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내용: 릴레아스의 희생으로 연합군은 미덴하임으로 순간이동한다. 그리고 테클리스가 도착한 곳은...

'일어나라, 엘프'

테클리스는 신음을 뱉었다. 갑작스러운 고통이 그를 훑고 지나갔고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벌떡 일어났고, 입술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는 눈물을 참으며 낯익은 인물이 테클리스의 허벅지에 발톱을 빼내는 모습을 바라봤따.

'깼군. 산 자들의 세상에 돌아오셨구만?' 만프레드 폰 칼슈타인이 미소를 지은 채 발톱의 피를 핥으며 말했다.

'날 다신 못 보리라 생각했겠지?'

'정확히는 그리 희망했었지' 테클리스가 중얼거렸다. 그는 뱀파이어가 혐오스러운 만큼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에 놀라지 않았다. 뱀파이어가 탈출했다는 소식에 테클리스는 만프레드가 불안한 순간에 다시 나타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근심스러웠다. 그리고, 만프레드는 정말로 다시 등장했다.

만프레드는 웃음을 터트리며 그에게 발길질을 했다. 테클리스는 고통으로 신음했다.

'내가 어디에 있는거지?' 잠시 후 테클리스가 간신히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는 차가운 돌바닥에 얼굴을 대고 있었다. 그의 손목엔 수갑이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일어설 수 없었다. 유일한 빛이라곤 그의 머리 위에 타오르는 횃불에서 나오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공기는 피의 악취로 가득했다.

'어디라고 생각하나, 엘프?' 만프레드가 팔을 벌렸다.

'느껴지지 않나? 너는 대격변의 그림자 바로 앞에 서있다' 뱀파이어가 씨익 웃었다.

'미덴하임이다, 마법사. 넌 지금 미덴하임에 있어'

'그리고 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테클리스가 물었다. 그는 질문의 답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부지불식간일진 몰라도 사건을 연쇄적으로 일으킨 건 만프레드였다. 그리고 운명은 짐승의 목숨을 빼앗을 만큼 친절하지 못했다.

네가 여기에 있는 건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지.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고. 우리 모두 폭풍에 사로잡힌 거야

'어찌 내가 여기에 있을 수 있냐고? 이 몸을, 좋은 뜻을 가지고 넓은 마음으로 이 몸을 차갑게 배신한 자들의 최후를 볼 수 있으니까' 만프레드는 그를 음흉하게 내려다봤다.

'네가 올 곳은 여기밖에 없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엘프. 벨라코르가 자기 욕망 때문에 판단을 그르치리란 점도 알고 있었듯이 말이야' 그는 허리를 굽히고 테클리스의 뺨을 붙잡았다.

'하지만 네가 여기에 온 방식은, 참 신기하더군,,,, 울릭의 신전 천장에서 곤두박질 치더니 에버초즌의 옥좌 앞에 쓰러지다니 말이야. 네게 그런 힘이 있으리라 생각 못했는데. 그 힘이 널 버렸다니 참 안타깝게 됐군...'

'입 다물어라, 거머리' 한 목소리가 말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전당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을 장악한 그림자 속에서 들려왔다. 만프레드는 움찔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그는 낮게 고개를 숙였고, 망토를 본인에게로 끌어당겼다.

'물론입니다, 주군. 주군의 가장 비천한 부관의 열정을 용서해주소서. 제 마음은 살무사의 독으로 가득찼고, 저의 바램은-'

'입 다물라 하였다' 목소리가 말했다. 이번엔 만프레드는 입을 완전히 다물었다. 테클리스는 뼈 위로 갑옷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어떤가?'

'엘프는 힘이 없습니다, 주군' 세 번째 목소리가 말했다. 테클리스는 후드를 쓴 인물이 그림자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뒤틀린 강철 가면이 횃불의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첨이 가득 담겨 있었고, 그의 자세는 반쯤 숙여진 상태였으며, 흑마법의 냄새를 풍겼다. 테클리스는 경멸을 품은 채 마법사가 훔친 지팡이와 검을 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마법이 그를 저버렸습니다. 모든 거짓된 생명체들의 운명이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마법사의 말과는 달리, 테클리스는 힘을 완전히 잃은 게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화신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고, 씁쓸한 만족감의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그는 그들 중 일부를 많은 추종자들과 함께 미덴하임으로 순간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불행하게도, 마지막 순간 마법이 그의 통제를 벗어났고, 그들은 도시 사방으로 흩어지게 됐다.

그 또한, 새로운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짐승의 바람이 가까이에 있었다. 그는 화신들의 존재에 근심을 품었지만, 현재 그는 여덟 화신이 한 자리에 있음을 확신했다. 여덟 화신 모두 미덴하임에 있었다.

'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것 같군' 첫번째 목소리가 말했다. 그리고 테클리스는 움츠려 들고자 하는 욕구에 저항했다. 마법사는 몸을 살짝 돌려 어둠을 응시했다.

'내가 말했지 않느냐, 멍청한 놈' 만프레드가 마법사를 조롱하며 말했다.

'입 다물라, 거머리. 아니면 말뚝에 꿰어 까마귀들에게 먹여주겠다' 그림자를 너머,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구덩이를 너머, 부글거리는 피를 너머, 전당의 끝에 있는 해골 옥좌 위로, 거대한 형체가 몸을 비스듬히 기대었다. 테클리스는 옥좌에 앉은 인물이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황금 투구의 눈동자는 헤아릴 수 없었다.

'죽기 위해 먼 곳을 찾아왔구나, 엘프' 아카온이 말했다.

'하지만 절망하지 마라. 너보다 이 세상이 먼저 죽을테니까'

참고로 아카온이 테클리스보다 나이 어림

사실 지그발트보다 더 어린 게 아카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