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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종말과 죽음 2부] 생귀니우스 VS 호루스 (3)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04 10:32:22
조회 1014 추천 37 댓글 6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되었다. 당신은 무릎을 꿇고 내장을 쏟아낸 채 숨을 헐떡인다. 고귀하고 정의로운 그가 당신 위에 버텨선 채, 양 손에 검을 들고 최후의 일격을 날릴 태세다.


어깨를 높이 치켜든 생귀니우스가 당신을 내려다본다. 잠시 멈칫한 찰나가 영원이 된다. 그의 눈에서 연민이, 슬픔이, 그리고 그리움이 읽힌다. 그는 여전히 다른 답이 나오기를 기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다른 답은 주어지지 않으리라.


그의 불신이 보인다. 이렇게 끝내서는 안된다는 그 생각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영원은 끝난다. 주어진 유예는 끝난다. 그의 검이 내리꽂힌다. 너무도 빨라서 보이지조차 않는다. 완벽한 사형 집행이 내리친다. 가장 정확하게, 가장 자비롭게, 생귀니우스가 지금까지 꽂은 일격 중 가장 중대한 검격이 내리친다.


하지만 그 일격은 목표에 닿지 못한다.


월드브레이커의 자루가 엔카르민을 멈춰 세웠기에.


찌릿한 충격이 검날을 타고 생귀니우스의 팔을, 그리고 육신을 후려친다. 월드브레이커와 엔카르민이 부딪히며 튀긴 불꽃이 춤을 춘다. 그 순간 생귀니우스는 휘청인다.


그의 눈에서 경악이 빛난다.


다시 생귀니우스가 빠르게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그의 팔은 월드브레이커가 가한 충격에 납처럼 굳은 채다. 당신의 탈론이 검을 막는다.


절박함 속에서, 생귀니우스의 일격이 연이허 날아든다. 당신은 망치를 휘둘러 그의 검격을 튕긴다. 검격이 그대로 옆으로 흘려진다.


그의 표정에 얽힌 표정을 보며 당신은 만족한다. 그는 당신이 일어섰음을 믿을 수조차 없다. 그는 어째서 상처가 당신을 늦추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의 유려한 속도가 갑자기 어떻게 빚어진 것인지 알지 못한다.


모두 여기 있었던 것을, 다만 당신은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뿐이다.


당신은 그가 당신을 공격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모든 일격이 죽음을 부를 치명타였고, 검객이 부릴 수 있는 기교의 절정이다. 절망 속에서도, 그의 재능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 일격 중 단 하나도 먹히지 않는다. 매 순간마다 당신은 망치로, 탈론으로, 다시 망치로 그 일격들을 튕겨낸다. 당신은 그저 그에게 진정 절망에 빠질 시간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되었다. 그래, 그건 그의 생각일 뿐이다. 그렇게 끝날 일은 애초에 없었다. 당신은 도전을 즐겼다. 하지만 이제 유희는 끝났다.


당신은 그가 이제 상황을 알아차렸음을 읽는다. 그리고,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당신의 뜻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틀렸다. 정말 유감이다. 얼마나 아까운지.


그리고 실로 배은망덕하다. 당신은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모든 것을. 그러나 그는 당신을 버렸다. 당신의 선물을 거부했다. 배은망덕한 놈. 누구도 너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


당신과 그 모두, 더 이상 손속에 여유가 없다. 당신은 그가 손속에 여유를 품었다 여기지 않겠지만, 실제로는 그러했다. 당신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그의 당신에 대한 믿음이 그의 일격을 구속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손속에 여유를 두지 않는다. 그의 모든 일격은 살육을 위한 일격이다. 그는 당신을 실로 죽이려 한다. 진심이다. 자신을 구하기보다, 당신을 죽이기 위한 일격이다. 방어가 아닌 공격을 위한 일격이고, 그는 여전히 스스로가 무적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 곧 알게 되리라. 그는 무적과는 거리가 멀고, 무적에 가까운 존재도 아니다. 예언은 여전히 유효하고, 꿈은 현실이 되리라.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형제는 그 꿈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운명은 정해져 있고, 항상 그 값을 치르게 된다. 생귀니우스, 누군가는 그 값을 순간에 치르고, 누군가는 평생에 걸쳐 치르게 된다. 그 값을 치르는 데 어떤 허점도 예외도 없다.


그는 운명의 논리 속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부 조건을 찾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꿈은 그가 당신을 마주한 날 죽게 되리라고 분명하게 말했지만, 그는 오늘이 또 다른 날로 계산하지 않으리라 스스로를 설득했다. 시간이 멈췄기에 또 다른 날은 더 이상 오지 않고, 따라서 예언이 성취되지 않으리라는 그 설득. 이런 논리는 일전에도 효과를 보았지 않았던가. 그는 운명을 부정하기 위해 수없이 이 설득을 스스로에게 제공했고, 아마 그 어느 아들들보다도 더욱 그러했으리라. 그리고 다시 이 설득을 통해, 계산이 먹히리라 생각했으리라.


글쎄, 운명은 이제 그의 변덕에 지친 뒤다. 그의 끊임없는 영리한 탈출, 그리고 변증법적인 회피는 더 이상 운명을 매료하지 못한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지성적 기술도 이러한 설득에서 찾을 수 없다. 생귀니우스는 실로 순진했다. 운명이, 이런 거시적인 수준에서 그렇게 작동하리라 여겼다니.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마지막 날이다. 형제들이 그러하듯, 모든 날은 서로 다르고, 다ㅐ롭다. 그리고 그 날들이 항상 함께, 연이어 이르지는 않는다. 날이란 것은 홀로, 단수로서 찾아올 수 있는 순간이다.


오늘은 당신을 위한 날이다. 당신이 오늘의 기간을, 오늘의 차원을 정했다. 이 날은 홀로 있을 날이요, 영원이 끝이 없을 것이며, 그 어느 순간도 이보다 오래 이어질 수 없으리라.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건 간에 말이다.


저기 그가 온다. 엔카르민이 빛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은 칼날을 피한다. 월드브레이커를 휘두른다. 그가 피해낸다. 하지만 당신은 어차피 망치가 그를 때릴 수 있으리라 여기지 않았다. 그저 위협을 위한 휘두름일 뿐이다. 그가 날아오르고, 하얀 날개가 펼쳐진다. 금빛 섬광이 당신을 휘감고, 그대로 저 위에서 일격이 내리친다. 그는 자신이 가진 하나의 이점을 극한으로 활용한다. 날 수 있기에, 그는 2차원의 싸움을 3차원의 강습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당신이 지배하는 이 수많은 것에, 그 3차원이 비길 수 있겠던가?


그가 당신 위로 다시 비상한다. 수직으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당신은 공간의 여덟째 각에 손을 뻗어 움켜쥔다. 당신의 탈론이 그의 뒤쪽 발목을 감싼다. 잔인한 충격 속에, 그의 비상이 멈춘다. 잠시 동안, 그는 공중에 못박힌다.


그리고 다음, 당신은 망치를 휘두르듯 그의 다리를 휘둘러 갑판에 후려친다. 그리고 당신은 시간을 늦춘다. 이 순간의 모든 세부사항을 즐길 수 있도록.


지켜본다-


공기의 휘두름 속에 엉킨 그의 날개가 팔을 감싸며 솟는다. 얼굴을 감싼 머리카락이 느릿하게 소용돌이친다. 가위처럼 조여드는 탈론 사이로 금빛의 정강이 보호대가 찢기며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날개에 실린 힘 속에 찢긴 깃털이 공중에 흩뿌려진다. 벌어진 입, 꽉 주이ㅓ진 왼손, 서서히 커지는 눈 속에 새겨진 충격, 그리고 동곡으이 확장까지.


충격이 인다.


그의 어깨와 머리, 그리고 등 아래, 그가 후려친 갑판이 그대로 부서지는 소리가 울린다. 몸과 바닥 사이에 끼인 오른쪽 날개뼈가 조각나며 통증이 인다. 그의 오른손에서 엔카르민이 뒤흔들린다. 그가 갑판에 내리꽂힌 순간, 그의 육신이 뒤흔들린다. 타격을 흡수하려 애쓰는 긴장된 입. 조여진 눈가의 주름. 그가 내리곶힌 각도를 따라 갑판에 박힌 고정핀이 튕겨 볼품이 사라진다. 그의 금빛 무장은 관절부와 봉인부를 따라 휘어지고 파열된다. 흡사 술에 취하기라도 한 듯, 갑판의 채찍질이 일으킨 반동을 따라 그의 머리가 흔들린다. 갑자기 그의 얼굴 근육이 느슨해지고, 표정은 멍해진다. 힘이 빠진 얼굴에 파문이 일럴인다.


엔카르민이 천천히 떨어진다. 폼멜이 가장 먼저 바닥에 닿는다. 그의 옆의 갑판을 때린 엔카르민이 다시 튕기고, 부딪히고, 튕기기를 반복한다. 그 반복마다, 위로 솟구친 칼날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그리고 마침내 검이 쓰러진 순간의 찰캉이는 소리.


그의 입과 코에서 느릿하게, 위로 뿜어지는 피.


허공에서 반짝이는 물방울까지.


방울들이 뒤로 떨어지며 얼굴과 목에 튀는 소리,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서서히 머리가 기대오는 움직임, 그리고 갈라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혈류의 소리까지.


고요하다.


당신은 그를 내려다본다. 그는 으깨진 갑판의 분화구 속에 쓰러진 채다. 한 날개는 크게 펄쳐졌지만, 다른 날개는 그대로 등과 바닥 사이에 접힌 채 못박혀 있다. 팔은 벌어졌고, 금빛 머리는 흡사 후광처럼 흩날린다. 한쪽 다리는 흡사 무용수가 그러하듯 구부러진 채다.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그의 다른 다리를 자루처럼 붙든 채다. 당신은 그의 발목을 놓는다. 묵직한 다리는 그대로 곧게 펼쳐진 채 땅으로 쓰러진다.


더 이상 비행은 없다.


당신은 뒤로 물러난다. 심장이 거세게 뛴다. 짜릿한 만족이 치민다. 월드브레이커를 든 채, 당신은 일격을 날릴 채비를 갖추고 기다린다. 얼마나 남았을까? 1분? 2분?


아니, 더 짧다. 그의 눈이 깜박인다. 그는 잠시 동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조차 깨닫지 못한다. 충격 속에 모든 감각을 잃었기에, 무엇보다 고통이 가장 먼저 치밀 것이다. 그의 날개는 꺾였고, 늑골도 부러졌으며, 당신이 휘두른 발목도 으깨졌으리라. 각성의 순간은 곧 고통의 순간이리라. 그가 움찔하는 순간, 가슴에 이는 경련과 얼굴이 일그러짐이 보인다. 기침 속에서, 그가 토혈한다. 입술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그는 끝장난 것일까? 확실히, 그는 끝장났다. 그 누구라도-


아, 마지못한 채 당신은 그를 인정한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옆으로 몸을 굴리려 하지만, 부러진 날개에서 일어나는 날카로운 통증이 그를 멈춰세운다. 그는 다시 뒤로 쓰러진다. 그가 반대 방향으로 몸을 굴린다. 그는 일어나려 한다.


손과 무릎을 땅에 짚은 채, 그가 일어나려 한다. 떨어뜨린 검을 그의 손이 더듬는다. 검에 손이 닿지 않는다. 부서진 희망처럼, 박살난 기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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