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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에오지 블랙탈론) 신-왕의 버림받은 신도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7 23:34:21
조회 653 추천 2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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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307201

 



계단은 깊은 곳에서부터 은은한 보랏빛 연무에 비춰진 검은 돌담 사이로 내려갔다. 각 블록은 현무암보다는 그을린 석영과 더 비슷하게 미묘한 반투명이었고, 니브가 내려가자 블록들이 그녀 주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 어스름한 자주색 빛이 낮은 층의 블록에서 발산되었다. 매 층계를 돌 때마다 돌은 더 오묘하게 보였고 그 빛은 더 강렬해졌다. 두 여자가 기록 보관소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돌은 은은한 광채에 휩싸여 있었다.



유령 돌에서 새어 나오는 것은 빛만이 아니었다. 니브의 목이 조이고 가슴에 차가운 고통이 박힐 정도로 너무나 강렬한 비탄이 쇄도했다. 지그마, 나의 왕이시여, 지그마, 나의 신이시여, 저희를 저버리지 마소서. 저희를 정죄하지 마소서. 오 신-왕이시여, 저희는 죄인이 아니옵나이다. 저희는 당신의 진실하고 신실한 종이오니.



그 말은 니브의 말이 아니었고 고통도 니브의 고통이 아니었지만, 니브도 떨쳐낼 수 없었다. 유령처럼 반짝이는 돌에서 니브는 얼굴을 보고, 오래 전 죽은 입술이 속삭이는 기도를 듣기 시작했다. 무고한 자들의 이름을 들어주소서. 의로운 자들의 얼굴을 보소서. 지그마, 저희가 당신의 것임을 아소서. 오 신-왕이시여, 저희는 당신의 것이나이다. 저희를 내치지 마소서!



애원하는 손들이 돌에서 솟아났다. 눈물 흘리는 눈동자가 그녀를 향해 희망에 차 돌아섰다. 블록 속의 얼굴들은 나이나 성별을 식별할 수 없는 희미한 유령일 뿐이었고, 헤어스타일과 장식의 최소한의 흔적을 제외한 모든 것이 벗겨졌다. 니브는 그들 대부분이 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조차도 확신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지그마라이트였다고 생각했다. 스톰캐스트 형태로 나타난 지그마의 신성한 힘을 감지하고 반응한 듯 니브의 존재 앞에서 밝아지고 있는, 그들의 믿음의 힘은 돌에서 반짝이는 빛만큼이나 강하게 돌을 통해 방출되었다.



이는 니브를 어지럽게 했고, 그녀는 자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돌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순간 빛이 더 밝게 끓어올랐고, 죽은 자들의 기도가 그녀의 영혼을 두드렸다.



저희를 보호하소서.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오 신-왕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뭐, 그는 그러지 않았지.' 이시라크는 검은 유령의 날개 형상으로 자신의 주위에 펼쳐진 그림자로부터 무심하게 발을 내디뎠다. 유령들은 고글을 쓴 여자의 존재를 피해 도망쳤고, 그녀의 등 뒤에 남겨진 돌들은 어두워졌다. '지그마. 그는 그들에게 파멸만을 내려주었어. 자신의 신도들에게. 만나서 반가워, 블랙탈론. 언제 올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네가 더 빠를 거라 생각했거든.'


(...)


알리퀘일은 방의 그림자가 그녀를 뒤덮었음에도, 위협적이지 않게 보이려 애쓰며 자세를 느슨하게 하고 양손을 명확히 보이게 했다. 보랏빛 유령들이 카타콤 벽면의 돌에서 솟아올랐다 가라앉았지만, 니브는 살아있는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방 안에서 어떤 오염도 느끼지 못했지만, 공기 중에 소용돌이치는 아케인 에너지가 너무 강렬해서 그녀의 시야 주위에 유령 같은 이미지가 남았다. 그녀의 혀에서 은의 맛이 따끔거렸다.



그러나 니브가 대성당 안에 감도는 힘에서 느낀 것은 적의가 아니었다. 니브가 느낀 것은 깊고, 아려오는 슬픔, 그에 가미된 신앙심과... 희망?



그랬다. 그것은 일반적인 성의 지하 감옥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습기처럼 만져질 정도로 니브 주위의 벽에서 발산되는 희망이었다. 아마도 숱하게 좌절되었지만, 아직도 파괴되지 않은 희망.



니브는 희망을 느꼈고 믿음을 느꼈다. 멍들고 닳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진실한 신, 공정한 신이 자신의 숭배자들의 기도를 듣고 감동받을 것이라는 근본적인 확신에 매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에 감동할까?



'이게 그들의 기도였습니다.' 알리퀘일은 자신의 무릎 위에 펼쳐진 두루마리를 향해 손짓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죽어가는 새의 날갯짓처럼 미약하게 두루마리의 글자 위로 떨렸다. '그들은 지그마께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기도했지만, 그분께선... 그분은 그들을 외면하셨죠. 지그마께선 들어주시지도 않았습니다, 스톰캐스트. 들어주시지 않았어요...'



'누가 기도했지?' 니브는 여전히 어떤 즉각적 위협도 느끼지 못했고, 약간 긴장을 풀었다. 처음으로 그녀는 방 안의 유령들을 유심히 살폈다.



알리퀘일의 발 주변에는 여자의 손보다 크지 않은 자수정 빛의 유령 형상들이 눈물 젖은 간청으로 엎드려 기도하고 있었다. 각각의 유령들은 몇 가지 동작만 하는 듯 보였고, 짧지만 끝없는 기억의 굴레에 갇혀 끊임없이 반복했다.



주변의 벽에서 더 많은 형상들이 움직였다. 마치 독방에 갇힌 죄수처럼 각자 자신의 돌 블록에 갇혀 있었다. 그들은 자신 주위의 다른 영혼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있는 니브와 알리퀘일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알리퀘일의 의자를 울려대던 작은 유령들처럼, 그들은 회고의 굴레에 사로잡혀 오랜 과거의 삶 속 동일한 장면들을 되풀이해서 연기하고 재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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