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는 그의 발치를 배회하는 두 마리의 펜리시안 늑대의 두꺼운 털을 움켜지며 말없이 소식을 전해듣는다. 비요른이 바라보니, 프라이마크의 얼음장같이 푸른 두 눈동자가 억눌린 감정으로 번뜩이는 것을 보았다.

흐라븐켈의 함교 전망은 녹슨 붉은 먼지로 거의 불투명했다. 함대 전체가 암초 속 물고기 마냥 성운 깊숙한 곳에 잠겨 있었다. 프로스페로의 여파는 그들로 하여금 거대한 별의 요람 곳곳을 배울 시간을 주었다. 이곳의 중력의 변동, 센서 교란 차단막을. 자신들의 함대를 깊은 곳에 숨겨 놓고 숨을 돌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 보다 높은 곳 어딘가에서 알파 리전이 여전히 조사하며 순찰하고 있었고, 보이드-차저를 보내 성운 테두리를 감시하였다. 곧 있으면 함대의 정확한 위치를 발견할 테지만, 그때까지는임시변통으로 파괴를 면할 수 있었다.

가히 파멸적이며 참혹한 후퇴였다. 러스가 있었기에 대패하는 것 만은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성우의 중심부에 최대한 많은 함선을 결집 시키기 위해 번개 같은 반격을 가해 순전히 자신의 의지의 힘으로 상황을 유지한 것이다.

비요른은 주의 깊게 살피었다. 프라이마크가 평소 보여주던 활기가 사라진 듯했다. 마치 충실한 의무에 대한 보상이 잿더미로 얼룩진 얼굴이라는 듯, 그 멍든 얼굴은 거의 원망에 사무친 표정을 지었다.

“다음 겨울이라?” 러스가 물었다. “정말로 그리 말했나?”

스타-스피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외람되오나 제 생각엔 정중함을 담으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러스는 코웃음쳤다.

비요른은 프라이마크의 늑대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무시하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 오롯이 우리 몫이군요.” 그는 과감하게 나섰다.

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얼굴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듯했다. “그래.”

“애초에 믿을 수 없는 족속이었습니다.”

“그것도 그렇군.”

비요른은 어딘가 어색했다. 프라이마크가 스스로를 의심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광경이다. 러스도 이를 느꼈는지 몸을 움직였다.

“왜 내가 너를 가까이 두는지 아냐, 외탈이?” 그가 물었다.

비요른은 고개를 저었다.

“너는 젊다. 우리 모두 시대가 변하는 걸 알 수 있지.” 러스는 비요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 차가운 눈을 그에게 고정했다. “까놓고 말해보자 우리는 프로스페로 이전에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 펜리스에게 유령을 부리는 것 말이다. 아버지가 말해주려 한 신화를 결코 믿지도 않았고. 이제 와서 놀란 척하는 것도 웃긴 노릇이지.”

늑대 중 한 마리가 주인을 위로하듯 세라마이트를 따라 머리를 밀면서 러스의 허벅지에 코를 비볐다.

“아버지께 성전이 끝나고 무엇을 하사할 것인지 결코 묻지 않았다,” 러스가 말을 이었다. “그분께 우리가 필요한지 결코 묻지 않았어. 한데 이제 다 무슨 소용이냐. 이 광기를 멈출 수 없다면 우리가 필요 없다고는 못할 테니까.” 러스는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아주 별꼴이 다 보겠어. 우리에게 목적을 불어넣어 준 건 호루스였다. 그 자식 덕에 다시 쓸모를 찾은 거 아니겠냐.”

비요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부 네가 짊어질 거다,” 러스가 말했다. “나와 내 사랑해 마지않을 형제들이 엉망으로 만든 이 아수라장을 똑똑히 봐둬. 전부 니 손으로 주워 담아야 할 거니까.”

“호루스가 자초한 일입니다.” 비요른이 반박했다.

“그리고 그 자식은 왜 돌아버렸을까?” 러스는 슬프게 물었다. “대체 누가 알겠어? 이 이야기를 누가 전할 거고?” 그는 덥수룩한 금발 머리를 흔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똑똑히 기억해둬, 외팔이. 네 의무는 이 지식을 고이 간직하는 거다.”

“당신께선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비요른은 마치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고 확신한다는 듯이 말했다.

“언젠가는 그리 될 거다.” 러스는 암울하게 말했다. “그런데 너는, 내가 봐도 네 운명은 영 모르겠단 말이지.”

그리곤 무기력한 망토를 벗어 던지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거동했다. “자 이쯤 하자. 할 일도 태산이니.”

그는 가장 가까운 화상 화면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펜리사바르의 광대한 옆모습은 화면 창을 가로질렀고, 뒤는 그을리고 반쯤 부서졌다. 흐라븐켈 자체도 그다지 상황은 좋지 않았다.

“칸 이 망할 새끼,” 러스가 말했다. “언제나 제멋대로인 놈이었으니. 그 자식 검술이 없어도 충분히 해낼 수 있어. 도움 따위 애초에 필요 없었다. 요청한 내가 바보였지.”

그는 씩 웃었다. 예전의 허세가 돌아온 듯했다.

“우리는 돌아간다,” 그가 말하며 코를 고는 늑대의 목덜미를 애정을 담아 쓰다듬었다. “여기가 밑바닥이다. 다들 가서 날을 갈아 두고 있으라고.”

야성적인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날 믿어라,” 그가 으르렁거렸다. “저 자식들 우리 마지막 모습이 어떤지 보지도 못했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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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