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의 숫자에는 끝이 없단 말인가...?

드라코닉 카르닉스(켈트족 나팔)이 그의 공포를 뚫고 울려퍼졌고, 바로가 몸을 돌리자 검은강철의 기수들이 로타르 남작 주위로 모여들며 다음 돌격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소스 바위의 군주 곁에는 캐롤리나가 용의 깃발을 높이 들어올렸고, 온힘을 다해 아퀼레나 가문의 드래곤 나팔을 부르는 그녀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 끝에는 땀이 매달려 있었다.

울려퍼지는 소리는 바로의 허리로 소름이 타고 흐르게 만들었고, 고대의 불을 내뿜는 파충류들이 대지를 자신들의 숨결로 검게 그을리는 모습을 연상시키게 만들었다. 바로는 허공에 재의 냄새를 맡았고, 원시 시대의 무시무시한 괴수들이 강력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광경이 그의 원초적인 마음을 건드렸고, 그의 사지를 불로 채우며 적들에게 복수를 내리고자 하는 갈망으로 차오르게 만들며 그의 커져가는 공포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바로는 말머리를 돌렸고, 적들을 쳐부수고자 하는 동일한 갈망에 휩싸인 기사들이 하나둘씩 모여드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랜스의 끝이 되어줄 전사였다.

로데가르 경이 바로 그러한 전사였다.

시포스에 올라탄 성배기사는 이제 랜스 진형의 선두에 있었다. 마치 그와 그의 탈것이야말로 승리를 거두게 해줄 유일한 부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야영지에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성배 기사는 말을 움직여 위치를 잡았고, 소리쳤다

'기사들은 나를 따르라!'

로데가르의 말이 몸을 들어올렸고 바로의 심장이 야성적인 기쁨으로 타오르며 케리안을 앞으로 돌진하게 만들었다.

용의 나팔이 다시 한번 울려퍼지자 성배 기사는 앞으로 돌진했고, 말에 올라탄 모든 기사들, 이미 진형에 합류했는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본능적으로 랜스로 움직이며 진형의 측면에 자리잡았고, 매 초마다 진형의 크기를 키워나갔다.

일어나는 망자들은 수백명은 되었고 진형은 50여개로 겹겹이 쌓은 듯 했으나, 이는 아무런 차이도 내지 못할 것이다.

바로는 케리안이 뛰어넘게 만들었꼬, 로데가르 경 가까이에서 질주하며 그의 존재로부터 힘을 얻었다. 바로가 가까이에 있음을 감지하자, 성배 기사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뒤를 살폈다. 그리고 그가 다음으로 내뱉은 말은 오직 그를 위한 말이요, 오직 그만이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말인 것처럼 느껴졌다.

'여인을 위하여'

랜스가 망자들의 진형과 부딪힘과 함께 로데가르 경이 말했다.

브레토니아인들의 돌격은 두려움의 존재였다. 경악의 존재였다. 잊는 게 불가능한 광경이었다. 

수많은 발라드들이 돌격의 영광을, 깃발들의 위엄을, 용맹한 기사들의 순수함을, 호화로운 장식들을 말한다

하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력과 충격적인 살육을 입에 담는 발라드는 거의 없었다.

갑옷입은 기사들이 파도와도 같이 망자들을 박살냈다. 막을 수 없는 강철과 말의 덩어리였다. 그들이 돌격함과 함께 돌진하는 말과 망자들의 진형에 파괴를 불러일으키면서 아래로 내려진 랜스들이 박살났다. 돌격의 가속도가 그들을 적들의 진형 안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들게 만들자 검과 도끼들이 들어올려졌다. 말들이 깨물고, 발로 차고, 짓밟았으며, 그들의 기수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망자들을 쓰러뜨렸다.

바로는 순수한 분노로 울부짖었다. 그의 탈것에 힘입어 그는 망자들 사이로 파고드는 검과 같았다. 돌격의 일원이 되는 것에는 야만적인 즐거움이 존재했다. 무적이 된 듯한 감각, 완전한 힘, 검과 말발굽에 죽어나가며 박살나는 적들.

먼지와 모래들이 하얘진 뼈와 청동 갑옷을 입은 해골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충돌하는 전사들에게로 피어올랐다. 바로의 눈가에는 거칠고 젖은 모래들로 범벅이었다. 검을 든 그의 검은 피로로 불타올랐고, 그의 허벅지는 케리안의 측면을 붙드느라 경련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의 눈앞에 있는 적들을 쓸어버리며 신이 된 듯한 감정을 느끼는 것에 비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 했다.

새된 나팔 소리가 울려퍼졌지만, 폭풍같은 돌격과 강철과 뼈의 충돌 소리에 거의 듣지 못했다. 바로는 자신의 의식을 붙들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베고, 찌르고, 회피하고, 울부짖고, 위로 올리고 타격. 기대고 회피. 청동 검의 번쩍임을 포착, 막아내고 반격한다.

망자의 심장팍을 관통하는 랜스, 어린 시절부터 질주하고 싸우는 법을 배운 귀족들의 검술. 현재, 그리고 틀림없이 고대의 죽은 자들까지 통틀어, 온 세상에 이들보다 더 뛰어난 기수들은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