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다른 방법을 생각해놓은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드러몬을 따라 함교로 향했다.

만약 함교의 인원들이 날 보고 전투에 참여해달라고 말한다면, 나는 제국군의 참모 역할로써 전투보다 현 상황을 파악하는것이 임무라고 말하며 함교에 남아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건 이는 없었다.

그보다 놀라운건, 드러몬이 도착하기 전까지 함교에 아스타르테스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테크마린이시여"

함선의 선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조종석에서 내려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제국 해군 기준으로는 특이한 일이다, 특히 이렇게 전투가 진행중일때 예의를 차리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는것은 더욱. 하지만 이 배는 스페이스 마린 챕터의 소속이며 나와는 관점이 매우 달랐을 것이다. 아마 몇십년은 더 있어야 이해할 정도일 것이다.)

"계속 진행하십시오 선장"

드러몬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에 응답했다.

선장은 자리에 다시 앉아 화면을 빼곡히 채운 정보들에 다시 빠져들었다.

희미하게 조명이 비치는 함교의 한 자리는 비어있었는데, 다른 좌석보다 더 크고 높은곳에 존재하는것으로 보았을때, 이것이 드러몬의 자리임을 알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나의 물음에 드러몬은 나의 존재를 잊었던것처럼 흠칫하며 내쪽을 보았다.

그는 건틀릿을 낀 손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으며, 여러 정보창과 사진들이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별거 아닌 피해입니다."

그의 말에 나는 안도감을 느꼇다.

지난번 내가 탑승했던 우주선이 공격받았을때는 1~2초정도 진공에 노출된적 있었는데, 나와 유르겐은 그 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었다.

다행히 귀환자는 그때의 우주선보다는 튼튼하게 지어졌다.

"누구로부터의 공격인겁니까?"

나의 물음에 짜증이 날법함에도, 드러몬은 화면을 가르켰다.

"비리디안의 우주선이여, 여긴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소속인 리클레이머 챕터의 공격 순양함 귀환자다."

선장이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무기를 거두고 물러서거나 황제폐하의 이름으로 죽음을 맞이해라"

"놈들이 후퇴합니다."

가신들중 한명이 말했다.

"어쩌면 재공격을 위한 준비일수도 있습니다"

"포격 구역은 준비하라" 

선장은 동의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드러몬을 슬쩍 보며 말했고, 테크마린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기를 충전하고 발포를 준비하도록"

드러몬의 목소리가 함교 전체에 울려퍼졌다.

"준비되는대로 발포하라"

선장은 그저 르까프 한잔을 주문하는듯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준을 정확히 하도록"

몇초간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내 앞에는 무기가 준비되는 영상이 보여졌는데, 내 심장이 한번 뛸때마다 에너지가 커져가는것이 보였다.

"목표 조준 완료"

함교의 승무원중 한명이 같은 어조로 말했고, 그순간 나는 드러몬의 존재가 이들을 이토록 침착하고 이성적이게 만듦을 깨달았다.

그 누구도 드러몬의 앞에서 선장을 실망시킬 행동을 하지 않기를 원했으며, 

제국군처럼 마구 욕설을 퍼부으며 허둥지둥 거리는 대신에, 냉정하고 규치적으로 행동했다.

섬광과 함께, 우리를 공격하던 우주선은 바람에 씨앗이 널리 퍼지듯 산산조각나 파편을 흩뿌렸다.

"대체 누구였을까.."

나의 중얼거리는 혼잣말에 관측 승무원이 답해주었다.

"IFF 비콘에 따르면, 궤도 방위 시스템 소속의 헬렌 아가씨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편이여야 되는거 아녔습니까?"

그순간 나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만약 궤도 방위군이 반란을 일으킨것이라면, 다시말해 대부분의 행성 방위군이 반란에 참여한것일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나는 드러몬이 나의 물음에 답한것인줄 알았으나, 그는 통신구를 통해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커미사르님께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떤걸 말입니까?"

난 내가 듣고싶어하지 않을 말임을 반쯤 확신하면서도 물었다.

그의 첫마디만으로도 내가 맞게 생각했음을 알수 있었다.

"상황이 악화되었습니다. 신호 분석에 따르면, 현재 행성계 전체에 내전이 터졌습니다."

"좆됬군요(Frakking great)"

나는 현 상황에서 자제력을 결국 발휘하지 못하며 답했다.

"그라이스 캡틴께서는 현 상황에 대응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당장 개입하라고 하십니다"

그는 통신기로 들려오는 말을 듣기 위해 잠시 대화를 중단했다.

"지금 캡틴은 격납고에서 승선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같이 가실수 있으신지를 물으시는군요"

제국군 소속의 연락책인 이상, 난 이 초청을 거부할수가 없는 위치였다.

"당연히 합류하겠습니다"

나는 미소를 짜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