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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 [스포주의, 의역주의] 글렌의 꿈 속 -1-

2nd_prototyp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13 06:39:55
조회 749 추천 8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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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 세라 실바스



무척 평온한 밤이었다.


볼을 간지럽히는 시원한 밤바람에 방울소리 같은 벌레 소리가 섞인다.


달빛 아래 떠오르는 아련한 초원.


그것이 완급을 그리며 끝없이 펼쳐졌고, 바람에 흔들려 파도가 인다.


그런 웅장한 초원의 모서리에 그 야영지가 놓여 있었다.


마차가 세워진 채 말들이 풀을 뜯고 있다.


모닥불이 타오르고, 두 사람의 그림자가, 그 불을 둘러싸고 있다.


타닥, 하고 튀기는 불꽃, 밤의 희미한 쌀쌀함을 달구는 기분 좋은 열기.


흔들리는 불꽃이 그 일각의 어둠을 스치고, 주위의 음영이 그림자처럼 흔들렸다.



"왠지······ 계속, 나쁜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림자의 한 쪽ㅡ 글렌은 잔가지로 모닥불을 쪼이면서 나직이 중얼거렸다.


올려다보면 칠흑 같은 밤의 장막에 은가루를 뿌린 듯한, 하늘 가득 깔린 별.


맑은 공기가, 환상적인 별빛을 눈동자로 직접 전달했다.


그런 덧없는 풍경 속에서 글렌은 어딘가 꿈꾸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음······ 무슨 꿈이었어?"


그러자 그림자의 다른 한쪽ㅡ 세라가 되물었다.


세라는 모닥불에 올려놓은 솥으로 무언가를 요리하고 있었고, 그 손을 멈추지 않았다.


"무슨 꿈······이었냐고 말하면, 기억이 잘 안 나니까 곤란한데 말이지."


글렌이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었다.


"왠지······ 무서운 꿈이었던 것 같아. 힘든 꿈이었던 것 같아. 괴로운 꿈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슬픈 일이 있었던 꿈이었던 같기도 해."


띄엄띄엄 조심스럽게 말하기 시작하는 글렌의 말에 세라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나는 그 꿈 속에서 늘, 한계 직전까지 누군가를 위해 계속 싸우고······ 고집을 부리고······ 언제라도 죽기 직전까지


너덜너덜해졌어······ 그런 나쁜 꿈이었지."


"······."


"아니······ 뭐랄까, 단순히 나쁜 꿈만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어······. 확실히 힘든 일, 괴로운 일은 많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뭔가도 있었던 것······ 같은데?


"······."


글렌은 입을 다물었다.


낮에 꿨던 꿈의 내용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그 내용은 녹듯이 흩어지고 있었다. 새하얀 기억 속의 안개 너머로 사라졌다.


원래, 꿈이란 건 처음부터 그런 것이다.


"후후, 분명 오랜 피로가 쌓여서 그런 걸 거야, 글렌 군."


이윽고 세라가 냄비 안의 수프를 접시에 떠서 글렌에게 내밀었다.


접시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 수프에서 향기나는 방향이 글렌의 코를 간지럽힌다.


접시 너머로 전해져오는 열에 아주 조금 차가워진 손이 기분좋게 닿았다.


"그야 글렌 군은, 줄곧 열심히 해왔으니까. ······제국 궁정 마도사단에서."


"그렇네."


"글렌 군은 마도사로서 계속 모두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어. 여러모로 힘들었으니 꿈자리가 약간 사나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걸."


"······그렇지."


"그건 그렇고······ 글렌 군은 정말 대단하지 않아?"


세라는 자기 몫의 수프를 접시에 따르면서, 글렌에게 온화하게 웃어주었다.


"그야······ 글렌 군이 구해내지 못한 사람은 한 명도 없는걸."


"······."


입을 꾹 다무는 글렌을 개의치 않고 세라가 마치 자신의 일처럼 자랑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누구나 항복을 바라는 전황에서도, 글렌 군은 도망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과감하게 싸움에 도전하고······ 그리고 결국 모두 다 구해버렸어.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


"그리고, 세상에나······ 글렌 군은, 만악의 근원인 하늘의 지혜 연구회도 해치웠어. 이제 알자노 제국에 진정한 평화를 이룬 영웅님."


"······."


"후훗, 글렌 군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정의의 마법사』 같네."


"······그랬지."


그랬다.


그랬었다. 생각이 났다.


'어릴 적부터 내 꿈이었어······ 『정의의 마법사』가 된다는 꿈을 이룬 거구나. 모두를 구할 수 있어. 대단한 마술사로서······


그거면 된 거야. 나는 이제, 더는 계속 걸을 필요는 없어. 멈춰도 돼.'



ㅡ 위화감.



"그 공적을 기려 나와 글렌 군한테 무기한 휴가를 주다니······ 이브에게도, 여왕 폐하에게도 신세를 졌네."


"어, 응? ······그랬나?"


"그랬다구~."


세라가 기쁜 듯이 뺨을 붉혔다.


"그야, 글렌 군이······ 그토록 로맨틱하게, 내게 고백해 왔는걸."


"!"


"깜짝 놀랐지만 너무나 기뻤어. 그게, 내 마음은 줄곧 당신 거였으니까. 그런데 당신은 자넷과도 굉장히 친했던 데다······


다가 이브도 실은, 아마 글렌 군을······. 그러니까, 당신이 날 선택해준 것이, 정말 무엇보다도 기뻤어."


그 두 여자는 특무분실 시절 글렌의 동료들이다.


제국 궁정 마도사단 특무분실 집행관 넘버 1 《마술사》 이브.


마찬가지로, 집행관 넘버 20 《심판》 자넷.


왜 세라가 여기서 그녀들의 이름을 꺼냈는지, 글렌으로선 잘 모르겠지만······.


"기적인걸. 이 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전혀 다르게 자란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좋아하고


맺어진다니······ 정말 멋진 기적이야."


······.


······그랬었다.


'나는 그때의 싸움에서······ 그제야, 나 자신의 본심을 깨닫고······ 늘 내 곁에 있어줬던 소중한 사람을 깨닫고······ 그 싸움 뒤에


용기를 내서, 내 마음을 이 녀석에게 고백했었지······.'


그랬었나······?



ㅡ 위화감.



글렌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프를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그때의 싸움이란 건, 어떤 싸움이었지?


······확실히 정말 최악의 싸움이었던 것 같았다.


불현듯 《정의》가 폭주한 것 때문에.


분명 그 결말은······.



"!"


글렌의 그런 희미한 사고는 자신의 옆에서 움직인 기색에 의해 멈추었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어느새 세라가 있었다.


글렌 옆에서 세라가 그 여리여리한 몸을 밀착시킨 채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세라······?"


"응······."


너무나 자연스럽게 입술을 빼앗겼다.


겹치는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에 교환되는 서로의 열.


마치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동안 겹친 그림자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이윽고, 어딘가 아쉬운 듯 그림자와 그림자가 멀어졌다.


지근 거리에서 서로의 눈을 쳐다보았다.


"······우리······ 부부가 되자, 글렌 군."


세라가 약간 눈을 촑촉하게 적신 채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보여주며 행복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 반지는······ 글렌이 세라에게 선물해준 것이다.


"그래······."


글렌도 고개를 끄덕였다.


툭, 하고 아무런 위화감 없이 뭔가가 글렌의 안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렇구나. 우리 결혼했었어······.'



그러기 위해서, 글레는 세라와 함께 세라의 고향을 향해 멀리 가기 위해, 이런 변방의 땅까지 온 것이다.


언젠가 글렌에게 보여주고 싶어······ 세라가 평소에 그렇게 말했었다.


남원의 알디아까지 여행을 온 것이다.


남자로서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와 맺어진다니, 이렇게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글렌이 어딘가 감회가 깊은 얼굴로 세라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아······ 그게······ 우리 연인 사이인데······ 심지어 결혼 약속까지 하고 있는데······ 음······ 이, 이 이상의 일은 약간 더 기다려주지 않을래······?"


갑자기 세라는 얼굴을 귀까지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역시, 나 실바스 일족의 《바람의 전무녀》니까. 그러니까······ 제대로 성례 의식을 마친 다음에······


바람의 신으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안 되거든······. 사, 사실은 말야! 지금 당장 내 전부를 글렌 군에게 주고 싶은데······ 라니,


나, 나도 참 무슨 소릴?! 아하하하······."


혼자 멋대로 빨개지기 시작하는 세라.


글렌이라고 해서 지금까지 그런 걸 의식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런 식으로 갑자기 대놓고 말하면 역시 쑥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


글렌도 불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것을 얼버무리는 것처럼 수프를 숟가락으로 떠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맛있다. 풍부한 양 뼈에서 우려낸 농축된 감칠맛을 갖가지 향초와 향신료가 골고루 아우러져 연주하는 듯한 하모니.


푹 삶아 육수가 뼈까지 스며든 양 뼈.


이 수프는······ 세라의 고향, 알디아의 향토 음식이다.


제국군 시절 틈만 나면 세라가 글렌을 위해 해준 요리였다.


다시는 맛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맛이었다.


"······아."


"무슨 일이야? 글렌 군."


느닷없이 작은 소리를 지르며 굳어버린 글렌에게 세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떠올랐어."


"생각났다니······ 뭐가?"


"꿈 말야. ······낮에 꾸고 있었던 꿈의 내용."


왠지, 갑자기 글렌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유 모를 눈물이 눈꼬리에 번졌다.


"그 꿈 속의 세상 속에서······ 세라, 넌 없었어······ 어디에도······. 그게······ 너무 괴로워서······."


그러자.


세라가 글렌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글렌에게 몸을 기댄 채 체중을 실어 왔다.


"나는, 여기에 있는데?"


"······응."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 계속, 계속, 글렌 군 곁에 있어."


"······응."


"계속 함께 있을 거고, 계속 함께 나이가 들고 서로 머리카락이 하얗게 될 때까지······ 안식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계속 함께."


"하, 하하······ 네 머리······ 이미, 하얗거든······."


"정말이지, 섬세함이 없다니까."


잠깐 삐친 듯하더니, 세라는 쿡쿡 웃었다.


어리광을 부리듯이 안심시킬 수 있도록 세라는 고양이가 아양떠는 것처럼 글렌에게 몸을 부비며 자신의 체온을 글렌에게 나누어준다.


자신은 분명히 여기 있다고.


글렌에게 그렇게 증명하는 것처럼ㅡ.


"글렌 군은 어때? 계속 나와 같이 있어줄래?"


"그런 거······ 당연하잖아."


"말 돌리지 말고. 제대로 대답을 들려줬으면 좋겠어."


"나는 계속 너랑 같이 있을 거야. 난 이제 아무데도 가지 않을 거고."


"바람 피우지 않을 거지?"


"바보, 할까 보냐?"


ㅡ그때였다.


세라는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었지만, 그때만큼은 아주 약간 표정이 변한 뒤ㅡ.



"만약에. 나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래도 나랑 같이 있어줄래?"


그런 기묘한 질문을 글렌에게 던졌다.


글렌으로선 어딘가 숨기려는 듯한 세라의 말투를 쓰는 세라의 속뜻을 알 수 없었다.


딱히, 그런 대단한 것을 듣지 않아도, 답은 정해져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세라에게 그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과언도 아니었다.


애당초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와 평생을 함께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


글렌은 말없이, 그렇지만 힘차게 세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ㅡ.


"······."


세라는, 뭔가 안도한 것처럼 그러면서도 어딘가 슬프고 애틋한, 그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글렌에게 몸을 맡겼다.


"······세라? 왜 그래?"


"오늘 밤만······ 조금 더, 이렇게 있어도 될까······."


"딱히, 상관없는데?"


"고마워, 글렌 군······. 고마워······ 정말로······."


그렇게 해서, 그대로 두 사람은 바짝 붙으며 체온을 계속 공유했다.


서로의 심장소리에, 숨결에, 귀를 계속 기울인다.


밤이 깊어지고 달이 기울 때까지.


줄곧. ······줄곧.


차갑지만, 기분 좋은 밤바람이 느긋하게 초원을 흔들었다.



서장까지 번역해서 글자 수는 얼마 안 됨


이미 세라는 꿈 속인 걸 아는 눈치인데 이거 솦얀 각 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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