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브의 역할은 처음 기획된 바에 따르면 독자들로부터 미움을 받는 밉상에 불과했다. 물론 만회의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온갖 밉보일 요소를 다 넣었는데도 인기투표 2회에서 1위를 거머쥔 수수께끼의 캐릭터. 작가가 이 업계를 더더욱 알 수 없게 됐다고.

2. 이브는 원래 담당 편집자의 의견으로 어린 소녀로 가자고 했으나, 작가가 밀어붙여 그대로 성인 여성 컨셉이

자리잡게 됐다고 한다. 아무래도 어린 여자 괴롭히는 건 좀 그렇고 이런 도도한 어른을 괴롭혀야 즐겁다고.

3. 작중에서 이브는 가장 불쌍한 캐릭터다. 팔이 떨어져나가거나, 동료들에게 질책받거나, 좌천을 당하거나, 가족들에게 배신당하거나,

집안이 멸망하거나... 그래도 히츠지는 이런 이브의 모습이 제일 귀엽다.

4. 20권으로서 울티무스 클라비스를 무찌를 수 있었던 건 모두 이브의 공적, 무엇보다 히로인으로서도 글렌에게 어울리는 성인 여성이니

학생과 교사인 시스티나 일행과는 달리 연령, 입장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궁합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5. 대체로 꼴사나움도, 카리스마도, 불행함도, 귀여움도 그릴 수 있어서 즐거운 캐릭터였다. 앞으로 단편에서도 잘 부탁해!

6. 저티스가 이렇게 일을 벌려놓을 줄은 작가도 예상 밖이었다. 어딘가서 언급했지만, 역시 로쿠아카는 글렌이 펠로드를 무찌르는 데서

끝날 결말이었으나 작가의 앞길을 막은 게 요녀석.

7. 캐릭터의 자유분방함, 농도 자체가 다르다 보니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 탓에 마왕마저 잡아먹히고 말았다. '캐릭터가 내키는 대로

돌아다닌다'가 어떤 건지를 작가에게 제대로 실감나게 해준 캐릭터.

8. 다 같이 유대로 싸우는 글렌과는 세상을 적으로 등을 돌린다는 점에서 상반되는 캐릭터. 하는 짓은 용서받을 수 없는 악행이었지만,

작가로선 이 녀석을 쓸 때 자유롭고 생생한 게 어떤지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9. 그런 녀석이 작중 최강캐들을 손바닥 위에서 굴리는 모습들은 어딘가 엉망이었지만 쓰면서 굉장히 즐거웠다고.

알베르트와 더불어 가장 지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든 캐릭터이기도 했다. 어쩐지 패배를 밥먹듯이 하는 이브와는 정반대(웃음)

10. 독자들의 혐오를 살 법한 캐릭터지만 동시에 23권에서 그의 인상이 확 바뀌진 않았을까 싶다. 작가의 예상 안이자 예상 밖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인 글렌마저 이긴 유일한 캐릭터. 세상에, 이 녀석 앞에선 주인공 버프도 통하지 않는 건가? 향후 저티스를 뛰어넘는

악역을 쓸 수 있을지 히츠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12. 결과적으로 로쿠아카라는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비틀고, 옆으로 엇나가고, 마구 수정해 크게 분위기를 띄웠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연적으로도 글렌의 숙적은 마왕보다는 저티스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13. 23권을 끝으로 이야기에서 퇴장하게 됐지만, 이렇게 퇴장시키고 싶지 않은, 여러모로 날뛰게 하고 싶은 캐릭터는 작가 인생에서도

처음이었다. 로쿠아카가 독자들의 지지를 이렇게나 받은 데엔 틀림없이 너의 공적이기도 하리라고 생각한다. 고마워, 저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