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났다 체념하고 일곱 망치의 호부를 발동시키려는 벌칸)

목소리다. 이 모든 소음 속에서도 목소리가 들려온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옴에도 힘이 실려있는. 마치 바닥에 깔린 판석으로부터, 혹은 방의 기둥으로부터 들려오는 부름처럼 목소리가 들린다.

"이건 뭐지?" 그가 속삭인다.

"비룡의 주인이시여-" 아비데미가 입을 연다.

벌칸이 손을 들어올린다.

"조용히!" 그가 명령한다. "귀를 기울이거라. 잘 들리지가 않는구나."

그들은 전부 멈춰, 고개만 두리번거린다. 하나둘씩, 그들 또한 그 목소리를 듣는다.

인류제국의 아들딸들이여, 지금 일어나십시오. 일어서십시오...

"너희들에게도 들리느냐?" 벌칸이 묻는다.

프라이토리안께서 내리신 명령을 전합니다. 무기를 들고 앞으로 전진하십시오. 이 가장 위험한 순간을, 황제 폐하께서는 홀로 맞서고 계십니다. 무기를 들고 그분을 도우러 오십시오. 그분께서 당신을 수호하듯 당신도 그분을 수호하십시오. 당신이야말로 인류의 방패입니다!

그들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함께 일어나 하나되어 서십시오. 지금 그분의 곁에 서십시오. 그렇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테라는 버텨내야만 합니다. 인류제국은 견뎌내야만 합니다. 호루스 루퍼칼은 쓰러져야만 합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사셔야만 합니다.

그들은 체감상 벌써 몇 시간 동안이나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바깥에서는 아무런 소식이나 연락도 오지 않았다. 이 침묵이 그들로 하여금 결국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고, 이제 더 싸울 의미는 없으리라 확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말은 그 모든 것을 뒤집어놓는다. 누군가는 아직도 싸우고 있다.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아직도 살아있어, 다시 한번 기운을 내 무기를 들고 적에 맞서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 말이 전하는 의미는 명백하다. 아직도 인류제국은 위험에 처해 있으며, 구원받기에는 멀었다고. 그럼에도 이 말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진짜 희망을. 벌칸에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말하고 있다. 아직 구원받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전하고 있다.

그리고 희망이 남아있는 한, 아직 그가 행동하기에는 이르다.

그들은 조금 더 오래 기다려주어야만 한다.

-------------------------------------------

"킬러," 사이퍼가 말한다. 다급한 어조다. "이전에 했던 것처럼, 순례자들의 주의를 당신에게로 모으시오."

"그리고 나서 뭐라고 하면 되죠?"

"아무거나! 당신네 그 음울한 구절이 됐든 팸플릿에 적힌 설교문구든! 아니면 방금 전에 들린 그 말을 따라하던지! 이전처럼 당신이 그들을 이끌어주어야 하오. 허나 전보다 더 집중되게."

"그들을 이끌라고요?" 그녀가 묻는다.

"하나로 모으시오, 킬러!"

그녀가 머뭇거린다.

"당신이 하시는 게 좋겠어요," 그녀가 그에게 말한다.

"내 생각에 당신이어야만 할 것 같소," 그가 말한다.

"거기에다 사서부는 조정도 해야 하고-" 탄데리온이 끼어든다.

사이퍼가 손을 들어올려 그의 입을 다물게 만든다. 그가 킬러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를 현무암 대좌 위로 조심스럽게 끌어올린다. 그녀는 아래에 바다처럼 군집한 겁에 질린 면면을 돌아본다. 그녀는 뭐라 해야할지 모른다.

그러더니 그녀는 말한다.

"황제 폐하께서는 사셔야만 합니다," 목청을 크게 높히지도 않으며, 그녀가 담담하게 입을 연다. 

"황제 폐하께서는 인류의 방패이자 수호자이십니다. 허면 그분의 방패는 무엇입니까? 기뻐하십시오, 제가 영광스러운 소식을 전합니다. 바로 우리입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우리를 감싼 어둠 속 한 줄기 빛이십니다. 허면 그분의 빛은 무엇입니까? 두 손을 높이 들고 기뻐하십시오. 바로 우리입니다. 이 어두운 밤의 골짜기를 지날 때에도, 그분께서 우리 사이를 거니십니다. 우리 또한 사망에 거역하며 그분 곁을 거닙니다. 그분과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것입니다. 함께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사셔야만 합니다. 제게 말해진 이 말을, 여러분께서도 저와 함께 말해 주십시오. 황제 폐하께서는 사셔야만 합니다."

대반역자 가 새끼에 맞서 모나키아의 축복받은 여인+제국교의 첫 성녀+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까지 예비해두신 로 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