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고시반 '양현관'은 매년 200명의 공인회계사(CPA) 시험 준비생들을 뽑고 있다. 성대뿐만 아니라 각 대학 고시반은 자체 시험을 치른 후 철저히 성적에 따라 학생을 선별한다. CPA 시험 준비생 배 모씨(29)는 "요즘은 비상경계 문과 학생들도 CPA 시험을 많이 준비하면서 고시반 시험 난도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부감사법 개정 등 제도 변화로 공인회계사의 이직, 스카우트가 활발해지면서 연봉 등 처우도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가는 다양한 학과의 대학생들이 회계사 시험 준비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CPA 1차 시험 응시자는 1만1655명으로 전년(9054명) 대비 28.7% 증가했다. 대표적인 4대 회계법인들도 올해 채용을 늘리고 있다.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올해 채용 인원은 950명으로 지난해(752명)보다 26% 늘었다.

회계사 전성시대가 열린 건 제도 변화 측면이 크다. 외감법 개정으로 시장에서 회계 서비스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 기업들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검토'가 아닌 '감사'를 받도록 한 외감법 개정 사항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정감사인제도와 표준감사시간제도 도입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금융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회계사는 "제도 변화로 인해 업계 먹거리가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 회계법인만 감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로컬 회사도 인력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4대 회계법인 회계사는 "감사본부를 제외한 TAX본부나 DEAL본부에서는 외감법 개정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처우가 개선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 회계사 준비에 나서는 대학생이 적지 않다. 특히 문과생으로서는 갖추기 힘든 전문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자격증 매력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일반 사원으로 기업에 입사하면 전문성이 부족하고 향후 직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무기'가 부족하다는 인식도 한몫한다.

회계사 준비생이 늘어나자 대학가에서는 아예 '인터넷 강의 공유하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강의 듣는 시간을 오전·오후 등으로 나눠 준비생들끼리 한 강의를 수강하면 수강료를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씨는 "회계사를 준비하면 세무사, 세무직 공무원, 공기업 등 다른 시험 준비 과목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플랜B를 세우기도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