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중 한사람이었고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17년의 테이프를 돌려본 결과 내가 찐따였던 이유는 주변을 살피지 않은게 제일 큰 원인이었어. (아직도 찐따티 100%는 못벗었다)

우선 내가 주변을 살피지 않았던 이유를 분석해봤는데

첫째는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 학생때는 공부만 잘하면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 선생님들이 칭찬해주고 하니까 오만해지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해버렸던 것 같아.

심지어 일진들도 나는 안건드렸다 그래서 버릇이 나빠졌지.

두번째는 위인숭배. 초등학생때 뉴턴이 연구에 몰두하느라 자기 친구랑 저녁 먹자는 약속도 잊어버렸다는 일화를 보고 뉴턴뽕에 취해서 '아 이래야 진정한 과학자지'라고 하면서 과학자의 꿈을 '저런 식'으로 키워나갔지.

세번째는 외동. 난 외동이었고 혼자지내는데다가 첫번째와 두번째 요인이 결합하면?

네번째는 경험부족. 때문에 알바경험이 없어서 군대가기 전까지 공부랑 게임만 하며 살았다ㅋ

근데 의외로 학창시절조차 나를 싫어하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는 것을 알았고,

게다가 성인이 되니까 느낌이 확 오더라고 웬걸? 뭔가 병신취급당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가진 실력에 비해 평가절하당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대학에서도 공부로 커버쳐서 과에서는 괜찮았는데 다른 모임(혼성)에서는 여자애들이 나를 은근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고 군대 말년에 내가 찐따였다는걸 알게됐어. 이것도 업무능력으로 커버쳐가지고 몰랐다가 우연히 한 간부로부터 "너는 일은 잘하는데 사회성이 없어"라는 말을 듣고 인터넷에서 찐따의 양상에 대해 찾아보니 (몇개중 몇개 나왔다 이런거 말고 거기선 1/8가량 나옴) 나랑 많이 일치하길래 그제서야 내가 찐따인걸 알게 됐어. 이게 2년전이야. 이후에 고치려고 해도 하나같이 "한번 찐따는 영원한 찐따" '찐따는 유전" "아스퍼거 의심해봐라" 이런것뿐이라 '난 아스퍼거인가?'라면서 최근까지 자학을 했었지. 그렇다고 노력을 안한 것도 아니야. 사람 많이 만나기, 머리 단정하게 하기, 안경테 바꾸기, 피부관리하기, 최신음악 듣기, 유행맞춰 옷, 신발사기 등등 열심히 했지.

하지만, 뭔가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러다가 우연히, 나무위키 '눈치' 항목에서 '자기중심적'이라는 단어를 찾아냈어.

그때 깨달음이 온거야. 공부 잘하는 찐따는 없다고? 그 공부란 게 나를 오로지 나 자신만 생각하도록 만든 원흉이었는데? 그래서 알게모르게 남에게 피해주고, 상처주고, 불쾌감을 주었는데?

결론은 주변을 살펴 올바르게 처신하면 니가 애니덕후든 밀덕이든 뭔가 마이너한 걸 취미로 갖고 있더라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는 거지. (비율이 높긴 하다만) 반대로 니가 아무리 옷 잘입고 노래 잘부르고 인싸취미를 갖더라도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면 말짱 꽝이라는거야.

이 주변을 살핀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어.

0. 우선 타인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 중요해. 근데 이건 진짜 심한 자폐증 아니면 앵간한 찐따들도 표정은 다 읽기 때문에 넘어가고.

1. 너의 시야 또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감정,상황에 집중(씻기, TMI남발하지 않기, 역린 건드리지 않기, 기분 안좋은 사람 비위맞춰주는것도 해당)

2. 앞으로 너 주변에 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감정, 상황에 집중(좁은 길 중앙에 물건 놓지 않기, 지하철 옆문에 기대지 않기, 잠깐 나간사람 뒷담하지 않기)

보통은 2번까지 돼야 눈치빠르단 소리를 듣지?

난 1번조차 잘 안됐던 케이스라 1번부터 실천하고 있고 2번은 경험도 중요하니까 아직 많이 부족해. 그래도 신기한게 노력하니까 조금씩 나아지더라.

인간관계는 수학공식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유없는 것은 없더라고.

미안한 얘긴데 그렇게 주변을 살피고 사람들을 수학문제로 보니까 풀리는 느낌?

인싸들도 원래는 자기중심적이야. 근데 걔네들은 내가 부족했던 저 4개가 훈련된거지. 핵인싸라면 천성적으로 저게 타고났을수도 있겠지만.

그러니까 제발 주변을 좀 살펴. 진짜. 설령 찐따중에서 일부는 공부를 잘하겠지만 그러다가 경주마가 되는거다

cf) 간혹가다 상황 다 알고 있는데도 자기 소신대로 하는 사람 있는데 이것도 짧게 끝내라. 길어지면 진짜 눈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