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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33원정대의 스토리가 호불호 갈리는 이유

ㅇㅇ(121.190) 2025.05.09 15:54:06
조회 8330 추천 37 댓글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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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관점을 누구 쪽으로 받아들이냐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함.


게임의 주제는 `상실`임.

상실의 아픔을 이겨내려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고.

상실의 아픔을 견딜 수 없어서 현실을 버리고 환상 속으로 도피하는 것이 맞냐, 아픈 현실이지만 이겨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냐에 대한 질문을 하는 이야기라는 거.


게임 내의 페인터 능력 같은 마법이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견딜 수 없는 수준의 상실의 아픔을 겪었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나아가는 방법` 밖에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음.

그 선택지 내에서도 올바른 선택지란 삶을 지속하기 위해 상실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임.

어떤 문화권과 종교에서도 상실의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멸하는 것을 공감하거나 이해할 지 언정 옳다고 말하지 않음.



그렇기에 마엘 엔딩을 처음으로 볼 경우, 마지막 씬에서 베르소가 치는 피아노의 운율은 결국 게임 메인 메뉴로 이어짐.

(그냥 깔리는 음악이 아니라, 굴레에 갖힌 베르소가 체념하며 직접 연주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게 굉장히 중요함. 대놓고 나오는 마엘 엔딩과 베르소 엔딩의 명암대비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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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개발사 역시 마엘 엔딩은 영원한 굴레일 뿐이며, 진실을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은연중에 유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음.


하지만 베르소 엔딩을 택함으로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택하면 가족은 아픔을 겪었지만 반드시 성장하고 아픈 현실을 극복해 나갈 것임.

알리시아의 시야에서 환영으로 보이던 33원정대의 생존자들과 에스키에, 모노코가 손을 흔들어 주다가 고마주 되어 사라지는 씬으로 증명함.


따라서 이들 가족과 이야기의 주제의 관점에서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 평가한다면 클레르 옵스큐르 33원정대는 정말 훌륭한, 마스터피스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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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게임의 주제인 `상실`이 데셍드르 가족 뿐이 아닌, 그들의 창조물에 불과한 33원정대에 속한 주인공(?)들과 뤼미에르 시민들에게도 똑같이 표현되었다는 거임.
`클레르 옵스큐르 33원정대`라는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이야기의 관점을 33 원정대 쪽으로 잡으면 절대로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게 됨.

플레이어인 우리는 이 게임에서 관찰자의 관점으로밖에 볼 수 없음. 우리가 우리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부여받고 33원정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니까.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고, 개발자가 의도하는 대로 이야기를 봐야만 함. 
개발사는 앞으로도 게임 역사에 남을 완벽한 프롤로그를 통해 게임의 제목, 플레이를 해야 할 명확한 목적을 제시했음.
구스타브가 33이 새겨진 거석을 바라보며 연인을 잃은 분노와 슬픔 속에서도 결국 자신이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무력함에 주저 앉을 때, 우리는 생각했을 거임.
`내가 페인트리스 반드시 찢어죽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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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는 엄청난 몰입감을 통해 33원정대의 일원이 되어 페인트리스를 처치하여 고마주라는 비극을 더는 일어나지 못하게 막는 것을 목표로 삼음.
플레이어와 게임의 주체(였던) 33원정대의 목표가 일치하다는 것.
그리고 33원정대와 함께 원정을 이어 나가며 구스타브, 르네, 시엘 그리고 선대 원정대들의 흔적을 밟아가며 세계의 역사와 이야기를 접해왔었음.

하지만 이야기의 주체가 2막 후반에서 데셍드르 가족 쪽으로 전환이 되던 순간, 이 장대했던 이야기와 원정, 내가 사랑했던 캐릭터들은 모두 가상의 창작물이 되어버림.
세계 속에서 사람들이 받았던 고통. 원정대가 그간 해온 모든 노력과 희생은 아무 의미 없던 일임.
이건 그냥 가상의 이야기였고, 결국 게임에서 이야기하는 현실은 데셍드르 가족의 이야기일 뿐이니까.
원정대와 사람들의 모든 노력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 채로, 데셍드르 가족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유지되거나 소멸하는 것 뿐.

이렇게 진실이 들어나는 순간부터 그림 속 창작물에 불과한 뤼미에르의 모든 캐릭터들은 주체성과 비중을 모조리 잃게 됨.
이는 극중에서도 마찬가지임.

자신의 실수로 동료들을 잃었지만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다음 원정대를 위해 멘탈을 부여잡고 강한 적과 싸우며 루미네 변환기가 작동한다는 것을 알고 기뻐하던 르네.
이는 지금의 원정 뿐이 아닌, 유의미한 결과를 남김으로써 다음 원정대들의 성공률을 확실하게 증가시켰다는 사실에서도 나오던 기쁨임.
구스타브를 잃고 나서, 사실상 원정이 실패함과 다름이 없다는 수준으로 충격을 받은 르네의 속마음을 알아보고 위로했던 인간적인 시엘의 모습도 전부 사라져버림.

그들은 더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음.
그저 마엘과 베르소의 급격하게 증가한 비중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자신들의 비중 속에서 평범한 게임의 NPC마냥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기계적으로 주어진 대사를 내뱉을 뿐임.

이와 동시에 클레르 옵스퀴르 : 33원정대라는 게임은 페인트리스의 저주, 거석, 고마주의 비밀 같은 내용을 다루는 게임이 아니게 됨.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이야기와 비밀, 세계관(그림 속) 속의 모든 이야기들 역시 마찬가지임. 그저 창조자인 데셍드르 가족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다루는 게임이 되어 버렸음.
게임 속에서 표현하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덧칠`되어버린 것.
대체 왜? 부제이긴 하지만 제목도 일단 33원정대인데...

이 진실을 깨닫고 3막에 진입하면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게 되지만, 더는 그럴 이유를 찾지 못함.
플레이어가 몰입해야 할 세계는 전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고, 캐릭터들 역시 주체성이 사라졌으니까.
시렌의 드레스를 클리어하며 르네의 과거를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의미가 없고, 특히 이미 이 세계를 거짓된 창작물이라 여기며 소멸을 시키려던 베르소와의 대화는 전부 위선적으로 밖에 들리지 않음. 어차피 속으로는 아 그렇구나~ 상관없어 난 이제 이런 삶을 살기 싫기 때문에 너희까지 포함해 이 세계를 지울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는 캐릭터일 뿐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마엘 엔딩을 봤을 때, 되살아난 구스타브와 소피는 전혀 반갑지 않았고, 다른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였음. 불쾌한 엔딩일 뿐이고, 거짓된 평화일 뿐임.
모두 만들어진 캐릭터일 뿐이니까-

그러면 베르소 엔딩은 다른가? 
아님. 마찬가지임.

창작물은 생명인가 아닌가 같은 주제로 들어가지도 않았기 때문에 현실 데셍드르 가문의 캐릭터를 제외하면 이들 모두는 그냥 환상 속의 물감덩어리였을 뿐임.
그런데도 굳이 르네가 고마주되기 전 베르소를 노려보는 장면은 "왜 우리에게 살아갈 기회를 주지 않고 마음대로 끝을 내버리는가"라고 말하는 느낌을 주는데, 어차피 물감 취급 받는
거 차라리 그냥 넣지 않았더라면 나았을 건데 왜 굳이 넣어서 개발사가 진엔딩으로 유도하는(위 피아노 부분 참조) 엔딩에서조차 불쾌한 기분을 주는 지는 정말 이해가 안 됨.

나는 이 게임을 하며 33 원정대와 뤼미에르의 관점에서 게임을 쭉 플레이해온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리 이야기의 주제와 표현에서 만점을 준다고 해도 게임 스토리로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음.
게임이 스스로 스토리를 `덧칠`해버렸으니까.
스토리가 불호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이쪽에 해당된다고 생각함.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발사가 데셍드르 가족이 겪는 `상실`뿐 아니라 `존재`에 대해서도 다루었어야 한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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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세계관의 주인공인 데셍드르 가족의 관점에서 보면 주제의 대한 접근과 이야기의 완성도와 표현이 매우 높은 GOTY 확정 마스터피스 작품
33원정대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불쾌하고 역겨운 스토리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평가가 갈릴 수 밖에 없고, 양쪽의 주장 다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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