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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First Heretic, 전장은 잠깐 침묵에 잠기고 -1-

리만러스(222.110) 2023.12.13 17:36:05
조회 307 추천 16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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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다고탈을 찾는 것이었다. 아르겔 탈은 우르갈 저지대 한 구석에 반쯤 파묻혀 있는 형제의 젯바이크를 발견했다.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파괴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일부러 버렸다는 뜻이다. '변화'가 처음 일어났을 때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적들을 죽이기 위해 버렸던 것이리라. 젯바이크를 뒤로 하고 겹겹이 쌓여있는 레이븐 가드 군단원들의 시체를 넘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시체는 하나같이 날카로운 무언가에 찢겨지고 잡아 뜯겨진 자국이 보였다. 그때 어디선가 쿨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븐 가드 중 하나가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그의 부서진 복스 그릴에서는 미약한 숨소리에 맞춰 핏방울이 퍼져나왔다. 아르겔 탈은 조용히 그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부상입은 군단원의 목은 간단히 부러졌다.


방금 전까지 분출되는 것 같았던 엔돌핀이 멎고 라움의 의식이 점차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 빈 자리를 아르겔 탈의 감정과 정신이 채웠다. 피가 끓어오르는 갈증과 허기가 지나간 뒤에 남은 것은 공허함과 피로였다. 살면서 다시 경험하지 못할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그의 몸이 점차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며 발 아래 놓인 시체 더미들을 가렸다. 헬멧 위로는 거대한 뿔이 돋아났고 몸 전체가 뼈와 살, 그리고 진홍빛 세라마이트 합금으로 뒤섞여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변화를 일으킨 곳은 다리였다. 그는 자신의 다리를 따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기둥 같았던 두 다리는 짐승의 것과 비슷했다. 늑대나 사자의 뒷다리처럼 역관절이었고, 발목 밑으로는 검은 발굽으로 변했다. 그야말로 이단들의 신화에서나 표현될 법한 괴물의 모습이었다.


아르겔 탈은 자신의 그림자에게서 눈을 뗐다. 그의 목에서는 가래 섞인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어떤 냄새를 맡은 그는 코를 하늘로 치켜 올리고는 두어 번 킁킁거렸다. 아주 익숙한 냄새였다. 그래, 난 이 냄새를 알아. 아르겔 탈은 냄새가 이끄는 방향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그 곳에 다고탈이 있었다.


한때 워드 베어러 군단의 다고탈이란 이름으로 활동했을 그 숯덩이에서는 끓어오른 피와 잿가루 냄새가 났다. 그의 주변으로는 회색빛과 붉은색 아머를 입은 시체들이 즐비했는데, 마치 그 스스로 학살당한 군단의 중심이라도 된 것 같았다. 저 멀리서 희미하게 볼터의 격발음이 들렸다. 어째서지? 전투는 이미 끝났을 텐데? 아마도 살아남은 포로들을 처형하는 소리겠지.


뭐가 어찌됐든 상관없었다. 아직 라움의 잔류 의식 때문에 날카로워진 감각 덕분에 아르겔 탈은 자신의 주위로 몰려드는 자들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하나같이 그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말노르는 근육이 너무 비대해진 탓인지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토르갈은 움직일 때마다 허리를 구부렸는데, 그의 헬멧은 얼굴과 완전히 융합되어 그 자체로 얼굴이 되어버렸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붉은 살점이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물어보지 않아도 그가 눈이 멀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대신 후각과 청각은 비정상적으로 강화되었을 것이리라. 그의 모습은 여느 갈 보르박과는 조금 달랐다. 대부분은 장갑 끝에 손톱이 돋아났지만, 토르갈은 손 자체가 뼈로 이루어진 대검으로 변했다. 마치 고대 테라에서 사용했다는 '시미터'라는 칼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칼날에는 이빨 모양의 뼛조각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그 덕분에 그가 항상 지니고 다녔던 체인소드가 비로소 주인과 한 몸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수를 헤아려 보니 총 11명의 갈 보르박들이 생존했다. 코락스에게 죽은 대원만 30명은 족히 넘었다. 그들의 잘려나간 육신들은 주변에 흩어져 회색 시체들의 바다를 붉게 장식했다. 전투하는 동안 몇 번인가 욱신거리는 고통이 지나갔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동료들이 죽었을 때 발생한 고통이었다. 그때는 라움이 육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쳤지만, 전투가 끝난 지금에 와서는 무시할 수 없었다.


악마가 빠져나간 자리는 무척 차가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르겔 탈은 악마가 피로에 찌든 자신의 육체 깊은 곳에 숨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라움은 사라졌으나 완전히 그의 몸을 떠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의 영혼은 차가웠기에, 워드 베어러 군단원들의 따뜻한 정신 속에 숨어 온기를 쫓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변이를 일으킨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근육이 터져나오며 찢겨진 세라마이트 아머가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뼈로 만들어진 뿔과 칼날들, 손톱들도 줄어들어 피부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오래전 잉게텔이 말했던 것처럼 그 과정은 무척 고통스러웠나 지금의 갈 보르박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통은 말 그대로 육체적 고통일 뿐, 그들은 훨씬 더 끔찍한 것을 견뎌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군단원들 뿐만 아니라 다른 군단도 이들의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혐오를 내뱉었다. 그 중 가장 혐오스러워 했던 쪽은 나이트 로드 군단이었다.


그들은 워드 베어러의 곁에도 있기 싫어했다. 아르겔 탈이 세바타를 만났을 때, 그는 악수나 인사 대신 헬멧을 벗어 아르겔 탈의 발 밑에 산성 침을 뱉었다. 아르겔 탈은 그냥 넘어가려고 하였으나 가장 원래대로 돌아오는 속도가 느렸던 자'판은 그러지 못했다. 그는 감히 신에게 선택받은 전사들이 그런 모욕을 견디는 모습을 참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니가 안 참으면 어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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