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폭풍우가 치는 날 이상한 외지인이 해변에 조난당한다.

기억도 잃었고, 마을에 있는 학자 양반의 친구라기에 폐쇄적인 마을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몇 번 도와줄 무렵.

외지인은 온갖 저주와 함정이 넘쳐나는 저택에서 도서관지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 누마까지 버틸 수나 있을까 조소하던 무렵, 영어에 서툰 외지인이 첫 누마를 겪고 나서 흉흉한 눈으로 "ㅅㅂ 내 교훈 어디갔어"라고 외치고 다니던 모습은 뭐랄까. 아직도 기억에 사무치게 남아 있다. 이처럼 몇몇 이상한 소문을 빼면 그는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괜히 이 마을이 외지인을 가리는 게 아니라는 듯이.

그리고 가을이 되었다. 과수원지기와 차 한잔 나눠가며 개척한 정원을 자랑할 무렵에는 나 또한 생업보다 그의 의뢰를 우선할 지경이 되었다. 그의 돈은 대체 어디서 나는가. 시간이 갈수록 빈번하게 저택을 오가며 비범하고 알 수 없는 기운을 풍기는 이들과 연관이 있을까. 알고 보니 그는 라틴어에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 아람어까지 할 줄 아는 능력자였지만, 만족할 줄 모르고 하염없이 지식과 언어를 갈구하는 모습에선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굴었다. 학자 양반이랑 조잡한 렌즈를 들고 폐허를 뒤적이던 그의 어수선한 모습은 어디 갔을까? 저 많은 사람을 데리고 무얼 하는 것일까?

도서관지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더니, 뜻밖에도 조리대에서 서양배 비슷한 과일이 담겨있는 바구니를 꺼내 건네주었다.

"먹게나."

과즙이 가득한 과육을 한 입 베어물자마자 온 몸에 힘과 온기가 솟구쳐 올랐다.

"화로 올려주는 커피도 먹고."

커피는 쪼잔하게도 한 컵의 반절 정도만 차 있었다.

"불, 그것은 덥혀지는 겨울과 집어삼키는 봄이다."

그리곤 이상한 책을 읽어주고서,

"연장도 있어야지. 아직도 못 하겠나? 아니면 자네 팔이 길어지고 목소리가 석탄 굽는 소리처럼 갈라지는 게 들리나?"

"아까보단 나아졌소."

"그럼 가서 일하게."

신기하게도 그날 대장장이는 원래의 다섯 배를 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도서관지기는 밤중에도 쉼없이 대저택을 저택을 오가며 해안가와 마을 어귀를 어슬렁리고선, 이상한 주문을 외우며 아래의 재료와 레시피를 함께 불구덩이로 던져넣었다.

묘지에서 발굴한 나무

삼 년 묵은 포도(넥타르1)

빗물(넥타르2+성배2)

강화한 영혼 한 조각

적당한+4스킬(넥타르5)

-이상을 조리대에 넣고 잘 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