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둠 속에 앉아 있다. 그들은 나를 사슬로 묶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다. 사슬이 필요치 않은 곳이니까. 나는 홀로 무장도, 갑주도 없이 그저 간단한 하얀 수인복만 걸치고 있을 뿐이다. 무장과 갑주가 있더래도 별 소용이 없다. 플라스마 캐논을 준다 쳐도, 감방의 돌벽에 자국 새기는 정도밖에 더 하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내 피스톨과 대검, 갑주, 그리고 심지어 검까지 다 챙겨갔다. 물론 그 검을 뽑지는 않았다. 최소한 아직은 말이다. 고요하고 끝없는 밤이 계속될 따름이지만, 저들이 검집에서 검을 뽑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있는 감방은 정육면체 형태다. 내가 일어나서 손가락을 뻗쳤을 때 살짝 닿지 않을 정도의 높이와 너비다. 벽의 재질은 현무암인 것 같다. 아주 오래된 돌이고, 신성한 지구의 대지의 심장부에서 캐내 완벽하게 매끄러운 상자 형태로 다듬어낸 것 같다. 문은 정확히 벽에 들어맞고, 흔적이나 이음매도 남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의 정신은 이해조차 하지 못할 자물쇠가 걸려 있고, 공기는 벽과 천장에 새겨진 바늘처럼 미세한 구멍을 통해 순환한다.

내 방 양쪽으로는 내 형제들을 잡아둔 감방이 있다. 황제와 그의 프라이마크들이 별들 사이를 거닐며 전쟁을 벌이던 시절, 그들은 모두 제1군단의 전사로 선발되어 길러진 존재들이었다. 일반적인 시간 기준으로 보면 그들 모두 노병 중의 노병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들의 이름을 물려받은 존재들, 다크 엔젤에 의해 반역자로 규정된 이들이기도 하다. 반역자이자, 어둠의 신의 노예들이랄까. 몇몇은 분명 그렇고, 몇몇은 그저 참회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귀를 기울여 보면,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즈카르(Azkhar)다! 검의 운반자요, 살해당한 칼리반의 자식이다! 내 말 들리나, 이 반역자 놈들아?”

아즈카르, 가련한 아즈카르, 계속 허공에 대고 소리치며 마음속에 들끓는 분노의 열기를 뒤집어쓴다.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 그는 아직도 잃어버린 칼리반의 녹색 그림자를 보고 있으리라. 세상이 불타는 연기의 내음도 함께 느낄 것이고.

“구원이 내리소서…”

그 옆 방에 있는 코를라엘 형제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다.

“저희의 행함을 진실되게 하소서. 저희가 용서받게 하소서.”

끝없이 참회가 되풀이된다. 이미 수 세기 동안 해온 참회다. 자신의 간청이 공허함도, 용서는 이 우주의 본질에 속하지 않음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를라엘은 거듭 참회를 내뱉는다.

“태양은 어둡게 물들어 떠오르지 않으리…”

거짓 신들의 약속, 워프의 힘 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길을 잃었던 바카리엘(Bakhariel)은 헛소리와 진실을 연달아 내뱉는다.

“어둠은 땅이 될 것이오, 붉음은 가장자리인즉, 기근의 노래가 울리나니… 죽어가는 이들의 기쁨이 춤추며… 비틀린 길을 걷노라. 모든 것은 피할 수 없은즉. 태양은 어둡게 물들어 떠오르지 않으리…”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심지어, 바카리엘이 섬기는 워프의 신격들조차 말이다. 어쨌든, 지금의 순간들은 당신을 위해 내가 빚어낸 환영이라 할 수 있다. 피지에 숯을 묻혀 선과 그림자로 만들어낸 장면들이다. 당신이 이걸 알았으면 한다. 아니, 누군가 우리를 알았으면 한다.

우리는 폴른이고, 잊히고 외면당한 존재들이며, 챕터의 수치 그 자체이자, 제국으로부터 숨겨진 비밀이다. 우리 열한 명, 사자의 잃어버린 아들이자 루서의 형제들은 우리를 빚어낸 황제의 황궁에 이렇게 갇혀 있다. 아마 시간과 공간을 넘어 더 많은 존재들이 흩어져 있겠지만, 지금 여기 있는 이들은 이런 소수에 불과하다.

믿거나 말거나, 이곳은 암흑 감옥에서 가장 경계가 엄중한 공간은 아니다. 그냥 감금실 정도랄까. 우리는 이제 갓 도착한 수인들이니까. 커스토디안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우리가 정말 위험한 존재라고 판단한다면, 더 어둡고 깊은 어딘가로 보내지겠지. 만약 우리에게 감금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한다면… 우린 아마 다른 최후를 향해 갈 것이다. 하지만 처형이나 끝없는 감금이 나, 또는 내 형제들을 기다리는 운명은 아니다.

왜냐고?

우주가 흔들리기 직전이고, 미래로 가는 문이 곧 열릴 것이기에.

다시 사이퍼 시점.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시점은 길리먼 복귀 이후 어벤징 선에서 언급된 사자의 문 전투가 벌어지는 시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