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xiii 변화

이 모든 것이 펼쳐지는 가운데, 불타는 황궁의 심장부에서는 모든 것을 바꿀 깊은 의미의 순간들이 안개와 오물, 그리고 혼란의 흐름에 휩싸여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지나친다.

하나는 인류제국의 패권이 끝나는 순간이다. 인류제국은 거의 3세기 동안 은하의 패권을 쥔 존재였다. 수천의 세계를 아울러 하나의 문화 체계로 빚어냈고, 은하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대한 군사력을 갖춘 존재였다. 군사력, 위용, 결코 꺾을 수 없는 아스타르테스의 전설, 지칠 줄 모르는 군대, 비길 바 없는 함대는 그 패권의 상징이자 존립의 근거다.

하지만 연기가 짙게 깔린 어둠 속,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친 그 순간에 모든 것이 변한다. 제국의 전쟁 기계는 멈춘다. 계속 싸우고, 그 투쟁은 용맹하다. 하지만 그 집단이 공유하는 정신은 이제 변한다. 더 이상 그들은 가장 위대한 존재가 아니다. 더 강대한 것을 만났으니까. 그것은 전혀 군사적인 것이 아니며, 아무리 많은 총탄과 로켓, 미사일과 포탄을 쏟아붓는다 해도 그 육에는 전혀 영향을 줄 수 없다.

그것은 느리게 제국을 좀먹어갈 것이다. 실존적인 불협화음이 되어 거할 것이다. 그럼에도 수십여 년, 혹은 세기에 걸쳐 누구도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위대한 제국이 만약 오늘을 버텨 살아남고, 싸움을 거듭하며, 심지어는 다시 지배할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패권을 쥐지 못하리라.

그 적수를 만났기에 그러하다. 그리고 그 적수는 누구도 거기 있노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불멸의 난폭한 힘이다.

제국에 대한 관념은 영원히 깨졌다.

또 다른 중대한 의미를 담은 순간이 스쳐 지나간다. 불길에 가려진 채, 흔적조차 없다. 온전히 남을 마지막 요새의 순간이 지나친다. 제국의 패권이 사라진 순간과 마찬가지로, 누구도 깨닫지 못한 순간에 그 순간이 지나친다.

선 오브 호루스 군단의 에크론 팔과 보루스 이카리가 나란히 델픽 흉벽에 대한 폭풍같은 강습을 이끈다. 팔이 이끄는 공포의 유스타이린들은 중화력이 쏟아지는 불멸의 방어선을 향해 돌격한다. 이카리가 이끄는 사악한 4중대는 레기오 모르티스의 전쟁 기계들을 방패 삼아 전진한다. 이 전투에서 둘은 협력자이자 경쟁자로서 서로의 우월을 겨루며 나아간다. 둘 모두 워마스터의 창끝이지만, 각각은 이 영예를 홀로 누리기 원한다. 아바돈이 부재하고 있기에, 누가 먼저 벽을 돌파해 마지막 요새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끄냐에 따라서 최선임 중대장의 자리가 뒤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쨌건, 아바돈은 이제 유물에 불과하지 않던가. 따르기에도 적절하지 하고, 이끔을 받기에도 모자란 존재일 뿐이다. 이 싸움에서 거둘 영광은, 그리고 이 위업은 옛 최선임 중대장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빛날 것이다. 에제카일 아바돈의 시대는 이제 끝이다. 지금은 그들의 시간이다.

그들은 속박 없는 야만성과 무자비한 정확성으로 방어선을 강타한다. 한때 찬미받던 아스타르테스의 원칙을 사악하게 비틀어 놓은 흉내물이나 다름없다. 팔이 휘두르는 야수적인 힘은 오직 이카리의 비할 수 없을 야만성에 필적한다.

매크로 포탄이 쉴 새 없이 불을 뿜으며 델픽 흉벽을 후려친다. 그 불굴의 벽을 거듭 후려치며 구멍을 뚫는다. 첨탑이 허리케인을 맞이한 전나무처럼 쓰러진다. 공명기와 중계기들이 불타는 방전의 폭발 속에 터져 나간다. 치솟은 불길이 무너져 가는 벽을 연이어 휘감듯 흘러내리며 비바람에 흔들리는 군기처럼 펄럭인다.

보이드 쉴드 방어선의 부분이 마침내 무너졌다.

정신이 없네. 번역이 좀 밀리는 중. 되는 대로 찾아오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