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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악룡이 되었다. (2024 ver.)앱에서 작성

블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18 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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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열차 안에 있다.

이어폰으로 인간 증오와 종말을 외치는 노래를 들으며.

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내 흐리멍덩한 눈엔 별로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 역은 에르버역. 에르버역입니다. 에르버역은 종착역으로, 모든 승객분들은 여기서 내려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안내방송이 들리자마자, 사람들이 허겁지겁 짐을 챙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난 별 챙길 게 없었지만.

나는 지금 이 나라의 최북단, 에르버에 와있다.

여기에 온 이유는 딱 하나. 바로 여기에 남아있는 전설 때문이었다. 그 이유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이 열차가 정차하는 소리가 들렸고, 허겁지겁 옆자리에 둔 배낭을 매고 나는 인파에 휩쓸려 내렸다.

"... 춥네."

나라의 최북단에 있는 도시여서 그런지 확실히 추웠다.

7월 말이어서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섭씨 14도면 여름에 걸맞지 않은 날씨인 건 확실했다.

역에서 나가 보니 상당히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내가 살던 도시와 달리 고층 빌딩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중세의 동화 같은 마을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아름다운 호수는 덤이었다.

하지만 이건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난 여길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알던 전설이 사실인지를 확인해야 했다.

첫 목표는 신전 비스무리한 건물을 찾는 것이었다. 관광책자에도 안 적혀있기에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했다.

나는 이 마을의 번화가를 지나 걸었고, 30분 지나니 어느새 절벽에 와있었다.


절벽 저 너머엔 바다, 그 너머엔 사람, 동물 둘 다 살지 않는 금지된 땅이 펼쳐져있었다.

겉보기에는 그냥 황무지였지만, 그 곳에서 계속해서 의문의 실종사고들이 많이 발생했고, 그렇게 아무도 살지 않는 땅이 되었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나는 그 전설을 확인해야 했다.


"찾았다."

전설이 사실인지 확인하는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절벽 저 아래, 내가 서있는 곳의 오른쪽에, 하얀 형체의 건물이 빼꼼 나와있는 걸 보았다.

더 이상 볼 필요도 없었다. 전설 속의 모습과 완전히 일치했다.


몸을 반대로 돌렸다. 난 화기애애한 번화가를 다시 지나, 한적한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언덕 위에서 내가 찾던 구멍을 찾았다.

전설의 한 조각은 사실로 판명 났기에, 이제 다른 한 조각, 즉 그곳으로 들어갈 입구도 맞을 것이었다.

그 구멍 앞엔 울타리가 있었지만, 그까짓 울타리야 넘으면 그만이었다.

난 손쉽게 그 울타리를 넘었다. 울타리의 높이가 그렇게 크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도 주변엔 아무도 없는 듯했다. CCTV 빼고는. 하지만 그 CCTV도 날 막을 순 없었다.

나는 그 구멍에 다가가 그 아래를 보았다.

그 구멍은 아주 거대한 싱크홀이었다. 아래가 물로 채워져있는.

난 그대로 그 구멍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차피 죽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삶이 피폐해졌기에 오히려 과감하게 할 수 있었다.

몇 초가 지나자 차가운 물이 머리 끝에 닿았고, 곧 물이 몸 전체를 감쌌다.

물의 촉감이 닿자 난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수면 위로 올라왔고, 그 과정에서 구멍에서 하늘을 보았다.

좁은 구멍이었지만 맑고 드넓은 하늘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땅에선 검은 조약돌이 발에 닿아 까끌까끌거리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왔고, 물방울은 옷과 배낭에서 뚝뚝 떨어졌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달성한 셈이었다.

난 다 젖은 배낭에서 손전등을 꺼냈다.

"딱"

"딱"

"따닥!"


세 번의 시도 끝에 손전등이 켜졌고, 난 그 빛으로 그 구멍 속 여기저기를 비추어보았다.

"여기 있네."

내 앞엔 통로가 있었고, 이는 내가 가고자하는 장소를 향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들어가야지."

난 힘겹게 일어서 그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물의 무게가 꽤 무겁게 느껴졌지만.

동굴 안은 이상하게도 고요했다. 아까 지나쳐왔던 연못과 여길 지나가는 내 발걸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박쥐나 쥐 같은 동굴이라면 당연히 있을 동물들도 없었다.

신비로우면서도, 너무 조용해서 소름 돋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난 그래도 앞으로 나아갔다.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한 20분을 걸었을 즈음, 손전등의 빛에 낡은 문 하나 가 보였다.

난 조심스레 그 문을 만졌다.

아직 꽤 사람들의 손길이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사람들도 나와 같은 목적으로 이 곳에 온 걸까?


끼이익...

내가 조금만 손에 힘을 주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난 그렇게 전설 속에만 남겨져있는 건축물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제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왔기에 배낭에서 핸드폰을 꺼내 저장해 놓은 전설의 내용을 다시 읽어보았다.

"에르버에는 악마의 신전이 존재한다. 만약 누군가 그 신전 중앙의 악마 조각상을 만져 그의 힘을 다시 깨우면 그 힘을 깨운 준비된 자는 세상을 멸망시킬 힘을, 준비되지 않은 자는 죽음을 맞이하리라. 준비의 여부는 삶에 미련이 얼마나 남았나에 의해 결정된다."

난 그 부분을 넘겨 악마 조각상이 어딨는지를 말해주는 부분을 찾았다.

"악마의 조각상은 악마의 신전의 중심부에 있다. 하지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선 그 위 궁전에서의 비밀통로를 찾아내야 할 것."

'그럼 내가 아직 궁전에 있는 거구나.'

난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옷은 거의 다 말랐다.

여기서부턴 햇빛이 들어와 아주 밝지는 않지만 손전등을 안 쓰고 볼 수 있었다.

비유해보자면 오후 6시의 노을빛 같은 느낌이었다.

복도는 넓었고, 천장에는 좁지만 길게 창문이 펼쳐져 있었다.

복도 주변엔 작은 조각상들이 늘여져있었는데, 오래됐음에 불구하고 녹 하나 없는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문들 역시 너무 많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한숨이 나왔다. 이것들을 언제 다 열어봐서 조사하겠는가.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난 첫 번째 문을 열었다.

방 속은 전형적인 고전주의 느낌이었다.

정중앙엔 벽난로, 벽 양옆에는 책장과 액자, 천장에는 샹들리에, 그리고 중앙에 피아노가 있었다.

이런 평범한 방은 내 목표에 별 도움이 될 거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가 보았다.

들어서자 특유의 오래된 퀘퀘한 방 냄새가 풍겼다.

난 피아노 앞으로 가, 건반 하나를 눌러보았다.

"♫"

피아노가 청아한 소리를 내었다.
다시 한번, 이번엔 빠르게 두 번을 쳐보았다.

"♫♫"

쿵-!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

난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고, 졸여오는 심장을 부여잡고 밖으로 조심스럽게 나와보았다.

'누가 있나?!'
하지만 밖엔 아무것도 없었고, 여전히 고요했다.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했지만, 여전히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좀 더 조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계속해서 문들을 열었지만, 조금씩 변하는 인테리어 스타일 빼고는 전부다 비슷한 방들뿐이었다.

아무리 탐색해봐도 막상 나오는 건 없었다. 계속 허탕만 치고 있었다.

어느새 왼쪽 복도 끝의 문을 열었을 때, 다시 바닥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흠칫하며 지금까지 걸어왔던 복도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텅 비어있는 복도. 하지만 이번은 저번과 느낌이 달랐다.

그건 아까처럼 일시적인 소리가 아니었고, 점점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했다. 난 그대로 복도의 끝 쪽 문으로 들어갔고, 그대로 그걸 잠구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귀를 문에다 대자,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 경찰인가...?'

난 여기 들어오기 전을 회상해보았다.

'여기 경찰이 올 이유가... 나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때 아무도 없었고... CCTV... 아 그렇구나.'

CCTV 때문에 적발되었음이 확실했다. 여기에 들어오려 했던 사람도 한 둘이 아니었을테니 더 관리를 빡세게 하고 있는 거 같았다.

그렇게 추론을 해보던 중, 그 추론을 깰 정도의 말이 저 너머에서 들려왔다.

"또 들어왔어? 아 진짜... 그 망할 전설은 어디서 알고 여기에 자꾸 기어들어오는 거야..."

희미하게 들렸지만 경찰이 확실했다.

"어차피 여기 방 어딘가에 있겠지 뭐. 지금까지 다 그랬잖아?"

"그랬긴 하지...난 저쪽부터 수색할 거니까 넌 저 뒤쪽..."

문에서 귀를 떼고, 손전등을 배낭에서 더듬더듬 꺼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전원을 켰다.

팟하고 불이 켜졌고, 난 내가 있는 곳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지하 물 저장고였다.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수도관, 지붕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석조 기둥들.

그리고 물이 여전히 바닥 위 잔잔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고민이 되었다.

여기 계속 있어봐야 경찰이 수색을 계속하면 잡힐 것이고,

그렇다고 여길 탐색해보자니 분명 소리가 나 들킬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와중,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잖아. 여기 온 것도 그래서잖아. 그럼 시도라도 하고 잡혀가야지 않겠어?'


그 직후 나는 바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찰박찰박 발걸음 소리가 고요한 물 저장고 공기에 퍼져나갔다.

점점 내 발걸음은 빨라졌고, 어느새 난 어둠 속을 달려나가고 있었다.

찰박찰박 거리는 물소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끝없는 암흑 속을 계속 내달렸다.

뛰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 앞으로 철푸덕 넘어졌다.

아마 발을 삐끗한 모양이었다.

"아야..." 내가 상처 난 무릎을 보며 말했다.

"습..." 그래도 난 피가 흐르는 무릎을 부여잡고 다시 일어났다. 해야할 일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 쿵하고 다시 한번 큰 소리가 났다.

이번엔 내가 넘어진 소리가 아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경찰들이 나를 발견한 것이었다.

대여섯명의 사람들의 그림자를 난 선명히 볼 수 있었다.

난 뒤돌아보지도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무릎에서는 피가 아직 흐르고 있었지만.


"잡아라!" 경찰의 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곧 물 튀기는 소리가 이곳을 가득히 메웠다.

총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아마 경고사격인 듯했다.

"지금 순순히 우리에게 순응하면 아무런 처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뛴다면..."

공포스러운 총포소리와 달콤한 회유가 나를 자극했지만, 애초에 잃을 게 있으면 여기를 왜 왔겠는가. 나는 그냥 계속 달렸다.

전속력으로 뛴 지 3분 즈음 후, 나는 큰 벽을 발견했다. 큰 오래된 밸브도 함께 있었다.

난 허겁지겁 손전등으로 벽 위를 비추어 보았다. 그 위에는 철창이 붙어있는 큰 수도관 3개가 보였다.

이번엔 뒤를 손전등으로 비춰보니, 여기가 막다른 길인 것처럼 보였다.


길도 없었고,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

여기서 잡히지 않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보였다.


배수관을 작동시켜 경찰들의 접근을 막는 것. 그거 하나뿐이었다.


"끼익... 끼익..." 바로 난 온 힘을 다해 키를 돌리기 시작했다.


"끼익...끼익..." 분명히 키는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물은 나오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경찰의 뜀박질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발...'

"끼이이익...."

"지금이라도 항복해라. 발걸음이 멈춘 거보니 막다른 길인 거 같은데..." 경찰의 목소리가 굉장히 가까워졌다.

'제발...!"

"끼이이익...!"

그 순간, 거센 물줄기가 등 뒤에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홍수가 난 듯, 물소리가 이 공간 속 모든 소리를 압도했다.

중앙의 배수관을 시작으로, 왼쪽, 오른쪽 모두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각각의 물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졌다.

난 바로 눈앞에서 몰아치는 폭포수 같은 물줄기들을 보며 아까 못 가다듬은 숨을 이제 다듬기 시작했다.

다행히 큰 위기는 넘긴 듯했다.


곧 경찰들이 "일단 철수! 일단 철수!" 하는 소리가 들렸고, 곧 발소리가 내 귀에서 사라졌다.

난 다시 손전등을 들고 걷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야했기 때문이다.

벌써 물이 무릎 아래까지 차올라서, 이대로 수장당할 게 아니라면 출구를 빨리 찾아야했다.

숨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침착하게 다시 탐색을 시작했다.

손전등을 좌우로 움직여대며,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리고 곧 큰 수확을 거두었는데, 바로 옆에 길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난 바로 그곳으로 움직였고, 길로 올라섰다.

길에서 걷는 건 확실히 물에서 걷는 것보단 빨랐다.

이제 찾을 건 탈출구였는데, 운 좋게도 바로 문을 찾았다.

아마 비상탈출구인듯하였다.

그것이 어디로 통하는지는 몰랐지만,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했기에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물론 문을 다시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벅... 저벅...

물에 두 번이나 잠긴 신발 때문인지 계단을 따라 걷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어쨌든 난 통로의 끝에 도달해 문을 열었고, 그 문 너머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곳은 큰 오르골이 정중앙에 있고, 그 옆을 큰 대리석 기둥 두 개가 장식하고 있는 대성당이었다.

의자들은 촘촘하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석상이나 그림 같은 것도 있긴 있었다. 각자 하나뿐이었지만.

난 여기서 결판을 내야 했다.


경찰은 재정비 후 물 저장고를 수색할 것이고, 만약 거기에 내가 없다는 걸 안다면 내가 있을 곳은 여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난 다급하게 성당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설에서 말했던 비밀통로는 잘 안 보이는 듯했다.

그런 와중, 난 또 다른 문을 찾았고, 들어가 보니 서재였다.

1층부터 천장까지 책이 채워져 있고, 사다리가 군데군데 있는 그런 서재.


난 일단 문을 잠그고, 여기를 대신 보기 시작했다. 성당엔 도저히 힌트가 안 보였다.

서재엔 오래된 책 냄새가 풀풀 났다. 먼지도 꽤 많이 날렸다.

1층부터 보는 와중, 2개의 책장이 눈에 띄었다.

모든 책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와중, 이 둘 옆엔 휑하게 비워져있었기 때문이다.

난 직감적으로 여기에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

왼쪽 책장의 오른쪽과 오른쪽 책장의 왼쪽 부분을 잡고, 그 둘을 양옆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조금씩 그 둘 사이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리고 3분 뒤, 내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열렸다.

내가 그토록 찾았던 비밀통로가 보였다.

이제 다 온 것이었다.

난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그 안속으로 서서히 들어갔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은 어두웠다. 하지만 손전등은 키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목표를 향한 마지막 문을 열었다.

뻥 뚫린 그 공간 속에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난 앞을 보았고, 그곳엔 그토록 찾던 악마 조각상이 검은 날개를 펼치고 나를 향해 서있었다.

그 오묘한 공간을 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귓속엔 처음 듣는 클래식 음악이 들렸다. 이곳엔 음악이 나올만한 장비가 없음에도.

곧 발걸음도 느려졌다. 뭔가에 홀린 듯이.

완전히 젖어버린 옷도 어느새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후 햇빛이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환하게 들어왔다.

이곳의 위는 어두웠지만, 여기는 밝았다.

마치 이곳에 온 걸 환영한다는 듯이.

옆의 줄지어선 조각상들을 다 무시하고 걷자, 어느새 난 악마 조각상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멈칫하지 않고 그 얼굴에다 손을 갖다 대었다.

"... 여기까지 온 사람은 오랜만이군..."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 그래... 나를 깨웠다면 이유가 있겠지... 그 이유는 무엇이냐?"


"... 새로운 삶을 위해서." 난 뭔가에 홀린 듯이 조각상에게 말했다.

"삶에 미련은 없나?" 그 동상이 두번째 질문을 했다.

"그렇다."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 두렵지 아니한가?"

"그렇다." 듣자마자 바로 대답이 나왔다.


"그렇다면..."

갑자기 쉐에엑하는 바람소리가 나더니 검은 날개가 사라졌다.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는 순간, 난검은 영혼이 내 몸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이여. 이제 인간의 모습은 잊어라. 완전한 악의 존재로 되살아나게 해줄 테니."

내면의 소리가 나에게 외쳤다. 그리고 나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부터 내 몸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손끝부터 검은 비늘과 돌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짧고 나약했던 발톱은 두꺼운 파충류의 발톱으로, 물렁한 살은 날카롭고 거친 비늘으로.

두둑거리는 소리와 그에 따른 고통은 보통 사람을 공포에 몰아넣고 기절 시키기엔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소리 지르고 싶었는데도 비명은 목구멍에서 사라졌으며, 그 끔찍한 고통을 내 몸은 버텨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미약하게나마 살아있던 나의 마음속 선이 점점 사라지고, 본능이 악으로 점점 뒤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다음 차례는 골격이었다.

어느새 알아채 보니 난 4족 보행처럼 서있었고, 골격이 마치 마법같이 동물의 것처럼 바뀌고 있었다.

살들은 계속 비늘로 바뀌고, 몸 양옆엔 박쥐같은 검은 날개가 돋아났으며, 꼬리뼈가 진정한 꼬리로 바뀌었다.

거친 숨소리가 계속 나왔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 이대로 끝인 건가...?'

그 순간, 갑자기 마음이 찢기는듯한 고통이 찾아왔고, 저절로 눈이 감겼다.

신기하게도, 1초 2초가 지나가자 점점 호흡이 안정화되었고, 한 10초 후에는 정상적으로 호흡이 가능해졌다.

이젠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
.
.


악룡이 조용히 눈을 떴다.


몇십 억 명의 인간 중 한 명이 단 하나의 악룡으로 재탄생한 순간이었다.

이제 그에겐 본능 속엔 살인과 파괴 본능, 그 둘 밖에 남지 않았다.

악룡이 악룡의 눈으로 자신의 새로운 몸을 보고 있을 때, 우당탕탕 소리가 들리더니 막 문을 뚫은 경찰들이 몰려왔다.


악룡이 몸을 그들에게 돌리고 역안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했다.

악룡은 그들을 보고, 새로 생긴 힘을 시험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목을 한 번 가다듬고, 그들을 향해 브레스를 뿜어냈다.

보라색 연기와 그 열기가 그 흰 공간 속을 가득 채웠다.


보라색 브레스가 걷어지자, 그 자리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들이 재가 되었는지 어떻게든 도망쳤는지는 모르지만, 악룡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악룡은 날개를 힘껏 펼쳤다.

그리고 그대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천장의 대리석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한 번 더 날개를 펄럭이자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들렸다.

다시 한 번 날개를 펄럭이자, 악룡은 벌써 에르버의 공중에 있었다.

큰 도시가 한 눈에 보였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 비명은 악룡의 입맛을 더욱 돋굴 뿐이었다.

새로운 몸을 얻었으니,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악룡은 다시 한번, 하지만 더 세차게, 보라색 브레스를 도시를 향해 뿜어냈다.



드갤 오랜만이야
2년 반 전에 썼던 소설 리메이크해봤어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어!

- dc official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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