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내용: 파이어슬레이어들의 룬을 노린 스케이븐의 침공이 시작된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니, 바로 불카트릭스의 첫번째 자손, 갓비스트 이그님브리스가 갑작스레 나타난 것이다. 파이어슬레이어와 스케이븐 모두 겁에 질리는데, 우리들의 슬레이어는...

칼더의 다리 한 가운데에 슬레이어가 홀로 서 있었다. 잉걸불이 그의 주변에 쇄도했고, 그의 도끼는 대장간의 화염으로 발화하는 중이었다. 그의 온몸이 땀범벅이었고, 근육은 열기로 빛나고 있었다. 이그님브리스가 고트렉 쪽으로 고개를 가까이 움직였다.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비늘이 식혀지고 쪼그라들자 소리를 내며 조각났다. 잿더미처럼 뜨거운 열기의 숨결이 슬레이어의 볏과 수염을 휘날리게 만들었고 그의 코에 황금 사슬이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고트렉은 도끼를 꽉 쥐고 위를 올려다 봤다.

'스크자난디르가 더 컸다!'

이그님브리스는 마치 슬레이어의 말을 도전이라고 여기며 이에 맞서는 것처럼 천장의 바위와 용암 바다를 뒤흔들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다.

'난 카오스의 용들과 리치 왕들과 맞서 싸웠다. 난 대악마들과 신들과도 싸웠지. 난 왕이 되고자 하는 대공, 벨'라코르를 피 흘리게 만들었으며, 난 그림니르 본인과 도끼를 맞대어 살아 돌아왔다'

이그님브리스가 다리까지 가슴을 끌어 올린 다음 고트렉의 얼굴을 향해 포효를 질렀다. 슬레이어는 갓비스트를 노려봤다.

'난 전투에서 죽기를 맹세했으나, 세계보다 오래 살아남고 말았다. 덤빌테면 덤벼봐라, 짐승아. 어쩌면 네가 이전에 내가 죽인 괴물들보다 운이 더 좋을 지도 모르니. 어쩌면 우리 모두 그럴지도'

브로두르는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갓비스트와 슬레이어가 마치 영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고, 항복하듯, 이그님브리스, 불카트릭스의 첫번째 자손이 칼더의 다리를 떠나 용암의 바다로 사라졌다.

'믿겨지지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브로두르? 난 감히 지켜볼 수 없겠어'

'이그님브리스가 물러나고 있어'

'말도 안돼!'

다리에서 슬레이어는 혼자 남았다. 그의 어깨가 축 처지고 도끼가 내려왔다. 그는 도끼 한번 휘두르지 않고 갓비스트를 상대로 승리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는 점에서 그는 묘하게 실망한 듯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