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적으로 fps 게임들의 인기가 덜한 국내에서도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fps 시리즈라고 생각함
그리고 그중에서도 그시절 pc방에 깔려있던 모던워페어2 무설치버전이라던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직접 캠페인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단순히 이름을 알고 있다 이상의 더욱 각별한 기억이 있을거임
그리고 그런 기억을 지닌 우리가 좋아하던 콜 오브 듀티 캠페인은 선형적이고 직관적인 진행, 마이클 베이 영화를 보는 듯한 과감하고 화려한 액션 연출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음
끝도 없이 몰려드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백악관을 탈환하거나, 브라질의 파벨라에서 목숨을 걸고 추격전을 벌이는 등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을 내가 캐릭터를 직접 조종해 적들을 쓰러트리며 그 과정의 일부가 되는 것이 내가 느낀 그시절 캠페인의 재미였음
여기서 핵심적인 요소는 플레이어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지 작가가 아니였다는 점이라고 생각함
저런 엄청난 상황을 해쳐나가는 과정에서 플레이어 개인의 선택으로 이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경우는 없었고, 결과적으로 게임과 나 사이의 상호작용성이 타 장르의 게임보단 약화되면서 내가 직접 이야기를 써내려간다는 감정보다는 마치 재미있는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한편을 관객석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자리에서 즐기는 것 같다는 감정이 들게 됨
이런 균형을 맞추는 선에서 적당히 억제된 상호작용성과 영화같은 서사, 연출이 엮인 이야기를 지금까지 콜 오브 듀티 캠페인들은 선보여왔음
그런데 어느 순간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이런 기존 방향성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보임
블랙옵스 2는 멀티엔딩을 도입하면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몇몇 주인공의 생사부터 앞으로 세계의 운명까지 정말 많은 서사가 변하게 됨
모던워페어 시리즈는 리부트 과정에서 서사적인 방향성에 변화가 있었는데 기존 모던워페어의 서사는 인물이 서사를 끌고 가는게 아니라 인물이 서사에 끌려다니는 형태였음
프로스트나 라미레즈처럼 전면전을 비추는 역할의 전장 속 인물들이 대표적인데 이런 인물들과 대비되게 그나마 서사를 본인들이 끌고 갈 수 있는 인물들인 소프, 프라이스등 네임드 특수부대원의 세계를 구하기 위한 이야기가 양립되어서 모던워페어라는 시리즈를 구성하고 있었음
리부트 시리즈에 들어서는 전면전 파트가 거의 삭제되면서 특수부대원들 몇몇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구축된 캐릭터 중심의 서사로, 어찌보면 히어로물과도 비슷한 형태로 변화하게 됨
그리고 최근에 이르러서는, 정확히는 콜드워와 모던워페어 II, III 부터는 단순히 서사적인 변화를 넘어 게임플레이 자체의 방향성에서도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음
그리고 이번 블랙옵스 6는 이런 변화의 기조가 가장 급진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아닐까 싶음
이 아래부터는 이번 블옵 6에 대한 전반적인 게임 진행, 스토리 스포가 있으니까 주의했으면 함

게임플레이
이번 작의 핵심은 선형적인 구조에서 탈피하는 것에 있었고, 게임플레이의 다양한 요소에서 이런게 엿보였음
이런게 콜 오브 듀티 캠페인의 정체성이 맞냐, 이런 변화가 좋은거냐 나쁜거냐의 논쟁은 차치하고 오로지 어떤 요소들이 눈에 띄었는지 위주로 서술하고자 함
안가 시스템
먼저 콜드워에선 미션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화면전환격 공간이였던 안가가 이번작에서는 다양한 퍼즐을 풀거나 콜드워 초반의 바이오 작성처럼 다양한 스킬 특성 등을 찍을 수 있는 장소로 바뀜
플레이어 특성을 마음대로 선택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는건 좋은 변화였다고 느꼈지만 그 매개가 돈이라는게 좀 걸림
엘리트가 죽을때 가끔 떨구는 거도 몰입이 깨지기더 하고 돈은 워존의 에셋이라 뭔가 돌려막기처럼 느껴지는 데다 게임플레이 도중에 자연스럽게 얻는 빈도가 은근히 적어서 본인이 원하는 형태로 충분히 투자하거나 하기 힘듦
나는 진짜 돈 의식 안하고 플레이해서 그랬는지 총기 개조 테이블이랑 가젯 개조 태이블 2개 + 특성 5개정도밖에 못찍고 엔딩 봤음
금고따기등의 돈 파밍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500원짜리 안가 개조 3개에 개조항목 하나정도는 만렙을 찍을 정도의 재화가 게임 내에서 모이고, 의도적으로 파밍을 했을때 올만렙+지금처럼 도안 살 정도로 줬으면 좋았을 것 같음
개인적인 감상으론 이런 방향성으로 가는 김에 건스미스 및 로드아웃 편집도 있었으면 함
나는 미션 시작때 주는 기본 로드아웃을 들고 게임하는걸 좋아해서 탄약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무기 노획을 잘 안 하는데, 가끔 기본 총기 개조나 조합을 보면 왜 이런걸 줬나 싶을 때가 있음
자유도를 높이는 방향을 선택했으니 이러한 요소에도 변화가 있었으면 더 잘 어울릴것 같음
병종 세분화
디비전이나 보더랜드같은 게임처럼만큼 대대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이번작에선 기존의 콜옵 캠페인보단 더 개성있는 적 병종들이 등장함
가스를 뿌려서 일종의 그로기 상태로 만들고선 플레이어와 근접전하는 미친놈, 앉으면 발만 데미지 들어가는 방패병, 원래 있던 저거넛, 저격수 등등이 있음
아직까진 전투의 경험을 바꿔놓을 정도의 큰 영향력은 없으나 이런 시도 자체가 앞서 강조한 게임 플레이 방향의 변화라는 맥락에 잘 녹아드는게 인상적이였음
배낭 시스템
배낭 시스템은 이번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요소였음
미션 도중 마주칠만한 장비의 양도 대폭 늘려놓았고 판테온 캐릭터들의 병종 시스템이나 이번작의 특징인 다양한 진행방법과 시너지가 좋아서 적재적소에 가젯을 활용하는 경험이 상당히 즐겁게 다가옴
나는 잠입 플레이에서 투척단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즐겼음
아마 이 시스템이 없었다면 방패같은 특수병종을 상대하는 건 아주 좆같은 경험이였을거라고 생각됨
오픈월드
이라크 사막을 배경으로 스커드를 찾아 파괴하는 오픈월드 임무 하나가 있음
게임 외적으론 걸프전에서 미군과 다국적군이 스커드 발사대를 찾는데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걸 생각했을때 이 게임에서 몇 안되게 시대적 배경과 임무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잘 엮인 임무라고 생각함
게임플레이적인 면에서 보면 크게 3개의 메인 임무가 있고 몇개의 부가요소가 있는데, 보급품이나 정찰병과 접촉 등등이 있는 구조임
우선 메인 오브젝트는 진짜 재미가 없어서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게 들었음
솔직히 저 넓다란 맵을 돌아다닐 동기가 그리 강하게 부여되지 않음
이 미션에서 아이템을 파밍하면 다음 임무인 사담 후세인 궁전 습격에 파밍한 아이템들을 활용할 수 있는데, 그 미션이 그리 긴 미션도 아니고 난이도가 높다거나, 특정 기믹이 있다거나 하는 미션은 더더욱 아니기에 더욱 사막 한복판에서 시간을 태울 동기가 부족하게 느껴짐
아예 이 미션 이후 개임플레이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주었다면 좋았을까 싶지만 아마도 그러면 스코어 스트릭을 다양하게 주지는 못했을 것 같음
그래서 더더욱 아까 언급한 안가에서의 로드아웃 개조 시스템이 없는게 아쉬움
거기서 파밍한 무기나 가젯을 안가에 가져와서 쓸 수 있다는 컨셉이면 어땠을까 싶음
목표 진행방식 선택
전반적으로 콜드워의 kgb 본부 미션의 느낌이 나기 설계된 미선들이 두개 있음
이 방식의 의의 자체는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게임 플레이 경험이 달라지고 비선형적인 느낌을 주는데에 있음
cia 블랙사이트에 침입하는 미션의 경우엔 이러한 진행 방식과 굉장히 잘 녹아둔다고 생각함
의원 부인을 도와서 야스테이프로 협박을 하거나, 아니면 직접 상원의원과 물리적 대화를 시도하는 등 플레이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져서 좋았음
그런데 후반 보르쿠타 미션에서도 비슷하게 방공망을 파괴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선택지가 몇개 존재하는데, 이 경우엔 접근 방식을 다르게 선택한다고 해도 플레이 경험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가 않음
그래서 비슷한 요소를 채용한 두 미션임에도 감상이 완전히 갈렸음
퍼즐 요소
안전가옥 내의 피아노 암호나 라디오를 찾아야 비번을 알 수 있는 금고들처럼 게임 진행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 것들은 비교적 어렵게, 반대로 게임 진행에 필수적인 요소들은 쉽게 구조를 짜놓았음
정확하게 인게임 내에서 뭐라고 불렀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암구호 기믹인지 뭔지 하는 숫1404938자와 문자가 엮인 암호 입력 퍼즐이 어렵지 않은 난이도였음에도 재미있었음
이 작품의 좋지 않은 한글화 환경에서 유일하게 신경써서 한글화한 티도 나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함
지문으로 키패드 암호를 유추하는 퍼즐도 은근히 재밌었는데, 이게 없었으면 구작처럼 자물쇠 따기가 유일한 문 기믹이였을 것 같아서 더 고마운 퍼즐이였음
잠입
몇몇 미션에서 잠입과 전면전을 선택 가능한데 사실 크게 의미는 없으면서도 잠입 플레이가 재밌어서 괜찮은 시스템이였음
잠입 요소를 살펴보면 전작보단 ai들 지능이 올라간 것 같았음
일정 이상 의심 게이지 채운 뒤에 사라지면 거기 체크하기도 하고 디코이 등 투척물을 던지면 그쪽에 어그로가 끌리는 적당한 디테일도 존재함
그렇다고 막 ai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똑똑한건 아니지만 솔직히 이거 이상으로 ai빡빡하면 좀 빡칠것도 같아서 그럭저럭 잡입 난이도는 적당했다고 생각함

스토리
사실 나는 게임플레이 경험과는 별개로 스토리는 별 매력이 없었다고 생각함
스토리 전반
우선 이번 작의 스토리 자체가 이번 작에서 완벽하게 기승전결을 챙기지 못했다는게 좀 걸림
개발진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작은 개발사 전작인 콜드워의 멀티플레이어 스토리가 정사로 포함된 작품이라 원래대로라면 이번 작은 이번작의 주인공인 트로이 마셜 일행의 이야기, 적 세력으로 등장하는 판테온의 정체와 궁극적인 목적, 그동안 사라진 애들러의 행적과 어쩌면 추가로 페르세우스의 행적까지 다뤄야 함
그런데 이번작은 이런 막중한 과제들의 절반도 해결하지 못함
트로이 마셜 일행 이야기는 이제야 중반부에 접어든 느낌이고, 잠적기간의 애들러가 뭘 했는지는 본인이 몇마디 던진게 전부라 신뢰하기 어려움
특히 애들러는 전작 멀티플레이어 스토리에서 세뇌당한 전적이 있어서 더욱 그렇고
이번작의 판테온에 대한 설명마저도 cia의 블랙옵스 팀이였으나 크레이들 사건과 얽혀 해체당했고, 그래서 cia 전복을 노린다는것 이외에 얘들이 어떻게 지금처럼 준 군사조직급 능력을 가진 단체가 되었는지나 cia를 차지한 이후의 궁극적 목적에 대한 설명이 부족함
결국 아무것도 완벽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로 맞은 엔딩은 헬기 안에서 해로우를 죽여버리는 거였고, 해로우는 결국 아무 인상도 못 남기고 퇴장함
이후 컷신에서 리빙스턴이 갑자기 걸려온 비활성화된 팀의 전화 한마디에 한 나라의 수도와 국회의사당에 대피령을 내린것도 좀 의아함
물론 불가리아 안가에서 판테온이 그지랄을 떤걸 위성으로 포착해서 마셜 일행 말을 믿었다고 하면 그렇다 치고 넘어가겠지만...
마지막엔 아직 판테온이 암약하고 있다는 리빙스턴의 설명과 함께 새로운 인물이 조명되는데, 이 친구가 아무런 설명 없이 나와서 난 처음에 저게 케이스인줄 알았음
멀티플레이어 캐릭터중에 하나라는데 이런건 이후에 안 찾아보면 모르는 정보기도 하고 근본적으로 스토리를 다음 작에 떠넘기는거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엔딩은 그냥 실망스러웠음
심지어 플레이어는 이번작의 홍보 문구였던 The Truth Lies가 뭔 의미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스토리가 끝나버렸음
결론적으로 이렇게 스토리가 기승전결을 챙기지 못하고 반쪽짜리 서사가 되어버리면 그 부담은 자연스럽게 캐릭터한테 넘어가게 됨
약 6시간짜리 기-승을 플레이하는 우리가 버틸 수 있게 이야기를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지탱해주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거임
그리고 이번 블옵 6의 스토리는 그 지점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함
캐릭터
전작의 애들러는 말 할 것도 없이 근 5년간의 캠페인 캐릭터들 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였음
선글라스와 흉터라는 확실한 외적 아이덴티티, 국가를 위한 것이라면 사람을 해치는 일이 있다고 해도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이 주인공 벨의 서사와 엮이며 내는 시너지 등 팬들 사이에서도 메이슨, 허드슨, 우즈 등등 기존 시리즈의 사랑받는 캐릭터들 사이에 끼어있어도 아무 이질감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매력이 있었음
그런데 이번작은 그런 매력적인 인물이 적음
이번작에서 새로 등장하는 인물은 리빙스턴, 해로우, 마샬, 세브, 펠릭스, 그리고 주인공인 케이스 정도임
가장 큰 패착은 이번 작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인물인 트로이 마샬의 캐릭터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함
이 인물은 어떤 성격인지, 어떤 생각으로 행동하는지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게끔 하는 요소 자체가 너무 적음
서사를 이끈다는 점에서 포지션이 같은 전작의 애들러가 입체적이고 매력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지금껏 플레이하며 정붙인 벨의 서사가 애들러에 의해 완전히 바뀌어버린게 드러남으로써 플레이어가 애들러의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거에 있었다고 생각함
물론 저 애들러의 캐릭터성은 그걸 위해 작품 하나를 통째로 할애한 정도라 모든 작품에서 저런 캐릭터 빌드업을 만드는건 쉬운 일이 아닌건 맞음
그럼에도 캐릭터에 확실한 개성이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트로이 마셜의 캐릭터는 그런 개성마저도 없음
성격이 살짝 더럽고 다혈질이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한 우즈, 차가운 이미지의 허드슨 등등 한 문장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특성조차도 가지지 못했음
플레이어가 트로이 마샬에 대해 아는건 성격적으론 상사한테 대든다정도? 그 외에는 해로우와 서로 약간의 연애감정이 있다, 부친이 베트남전쟁 후유증이 있었다, 우즈의 제자이다등의 단편적인 정보에 불과함
그리고 해로우에 대한 연심은 솔직히 전혀 필요 없는 요소였는데 왜 굳이 넣었을까 싶음
작품 분위기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그냥 전에 오랫동안 일했고 신뢰해온 동료관계라는 수준까지의 묘사만 있었어도 마샬이 느끼는 충격을 그려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함
그리고 무엇보다 저걸 드러내는 대사가 참... 인소 대사도 저정도로 구리진 않음
주인공인 케이스와 빌런인 해로우도 캐릭터적으론 아쉬운 모습을 보임
콜드워의 벨과 비슷한 느낌의 주인공이지만, 벨과는 달리 우리는 이 친구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함
이번작의 주요 떡밥이던 크레이들의 첫 실험자중 하나인게 이 친구에게 주어진 유일한 서사인데 이게 캐릭터에 가져다주는게 없음
우리는 얘가 크레이들로 신체가 강화된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 벨의 세뇌처럼 크레이들이 이 친구의 이야기에 특색을 입혀줄 무언가가 되지도 못했음
해로우는 그나마 이번작에서 거의 유일하게 풍부한 배경이야기를 제공받음
그래서 이녀석의 동기나 배경, 생각하는 방식 모두 어느정도는 알 수 있음
그런데 문제는 이 친구가 판테온에 소속된 빌런이라는 사실이 플레이어한테 진짜 전혀 놀랍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거임
그야 그럴 것이 플레이어는 사실상 해로우를 컷신 이외에 만날 일이 전무했음
설정상 주인공 일행처럼 활동이 정지된 상태도 아니고 cia 내부에 계속 남아있어서 인게임 내에서 얼굴을 마주칠 일 조차도 없었기도 함
이 반전이 충격을 주려면 플레이어가 이 인물에 익숙하거나, 아니면 마샬마냥 이 닭장에 연정이 있거나 두개중 하나였어야 하는데 둘 다 전혀 해당되지 않았음
얘가 미션 진행중에 브리핑 해주는 포지션으로 나오거나 했다면 그나마 지금보단 익숙한 캐릭터가 되었을거고, 충격도 더했겠지만 그럼 얘가 지무덤 파는걸 돕는 격이 되니까 스토리가 이상해지겠지
무튼 그 풍부한 배경 이야기도 그저 그런 뻔한 서사고 별로 많이 마주치지도 않은 캐릭터가 배신자라니까 빌런으로써의 캐릭터성은 전무했음
기존 캐릭터들도 솔직히 전작만큼 빛나지는 못했음
우즈는 휠체어 신세에 스토리를 끌고 간 건 마셜이니 사실상 병풍으로 전락함
얘가 매 미션마다 브리핑을 맡았었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애들러는 콜드워 멀티플레이어 스토리를 정사로 끌고왔지만 정작 이번작에선 그 끌고온 이야기를 전혀 활용 안함
본인 입으로 몇마디 하긴 하지만 세뇌당했던 사람의 설명을 완벽한 설명으로 받아들이기엔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묘하지
그래도 그나마 애들러의 이야기는 블옵7에서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은 있음
오히려 콜드워에서 나온 인물들 활용이 괜찮았는데, 파크나 심즈가 중간중간에 징검다리로써 얼굴도 비추고 개연성도 챙겨주는게 좋았음
도구적 활용이라 할 수도 있지만, 전작을 플레이한 사람들 입장에선 반갑다는 기분이 더 앞섰을듯 함
이번 작품 오리지널 캐릭터중에 그나마 건질게 있다면 펠릭스가 매력있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함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혀 폭력을 그만두길 원하면서도 능력만큼은 확실하고,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면 기꺼이 실력을 발휘한다는 개성에다가 매력적인 목소리랑 억양까지 갖춘 훌륭한 조연 캐릭터였다는 생각이 듬

임무
앞서 게임플레이 부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일단 이 글에서는 기존의 콜 오브 듀티 캠페인이 가졌던 구조에서 벗어난게 맞냐 틀리냐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고, 순수하게 미션의 내적인 요소들만 짚어보고자 함
전부까지는 아니고, 게임 플레이적 측면에서 짚어볼 만 한 몇몇 임무들만 골리서 언급하겠음
<출현>
<출현>의 경우 아마도 이 게임의 캠페인에서 가장 논란이 많을것 같은 미션임
뜬금없이 환각으로 좀비가 튀어나온다? 이게 환각이란걸 인지 못하면 갑자기 좀비가 튀어나오는거에 당황스러울 거고, 환각인걸 알아도 도대체 얘는 왜 좀비 환각을 보는지, 혹은 이거 좀비모드 끼워팔기 아닌지 의아할거임
확실히 나도 이 미션에서 좀비가 나온건 좋지 않은 수였다고 판단함
나무위키 피셜로는 나치좀비 오마주가 많이 들어간 임무라고 하는데, 나는 솔직히 기존 시리즈 팬을 위한 오마주를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점을 차치하고 생각하겠음
크레이들의 부작용이 피험자를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인간같은 무언가가 달려드는 환각을 보는거 까지는 설득력이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여기서 다른 독립적인 게임모드에 등장하는 좀비가 나와버리면 정말로 에셋 돌려막기로밖에 보이지가 않음
물론 콜드워에서도 환각에서 좀비가 나오지만, 그건 굳이 찾아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이스터에그적 요소에 가까웠단걸 생각하면 이번 임무의 좀비는 더더욱 뜬금없고 거부감이 들었을 수 있음
그래서 대안으로 떠올린게 좀비 모델링을 케이스에게 실험을 한 과학자들이라던가 우즈나 마셜같은 동료들 모델링으로 교체하는 방식인데, 실제로 이후에 <분리 불안>에서 좀비 모델링을 해로우로 바꿔서 써먹는 모습을 보여줘서 이런 방향이 더 나았을 것 같음
좀비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나는 이 임무를 정말 인상깊게 했는데 이유는 공간과 분위기의 설계였음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컨트롤>이라는 게임이 생각나는 비밀 지하 연구 시설에서 미션이 진행되는데, 이 시설의 디자인이 정말 예술임
내가 건축이나 공간 활용에 대해 배운건 아니라 살짝 개소리일 수 있지만 일단 들어줘
시설이 대칭형 구조로 양옆으로 길게 뻗어있고, 중앙 로비는 탁 트여있어서 얼핏 개방감을 주나 싶지만 커다란 높이의 동상과 엘레베이터 때문에 그 개방적인 공간 안에서 플레이어는 짓눌리는 느낌이 들고, 열린 공간 같으면서도 지하 시설인 만큼 시설 밖을 볼 창문 하나 없기에 궁극적으로는 폐쇄된 공간이라는 사실 역시 플레이어에게 어딘지 모를 압박감을 줌
중앙 공간에서 벗어나 색깔로 분류해둔 각 구역에 가보면 모던한 디자인임에도 어딘가 하나가 뒤틀려있고, 평소 사람들이 근무한 공간임을 보여주는 컴퓨터나 의자, 칠판등의 일상적 사물들이 가득하지만 사람이라고는 나 하나 뿐인데다 조명도 부족해서 사람이 있어야만 할 공간에 나 홀로 걸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듬
개리모드나 혼자서 구버전 마인크래프트를 할때 느낄법한,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이상한 공포감이 이 스테이지 전반에 깔려있음
이게 나한테는 아주 제대로 먹혀서 임무를 하는 내내 분위기에 매료됐다
이 임무의 주목표는 키카드 4개를 시설의 각 구역에서 확보하는건데, 이 임무가 혹평받는 두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함
구역이 4개라 필연적으로 진행이 질질 끌리고, 그 와중에 배경은 크게 바뀌지 않는 하나의 공간 안이니까 지루함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음
보스전도 플탐을 늘리는데에 일조했는데, 1회차는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보통 난이도로, 2회차는 베테랑 or 리얼리즘으로 하는 걸 좋아해서 보통 난이도로 진행했는데도 보스전을 각 구역에서 한번씩 총 4번 진행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였음
나처럼 이 스테이지의 분위기에 완전히 빠져든 사람이 이렇게 피로감을 느낄 정도면 이 미션이 취향에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임무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말 안해도 될거임
추가로 보스의 체력바가 보이는게 조금 몰입을 깼던 것 같음
스테이지가 스테이지니 만큼 이것듯은 플레이어에게 최대한 길게 공포감을 심어줘야 할텐데, 체력바가 있으면 공포감을 느끼다가도 저게 잡을 수 있는 몹 1에 불과하단 사실을 깨닫는 속도가 빨라지는 느낌임
그 외에 그래플링 훅이나 주황 전화기, 뉴크타운 마네킹들등의 요소들은 마음에 들었음
특히 우는천사처럼 뒤돌아보면 움직이는 마네킹은 클래식하면서도 무서워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음
<분리 불안>
<분리 불안>의 경우엔 비슷한 환각류의 미션이였는데 솔직히 <출현>보다 아쉬웠음
뒤에서 언급할 내용이지만 해로우는 그다지 플레이어에게 익숙한 인물이 아님
그래서 그런 인물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미션이 플레이어의 흥미를 끌 지는 말 안해도 뻔함
거울을 수집해서 판테온의 목적을 밝히고, 그 과정에서 해로우의 이야기를 톺아보는게 주된 골자인데 그 골자부터가 크게 의미가 없다는게 이 임무의 가장 큰 문제임
<출현>처럼 또 메인 오브젝트를 쪼개놓아서 플레이타임이 늘어나는건 덤임
이 스테이지의 공간 역시 <출현>보다 흥미롭지 않았음
그나마 손전등을 키고 발전기를 활성화하는 파트는 <출현>의 공간을 재활용한 공간임에도 불을 아예 소등하고 손전등 하나에만 제한된 시야, 오브젝트를 위해서 더 좁은 공간을 만들어놓는 등 추가적으로 공들여서 연출한 요소들 덕에 이 임무 안에서는 가장 흥미로운 공간이였음
이외에 보르쿠타는 이전 공간에 비해 연출이 그리 많이 가미되지 않았고, 파괴되는 환상속에서 나온 점프맵은 솔직히 최악이였음
마지막 헬리콥터로 구출하러 온 우즈의 환상에서 나온 공간으로는 갑자기 마천루가 등장하는데, 이건 내가 이해를 못 한건진 몰라도 맥락상 이 공간이 등장할 이유를 모르겠음
기타
사실 <출현>외에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어야할 임무는 <헌팅 시즌>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앞의 게임플레이 얘기에서 다 해버려서 그 외에 딱히 특기할만한 상황은 없었던 것 같음
<주 목표>, <잡입> 임무도 마찬가지로 앞에서 설명한게 거의 전부라 넘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함
<하이 롤러>는 어쩌면 이번 작에서 가장 이질적인 임무일거라고 생각함
'이탈리아(아마도?) 어딘가에 위치한 카지노에서 팀 각자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서 금고를 턴다'
완벽하게 오션스 시리즈 같은 하이스트 영화가 떠오르는 개요지
실제로 전반에 깔린 음악들이 하이스트 영화가 떠오르게 하는 음악들이라 임무 내내 음악이 인상적이였음
전반적인 임무 자체의 재미는 그럭저럭이였음에도 여러 인물들이 토스해가며 각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거나 하는 모습이 재밌어서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즐겼던 것 같음
<지상 통제>는 그냥 평범한 기존 콜 오브 듀티 캠페인 미션이지만, 그만큼 클래식한 맛이 있어 좋았음
이라크군 탱크를 노획해서 무쌍을 찍는 장면은 콜드워에서 장갑차를 노획하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공항에서의 총격전은 모던워페어 2가, 비행기 안에서 교전하는건 모던워페어 3가 떠오르기도 해서 아마 올드팬이나 기존의 콜 오브 듀티 캠페인의 방향성을 즐겼던 사람들에겐 아마 가장 즐거운 임무가 아니였을까 싶음
이 외에 <비숍으로 룩 잡기>, <피의 불화>, <크레이들>, <체크메이트>는 별 특색이 없어서 넘어가겠음
여담) 번역
내가 그렇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이번작 번역은 중간중간 눈에 거슬리는 포인트들이 몇개 있었다고 생각함
단적인 예로 존댓말이 있는데, 우즈랑 마셜은 사제관계인데도 서로 반말을 사용함
우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고 마셜은 아버지가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인걸 생각하면 나이 차이 자체도 장난이 아닐텐데 말이야
마샬이 우즈를 Oldman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대사도 있는 만큼 너무 격식차리지 않는 선에서 존댓말로 번역했으면 훨씬 좋았을거임
애들러랑의 상호작용도 마찬가지임
애들러도 우즈급 고참인데도 마샬은 애들러한테 반말을 하는데, 캠페인 맨 처음에는 애들러가 배신자처럼 첫 인상을 남긴 만큼 그다지 이상하게 다가오지 않는데, 오해가 풀린 <주 목표>시점이나 그 이후부터는 존댓말로 번역하는게 어울렸을 것 같음
헬렌과 애들러 사이 대사들 역시 콜드워에선 헬렌이 존댓말을 하는 방향으로 번역했는데 이번작에선 반말로 번역해서 일관성이 사라진 것도 아쉬웠음
그 외에도 안가에서 캐릭터들이랑 상호작용을 마치는 대사가 아마도 원문은 That's it 인 것 같은데 이걸 그대로 이게 전부야로 번역해서 좀 이상했음
보통 우리가 일상에서 대화를 마칠 때 이게 전부야라고 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
총 이름도 프로스트라인을 동결선으로 직역한다던가 이상한 부분이 많은걸 보니 정말로 키보드 암호 말고는 한글화에는 신경을 안 썼나 싶었음
결론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캠페인은 지금 변곡점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함
게임 내적-외적으로 정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이 모든건 앞으로 시리즈의 안팎에 큰 영향을 미칠 거임
그러한 다양한 변화가 유저 사이에서 계속해서 호불호가 오가고, 이게 콜 오브 듀티가 맞냐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올 만큼 말이지
그런 변화의 한 가운데에서 나온 이번 블랙옵스 6는 적어도 게임플레이 면에서 흥미로운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느꼈음
그래서 나는 5점을 만점으로 따진다면 3점정도를 주고 싶음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가 우리를 어디로 대려가 줄 지에 따라 이 작품의 평가는 계속해서 변하게 될 거임
이러한 변화가 시리즈에 긍정적인 미래를 가지고 온다면 시리즈의 새 미래를 가져온 선구자로써 단점을 가졌지만 의의가 더 큰 기념비적 작품으로 남을 것이고, 그 반대의 미래를 가지고 온다면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애매하기 짝이 없는 평작 혹은 그 이하로 남게 되겠지
다음작에서는 부디 더 잘 다듬은 게임플레이와 완결된 서사로 시리즈에 긍정적인 바람을 일으켰으면 함...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