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은 누구야?' 그녀가 물었다.

'오름이라는 카오스 소서러와 그를 따르는 놈들이지. 부리 얼굴을 한 젠취의 헌신자들.' 그로즈는 뭔가를 보려는 듯 멀리 있는 중대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저놈들이 네 주군을 성채에서 끌어내려고 우리를 미끼 삼아 여기 데려왔어. 보여? 니 주군은 널 이용해 우리를 함정에 빠뜨렸고. 오름은 우리를 이용해 그를 함정에 빠뜨렸고. 영리하군, 영리해.'

'어째서?'

'모르지,' 그로즈가 말했지만 그의 어조로 보아 그는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했다. '오름은 그의 신처럼 교묘해. 하지만 놈은 자기 트릭에 날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어.'

'그게 네가 그냥 도망치는 대신 여기 온 이유야?' 이산나가 물었다.

'맞아. 이 일에 관해 놈의 뇌를 따먹고 싶거든.' 그로즈는 끔찍한 미소를 지었다. '넌 어떤데? 왜 도망치지 않은 거지?'

'왜냐하면 친애하는 베라긴은 나를 죽이려고 했지만 여전히 내 주인이니까. 나는 그에게 묶여 있고 그에게 봉사할 의무가 있으니 할 수만 있다면 그를 구해야 해.' 이산나는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대는 충동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당장 비탈길을 뛰어 내려가 베라긴에게 도망치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참았다. 다른 방법이 있을 터였다. 베라긴의 통제에서 벗어날 방법. 그가 그녀의 비생명으로 만들어낸 쓸모없는 멍청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하지만 지금은 그게 그녀에게 가하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불안정하고 멍청한 얼간이를 구해야만 했다. '이 오름이 죽는 걸 보고 싶어? 그의 동료들까지?' 그녀가 물었다.

그로즈는 어깨를 으쓱했다. '별로 상관없지만, 아마 오름을 잡으려면 그놈들도 죽여야겠지.'

이산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래쪽 군대의 규모를 살폈다. 오름의 군대는 뱀파이어 로드의 군대보다 거의 두 배나 컸다. 놀라움을 머금고, 그들은 베라긴을 그들 사이에서 뭉개버릴 것이었다. 하지만...

'저 바위들.' 이산나가 계곡 아래쪽, 다가오는 카오스 군대 중 하나를 가리켰다. '우리가 저 바위들을 옮길 수 있다면, 놈들의 길을 막을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을 거야.'

그로즈는 바위를 응시했다. '적절한 순간에 충분히 움직인다면, 우린 막는 것 이상의 일을 해낼 수 있어.'

'할 수 있겠어?' 이산나가 물었다. '저 돌들 중 몇 개는 거대한데.'

'나도 거대하다고.' 그로즈가 말했다. '똑똑하고. 한 번은 공성 기술자의 뇌를 먹어본 적도 있어. 바위 던지기에 관해선 잘 알지.'

똑똑이의 뇌를 먹으면 똑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