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63955

...월드 이터의 데몬 프라이마크인 앙그론은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캐피톨 임페리얼리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착지했다. 방벽들은 불꽃에 휩싸이고 무너졌고, 이내 거대한 엔진들은 금빛과 보랏빛으로 겹겹히 둘러싸였다. 성의 보루만큼 강대한 장갑을 칼끝으로 꿰뚫었고, 이내 갈라진 상처에서 녹아버린 플라스틸과 세라마이트의 파편이 쏟아져 나왔다. 비록 집채만한 크기의 차량이었으나, 앙그론의 충격은 트랙 위의 그 거체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고통 받은 금속의 소리와 함께 그것의 옆면은 떨어져 나갔고 프라이마크가 날개짓과 함께 분노로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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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이 벌레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겨냥을 해야 한다.

적어도,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벌레의 죽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게서 그러한 일말의 노력조차 엿볼 수 없었다.

5명의 기사들은 인간이 자신의 이마에서 땀 훔치듯 목숨을 잃었다.

12th 군단의 군주는 그들에게 주의조차 기울인 것 같지 않았다.

-그 거대한, 예리한 검날이 휘둘러질 때,

짐승은 이미 다른 적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사슬과 케이블 촉수들이 그 대흉마가 움직일 때마다 찰싹이며,

마치 더러운 머리 갈기처럼 휘날렸다.

5번째 형제가 죽었을 때, 대흉마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

그 악귀의 모습은 비유하자면 뮤시무시한, 소름끼치는 잔상처럼 움직였다.

놈의 검은 내 눈이 따라올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검은 포스 장막들을 번쩍이는-빛 속에 쪼개거나 혹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수 분대들을 관통했다.

우리는 놈을 베어 쪼개고, 산산조각내고, 불태우고 녹였다. 그 모든 것을 동시에 수행했다.

그러나 놈은 웃었다.

그저 웃으면서, 계속해서 우릴 죽여나갈 뿐이었다.

그걸 포기하고 얻은 무력이 전략 좆까고 다 이겨먹을 만큼 세서 문제임.

저기서 부숴 버린 캐피털 임페리알리스는 이동식 요새 같은 물건인데 높이 5m 이상 되는 초거대 전차임. 엠퍼러 타이탄 공식 높이가 55m쯤 되고 차량형인 만큼 실 덩치는 엠퍼러 타이탄보다 훨씬 클 거임.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도끼를 가지고 배틀 타이탄도 격파하는 포의 사격을 그냥 흘려 버림. 이 정도 능력은 사이킥 능력으로 궤폭도 막는 마그누스 아니면 못한다고 봐야 됨.

그 유명한 아마겟돈 전쟁에서는 그레이 나이트 제3형제단을 일방적으로 학살함. 저때는 호위로 데리고 다니는 블러드써스터 8마리도 없었고 워프 폭풍도 약해져가고 있었음. 저게 왜 대단한 거냐면, 기본적으로 그나는 중대 단위로 움직이지 않음. 워낙 정예 병력이고 강력하다보니 분대 단위로 움직이면서 사건을 해결함. 일례로 인도미투스 성전 함대에 위험 사태를 대비해 배치되는 그레이 나이트 병력은 분대 단위임. 그런 그레이 나이트가 중대 단위로 움직이려면 그레이터 데몬도 아니고 데프마 강림은 되어야 함. 이런 경우 그나의 전략은 대원들의 사이킥 에너지를 중대장이나 드레드나이트 같은 강력한 유닛에게 집중시켜서 모은 에너지로 일격에 사출시키는 방식임. 그런데 앙그론은 그럴 틈조차 주지 않고 그냥 가지고 논 거임. 심지어 제3형제단이면 그나 최주력 중대임. 워존 펜리스에서도, 프라이마크의 귀환에서도, 싸각 저주받은 자들의 의식에서도 다 제3형제단이 움직였음. 그런 파티였는데도 히페리온이 검을 부수지 않았으면 그냥 그대로 몰살이었음.

전략적인 능력도 승천 이전엔 꽤 괜찮았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 울트라마린에게 10만 전사자를 안겨주면서 헤러시 내내 울트라마에 짱박히게 한 게 로가하고 앙그론이었음. 최고의 프마를 논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길리먼과 명실상부 최강 군단인 울트라마린을 상대로 저런 피해를 입힌 건 엄청난 업적임. 테라 공성전이 끝난 이유 중 하나가 울트라마린이 태양계에 진입했기 때문인 걸 생각해보셈. 

당장 호루스가 일관적으로 강자로 묘사되는 생귀니우스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게 앙그론이었음. 개인적으론 앙그론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일은 잘 해내주었다는 게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함. 어감이 이상하고 앙그론을 무시하는 늬앙스가 있지만 그 기대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실로 엄청난 것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