도 나왔다고 함. 난 왜 도둑들 봤는데 기억이 안 나지... 어쨌든 구글링하면 명나라 시대 궁을 모방해 만든 대규모 레스토랑이 바다 위에 떠있는 걸 볼 수 있다. 홍콩에서는 보통 결혼식도 이런 고오급 레스토랑을 빌려고 하는 편이라고 하니 연회장으로 식당을 고른 게 적절한 배경인 듯. 단지 그냥 식당 이름만 적어놓고 바다 위에 떠있는 걸 구현하지 않은 건 좀 아쉬웠다. 그냥 건물 형태에 華園海鮮舫/Wah Yuen Floating Restaurant라고 적어놨는데 나도 볼 때는 떠있는 레스토랑이라는 게 무슨 의미지? 하면서 봤거든. 홍콩이 섬이라는 걸 평소에 생각안하고 살아서 수상 레스토랑의 개념 자체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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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소품 중에 페이케이람(飛機欖)을 넣은 통이 나오는데, 솔직히 이거 공연볼 때는 생수통인줄 알았음... 길거리 음식 좌판 아저씨가 생수통 같은 걸 들어올려서 패싸움 할 때 각목을 막고 통으로 싸우길래 저게 대체 뭐여 했거든. 근데 안무가 설명 보니까 페이케이람이라는게 홍콩 사람들에겐 추억의 길거리 간식 같은 거더라고. 홍콩 사람들이 이걸 보면서 저 페이케이람 박스를 알아보길 바라면서 저런 장면을 넣었다고 하길래 되게 세심하게 신경썼구나 싶었음. 페이케이람은 감초와 소금 기타 전통 향신료로 절인 다음 올리브 모양을 만들어 굳힌 달콤새콤짭짤한 스낵이라고 하는데, 사실 미국에서 자란 내 입장에선 감초맛 스낵이라면 검은색 트위즐러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뭔 맛이야 이게. 왜 이걸 飛機欖이라고 부르는가하면, 欖은 올리브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고, 飛機는60~70년대의 아직 홍콩의 건물이 높지 않던 시절 건물 위쪽에서 소리쳐 부른 후 돈을 던져주면 노점상들이 페이케이람 봉지를 위층으로 던져줘서 비행기란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홍콩의 건물들이 전부 높아지면서 더이상은 이런 초록색 통을 들고다니는 노점상을 찾아볼 수 없게되었다고 하는데 나도 80~90년대에 내가 군것질하던 것들을 발레에서 본다면 반가울 것 같긴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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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씬이 뭔가 고풍스러운 동양풍 다리 위에서 펼쳐지긴 하는데 파이프를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공사현장(Scaffolding)처럼 보여서 당황했다. 나중에 무대세트/의상 디자이너 설명 보니까 60년대부터 지금까지 홍콩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풍경이라고 하면 아마 이런 공사현장일거란 생각이 들어서 넣었다고 함.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건축용어로 비계(飛階)라고 부르는 것 같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많이들 아시바(足場)라고 일본어를 쓰는 것 같다. 홍콩에서는 棚架라고 부른다는데 중국본토에서는 腳手架, 타이완에서는 亦稱為鷹架라고 부른단다. 우리 전부 다 한자문화권 아님? 왜 죄다 다르게 쓰냐; 아무튼 발코니 씬은 보통 높이차가 있는 세트를 이용해 여러가지 안무를 선보이다보니 이런 장치가 효과적이긴 했지만 배경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갑자기 왜 다리 공사현장이? 싶었던 건 맞음.


16. 보통은 관객에 대해 별 감흥이 없는데 이 공연만큼은 특이점을 여러 군데에서 발견했다고 해야하나... 먼저 일반적인 케이스에 대해 말하자면 보통 발레나 현대무용 공연을 가면 동양인 비율이 1~2%정도밖에 되지 않고 이 동양인 대다수는 젊은 사람들이다. 75%~80%정도는 나이든 백인 할머니들이고 군데군데 백인할배들이 껴있음. 그리고 나머지가 중장년층 및 젊은 백인 여성, 흑인 여성, 기타 인종 여성, 인종 안따져도 될만큼 남자 조금. 앨빈 에일리같은 발레단이나 여타 흑인 무용수나 안무가가 많은 걸로 홍보하는 무용단들의 경우는 관객의 흑인 비율이 확 상승하긴 함. 아 물론 한예종 학생들이 김선희 안무가님의 인어공주 공연하러 왔을 땐 한국인이 대다수이긴 했다... 김기민이 있어서 좀 더 양키가 올 줄 알았는데 별로 없길래 아쉬웠음. 인어공주 공연 좋았는데 ㅠㅠ 케네디 센터였으면 김기민 때문에 계속 보러온단 사람들도 있고 김기민 이름값으로 홍보가 잘 되었을텐데 뉴욕엔 마린스키가 안와서 그런가 별로 이름이 알려져있지 않은 느낌이었음.


이번 홍콩 발레단의 롬앤쥴 같은 경우 동양인 비율이 10%가 넘어보여서 확실히 좀 놀랐음. 중국어도 들리고 영어만 쓰는 동양인도 있고 한국어도 들리더라고. 죄다 젊은 사람들이었음. 무용 공연에서 이렇게 동양인을 많이 보는 건 처음이긴 한데 그래도 20%가 안되는 느낌이라 복잡미묘한 느낌. 아마 어딘가에서 초대권 뿌린게 아닌가 싶었다. 백인 할머니들이 50%가 안되는 느낌이었음. 사실 이게 제일 놀라웠다...어지간하면 춤이란 춤은 다 보는 할머니들이 안왔다고? 오히려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다양한 인종으로 몰려온 느낌이라 깜짝 놀랐음. 심지어 고등학생 정도밖에 안되어보이는 애들도 보러왔길래 대체 어디에 무슨 홍보를 해서 초대권을 뿌렸길래 관객층이 이렇게까지 제멋대로지? 싶어짐. 그리고 무용 관객은 늘 보는 사람이 또 보고 또 보는 항상 고인물이란 느낌인데 발레를 처음보는 거 같은 관객이 많았음. 시작하기 전이랑 인터미션이랑 나와서 들리는 말소리들로 추정해보면 확실히 늘상 듣던 고인물끼리 나누는 대화들과 달랐거든. 내 오른편으로 앉았던 백인 아주머니 두분은 시작 전에 나 발레 처음보는데 완전 기대돼! 아 난 옛날에 한번 본 적은 있어, 지젤이었나? 같은 소리를 하고 계셨고 (이분들 끝난 다음 원더풀이랑 어메이징을 스무번은 외치신거 같음;) 1막 끝나고 인터미션에 잠깐 나오니까 젊은 히스패닉 커플이 와 나 바보인가봐 이게 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걸 1막 거의 끝날 때 알았다니까! 이런 얘기를 하고 있고... 끝나고 집에 가는 지하철을 탔는데 사방팔방에서 젊은 사람들이 방금 본 로미오와 줄리엣 소감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되게 적응이 안되는 기분이었음. 이제까지 그 어떤 공연을 봐도 이렇게 몰래 카메라 당하는 기분은 안들었었거든. 아무리 공연직후라지만 내가 걸어가는 길거리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내 장르 덕톡을 하고있다니요 이게 대체 무슨 일임;


지하철 옆자리에서 고딩으로 보이는 코카시안 라티노 아시안 애들 세명 조합이 "근데 그 중간에 카메라로 뭐 찍고 그러던거 말야 그건 대체 왜 들어있었던 걸까? 광고 찍는거였나? 전혀 상관관계를 모르겠어" 이런 대화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 부분은 홍콩 영화계에 대한 패러디야. 그 당시 홍콩 영화계가 엄청 유명했거든 (아님 이제 막 영화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였음 잘못된 정보를 알려줘서 미안하다...)" 하고 끼어들고 말았다. 다행히 애들이 잘 받아주면서 "근데 그게 로미오와 줄리엣이랑 무슨 상관이야?" 하고 물어서 "그건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형식 때문이야. 보통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에 쓰이는 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인데 보통 로미오와 줄리엣의 만남, 결혼식 장면, 결투장면, 장례식 장면, 이런 모든 장면에 지정음악이 있거든. 근데 그 부분은 자유안무를 할 수 있는 구간이라 보통 안무가 재량으로 패러디나 오마주를 넣곤 해"하고 신이 나서 설명충짓을 했다. 착한 애들이라 "오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같은 인사도 해주고...나는...나는 너무 신나서 덕톡하느라 내가 내려야할 역을 지나쳐버림 ㅠㅠ 관종 오따끄짓 그만해야지....


17. 마지막 파트이자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이야기. 여기까지 와서 굳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해야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필요한 얘기라고 판단되어 언급하겠음. 이 발레를 보다가 이리저리 추측한 부분이 있다. 중간에 연회장 앞에서 무용수들이 우산을 들고 나와 춤추는 구간이 있거든. 근데 이 우산에 대한 설명은 홍콩 발레단 홈페이지 어디에도 없음. 드라마투르그 설명에도, 세트와 의상 설명에도, 안무 설명에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연습실 컷으로 잠깐 스쳐 지나갈 뿐이다. 사실 공연을 볼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집에 오다가 생각하니 이 우산이 너무 이질적인 거임. 물론 홍콩은 기후때문에 우산을 들고다니는게 흔한 일이라곤 하지만....그리고 어쩔 수 없게도, 현대 외국인에게 홍콩이라는 지명과 우산이라는 물건의 조합은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조슈아 웡의 우산혁명. 문화대혁명이 60년대에 일어난 건 알았는데 홍콩은 당시 영국령이라 아예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가 오는 길에 서둘러 검색해 봤는데, 과연 67혁명에 대한 언급이 스쳐지나가듯 홍콩 발레단 홈페이지에 있었다. 문화대혁명에 영향을 받았다는 67혁명의 정체는 반영운동이었지만, 어쨌든 홍콩의 정체성은 67혁명 이후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여기는 것 같더라고. 2014년에 정반대의 의미로 일어난 반중운동인 우산혁명을 풍자해서 발레에 넣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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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홍콩인들에 따르면 이 발레는 프로파간다를 목적으로 제작되었다고 함. 60년대의 부유하던 홍콩의 이미지를 화려하게 과시하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홍콩 내부의 탄압에서 외국인들의 눈길을 돌리기 위한 시도라고. 나는 몰랐는데 이 발레가 공연되는 양일 모두 밖에서 재미홍콩인들이 시위하고 있었다고 한다. 굳이 우산으로 춤추는 장면을 넣어서 우산혁명을 풍자하여 그것을 중국정부를 지지하던 67년도의 혁명인양 포장한걸까? 난 이 공연을 굉장히 재밌게 보았고 다음에 다시 볼 기회가 있다면 또 볼 생각도 있지만 중국 정부가 이것을 굳이 홍콩의 중국 공산당 통치 25주년을 기념한 미국 투어라고 홍콩 경제 무역 사무소(Hong Kong Economic and Trade Office, HKETO)를 통해 밝혔다는 점에서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사실에 대해서는 그 어떤 메이저 언론의 리뷰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결국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영원히 그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할테지만... 나도 사실 댄스 크리틱의 리뷰만 보지 댓글을 눌러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만 예외적으로 뉴욕타임즈의 이 발레 공연 리뷰가 너무 성의없어서 댓글에선 대체 뭐라고 하나 궁금한 마음에 우연히 눌렀다가 알게된 사실이거든. 홍콩인들이 댓글에서 여전히 홍콩에는 1200명 이상의 정치범들이 수감되어 있으며 예술가, 작가, 언론인, 음악가 등 많은 이들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면서 발레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용수들이 이 프로파간다에 동참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하고있었음.


여기까지 알게되었을 때 내가 이 발레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게 괜찮은건지 다시 고민했었는데, 그래도 역시 쓰기로 결정함. 왜냐하면... 문화와 예술은 이데올로기와 프로파간다보다 오래 살아남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기록하는 발레 팬으로서의 관점은 시간이 지나 새로 어떻게 홍콩의 상황과 더불어 어떻게 해석이 될지 현재의 나는 여전히 모르지만, 미래의 나는 알게될테니까.


여기서 잠깐 tmi인 발레의 역사에 대해 언급하겠음.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발레의 역사는 애초에 프로파간다와 함께 시작되었거든. 물론 그 원형은 14~15세기에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 페라라의 데스테 가문, 밀라노의 스포르차 가문 같이 우리가 이름 좀 들어봤을 법한 가문에서 축하연을 열거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초대하거나 했을때 제공하던 여러 엔터테인먼트들 중 춤이 있었고 그걸 위그노 학살로 유명한 카테리나 디 메디치가 프랑스로 시집가면서 이런 자기동네 문화를 들고 갔기에 프랑스에서 꽃피우게 된거지만, 문헌에 남은 것 중에 제일 유명한게 카테리나가 자기 며느리 루이즈를 위해 공연해줬던건데, 루이즈 여왕의 코믹 발레(Ballet Comique de la Reine)라는 거였고 내용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일부를 가져와서 만들었음. 그 왜 있지 오디세우스가 마녀 키르케를 만나고 도망치는 장면... 이게 사실 당시로서는 높으신 분들끼리 알아듣는 정치적인 메시지였다고 한다. 키르케는 분열의 상징이었고 종교때문에 나라가 난리도 아니니까 우리 분열되지 말고 좀 잘해보자는 뭐 그런 메시지. 그 뒤로 발레는 확고하게 궁정문화로 자리잡아서 카테리나의 손자인 루이 13세도 열성팬이었고, 한국인에겐 태양왕으로 유명한 루이 14세도 어릴때부터 주연으로 춤추기를 즐겼음. 애초에 루이 14세의 태양왕이라는 별칭은 루이 14세가 발레 무용수로 나서면서 태양신 아폴로 역할을 하는 걸 즐겼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임. 루이 14세는 이걸 꽤 정치적으로 이용했는데, 내가 아폴로 태양신이고 왕의 권력은 신이랑 동급이다 뭐 이런 왕권신수설을 위해 발레를 스스로를 과시하고 권력을 다지는 자기 PR로 사용함.


사실 그렇게까지 오래 전으로 거슬러가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러시아 발레가 소련의 프로파간다로 만들어지던 시절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소련시절 최고의 프로파간다 발레가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셉팀 웨버가 딱히 어떤 의도를 갖고 이 작품을 선택하여 미국에서 공연했다고 믿지는 않지만 로미오와 줄리엣과 소련 발레의 역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하는 지점이다. 내가 여기서 소련이 어떻게 발레를 그들의 공식 예술로서 발전시키고 국가 단위의 통제와 투자로 발레의 황금기를 이룩하였으며 억압적이고 잔인하던 시기에 어떻게 최고의 무용수들과 인상적인 발레를 생산해왔는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엔 이미 이 글 자체가 너무나 길어지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제니퍼 호먼스의 발레 역사책인 아폴로의 천사들에서 읽어볼 수 있음. 이거 너무 길고 한국에서는 인기없을 주제라 번역서가 나올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번역서가 있더라. 굉장히 서구적이고 미국적인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것을 감안하고 봐야하지만, 아마 이 시점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발레 역사 교양서라고 생각한다.


단지 이 최초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의 역사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은 게 있음. 최초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프로코피예프와 함께 만들었던 라들로프는 반역죄로 기소되어 스탈린이 죽을 때까지도 강제 노역소에 있다가 얼마 안가 라트비아에서 사망했다. 프로코피예프는 위대한 발레음악을 그토록 많이 작곡하고 일을 계속 할 수는 있었지만 점점 더 소련 당국에 의해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고, 결국 정신적으로 망가진 채 죽어버렸다. 그와 대조적으로,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다 뜯어고치고 마음대로 편집했던 (프로코피예프는 항의하지 못했음) 라브로프스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성공으로 인해 승진했고 자하로프와 더불어 볼쇼이의 수석안무가가 되었다. 내가 가장 위에서 언급했던 라브로프스키의 안무는 철저히 21세기 관객의 관점에서 쓰여졌던 것이지만, 나도 그렇고 서유럽의 그 어떤 관객도 그렇고 우리는 저 당시를 살던 소련 관객들이 바라보고 이해한 로미오와 줄리엣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발레를 이해하고 있다. 심지어 현대의 러시아인들에 비해서도 그렇다. 우리는 러시아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갈리나 울라노바(초연에 줄리엣을 맡았던 무용수)를 알지 못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맞춰서 처음부터 공산주의적 관점에서 탄생한, 매우 소련의 당시 예술형식에 부합하는 발레였기 때문이다. 그 관객이 바랐던 동화적인 현실과 갈리나 울라노바가 표현해낸 미래를 그들은 사랑했고, 현대의 관객은 그것이 (일부러 의도된) 고전적이며 우아한 몸동작과 익숙하고 아름다운 10대의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랑하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바라본 이 홍콩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래서 홍콩인들이 바라본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와 다를 수밖에 없다. 고백하건대, 한국에 뿌리가 있는 나로서는 이 발레가 표현하는 60년대의 홍콩 상류계층의 부와 사랑 이야기라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나에겐 이게 솔직히... 엄밀히 말하자면 다르긴 하지만, 영국인들의 빅토리안 시대에 대한 동경이나 일본인들의 다이쇼 로망을 바라보는 것에서 느껴지는 역겨움이 좀 있었다. 1960년대의 홍콩은 부정부패와 빈부격차가 상상초월로 심하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홍콩 섬에서는 롤스로이스가 택시로 굴러다닐만큼 이런 부유층의 사교클럽과 고급 맨션과 돈이 넘쳐흐르던 시기이지만 구룡반도는 구룡성채를 중심으로 슬럼화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내 홍콩인들은 대체 어떤 기분으로 이 발레를 보았을지 궁금해졌다. 그들도 나와 같은 불편함을 느꼈을지, 아니면 저때의 향수를 느꼈을지, 그도저도 아니면 이런 억압적인 시기에 이러한 선전 발레가 올라온다는 분노를 느꼈을지... 홍콩에서 이것을 본 홍콩인들과 미국에서 이걸 본 재미홍콩인들은 어떻게 다를지도. 나는 그래서 시간이 흐른 뒤 내가 무엇을 느끼고 사회는 어떻게 격변하였을지 알기 위해 이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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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 목록 (순서는 상관없음):


[Mariinsky Ballet] Romeo and Juliet (2018) Leonid Lavrovsky

[Les Ballets de Monte-Carlo] Romeo and Juliet (2002) Jean-Christophe Maillot

[Ballett Zürich] Romeo and Juliet (2019) Christian Spuck

[Royal Danish Ballet] Romeo and Juliet (2016) John Neumeier

[Mikhailovsky Ballet] Romeo and Juliet (2014) Nacho Duato

[New York City Ballet] Romeo and Juliet (2009) Peter Martins

[New York City Ballet] Romeo and Juliet (2018) Peter Martins

[Das Stuttgarter Ballett] Romeo and Juliet (2017) John Cranko

[English National Ballet] Romeo and Juliet (2015) Rudolf Nureyev

[The Australian Ballet] Romeo and Juliet (2011) Graeme Murphy

[The Prague National Ballet] Romeo and Juliet (2015) Petr Zuska

[The Royal Ballet] Romeo and Juliet (2009) Kenneth Macmillan

[The Royal Ballet] Romeo and Juliet (2011) Kenneth MacMillan

[The Royal Ballet] Romeo and Juliet (2019) Kenneth MacMillan

[Ameican Ballet Theatre] Romeo and Juliet (2018) Kenneth MacMillan

[Teatro Colón] Romeo and Juliet (2018) Kenneth MacMillan

[Ballet Maribor] Radio And Juliet (2005) Edward Clug

[Béjart Ballet Lausanne] Roméo et Juliette (1972) Maurice Béjart

[Compagnía Aterballetto] Romeo and Juliet (2006) Mauro Bigonzetti

[Compagnie Julien Lestel] Roméo et Juliette (2014) Julien Lestel

[Compañía Nacional de Danza] Romeo and Juliet (2013) Goyo Montero

[Finnish National Ballet] Romeo and Juliet (2016) Natália Horečná

[Kirov Ballet] Romeo and Juliet (1983) Sergei Vikulov

[Lyon Opera Ballet] Romeo and Juliet (1992) Angelin Preljocaj

[Malandain Ballet Biarritz] Romeo et Juliette (2012) Thierry Malandain

[New Adventures] Romeo and Juliet (2019) Matthew Bourne

[Paris Opera Ballet] Romeo and Juliet (2012) Sasha Waltz

[Polish National Ballet] Romeo and Juliet (2021) Krzysztof Pastor

[San Francisco Ballet] Romeo and Juliet (2015) Helgi Tómasson

[Ural Opera Ballet (Ekaterinburg)] Romeo and Juliet (2019) Vyacheslav Samodurov


내가 맥밀란을 많이 본건 좋아해서가 아니라 혹시 이걸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계속 시도한 결과일 뿐이다 ㅠㅠ

발레단 표기법이 어떤 건 영어식이고 어떤 건 원문이고 들쭉날쭉한데 내가 정리를 개판으로 해서 그런거니 이해하고 넘어가길 바람.

사실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건 에드와르드 클루그의 라디오와 줄리엣인데 이건 저 중에서 좀 규격외로 다른 작품이라 언젠가 따로 리뷰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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