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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멸망 후 이야기 - 마검(?)과 검사

꺼무트길리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03 21:30:53
조회 1654 추천 26 댓글 7
														

멸망 후 이야기 시리즈 링크


그는 한때 3번째 군단의 전사였다.


그는 한때 어둠의 대공에게 총애받는 아들이자, 그(혹은 그녀)의 힘을 빌어 영생의 삶을 누렸다.


설령 누군가가 그를 베어갈라 쓰러뜨린다 한들, 자신의 신의 축복으로 그는 자신을 쓰러뜨린 적의 몸을 빌어 항상 부활했다.


그렇기에 그는 그 무엇도 두려울게 없었다.


생을 초월한 그에게 있어선 죽음 또한 그저 여흥 중 하나일 뿐이었으니까,


그는 여지없이 믿었다.


자신의 주인의 권세 아래, 이 영원불멸한 삶을 살아갈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자신의 주인이 제노들의 아나테마, 이니아드의 검에 의해 종말을 맞은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 또한 이니아드의 화신인 인카른의 손에 목이 잘리기 직전까지 몰렸다.


인카른의 손에 들린 검을 보았을때, 그는 생각했다.


저 검에 찔렸다간 진짜 끝이다.


이번엔 진짜로 죽는다.


더 이상의 재시작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죽음, 그것이 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제서야 그는 잊혀져있었던 죽음의 공포를 다시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자리를 빠져나갈 도주경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자기 인생 최고의 도박을 하기로 했다.


바로 인카른의 검이 닿기 전에 스스로 자결하는 것이었다.


저 아나테마의 저주받을 하수인의 검이 자신을 완전히 소멸시킬 바에는 차라리 스스로 죽어서 다시 부활하는게 더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


본디 자신을 죽인자가 그 살해에서 조금이라도 쾌락이나 기쁨, 혹은 성취감을 느낄 경우, 자신이 살해자의 몸을 얻어서 다시 태어났다.


그렇다면 내가 나를 죽이면 다시 내 스스로의 몸을 빌어서 부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슬라네쉬는 사라졌기에 그의 축복도 약해졌고, 남한테 죽지않고 스스로 자결하는 것은 처음이라 과연 어떻게 될지는 몰랐다.


과연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정말 이게 최선일까? 하는 생각도 그의 머리를 지나쳤지만, 인카른의 검을 맞을바에는 차라리 이 방도가 훨씬 더 나았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무기를 세웠다.


한때 그의 아버지를 타락으로 이끌었던 마검, 하지만 지금은 마기를 잃고 그저 단순한 검이 된 자신의 무기,


그는 레르의 검의 칼날을 바로 자신의 목에 박아넣었다.


그의 목에서는 피가 뿜어져나왔지만, 그럼에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살해자의 몸으로 부활할때 느껴지던 살해자의 고통의 감각, 그리고 자신의 부활할때 느껴지던 활력의 감각이 자신의 몸에서 동시에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도박은 성공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쁨에 찬 그는 목에서 뿜어져나오는 피로 쿨럭이면서도 자신을 죽이지 못한 인카른을 비웃으며 광소했다.


하지만,


그 도박은 그 무모함만큼이나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아버렸다.


잠시 후 갑자기 그의 몸이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고통 속에서 비명지르는 그의 몸이 계속 곤죽처럼 뒤틀어지더니, 이내 갑자기 레르의 검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그는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하면서도 비명을 질렀다.


그의 자결은 그를 원래의 육신의 형태로 부활시켜주지 않았다.


자기 스스로를 죽이면서도 쾌락과 기쁨을 느낀 것이 실수였던 것일까, 아니면 슬라네쉬가 소멸한 후 찌꺼기처럼 불완전해진 그의 축복의 부작용이었을까?


그의 자기 자신에 살해에 대한 쾌락은, 그를 본디의 육신의 형태로 다시 일으켜주는 대신, 그가 자결할 때 사용했던 무기를 빌어 부활하게 만들었다.


비명지르는 그의 육신의 살점은 이내 검과 하나가 되어, 결국 그가 서있던 자리에는 검만이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본디 검에 갇혀있던 악마의 자리를 대신해 그가 죄수가 된 것이었다.


이런 최악의 결과에 그는 입이 없음에도 비명을 지르며 절규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본 인카른은 검과 하나가 된 그를 들어올리며 지긋이 보더니,


피식,


하며 비웃어버리고는,


그를 워프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던져넣어버렸다.


현실과 감각이 뒤틀리는 끝이 안보이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입이 없음에도 계속 비명질렀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오래 지났을까, 그는 겨우 현실우주로 튕겨져나와 변방 행성의 어둡고 축축한 동굴 속으로 떨어져 박혔다.


그리고 그는 또 그 차가운 냉기와 칠흑같은 어둠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심연 속에서 또 오랫동안 녹슬어갔다.


그 긴세월 동안 그 누구도 이 어두운 동굴 속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길고...또 긴 세월이 흘렀다.


그는 마력도, 욕망도 채우지 못한채로 녹슬어갔다.


그 기나긴 세월은 그를 거의 미치게 만들것만 같았다.


누군가가 그를 찾아와주지도 않은채 영원히 여기에 있어야한다면 차라리 죽기를 바라던


그 때,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가까이에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매우 강인한 전사의 혼, 결코 굴하지 않을것만 같은 정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쩌면 자신이 차지하면 더할나위 없이 기쁠것만 같은 강력한 육체를 지닌 자.


그가 자신이 있는 동굴 속으로 발을 들인 것이 느껴졌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정신을 통해 말을 걸며 자신이 있는 곳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전사를 마주한 순간, 그는 잠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얼굴까지 덮는 검고 날카로운 갑주를 걸쳐있었지만, 분명히 틀림없이 엘다였다.


일반 필멸종족 중에서도 슬라네쉬계가 특히나 갈망하는 엘다라니,


새로운 몸으로 쓰기에 금상첨화가 따로없는 육신이었다.


드디어 이 곳으로 찾아온 어리석은 바보의 육신을 빼앗고 오랜세월만에 그 영혼의 고통을 맛볼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입맛을 다셨다....






























자자자자자자잠깐만!!!!!!!! 어디가는 거야!!!!!!!!!!! 스톱!!!!!!!!!!!!!! 스톱!!!!!!!!!!!!!!


그리고 지금 그는 가차없이 등돌리고 떠나려는 ■■■■■년만의 첫 손님을 붙잡아두려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저기 저 ㅈ자잠깐만!!!!!!! 이봐!!!!!!! 잠까아아아아아안!!!!!


터벅, 터벅,


그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왔던 검은 갑주의 전사는 검으로 변해버린 루시우스를 보고나서는 바로 관심을 잃은 듯 다시 동굴을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전사의 이름은 드라자.


그는 한때 드루카리의 인큐비의 시초가 되는 자요, 종족 최강의 검사였다.


그는 종족 전체의 대적과 맞서싸우는 고대의 큰 전쟁이 벌어졌다는 풍문을 듣기도 했지만, 그는 그런 것, 종족의 생존을 위해 멸망과 사투를 벌이는 것 따위에는 일절의 관심조차 없었다.


애초에 그가 관심을 표하던 것은 자신의 무(武)를 어디까지 갈고 닦을수 있냐 그것 뿐.


그렇기에 그는 동족들의 최후의 전쟁에도, 그들이 은하계를 전부 떠났음에도, 그는 그저 묵묵히 계속 은하계를 떠돌며 수련했을 뿐이었다.


한번은 대기의 기압이 일반 행성의 십수배에 달하는 행성 거의 한 달 동안이나 쉬지않고 검을 휘두르기도 했고, 또 한번은 시속 수백 킬로미터의 강풍이 쉴새없이 불어닥치는 천왕성에서 검무를 추기도 하였다.


또 한번은 눈과 얼음의 무덤뿐인 행성에서 자신의 온 뼈마디를 모조리 갉어먹는 듯한 강추위 속에서도 수련을 하고, 온갖 괴수들로 가득한 데스 월드들은 모두 방문하며 그곳의 최고 포식자들을 모조리 도륙내기도 하였다.


어떤 때는 헤일로 스타즈를 이분하는 영구적인 워프 소용돌이를 넘어서 코로누스 공역에 있는 우주야수들을 썰어버리기도 했다.


그짓을 한 10번 정도 하다보니, 그걸 보고 "헤일로 스타즈 탐험가"인가 뭔가하는 귀찮은 놈들이 그를 "특급 탐험가"라고 칭하면서 그 증표를 반강제로 준 적도 있었지만, 그는 그걸 그닥 신경쓰진 않았다 - 애초에 그들이 하는 유물 발굴인가 뭔가 하는 것도 별 관심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그들이 특급 탐험가의 증표라고 준 인장의 생김새는 꽤나 마음에 들어서 등에 달린 장대에 달고 다니긴 한다만은.


그리고 이번에도 그는 자신만의 수련을 위해 헤일로 스타즈 변방 어딘가에 있는 행성, 그 곳의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속에서 명상을 할만한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들려온 기묘한 목소리가 인도하는 곳으로 와보았더니, 왠 검이 동굴 속에 박혀있었다.


그 검은 그를 최강의 자리로 올려주겠다느니, 영원한 영광과 기쁨의 길을 걷게 해주겠다느니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뻔히 보이는 수였다.


애초에 드라자가 그 검을 쓸 이유도 없었다.


자신은 이미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운석을 양단내고 대지를 가른다.


핵무기 그 자체인 자가 권총하나 얻겠답시고 큰 댓가를 치룰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리 생각하며 그는 가차없이 등돌리고 떠나기로 했다.


잠깐 떠나지마!!!!! 스톱!!!!!!!! 끝까지 듣고 가!!!!!!!!!!!!!


떠나가는 드라자의 등을 보고 내지르는 루시우스의 절규와도 같은 간청에, 드라자는 잠시 멈추었다.


그, 그래그래! 갑자기 당혹스럽겠지, 전사여. 왠 검이 갑자기 그대한테 말을 걸고 자기를 집으라고 하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겠지. 그 당혹스러운 마음! 이해한다!


".........."


루시우스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마치 자기가 아량이 넓은 것 마냥 말했다.


드라자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나를 도와주는 것, 나를 손에 쥐는 것 그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란다! 이런 기회는 100번 살면서도 한번밖에 찾아오지 않아요! 그러니 다시 여기로 와서 나를-


터벅,


으아아아아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만!!!!!!! 떠나지 말고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드라자를 보고 루시우스는 식겁해하며 소리질렀다.


조, 좋아! 그렇다면 내 특히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겠다, 전사여! 비록 나를 도와주는 것 그 자체가 큰 영광이나 다름없지만, 내가 이번만큼은 특별히 소원을 들어주겠다!!


".........."


소원을 말해보라, 전사여!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뭐든 말해보거라! 그대가 원하는 모든 욕망을 내가 채워주겠다! 아까전에 내가 강자와의 끝없는 전투와 승리를 약속해주겠다 하였지? 혹시 더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들어주겠다! 무엇이든 말해보거라!


.................................


........잠시 동안의 정적이 어두운 동굴을 채웠다.


".........."


................전사여?


아무말이 없는 드라자를 보고 루시우스가 침묵을 먼저 깼다.


전사여....? 어서 말해보라니-


터벅 터벅,


아으니아니아니아니 소원 들어주겠다는데 왜 떠나고 그래!!!!!!!!!!!!!!!!!!!!!!!!!!!!! 뭐가 불만이야!!!!!!!! 엉?!?!?! 야!!!!!!!!!!!!!!!!!! 야아아아!!!!!!!!!!!!!!!!!!!!!!!!!!!!!!!!


루시우스가 절규하며 드라자를 멈춰세웠다.


으.........좋아!!!! 그렇게 나오겠다 이말이구나! 건방진 필멸자 놈..........


루시우스의 목소리에 굴욕적인 분노가 섞여있었다.


네놈이 자발적으로 나를 쥐지 않겠다면 협박하겠다! 네놈을 영원히 저주하겠다...평생 영혼까지 새겨질 지옥의 고통을 선사해주마...!!!!


".........."


얼마나 세월이 걸리던 네놈의 영혼이 전부 갈기갈리 찢겨질 때까지 저주해주마! 네놈이 늙어 죽을때까지 영원한 고통을 가해주마! 네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파멸을 맞게 될-


터벅 터벅 터벅,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제가 잘못했어요 떠나지마세요 떠나지마세요 제발 부탁이야 떠나지마아아아아아아아아!!!!!!!!!!!!!!!!!!!!!!!!!!!!!!!!!!!!!!!!!!!!!!


동굴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울려대는 루시우스의 절규에 드라자는 다시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


제발....으흑...저좀 여기서 꺼내주세요...으흐으으......여기에 끝도없이 홀로 있다가 누가 저를 발견한 건 처음이란 말이에요...으흑...


결국은 루시우스가 백기를 들었다.


전부 거짓말이었어요...사실은 소원 들어줄 힘도 저주할 힘도 이젠 없어요......어떻게든 이 동굴을 나가고 싶어서 거짓말했어요....으흐흑...


사실이었다.


사실 루시우스에게는 이제 더 이상 축복도, 기력도 없었다.


이 어둡고 습한 동굴에서 ■■■■■년을 녹슬어갔으니 말이다...


대체 얼마 동안 여기에 갇혀있었는지 모른단 말이에요....더는 이 축축하고 차가운 곳에서 녹슬어가기 싫어요....제발요.....제발......으흐흑...


긍지고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은 마검은 이제 드라자에게 비굴하게 애원했다.


하다못해 저 좀 동굴 밖에다 만이라도 갖다놔주세요...제발....으흐흑....


".........."


이렇게 부탁드릴게요...제발...으흐흐흑...


루시우스의 애원에 드라자는 잠시 멈춰서서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약간의 정적이 흘렀을까,


드라자는 다시 마검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마검의 손잡이를 꽉 쥐고, 바닥에 박힌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마치 검의 균형감을 테스트하듯 이리저리 돌렸다.


부, 부탁 들어주시는 거죠?? 감사합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드라자에 손에 들린 루시우스는 아부하듯이 감사를 표했다.


루시우스가 그리 아부하거나 말거나, 드라자는 묵묵히 루시우스를 들고 동굴 밖을 향하기 시작했다.


----


동굴 밖으로 나온 풍경은 꽤나 삭막했다.


대기도 희박하고, 오로지 모래와 돌덩이 뿐인 황무지 뿐이었다.


풀도, 생명도 없는, 말그대로 전형적인 데드 월드의 생김새였다.


뭐, 애초에 드라자 본인이 명상을 위해서 거의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장소를 고른 것이었다만은.


야......그토록 나가고 싶었던 동굴 밖이 이런 재미없는 광경이었다니...삭막하구만......


루시우스가 뭔가 허무하다는 듯이 나지막히 말했다.


뭐 어째되었든......드디어 여길 나왔으니...그럼...


루시우스가 그리 말하는 순간,


이제 네 몸은 이제 내 것이다!!!!!


갑자기 마검의 손잡이에서 보랏빛의 촉수 여럿이 튀어나왔다.


촉수의 다발은 매우 빠르게 드라자의 팔을 휘감으며 잠식하려 들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 바보같은 놈!!!!!! 확실히 내겐 이제 힘이 거의 없는 건 사실이지만, 네 몸 정도는 빼앗을 힘은 있다!!!!!!!!! 순순히 나의 부활을 위한 제물이 되-




























넵 죄송합니다. 다신 깝치지 않겠습니다.


단 10초 만에 단죄당했다.


루시우스의 육신 탈취 시도의 결과는 안그래도 녹슬어있던 자신의 도신이 반토막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대...대체 뭐야 이 괴물....?'


아까 전에 촉수로 드라자의 팔을 감싸 잠식하려던 순간, 마하 100의 속도로 드라자의 손에 들린채로 이리저리 패대기 쳐져 손잡이만 남은채 반토막 나버렸다.


안그래도 이미 녹슬어버리고 힘도 잃어버렸는데, 반토막 나고는 순식간에 육신을 빼앗으려고 모아둔 일말의 힘마저 같이 토막났다.


이 이상 부서져 버렸다가는 진짜로 죽는다...


".........."


히익....!


그리고 드라자는 그런 루시우스를 여전히 손에 들고 있으면서도 조용히, 그리고 무시무시한 기백과 함께 노려보고 있었다.


저...저어....


루시우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지...진짜로 죄송합니다.....저...저기...절 박살내신다던가 그런다던가 하는거 아니죠...? 그랬다간 저 진짜로 죽거든요....?


루시우스가 비굴하게 말했다.


그 말대로였다.


멀쩡한 육신을 가지고 있고 슬라네쉬도 건재하던 시절에는 자신의 살해자의 육신으로 언제든 부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슬라네쉬도 없고 부활의 축복도 없는지라 만일 진짜로 부숴졌다가는 진짜로 죽을게 분명했다.


".........."


저...저어어....


그렇게 루시우스가 겁에 질려하거나 말거나, 드라자는 계속해서 루시우스를 손에 든채 노려보고 있었다.


만약 제 삼자가 이 상황을 본다면 드라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 '이 새끼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지금 짜증이 나있었다.


애초에 이 행성에 온 이유가 고요한 명상 수련을 하러 온 것이었는데, 갑자기 왠 목소리가 자기를 방해하고는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질 않나,


기껏 찾아와봤더니 그냥 녹슬어버린 흔한(?) 마검이어서 김새고는 떠날려고 했는데, 마검이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회유, 협박, 마지막에는 구차하게 애원하질 않나,


어쩌다보니 생긴 약간의 측은지심 때문에 기껏 원하는 대로 동굴 밖으로 데려나왔더니 갑자기 육신을 빼앗겠답시고 난리를 치지않나,


원래의 일정이 이 마검 때문에 전부 파토가 났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


드라자는 여전히 루시우스를 노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히, 히이익....


겁에 질린 마검을 계속 노려보며 생각에 잠긴 그 때,


드라자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그는 이내 마검에서 시선을 돌렸다.


......응?


손에 든 채로 자신이 방금 타고온 개인용 우주선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요...용서해주시는 건가요? 감사합니다!!


루시우스는 살았다는 듯이 안도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검사님! 이 루시우스, 앞으로 절대복종하겠습니다! 도신이 박살나긴 했어도, 고쳐만 주신다면 기꺼이 당신의 검이 되겠습니다!


".........."


구해주신 보답, 끝까지 다하겠습니다! 당신이 어딜 가든 충실한 종이 되겠습니다!


어차피 이왕 동행하게 된거, 일단은 살아남기 위해 이 검사에게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루시우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루시우스의 아부에도 드라자는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우주선 조종석의 콕핏에 앉아 우주선의 시동을 걸었다.


우주선은 바로 이륙하며 데드 월드의 저 멀리 하늘로 날아올라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원래 과묵하신 편이었군요! 괜찮습니다! 저도 과묵한 건 상관없습니다!


일단은 계속 이렇게 아부하면서 틈을 노리자, 루시우스는 생각했다.


기왕 이렇게 동행하게 된거,


그리고 조금이라도 틈이 생긴 순간,


당신의 영원한 검으로서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그 때 너의 몸을 빼앗아주마!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나쁜 놈아!!!!!!!!!!!!!!!!


루시우스가 드라자에게 소리질렀다.


그런 루시우스를 드라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나를......어떻게 네가 나를!!!!!!!!!!


드라자가 루시우스를 데리고 온 곳은...


이런 곳에 고철로 팔아넘길수가 있어!!!!!!! 꺄아아아아악!!!!!


무역정거장 팔랑크스에서도 고철덩이로 온갖 기묘하고 시끄러운 기계를 만들어내는 걸로 유명한 작업소, 바로 [아그의 워크샵]이었다.


"여기 약속한 고철깞! 3000쿠레뒷!"


녹색피부의 사이보그 팔을 단 그린스킨이 드라자에게 현찰을 건네주었다.


".........."


그걸 드라자는 아무말 없이 받고 있었다.


드라자는 이전부터 우주선을 수리할 때 가끔씩 그린스킨 아그의 워크샵에 들러서 우주선을 수리받고 갔다.


최근에 안그대로 우주공항의 직원에게 지불할 통행료가 모자랐는데, 마침 워크샵의 주인이 새로 무슨 물건을 만드는 것을 계획하는지라 많은 특이한 고철이 필요하다고 했기에, 표값 벌겸 도신이 박살나고 손잡이만 남은 루시우스를 팔아넘긴 것이었다.


"이번 고철덩이는 되게 툭이하돠! 말도 하고 약하지만 이상한 기운 내뿜눈돠! 이런건 폐허 유적에서도 거의 본줙업따! 고맙따! 나중에 단골인 눠 우주선 서비스로 공짜로 수리해 준돠!"


".........."


아그의 말에도 드라자는 늘 그랬듯이 아무말 없이 뒤돌아서고는 걸어나갔다.


"고맙따! 나중에 언젠가 또 와롸!"


꺄아아아아아아악!!!!! 거기서 이 나쁜 놈아!!!!!!!!!!!!! 평생 저주할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루시우스의 원망 섞인 저주에도 드라자는 아랑곳않고 워크샵을 나가며 문을 닫았다.


"자 그뤄면...."


히익...!


아그가 작업책상 위에 놓인 루시우스에게 눈길을 주자, 루시우스는 겁에 질렸다.


"어뒤 한붠 이 싱기한 것좀 손봐야 쓰게따! 일단은..."


아그는 그리 말하며 기계팔로 무언가 도구를 들어올렸다.


그의 손에는 전동 철솔이 들려져 있었다.


아니, 그냥 철솔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날카로운 가시 여러개가 달린 톱날에 가까워 보였다.


야...야야야 아니지?.....설마 아니지?.......설마 진짜 그걸로 나 문지르는 거 아니지?????


"이걸루 빤짝빤짝하게 먼저 딱눈돠!"


러지마! 그러지마!!!! 진짜 그러지마!!!!!! 농담 재미없거든!!!!!!! 잠깐!!!!!! 잠깐!!!!!!!!!!!!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아그가 철솔의 전원을 키자 마치 전기톱이 돌아가는 것같은 소름끼치는 소리가 났다.


야!!!!!!!!! 야!!!!!!!!!!!!!!!!!!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검(이었던 것)의 비명소리가 워크샵을 넘어 팔랑크스의 거리에까지 울려퍼졌다.













영생자 루시우스.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 군단 엠퍼러스 칠드런의 카오스 로드이자 슬라네쉬의 총애받는 투사였던 자,


하지만 궁지에 몰렸을 때 빠져나갈 구석을 찾기 위해 스스로 자결했다가, 오히려 이게 검과 융합되어버리는 자충수가 되어 ■■■■■년 동안을 동굴에 쳐박혔던 자,


그러다 마침내 동굴에 들어온 누군가를 현혹해 새 몸을 얻으려고 했으나, 하필 그게 최강의 드루카리였던지라 오히려 반토막 나버린 자,


그리고 마지막에는, 은하계 유일의 지성을 유지한 멬보이의 워크샵에 고철로 팔려나가는 굴욕을 겪은 자,


그는 동굴 속에서 끝없는 세월을 같혀 녹슬어간 것이 자신의 생에 있어 최악의 시기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드라자에게 박살나 검으로서의 형태마저 잃어버려 고철이 되어버린 그의 수난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책이 된 아흐리만, 스폰이 된 타이퍼스, 대가리 따인 칸에 이어서 마검(이었던 고철) 상태로 멸망 후에도 살아남은 루시우스의 이야기

2부 이상 나올줄 알고 프롤로그 나눠썼다가 어쩌다보니 전부 써버렸...는데

이런 젠장 루시우스를 어떻게든 등장시켜야 하긴 해야했는데 최근에 마땅한 아이디어 소재도 안나오고 계속 아이디어 억지로 쥐어짜내다가 결국은 이도저도 아닌 졸작이 나와버렸다 젠장

최강검성 드라자하고 일단은 엮어서 개그물로 써보긴 했는데 뭔 이상한 어중간한 작품이 나온거냐 드라자 원작자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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