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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3차 창작) 멸망 후 이야기 - 유령의 끝

ㅇㅇ(182.228) 2022.02.02 23:14:48
조회 1524 추천 24 댓글 10
														

꼬맹아, ?”


버스 기사는 종점에서 뜬금없는 아이의 질문에 황당해서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유령 잡는 사람이었다면서요! 우리 집에 유령이 올 건데, 유령들 잡아주실 수 있나요?”


버스 기사는 황당해하면서 아이를 쳐다봤다.


얘야, 유령 잡는 건 유령 잡는 해병대원에게 가야지, 나는 유령 잡은 적도 없단다.”


그 어처구니없는 말이었지만, 지금 버스 기사는 사실 유령을 잡는 쪽보단, 유령을 잡는 사람들을 잡는 쪽에 가까웠다. 이브람 건트의 유령들, 타니스의 유일무이 연대. 그의 출신은 그곳이었다.


그렇지만... 이거 봐주세요! 유령들이 편지까지 보냈단 말이에요!”

알겠다. 그러면...”


그렇게 웃어넘길 하루의 소동쯤으로 생각한 버스 기사에게 편지는 예상치 못 한 변수였다. 편지의 내용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편지의 문양이 문제였다. 네크론 왕조들이 쓰는 그 특유의 기이한 문양, 시시각각 변이하는 그 문양이...


세상에, 꼬마야. 유령들이 부르는 건 이 아저씨란다.”


-


민간인 마을에서 그들이 휴식하기로 결정했을 때에, 그들의 민가에 머무르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들이 베풀 자그마한 호의도, 그들이 말해줄 크디 큰 슬픔도, 그저 그들은 잠시 쉬고 싶었을 뿐이었다.


타니스 유일무이 연대의 부대원들은 가는 곳마다 행성을 방사능 천국으로 만들기에 열중하던 네크론 왕조의 유적을 폭파하고 난 후였다.


그들은 지휘관이 없어져서 네크론들은 모두 작동불능에 빠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플레이드 원들이 민간인 마을에서 몸 접기로 민간인들의 시체에 매복할 것이란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 했다.


아이들은 모두 역병에 의해서 죽었다는 그 순진무구한 말을 너무 손쉽게 믿었다. 실상은...


그 진상을 알아내기 무섭게, 민가들에서는 숱한 가드맨들이 매복한 기계들에 의해서 도륙당했고, 시작하고 끝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타니스 부대원들과 플레이드 원들은 서로를 죽여댔고, 그 일이 끝났을 때에는 부대원 한 명만 살아있었다.


자신의 눈 앞에서, 자신의 친우 이상이었던 전우가 눈앞에서 머리만 남은 채 찢어발겨졌다. 고통에 길길히 날뛸 순간이긴 했으나, 침착히 마지막 생존자는 인페르노 피스톨을 자신의 전우의 몸을 찢은 플레이드 원의 대갈통을 향해 발사했다. 그대로 플레이드 원의 머리가 녹아내리면서 무력화되었다.


그 생존자가 바로 버스기사였다. 영원한 상처를 끌어안은 채, 깊은 인연을 피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간간히 살아가던 도중, 마침내 자신의 의무를 영원히 끝낼 순간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버스 기사는 자신의 집에서, 전우의 해골과 그의 영원한 영웅 이브람 건트의 입체 초상화, 그리고 위장우의로 만든 제단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건트님, 제가 마지막으로 끝낼 일이 있습니다. 부디 이 비천한 목숨이 인간을 지키기 위한 의무가 끝나기 전에 다하지 않게 해주십쇼...”


그렇게 절을 올리자, 이에 답하듯 한적한 밤하늘에서 바람이 불며 창문을 거칠게 때렸고, 이윽고 열린 창문에서 찬바람이 스쳐지나가 촛불들을 꺼버렸다.


알겠습니다,


버스기사는 그와 함께 시간이 자신을 부름을 직감하고, 자신의 등에 거대한 장총형 라스건을 메고, 허리춤의 권총집에는 인페르노 피스톨을, 그리고 가슴팍의 검집에는 18인치짜리 단도를 집어넣었다.


-


기사는 과거에 썼던 자신의 군용 오토바이를 그 꼬마가 말해준 주소를 향해 운전했다. 개척이 진행 중인 외곽지대에 만들어진 마을, 그 곳은 마치 한적한 시골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그 시골동네에서 유령에 대해 물어보니, 다들 답을 피하거나 말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면서 자리를 급하게 떠났다.


직감적으로, 그는 한 두 집이 유령들에 의해서 피해 입은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몇몇 곳을 거닐자, 몇 년 전에서부터 몇 달 전, 그리고 며칠 전에 빈 집으로 변한 집들이 보였다. 그 집들이 떠난 이유를 묻자, 곧장 그들이 답한 것은 빚이 있어서,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고향이 그리워져서 등의 이유를 대면서 대답을 피했다.


그러나 말라붙은 피들은 절대로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 것처럼 자리들에 있었다. 무엇보다 빈 집 곳곳에 있던 흉한 칼날 흔적들은 보통의 존재들이 활개 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게끔 했다.


꼬마야, 너희 부모님 데리러왔다.”


버스기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꼬마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우와... 아저씨 진짜 달라보여요! 진짜로 유령 잡으려고 온 거 같아요!”

그래... , 유령이 악령을 혼내주러왔다! 그러니까 산 자들은 모두 도망가라!”


기사는 대문에 반긴 꼬맹이에게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게 답해주면서, 오토바이에 태웠다.


날이 밝기 전까지 계속 도망가시오, 만약 일이 끝난다면 신호탄을 쏘겠소. 그때 돌아오시오.”

아아... 알겠습니다. 보수는 정말 필요 없으십니까?”


유령을 잡기 위해서 중무장한 노인이 와서 자신의 가족을 오토바이에 태우는 그 모습에 남자는 어벙벙했지만, 이내 답변을 듣자 오토바이를 타고는 자신의 아내를 등 뒤에 태웠다.


이 일은 내 의무요."


-


밤이 되자, 그것들이 말을 타고 왔다. 진녹빛의 역겨운 안광이 얼굴의 공허한 눈구멍 안에서 뿜어져 나왔고, 몸의 곳곳에 있는 상처에서 빛이 반사되었다.


분명했다, 살점과 가죽에 취한 미치광이들. 플레이드 원들이었다. 그렇지만 가죽을 몸에 두르고도 말을 탈 정도로 위장하는 것에 도가 텄다. 몸을 억지로 구겨넣은게 아니라, 몸과 하나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그토록 삶에 갈망하는 괴물들이었기에 죽이는 것도 편했다. 플레이드 원들은 목을 따면 죽는다. 다른 제노들이었다면 당연한 말이었는데, 리빙 메탈에 영혼을 집어넣은 괴물들을 상대하면 그 당연한 말이 당연하지 않았다.


목이랑 몸이 분리된다면, 자신이 죽는 것을 깨닳는다. 이 이유 하나로 사라진다.


이윽고, 그 괴물들이 대문 앞까지 들어오자, 병사는 2층 침실의 옷장 안에 숨었다. 그리고 플레이드 원이 2층 침실로 들어오자, 단검으로 그대로 목을 부숴버리고, 소란을 눈치 채고 달려든 괴물에게 인페르노 피스톨을 발사했다.


증기를 내뿜으며 회전하는 약실이 돌아가더니, 마치 채찍이 공기를 찢는 것만 같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 쪽에서는 머리가 날아간 리빙 메탈 괴물이 고꾸라지더니 얼마 안 가 바스라졌다.


그리고 창문을 깨고 도망치면서 울타리에 엄폐한 후, 라스 장총으로 한 놈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칼날을 빼들고 달려드는 한 놈에게 수류탄을 머리에 박아넣고는 내던진다. '쾅!'하는 폭음이 들리며 주위에 부숴진 리빙 메탈 조각들이 튀었다. 억겁의 시간동안 느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그 전투의 냉기가 그의 몸에 스며들자 되려 더 은밀해지고,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정확하게 플레이드 원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


젠장!”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게 만든 것은 신호탄이었다. 신호탄, 네크론들을 모두 쓰러트리면 터트려야했다. 그런데 권총과 헷갈려서 내 몸 위로 그 철덩이 몸을 내던진 네크론을 향해 쏴버렸다. 문제는 그마저도 빗나가서 하늘을 향해 신호탄이 쏘아졌다.


나를 덮치면서 발작적으로 움직이는 손에 달린 칼날을 역으로 그 놈의 머리에 쑤셔 넣고, 인페르노 피스톨로 마무리한다.


한 발에 한 놈씩, 그렇게 리빙 메탈로 된 괴물들을 지워나간다. 그러다가 내 눈 앞에, 그 일가족이 오토바이를 타고 기어이 되돌아왔다. 수류탄이 터진 소리가 분명 들렸을 텐데.


이게 뭔 일입니까 어르신?!”

씨발 당장 돌아가! 아직 안 끝났어!”


아직 한 놈 남았다. 한 놈이어도 비무장한 민간인 일가족을 찢어발기는 것은 일도 아니다. 나는 그 가족에게 달려가서 도망가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등 뒤에서 그 놈이 나를 덮치는 것을 느꼈다.


-


운 좋게도 버스 기사가 등에 멘 장총만 부서지고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얘야!”


오토바이는 다시 운전대를 꺾어 마을 밖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반딧불이를 잡으려다가 떨어진 것이 문제였다. 기사는 마음을 다잡고, 가죽을 뒤집어 쓴 플레이드 원의 앞에 마주섰다.


이미 운전기사의 라스 장총은 부숴졌고, 인페르노 피스톨을 들었을 때에는 약실이 공회전만할 뿐이었다. 천천히 가족을 향해서 걸어가는 플레이드 원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단검을 들고 덮치는 것이었다.


일순간, 그 둘 사이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근접전의 명수들인 플레이드 원에게 하찮은 인간의 공격이 먹힐 리가 없었다. 팔을 휘두를 수준을 생각하여 민첩하게 움직이고, 기적적으로 단검이 얼굴에 박히기는 했으나, 네크론은 역으로 팔을 기괴한 각도로 꺾어 운전 기사의 가슴팍에 칼과 같은 손톱을 박아넣었다.


버스 기사는 무력히 쓰러져서 플레이드 원이 가족에게 다가가는 것을 무력히 지켜봤다.


망할 놈아, 최소한 아이는 건들이지 말아야지


그것은 걷는다.


이 개자식아, 무슨 가치가 있다고 이 짓거리를 하는건데?”


그 놈은 걷는다.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얼굴에 18인치 단검이 박혔으면 뒈져라...”


그 자가 멈췄다.


너의 말이 맞다.”


플레이드 원이 뒤를 돌아보면서, 18인치의 단검이 박힌 그의 얼굴을 보여줬다. 사람 가죽이 흩날리면서 녹색 안광이 빛나던 진짜 얼굴들이 보였다.


우리가 생물이라면 진즉에 죽었어야하는 것을... 우린 이미 유령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네크론은 한 줌의 가루로 영원히 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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