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사극 악역 전문 배우 정호근이 무당된 얘기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20 14:08:08
조회 230 추천 0 댓글 0
														

[만민보] 정호근 “‘너 이제 죽어!’ 조상신 호통에 바짝 엎드렸다”

‘만신’이 된 배우 정호근


가- 가+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최종업데이트 2015-05-23 23:07:01 이 기사는 현재 건 공유됐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프린트


 



없음

할머니는 평생을 만신(萬神: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으로 살았다.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어마어마한 부를 일궜다. 탁월한 땅 장사꾼이었다. 모든 것이 할머니가 모시는 성수신(만신이 모시는 조상신)의 보살핌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 사업이 망했다. 무당인 시어머니가 탐탁지 않았던 며느리들은 ‘귀신놀음 때문에 집안 꼴이 이 모양이 됐다’며 할머니의 신당을 불태워버렸다. 이후 할머니는 눈이 멀고, 아버지는 풍을 네 번이나 맞았다.


무속인 정호근(52)이 열여덟살 때 겪은 일이다.


- 신이 진노한 겁니까?

“신은 좀처럼 노여움을 풀지 않으셨어.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다 온 몸이 굳은 상태로 돌아가셨고, 결혼하고 낳은 두 아이까지 잃었지. 신벌이야. 신이 내리는 벌.”


이후 아이 셋을 더 낳았는데, 또 벌이 내려질까 겁나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보냈다. 하지만 그에게 순탄한 시간은 오래 허용되지 않았다. 살집을 칼로 쑤셔대는 것처럼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더 이상 못 견딜 지경에 이르러서야 조상신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조상신의 호통이 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너 이제 죽어. 망한 집 일으켜 세워주려고 찾아왔더니…. 네놈 고집을 누가 꺾어? 이제 우리는 간다. 너는 이년 안에 죽을 거다. 너만 죽을 것 같으냐?”

정호근은 필사적으로 땅바닥에 엎드려 애원했다.

“그건 안 돼 할아버지. 나 이제 다 받아들일게.”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배가 씻은 듯 나았다. 작년 11월이었다.


그렇게 만신이 된 정호근은 지난 1월부터 자신의 자택에 신당 ‘대명원’(링크 클릭)을 차리고, 손님을 받았다.


무속인 정호근이 신점을 보고 있다.

무속인 정호근이 신점을 보고 있다.ⓒ민중의소리

-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까?

“난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나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어. 그럼에도 이 길을 선택한 건 가족 때문이지. 아들 한 놈과 두 딸이 아버지 없이 자란다고 생각해봐. 이제 갓 고등학생, 중학생인 아이들을 엄마 혼자 어떻게 돌보겠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밖에 없었어. 신병이 뭐야? 가족까지 다 죽이는 병이거든.”


- 가족들은 쉽게 받아들였습니까?

“아내는 일주일 내내 울기만 했어. 내가 신을 받아들이면서 자기를 떠나는 줄로만 알았다더라고.”


- 동료 배우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오히려 좋아해. 밤늦게 찾아와서 점 보고 가. 엄밀히 따지면 걔네들도 다 무당이야. 이쪽으로 영감과 촉이 발달해 있지. 거기서 영감이 더 세지면 신을 모시게 되는 거야. 거의 같은 솥에 밥 해먹고 있는 팔자야.”


- 경계하는 이들도 있지 않습니까?

“조용히 사라지더라고. 전화를 해도 연결이 안 되고. 나도 나이가 찰 만큼 찼는데 그런 느낌은 알지. 그래서 나도 그분들을 불편하게 안 해.”


신들린 악역 연기의 비밀


- 신을 느낀 건 언제부터입니까?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건데, 어릴 때부터 신은 나한테 계속 신호를 줬어. 아홉 살 때 신을 처음 접했고, 열한 살 때 본격적으로 왔어. 진작 신의 몸주가 돼야 할 운명이었던 거지.”


- 신이 본격적으로 왔다고요?

“다 커서 알게 된 이야기지만 아버지가 여자한테 굉장히 인기가 많았어.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열한 살 때 느닷없이 ‘그 여자 만나지 마’라고 아버지를 나무랐대. 아버지, 어머니 할 것 없이 다 놀랐지. 또 천둥번개 치고 비 오는 날 오밤중에 밖에 나가서 동자신처럼 깔깔대면서 덩실덩실 춤을 춰. 그걸 보는 부모는 기가 막힐 노릇 아니겠어? 보다 못한 아버지가 내 손 잡고 정신병원 돌아다녔는데 뭐가 나와야 말이지.”


정호근은 그때부터 신을 받아들인 채로 살아왔다고 믿고 있다. 접신을 부정하진 않지만 점은 보지 않는 ‘반무당’의 상태로 40년 넘게 살았다.


- 무당이 되기는 싫었던 겁니까?

“아니야. 언젠가부터는 받아들이려고 했었어. 대신 연기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뒤로 미룬 것일 뿐이지.”


- 목마름은 해소됐습니까?

“맛만 보여주더라고. ‘골인점까지만 찍게 해달라. 그러면 무릎 꿇고 무당 되겠다’고 매일같이 빌었어. KBS 광개토대왕에서 ‘풍발’ 역할을 맡았을 때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했지. 근데 이상한 건 항상 살짝 맛만 보여줘. 쭉쭉 나아가다가 내리꽂혀. KBS 사장이 내가 연기하는 걸 보고 그랬대. ‘광개토대왕이 주인공이지, 풍발이 주인공이냐’고.”


- 악역을 할 때 ‘신들린 연기’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 신기가 연기에 녹아든 것 아닙니까?

“그건 아니야. 신들린 게 아니라 발악하는 거였어. ‘반드시 튀고 말거야’, ‘세상 밖으로 나가야 돼’ 이런 의지가 표출된 거지.”


강렬한 인상은 고정관념을 낳았다. 정호근은 브라운관을 대표하는 평면형 악역이 됐다.


- 왜 그렇게 튀려고 했던 겁니까?

“노력과 열정만 갖고 정상에 올라지지가 않더라고. 그래서 분했어. 난 굉장히 버라이어티하게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딱 어느 순간부터 악역만 주더라고. 용맹한 장군 역할도 할 수 있고, 코메디도 잘 하는데 왜 항상 악역에만 머물러야 했는지…. 아쉬워.”


- 배우로 재기하실 겁니까?

“이제는 신의 몸주가 됐으니 신의 뜻에 따라야지. 기회를 준다면 못할 것도 없어.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편해지니 더 많은 것이 보이더라고.”


- 좋은 기운이 느껴집니까?

“물론이지. 내년쯤에 시대극을 하나 할 것 같아.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유명 작가 선생님께서 얼마 전에 날 찾아와서 ‘같이 작품한적 없지 않냐’며 언질을 주고 가셨어. 그 선생도 ‘대무당’이야.”


“신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전해줘야 해”


짤랑! 짤랑! 짤랑!


정호근이 격렬하게 방울을 흔들었다. 좌우를 번갈아 눈을 흘기다가 완전히 변한 눈빛으로 기자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주문을 외우듯 쉴 새 없이 점을 풀어내며 기자의 개인사까지 정확히 맞춰냈다. 숨도 고르지 않았다.


- 어리둥절합니다.

“방금 한 말은 내가 한 게 아니야. 신이 주는 메시지가 내 입을 빌려서 나온 거지. 그것이 잘 들어맞을수록 영검함이 충만하다고 말해. 어때? 잘 맞는 거 같아?”


무속인 정호근이 방울을 흔들며 접신을 시도하고 있다.

무속인 정호근이 방울을 흔들며 접신을 시도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신통하네요. 접신한 겁니까?

“그럼. 내가 아니라는 게 느껴지지 않았나?”


- 메시지 하나하나가 정곡을 찌릅니다.

“들리는 대로 말한 거야. 영검함이란 솔직함에서 나오거든. 무당은 신의 말을 거짓으로 내뱉어선 안 돼. 손님 기분 맞춰주는 말만 하다 보면 신이 메시지를 안 줘. 무슨 말을 해도 틀려. 영검함을 잃게 되는 거지.”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2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2115 일반 일본의 미나모토 요시츠네 만화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04 18 0
2114 일반 고죠대교 배틀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03 12 0
2113 일반 니니키 더 베어드래곤 : 파이널 므깃도탄금대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03 10 0
2111 일반 동이의 夷는 한자로 大 弓 이다.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01 14 3
2110 일반 러시아 외교관이 쓴 대한제국의 소고기 유통 실태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31 14 0
2109 일반 러시아 외교관이 바라본 근대 한국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31 12 0
2108 일반 자 이제 코딩 끝났으니 피시방을 나가자 폭약폭발까지 10분 남았다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7 10 0
2107 일반 자작클리커게임 현재 작업 진행 상황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7 12 0
2106 일반 구글 야짤 검색하는 법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7 90 0
2105 일반 컴여캐 책사풍후(210.221) 19.10.27 18 0
2104 일반 요시츠네 게임캐릭터 짤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7 33 0
2103 일반 번역안된 게임 한국어로 플레이 하는 법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7 17 0
2102 일반 진짜 이 정도 채색만 해도 갓웹툰 만드는데.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7 15 0
2101 일반 정도전 불씨잡변 지옥편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5 22 0
2100 일반 한국에만 오면 모든게 열화된다.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3 16 0
2098 일반 양귀비가 죽는 대목에 이르러 꼭 죽여야만 옳았냐고 묻는 연산군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2 23 0
2097 일반 한일 양국의 군사 재현 모습 비교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2 22 0
2096 일반 급히 즉위하느라 면류관도 갖추지못하고 미키마우스모자 쓴채 즉위한 중종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2 25 0
2095 일반 군왕이 즉위할 때 입는 면류관과 곤복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2 26 0
2094 일반 순 임금이 동방 군장들을 알현하는 모습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2 14 0
2093 일반 껄껄껄 재밌는 게임이로고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2 22 0
2091 일반 갓겜 소개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1 13 0
2090 일반 삼국지킹덤스토리 캐릭터들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1 13 0
2089 일반 장백산은 과연 중국식 지명이고 백두산이 본래 지명? +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1 17 1
2088 일반 한국고전종합db 고전명구 컨텐츠 공모전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1 14 0
2087 일반 요즘 꿈일기 왜 안올리셈? [1] ㅇㅇ(220.85) 19.10.21 16 0
2086 일반 당신이 그립습니다 [2] ㅇㅇ(223.39) 19.10.21 17 0
2085 일반 책사풍후의 디펜스M삼국지 게임 메인음악 감상하기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0 18 0
일반 사극 악역 전문 배우 정호근이 무당된 얘기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0 230 0
2083 일반 책사풍후의 유니티 코딩 유튜브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0 18 0
2082 일반 피방에서 몬스터에너지 마시며 코딩하다가 아이패드로 그림그리고그럼.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20 27 0
2081 일반 짤저장 짤저장(210.221) 19.10.19 25 0
2080 일반 현 정치상황을 삼국지에 비유하면 [1] ㅇㅇ(138.68) 19.10.18 48 3
2079 일반 환독과 요동군의 위치 책사풍후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8 20 0
2078 일반 유니티 튜토리얼 보며 프로그래밍 해볼까 + 책사풍후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8 15 0
2077 일반 쿠르드 반군에 대한 정보 책사풍후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8 20 0
2076 일반 모바일게임이 하나같이 전부 단순... 책사풍후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8 17 0
2075 일반 그 다음 글 쓸거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8 16 0
2074 일반 6도윤회 = 666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21 0
2073 일반 북부여의 기원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22 0
2072 일반 북방기마민족의 삼한 정복 식민지배설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29 0
2071 일반 임나일본부의 고고학적 증거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17 0
2070 일반 임나일본부에 대한 현 일본사학계의 인식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21 0
2069 일반 일제시대 임나일본부 인식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12 0
2068 일반 고대 일본 역사 -임신의 난 +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12 0
2066 일반 삼황오제 탁록대전 이야기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14 0
2065 일반 무쌍삼국지도 개노잼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11 0
2064 일반 외국 커뮤에서 에반게리온 다니엘서 7장 얘기하는거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10 0
2063 일반 하루 하는 일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7 17 0
2062 일반 방금 그린 그림 책사풍후미나모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16 2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