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xi 대량 표본 추출

“어딨지?”

계단을 따라 안식처의 연구실로 올라오던 안드로메다가 묻는다. 크산투스는 창문 쪽에 선 채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고개를 돌린다. 두려움이 읽힌다.

“작업 중이오.”

그가 답한다.

“여기 없는데.”

“위층에 있소.”

크산투스가 대꾸한다.

“다음 층이지.”

“그를 지켜보고 있기로 한 것 아니었나?”

안드로메다가 쏘아붙인다.

“그랬소.”

“매처럼 말이야, 선택받은 자.”

크산투스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창문에 손짓한다.

“나는… 그저 보고 있었소.”

그가 대답한다.

“상황이 얼마나 악화된 거요?”

“얼마나 나빠질 수 있을 거 같아?”

안드로메다가 되묻는다. 크산투스는 어깨를 으쓱인다.

“그 말씀이 맞군. 글쎄, 그것보다도 더 나쁘겠지.”

다음 층으로 안드로메다가 오른다. 정신이 산만해진 채 크산투스가 그 뒤를 따른다.

위층 역시 연구실과 연결된 공간이다. 중앙에는 다섯 개의 거대한 크롬 용기가 꽃잎처럼 배열되어 있고, 멸균용 청색 조명이 공간을 비춘다. 벽 한켠에는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대형 소각로가 설치되어 있다. 포는 중앙의 콘솔에서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천정에 설치된 탱크에서 통으로 공급되는 생화학 물질과 영양 물질의 혼합 수치를 조정하는 중이다.

안드로메다는 용기 중 하나를 바라본다. 그녀는 인장관이 전설적인 아스타르테스의 틀을 처음으로 자아낼 때 사용했을, 육신을 자아내는 베틀과 흡사해 보이는 생체 구조 장비를 떠올린다. 아마도 이것이 초기 작업을 수행한 바로 그 기계들일지도 모른다. 전체 프로젝트의 유전 공정을 외삽해 넣은 원형 장비들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안식처가 그렇게 견고한 보안 상태를 유지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장비는 온기를 발한다. 웅웅대는 소리가 난다. 굳게 밀봉된 흐릿한 유리 뚜껑 너머로, 생물학적 물질로 구성된 시원의 슬러리가 거품을 발하며 융합되고 있다.

“이 기계들, 활성화 상태인데?”

안드로메다가 말한다.

“물론이지.”

포가 대꾸한다(물론 이 일에 집중을 다 쏟느라 제대로 귀를 기울이진 않았다만)

“작동 중이잖아, 포.”

“뭘 말하는 건가?”

안드로메다가 포에게 다가간다.

“당신의 파지 병기 설계를 개량하는 것은 이론 차원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을 텐데.”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아래층에 있는 숙고기와 표본 추출기로도 충분히-”

“흠, 딱히 충분하지 않네.”

자신의 작업에 끼어든 안드로메다를 짜증스럽게 노려보며 포가 대꾸한다.

“충분하고는 거리가 멀지.”

“포-”

포는 조심스럽게 준비 작업을 처리하고 있던 세포 양식화 회로판들을 내려놓는다.

“이 작업을 끝내고 싶은 건가, 끝내기 싫은 건가, 셀레나르?”

“이 작업에는 지금 실용적인 요소가 전혀 없잖아.”

안드로메다가 답한다.

“전혀 없어. 지금 유전자를 조작하고 있지, 포. 그리고 생물학 제조 장비가 준비를 마쳤고. 지금 당신이 고른 것은 해부학적 주형을-”

“당연히 그렇지!”

포가 쏘아붙인다.

“자넨 이 작업을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끝내기를 원하지. 이론적인 논문들만 가지고서는 충분하지 않았네. 아래층에 있으니 가서 확인해 보라고. 이미 다 시험을 해 봤어. 성공했다고 말하기 전에, 이론적 모델을 실제로 테스트를 해 봐야 한단 말일세. 이미 말했잖아. 체계적인 테스트로-”

“이건… 저건 그런 테스트가 아니잖아!”

그녀가 용기를 가리키며 외친다.

포는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씩 웃는다.

“유전 표본 몇 개만 가지고서 처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네.”

포가 입을 연다.

“이 연구실은 딱히 그 범위에서 대단할 것은 없지. 나는 세포 표본을 활용해서 충분한 양의 생체 물질을 배양할 걸세. 그래야 생체역학적 파지를 적절하게 시험할 수 있을 테니까. 대량표본 추출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