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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1: xviii 올리톤의 인터뷰 기록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09 09: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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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xviii

리멤브라서 올리톤의 인터뷰 기록



하지만 아버지는 나를 택하셨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었네. 나는 그럴 자격이 있었어. 우리 사이의 특별한 유대와 그 완벽했던 30년의 시간들, 그리고 내가 이룬 업적들 때문에 아버지는 나를 선택하신 게야.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뭐라고 해야 하겠나? 나는 모두와 고르게 어울릴 수 있네. 그 누구라 해도, 나와 어울리지 못하는 이는 없지. 하지만 생귀니우스는 고귀함을 넘어선 무언가일세. 그의 그 고귀한 본질 때문에, 그가 너무도 사랑받게 만드는 그 본질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지. 그의 완벽함이 곧 선택받지 못한 이유일세. 내 불완전함이 날 더 나은 후보자로 만든 셈이지.


내 이름이 불렸을 때, 그제야 나는 안도했다네.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사실이지. 솔직히 안심했다네. 당연하지 않겠는가. 내가 지금 얼마나 건방진 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건지 나조차도 믿을 수가 없군. 메르사디, 자네에겐 뭔가 특별한 재능이 있네. 날 편하게 해 주는군. 그 덕분에 여과 없이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있는 것 같네.


나는 안심했고, 아버지가 가장 총애한 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노라고 맹세했다네. 아버지와 아들이 늘 그렇듯이 말일세. 알겠나? 언제나 그런 것에는 질서가 있고, 규칙이라는 게 있지. 복잡한 혈연과 관계가 그물처럼 얽혀 있기 마련이니. 나도 아들들을 두고 있기에 이걸 잘 알게 되었다네.


자네도 알겠지만, 아버지들에게는 가장 아끼는 자식이라는 게 있네. 에제카일이냐고? 오, 이건 정말 말하면 안 될 일이지. 자네가 직접 판단하게. 하지만 이건 알아두게. 에제카일은 내가 절대 못 할 일을 해낼 수 있네. 나를 넘어설 아들이라고 확신하지. 하지만 그가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장 총애하는 아들일까? 맘젤 올리톤, 그것은 그대가 우리 가족의 그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재느냐에 달렸다네. 모두가 내 사랑을 받는 아들들일세. 에제카일은 가장 강하고 결단력 있지. 나를 가장 많이 닮았어. 하지만 세야누스는 또 다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 에제카일을 나의 루퍼칼이라 한다면, 세야누스는 나의 길리먼이라고 해야 할 걸세. 세디레는 나의 돈이고, 토가던은 나의 페러스겠지.


그리고 로켄이 있지. 그대도 그를 만나보았을 테지? 그는 여러 면에서 나와 다르다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들이지. 다른 이가 묻는다면, 나는 이런 말을 한 적 없는 걸세. 어떤 아들을 더 아끼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우리 둘 뿐이니 솔직히 말하자면, 로켄이 나의 생귀니우스일세.


아버지로서, 나는 내 아들들을 모두 사랑하고 신뢰한다네. 그들은 나처럼 미래를 만들고 문명을 빚어낼 충실한 도구들이니 말일세. 그들 모두, 심지어… 실례하네, 리멤브란서… 지금 저기서 문을 두드리는 말로구르스트조차 말이지. 내가 자네와 있는 걸 뻔히 알면서 저렇게 방해하고 있다니.


시종무관, 무슨 일인가? 내가 바쁜 게 안 보이나?


말을 하게, 이 친구야.


“워마스터, 오셔야만 합니다.”


뭐라? 내가 왜 오셔야‘만’ 하는 거지, 말로구르스트? 지금 여기 리멤브란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잖은가. 뭐가 됐건, 최선임 중대장이 충분히-


“워마스터, 오셔야만 합니다.”


고집스럽군. 자네답지 않네, 말. 대체 왜 오셔야‘만’ 한다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말투가 썩 달갑지 않군, 말로구르스트. 지금 내 손님 앞에서 주제넘게 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내 손님은 어디로 간 게지? 방금까지만 해도 바로 저 의자에 있었는데.


“워마스터, 오셔야만 합니다.”


그만 징징거릴 수 없겠나, 말로구르스트. 대체 여인은 어디로 간 거지? 지금 자네가 매달리는 꼴을 보고 겁이라도-


“간청합니다, 저의 워마스터시여. 오셔야만 합니다.”


내가 꼭 와야 한다고? 정말 꼭 그래야만 한다고?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오셔야만 합니다. 너무 오래 주군을 기다렸습니다. 주군이 반드시 계셔야만 합니다. 전쟁이 전하를 필요로 합니다.”


전쟁? 제노비아(Xenobia)는 최선임 중대장이 잠결에라도 처리할 수준의 순종 작전 아닌가, 말-


“제발 간청합니다, 주군.”






따뜻한 방 안에서 고기 냄새, 깎여나간 뼈 냄새가 난다. 당신은 눈을 감고 있던 것도 모른 채 눈을 뜬다. 빛이 새어 들어온다. 얼굴, 목소리의 메아리. 자고 있었던가? 그럴지도. 지난 며칠 동안 당신은 극히 피곤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하지만 그걸 드러낼 순 없다. 당신의 아들들에게도 보여서는 안 된다. 당신은 루퍼칼이고, 당신은 워마스터다. 방금 그 젊은 아가씨에게 늘어놓았듯이.


“명상을 하고 있었다.”


당신이 입을 연다.


“날카롭게 집중하기 위해 내면을 관조하고 있었지. 현재 상황은 어떤가, 말로구르스트?”


얼굴이 당신을 바라본다. 겸손과 존경이 담겨 있지만, 걱정의 흔적도 있다.


“아르고니스입니다, 주군. 아르고니스.”


그 얼굴이 다시 말한다. 당신은 몸을 일으킨다. 입 안에서 시큼한 느낌이 든다. 방 안에 감도는 시큼한 향과도 비슷하다.


“물론 그렇지. 용서해라. 내가 잠시 한 눈이 팔려있었군.”

“아닙니다, 주군. 휴식하는 것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을 내젓는다. 마음이 묵직해진다.


“말로구르스트는 어디 있지?”


당신이 묻는다. 목에 가래가 걸린 것처럼 까끌거린다. 말하는 게 익숙지 않은 느낌이다. 대체 얼마나 깊이 잠이 들었었기에.


“그는… 없습니다, 워마스터시여. 저는… 저는 아르고니스입니다. 주군의 시종무관입니다.”


당신은 고개를 끄덕인다.


“알고 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전쟁에 대해 할 말이 있는 것 아니냐?”


얼굴, 저 남자, 아르고니스가 주저한다. 검게 보이는 갑옷, 기이한 느낌이다. 저 이는… 키노르 아르고니스. 그렇다. 좋은 남자고, 좋은 전사다. 뭔가 때문에 불안한 듯싶다.


“말 해보거라, 키노르.”


당신은 입을 연다. 좀 더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기 위해 애를 쓴다. 하급자들과 직접 마주할 때, 보다 인내심을 품고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논의가… 협의가 있었습니다.”


아르고니스가 주저하며 입을 연다.


“제가 주군께 가야 한다고 정해졌습니다. 저희는 주군을 필요로 합니다. 긴 시일 전부터 그랬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저희’는 누구지, 시종무관?”


아르고니스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이 당신이 서 있는 갑판 쪽을 향한다.


“그럼 전쟁에 대해 말해 보거라, 아들아.”


당신이 다시 입을 연다. 당신의 손이 전사의 뺨에 가 닿고, 그의 머리를 돌려 시선을 마주하게 한다. 지금 저 눈에 들어찬 감정은 공포인가? 무엇 때문에 이 전사가 나를 두려워하고 있는가?


“지금 저희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아르고니스가 망설이며 답한다.


“어떤…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균형을 잡아 판단해야 할 것들입니다. 오직 주군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주군께서 가르침을 주시기를, 명령을 내려 주시기를 갈구합니다.”

“보여다오.”

“저희가 갖춘 장비로 뽑아낼 수 있는 최선의 전술 자료 묶음입니다.”

“간섭이라도 있었나? 왜곡 시도라도?”

“어… 그렇습니다, 주군.”


당신은 광활한 홀로리스 이미지를 검토한다.


“이게 제노비아 순종을 위한 분석의 전부인가?”

“제노비아? 아닙니다, 주군. 제노비아가 아닙니다.”

“그럼 내가 보고 있는 이것은 뭐지?”

“테라입니다, 주군.”


긴 시간 동안 그 이름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렇지, 당연하지.”


당신은 입을 연다. 목소리가 편안하게 들리도록 애를 쓴다. 웃으면서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하려 노력하지만, 웃음은 당신에게서 이미 결여된 채다. 특히 아르고니스같은 하급자 앞에서는 결코 약해 보여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당신을 경애한다. 혀 뒤에서 느껴지는 이 맛은 뭐지? 입 안에 문제가 있는 건가?


“지금 보도록 하지.”


당신은 다시 입을 연다.


“선택지를 고려해봐야겠군. 시종무관, 세야누스를 당장 불러오도록. 그의 조언이 필요하겠군.”

“저… 주군.”

“그리고 그 여인을 찾아와라. 그 리멤브란서 말이다. 내가 다른 일에 묶이게 되었으니, 사죄를 전해주도록.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고도 해라.”


벽이 숨을 쉰다. 시종무관은 황급히 물러난다. 당신은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필요조차 없다. 당신의 온 정신은 오직 눈 앞의 디스플레이에 쏠려 있다. 여기가 당신이 지금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당신이 있었던 곳, 당신이 항상 있을 곳이다.


테라, 옛 지구, 시작과 종말.


당신은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당신은 집중해야만 한다. 이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당신은 왜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기억이 돌아온다. 마치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이 뿜어지듯 기억이 당신의 전신에 몰아친다. 살과 뼈를 관통하듯 몰아치며, 몸의 매듭마다 얽힌 통증을 일깨운다. 너무도 많은 게 바뀌었다. 당신도 바뀌었다. 당신조차 스스로를 거의 알아보지 못하리만큼.


숨쉬는 방 모서리, 따뜻한 어둠의 주름 속에 숨어 있는 그림자가 속삭인다. 당신은 모든 그림자의 이름을 알며, 모든 그림자는 당신의 이름을 안다.


여기는 테라다. 이곳이 곧 종말이며, 다가오는 죽음의 순간이다. 이것이야말로 당신의 일생에서 가장 중대한 과업이리라. 여기 비견할 것은 오직 당신이 힘의 고비를 움켜쥐고 난 뒤에 찾아올 것들 뿐이리라.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요, 당신은 이 일을 위해 빚어진 존재다. 누구도 여기 필요한 비전도, 통찰력도 갖추지 못한 채다. 지금 이 작전은 그저 간단한 순종 작전에 불과하다. 슬프게도 빛을 전력으로 비춰야 하는 곳이다. 이 성계에는 문제가 너무 많음이 증명되었다. 가장 불운한 일이다. 오해와 착오로부터 비롯된 실수, 신뢰와 이해의 문제가 있었다. 쉬운 일은 아니고, 아마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당신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자신만만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하고 유능하다. 이제 이 앞에 놓인 길을 해결할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대로, 확실하고 신속하게 해치워야 한다.


확실하고 신속하게. 유감스럽고 실망스럽다 해도 단호하게. 당신은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당신은 그 사실이 기록되기를 바란다. 그 여자가 반드시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미쳐 있는 호루스.


제목이 점점 길어져서 또 변용을 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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