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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이곳은 그랜드 보레알리스였다. 전쟁의 심장부이자, 광대한 밥 요새의 중심부였던 곳. 충성파 사령부의 핵심부였던 곳.

공성전이 시작된 이래, 밥 요새는 사방에 배치된 신호탑과 함께 오만하리만큼 불침을 과시하던 블록 단위의 요새였고, 근위장의 핵심적인 지휘부였다. 이곳에서 모든 지휘와 지시, 명령과 통지가 내려졌다. 세쿤두스 13일 이후 펼쳐진 비길 바 없는 방어전은 모두 이곳에서 조율되었다.

이곳은 그랜드 보레알리스였다. 이곳이 지휘했던 거대한 방어전의 규모에 비하면 겸손하리만큼 작은 공간이다. 수많은 스크린과 콘솔 스테이션에서 전쟁의 정보가 흘러나왔고, 전략 테이블 위에는 교전 구역을 가리키는 홀로리스 지도가 떠올라 있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이 논의되고 전술이 고안되었다.

전쟁 의회의 핵심부이자 모든 권위가 솟아나는 곳이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맥동하고, 수천의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으며, 전술 상황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펼쳐졌다. 누스피어와 복스를 통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오갔고, 심부름을 위해 쏜살같이 오가는 서보 스컬의 윙윙대는 소리가 가득했다. 서기관과 서기들, 그리고 전령들이 쉴 틈 없이 오가고, 테라 전술 사령부(Tacticae Terrestria)의 날카로운 논쟁이 오갔다. 소환된 장군들과 사령관들의 목소리, 전쟁 의회 대표들의 브리핑, 프로젝터가 뿜어내는 윙윙대는 소리, 코지테이터의 덜컹이는 소리, 경보기의 알람까지, 수많은 소리로 가득했다.

이 자리는 아카무스의 자리였다. 허스칼의 주인이자 그 이름의 두 번째 계승자, 지휘 사슬에서 돈을 대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몇 달은 그 자리를 지켰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바로 옆의 이 자리는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고참 중대장이자 아카무스의 부관 보르스트의 자리였다. 옛 부상 때문에 전선에서는 물러났지만, 그의 정신은 결코 잠들지 않은 채 전쟁에서 내려질 결단에 몰두했다. 그리고 실제로 시행되는 작전에 있어 정신적 참전을 서슴지 않았다.

이곳은 전술의 주인과 여주인들이 머물던 자리였다. 이카로, 브린로(Brinlaw), 오사카(Osaka), 군델포(Gundelfo), 엘그, 몬테세레(Montersere), 그리고 수백의 다른 이들,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전략가이자 전술가였던 그들의 자리였다.

그리고 연기가 소용돌이친다. 화염이 야유를 보낸다. 바닥을 가로질러 유리와 플라스텍 파편이 널려 있다. 기름과 먼지, 버려진 보고서와 서류들, 한때 창문이었던 공간을 뚫고 몰아치는 바람이 그 모든 파편을 휘젓고 뒤흔든다.

이곳은 대전략이 펼쳐지던 탁상이다. 근위장과 칸, 천사가 국면을 논의하던 이 테이블은 이제 박살난 채 뒤집혀 있다. 홀로리스 디스플레이 패널이 금이 간 채 널려 있다. 찢겨져 나간 케이블이 흡사 내장처럼 계산장치의 케이스에 매달려 있다. 벽에 뚫린 구멍과 그을린 자국, 대구경 탄과 라스 총격이 가해진 흔적들이다.

바닥에 피가 묻은 채다. 각 스테이션을 가로지르는 피로 그려진 얼룩들, 벽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시신들이 널려 있다. 출입구를 지키다 사망한 전사자들이 여기 있다. 반역자들의 전쟁 기계들이 뿜어내는 굉음과 엔진음, 그리고 아래층을 약탈하는 반역자 군세들의 포효가 들려 온다. 불생자들이 낄낄거린다.

이것이 지금의 그랜드 보레알리스다. 불길에 휩싸인 채, 신선한 죽음의 악취가 가득하다. 지난 네 시간 동안 폐허가 된 이곳은 이제 폐허가 된 납골당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시작된 순간부터 우뚝 서 있던 이곳은 이제 내궁까지 밀려든 종말의 물결에 휩쓸려 쓰러졌다. 내부를 지키던 이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중요한 업무를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대부분은 도망치기에는 너무 늦었고, 오직 소수만이 살아남았다.

이 고깃조각과 머리카락, 천 조각은 테라 전략사령부의 네 번째 주인 줄리우스 군델포(Julius Gundelfo)의 흔적이다. 이 불에 탄 가죽은 선임 전문 서기관(Rubricator Senioris) 하이톤 키(Hyton Ki)의 잔해다. 이 엉망진창인 형체는 하급 행정관(Junior Administrar) 파트리스 사토르 오메스(Patris Sator Omes)의 소유다. 여기 남은 피투성이 조각들은 린후 콰이(Lin-Hu Kway) 대령의 파편이다. 이 피와 신체 조직의 얼룩은 데이터 중재관(Data-Adjudicator) 페레즈 그리스트(Perez Grist)의 최후다. 가시에 꽂혀 있는 이 머리의 주인은 코지테이터 감독관(Cogiation Overseer) 아놀프 반 할미어(Arnolf Van Halmere)다. 녹색 옷에 둘러싸인 이 묶음은 나이탈리 헹무어(Nytali Hengmuir), 말카도르의 선택받은 이다.

이 핏자국과 얼룩은 전술의 여주인 카타린 엘그의 것이다. 새터나인 방어전을 지휘했던 그녀의 육신은 아직 그녀를 살릴 수 있다는 헛된 희망 속에, 도망자들의 손에 들려 이 자리를 떠났다.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고참 중대장 보르스트는 결코 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의 볼터는 손에서 미끄러진 채, 바닥에 부딪친다.

타르체세 말라브뢰(Tarchese Malabreux), 카툴란 약탈자들의 새 주인이자 선 오브 호루스 군단병이다. 그가 검을 휘두르고, 붉은 광채가 뿜어지며 그랜드 보레알리스의 벽에서 보르스트의 시신이 뽑혀 쓰러진다. 고참 중대장은 바닥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곧 옆으로 완전히 쓰러진다.

밥 요새가 함락되었다.

밥 요새의 함락. 보르스트와 엘그의 등장/퇴장 및 말라브뢰의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