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당신이군. 저명한 마술사...환영술사...크립텍...'

스피커가 말을 흐리더니, 다시 힘을 냈다.

'소개에 큰 힘을 들이진 맙시다. 우리 둘 모두 현재 친구를 만드려는 입장이 아닐테니. 하여간, 난 에이니르, 완고한 이, 무거운 왼발이라고 불리지만, 그 중에 가장 적합한 칭호가 있다면 현재 당신의 함선과 다투고 있는 위대한 보이드 쉽의 주인이라 할 수 있소.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우린 이 상태를 지속할 순 없소. 우리 둘 모두'

프라에는 사절이 입을 더 열기 전까지 다시 침묵을 지켰다.

'이 사업은 이미 나에게 충분할 정도의 손실을 입힌 지 오래요. 만약 우리 둘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끝이요. 우리 둘 모두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뒈져버릴테지'

프라에는 자세를 미세하게 고쳐잡았다.

'사실, 우린 좀 더 약한 타겟을 예상하고 있었소'

사절이 살짝 축 늘어지며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 이 꼴이지'

지금 이 꼴이라

프라에가 생각했다. 자렉과도 같이, 무슨 제안이 나올지를 기다리며 침묵했다.

'좋소!'

마침내 사절이 소리쳤다. 사절의 평정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약 사죄를 원한다면, 그리고 당신이 나에게 입힌 상실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내 홀드 재산의 절반을 넘겨주겠소. 금속성 초물질. 거의 완전한 결정체로 덮여진 광물에 다름없소. 우리가 내보내면 당신 함선에 실으면 끝이오. 그걸로 당신네는 우리를 만나기 전보다 더 부유해지는 거요. 그리고 우린 이곳을 지도에서 지우고 저멀리 별로 떠나는 거고. 내가 여지껏 적들에게 했던 제안 중에서도 가장 관대한 제안이오. 생각해 보시오. 내가 적에게 단 한번도 내세운 적이 없었던 유일한 제안이요'

긴 침묵이 흘렀다.

'토크 왕조는 네놈들의...광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프라에가 마침내 왕실에서 사용되는 고어로 말했다. 킨의 얼굴없는 사절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그녀의 세련된 발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하지만 프라에가 발언 직후 내보낸 초물질 궤적은 충분한 대답이 되어줬을 것이다. 완고한 에이니르는 잿더미가 된 채 침묵 속에 휘날렸다.

프라에는 에이니르의 죽음에 대한 킨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산처럼 거대한 아포피스(보탄 함선)가 일백만 년(네크론 함선)을 향해 가진 모든 화기를 이용하여 앙심을 토해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에이니르의 마지막 잔해가 청소 스캐럽들에 의해 갑판에서 쓸려나가는 와중에도 거대한 함선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방향을 튼 채로 화염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위험을 감수했으며, 손실도 받아들였다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