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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5:xviii 어둠이 오다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16 14:36:42
조회 1201 추천 36 댓글 6
														




5:xviii 어둠이 오다



전투 돌입 39초. 모두 장님이나 다름없다.


콘스탄틴 발도르의 신경 협응에 기반한 명령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뒤엉켜 오는 어둠은 온 사방에 퍼지고, 거의 실체를 가진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흡사 화산재처럼 사지와 어깨를 짓누르고, 두꺼운 천으로 자아낸 검은 망토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죄책감, 수치심처럼 그들의 마음을 짓뭉갠다. 어둠이 금빛 갑주 위에 흡사 기름처럼 흘러내린다. 먼지의 눈보라처럼 몰아치고, 악몽같은 새들의 울부짖음처럼 수십억의 어두운 얼룩이 모여들고 하나로 뭉친다. 발도르의 투구, 바이저, 입 속으로 어둠이 스미는 느낌이다.


어둠의 격류 속에서 무언가들이 흐르고 움직인다. 어렴풋이 보일 뿐이다. 점판암처럼 빛나고 비탄처럼 매끄러운 맵시로, 박쥐 모양의 무언가가 움직인다. 후류처럼 꼬리를 길게 끄는, 날개 달린 가오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형상들이 움직인다. 발도르는 놈들이 움직이는 순간 피어오르는 바람을, 발을 디디는 순간 울리는 대지를 느낀다. 다음 순간 한 놈이 방향을 틀어 그대로 동행대원 알델레스(Aldeles)를 잡아채고, 그것이 알델레스의 마지막이다. 콘스탄틴은 날아드는 상어 같은 그림자를 찌르지만, 놈들은 어둠으로 빚어낸 유동적인 연기처럼 물컹하게 받아낼 뿐이다.


비치는 유일한 빛은 오직 발사염 뿐이다. 볼터가 짖을 때마다 피어오르는 하얀 불꽃, 마지막까지 남은 아드라틱 병기가 토하는 노란 불덩어리, 그리고 변색된 어둠 속에서 워프의 흐름을 담아 희미하게 번득이는 푸른색과 분홍색까지(각주 1). 수많은 광원들이 깜빡이지만, 비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점차 발도르의 중대는 수가 줄고 있다. 다음 순간 고기로 빚어진 바닥이 펼쳐지고, 그 위로 옹이지고 번득이는 고깃덩이가 숲처럼 펼쳐진다. 썩은 고기로 조각된 나무나 다름없다. 사지를 이룬 가지들이 지옥의 화염을 뱉어내며 꿈틀거린다. 발도르의 키보다 두 배는 되는 줄기는 느낄 수 없는 바람에 휘말려 흔들린다. 흡사 저 심연 속 격류에 휘말린 말미잘의 형상이다. 가장자리 너머가 아가미처럼 부풀고, 곰팡이가 엉긴 줄기의 육은 개구리알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들이 뭉친 눈덩이가 지방 양막 위로 미끄러지듯 거품을 뿜으며 엉겨 빚어낸 젤라틴 덩어리로 반짝인다. 흔들리는 사지에서 쏟아지는 불길은 오라마이트조차 녹여내며 사람을 통째로 불태운다. 콘스탄틴은 화염을 토해내기 전 놈들의 사지를 베어내려 한다. 어떤 놈은 그대로 파열하며 폭발하고, 어떤 놈은 그대로 비틀대며 쓰러진다. 그 안에 담겼던 불길이 흡사 발화성 유동체처럼 쏟아진다. 쏟아진 불길은 콘스탄틴과 그의 부하들을 조롱하듯 그 형상을 본뜬 것을 빚어내 그들의 발치에서 깜박이며 춤을 춘다. 형상을 짓이길 때마다 분홍색 불꽃이 청생 화염 덩어리가 되어 산산이 부서지고, 그 덩어리들은 제 적수의 군화와 정강이받이를 포스포르 병기라도 된 마냥 갉아먹는다. 살덩이 나무가 물러선 순간 콘스탄틴은 그대로 견갑으로 놈들을 밀어낸다. 창자루 끝에 찔려 비틀거리는 놈들을 그대로 창날로 찢어발긴다. 그리고 그는 강제로 새로운 이름들을 익히며 뱉어낸다. 크‘찬’차니‘(K’Chan’tsani’i).(각주 2)


그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죽이는 방법을 배우는 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가 쌓은 지식이 그의 핵심을 갉아먹고 있으므로.


웃음을 터뜨리는 어둠이 생생하다. 콘스탄틴은 그 웃음을 무시한다. 몇 웃음은 그의 수하들의 목소리다. 그는 그 웃음을 무시한다. 일부는 이미 죽은 수하들의 목소리다. 그 역시도 무시한다. 소용돌이치는 어둠의 조수에 실린 멜로디에 맞춰 모호한 단어들로 빚어진 노래가 들려온다. 한 소절에 아홉 박자가 담긴, 기이하게 느릿한 박자가 더해진 장송의 노래다. 그 박자를 들으니 통합 이전 시절에 알고 있던 옛 발칸 지방의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심중에 쌓인 이름들은 그것이 금지된 카이릭(Kairic, 각주 3)의 성가임을 허공 중에 내뱉는다. 그가 무시할 또 다른 것에 불과하다.


디오클레티안 코로스가 정신을 차리며 소리친다. 신경 협응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지만, 그들 모두가 그 목소리를 듣는다. 커스토디안들은 디오클레티안을 따라 대형을 다시 갖춘다. 서로의 견갑 끄트머리를 붙들어 방향을 잡고, 사격을 받아내고, 쪼아대는 부리와 후려쳐오는 날개를 받아낸다. 디오클레티안은 반짝이는 지방과 결합 조직으로 둘러싸인 근육질의 융기부를 베어내며 길을 뚫는다. 등의 사면을 따라 거대한 갈비뼈가 뻗치고, 진주처럼 반짝이는 연골 섬유의 매듭이 양각되어 있다.


다음 순간, 악마 한 놈이 닥쳐든다. 지난 39초 동안-이제는 40초다-마주친 놈들 중 가장 거대한 놈이다. 콘스탄틴은 마치 거대한 독수리나 시체를 포식하는 새(각주 4)를 마주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 실체를 알아볼 수는 없다. 옹송그린 거대한 어깨는 저 높은 곳에, 목은 뱀처럼 구부러져 있다. 제트바이크보다 더 긴 포식자의 부리가 딱딱 부딪힌다. 보이지는 않지만 온 은하를 뒤덮을 만큼 거대한 날개가 휘둘러졌고, 메우사스(Meusas)와 티베레안(Tiberean)을 짓이기고, 감독관 칼레다스(Kaledas)를 후려쳐 능선 아래의 공허로 내던진다. 콘스탄틴은 칼레다스를 볼 수도, 얼마나 멀리까지 떨어졌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비명은 들을 수 있다. 비명은 한없이 이어지고, 결국 아홉 박자 성가의 일부가 된다.


악마가 그들 위로 우뚝 솟는다. 타이탄에 장비되는 우르수스 클로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갈고리 발톱이 근육의 능선을 할퀴며 먹이를 찾는다. 벼랑의 능선에 자리한 바닷새처럼 버텨선 채 창을 떠올리게 하는 부리로 쪼아댄다. 온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놈의 날개가 있고, 그 날개가 그들을 거듭 후려치며 깃털 섬유와 기생충의 악취로 공기를 가득 채운다. 놈의 찔러대는 부리가 라프로스(Laphros)를 꿰뚫고, 고기로 빚어진 절벽에 꽂아 넣는다. 라프로스의 피와 절벽이 뿜은 피가 한데 뒤섞인다. 시마칸티스(Symarcantis)가 놈의 왼쪽 날개 아래 측면에서 그대로 창을 내찌른다. 악마가 목을 휘둘러 라프로스의 시체를 내던지며 시마칸티스에게 몸을 기울인다. 다음 순간 루도비쿠스(Ludovicus)가 그대로 파워 소드를 휘둘러 놈의 목을 베어버린다.


악마의 거대한 육신이 여전히 날개를 휘적이며 능선 아래로 추락한다. 온 사방에 깃털 다발이 흩날리며 불타오른다. 놈의 육신은 시마칸티스의 창을 제 옆구리에 여전히 붙들고 있는 채다. 콘스탄틴이 단단히 붙잡은 덕에 시마칸티스는 창을 쥔 채 능선 너머로 추락하는 신세를 면한다.


그는 감시관을 끌어올린다. 콘스탄틴의 손을 붙들고 간신히 돌아온 시마칸티스는 다음 순간 떨어진 자리에 그대로 있던 라프로스의 도끼를 쥔다.


콘스탄틴은 전진하라고 소리치지만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다. 디오클레티안은 길이 사라졌노라고 외친다. 근육으로 빚어진 융기부는 점차 좁아지며 육으로 빚어진 절벽과 합쳐진다. 또 다른 절망적인 길이다. 그들이 가려 했던 다른 길들과 마찬가지다. 지금 그들은 길을 잃었고, 곧 목숨 역시 잃게 될 것이다.


어둠은 점점 더 짙어지고 무거워진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일어난 일이다. 어둠은 지금 쉴 틈 없이 고동치며 아홉 박자에 맞춰 그들의 목을 조르고 몸에 뒤엉킨다. 코와 귀, 목구멍과 위장, 눈물샘까지 뒤덮으며 그들을 질식시키고 목을 조르려 든다. 콘스탄틴은 그것들을 막기 위해 자신이 배우고 쌓았던 이름을 외치며 울부짖는다. 하지만 그의 혀는 부어올랐고, 입 안에는 액화된 어둠이 가득하다.


전투 개시 43초.





각주 1 : 젠취의 레서 데몬 핑크 호러/블루 호러로 추정.

각주 2 : 젠취의 레서 데몬 플레이머로 추정.

각주 3 : 40K에도 잠깐 언급된 바 있는(카오스 데몬 코덱스), 에이지 오브 지그마에서 젠취를 섬기는 컬트.

각주 4 : 젠취의 그레이터 데몬 로드 오브 체인지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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