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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과거는 '역겨움' 그 자체입니다.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16 05:24:54
조회 153 추천 4 댓글 0
														


저는 대중들에게 흔히 알려져 있지 않은 곳에서 은밀히 잠적 중입니다.


제 유년기는 보통 남들과는 달리 썩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다 잃고 몸뚱아리밖에 남지 않았던 저는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개전 초부터 바로 군 입대를 하여 인간이 할 수 있는 온갖 잔학하고 추잡스러운 행동과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불미스럽게도 저 또한 성인군자는 아니었기에 내용 범주에 속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특히 바로 이 국가 대한민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일대는 전쟁이 가져오는 국가들 간의 손해가 매우 막심하여


즉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전쟁을 자제하는 편이지만,


제가 이전에 속해있었던 세계...랄까?


그곳은


엄청난 자연재해로 인하여 모든 국가에 자유롭게 오고 가던 자원 및 식량의 배급이 뚝 끊기는 상황까지 이르자,


각 국가의 정부는 큰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 상황을 틈타 어느 국가의 반 국가 집단은 현 국가의 지도자를 암살하며 정부를 자처하자


너나 할 거 없이 새 집단을 이루고 정부를 자처하면서 서로 죽고 죽이는 끔찍한 내전이 일어나게 되며


평소 국력이 강한 국가는 남아있는 자원과 영토를 전부 쥐어 짜내어 인접 국가를 기습공격하는 등 국가들 간의 생존을 건 총력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립구조 속에서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국가들 간엔 상대 국가의 멸망까지 절대 끝나지 않았으며


국가 내부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민병대를 이루어 모두가 끝까지 맞서 싸운 곳도 있는가 하면,


적군에게 점령당한 소도시, 섬의 주민들은 몰살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으며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잔혹한 학살과 반인륜적 행위를 일삼는 곳도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서도 총성과 포화음으로 만천하를 울리며 도심지 곳곳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의 통곡과 절규가 아울러 하모니를 이루고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 피비린내 나는 재앙이 끝나 사람들이 다시 한 줄기의 희망을 찾고 새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재앙 속에서 빠져나온 터라 현재 상황이 어떠한 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만 저는 지금도 늘 알 수 없는 고뇌에 빠지거나 점령지에서의 몰살한 적군들의 환상에 괴로워하곤 합니다.



...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적군에게 죽임을 당한 민간인들의 주검을 보면 성한 곳이 없었고


그중에서 여성과 아이들의 시신은...



평소 비위가 강해 이런 전란 속에선 인간의 감정 따위는 사치라고 여기던 저와 제 동료도 보자마자 왈칵 구역질을 하며 증오심을 불태우는 계기가 됩니다.


그 이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능한 모든 작전은 즉각 시행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적국의 민간인 또한 얼마나 피해를 입든지 간에 계속... 계속 진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는 아군에게 승리와 생각 이상의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고


아군은 살아있는 적군을 생포하는 즉시 입에 담기도 힘든 거친 언사와 욕설 그리고 잔학한 고문으로 정보를 캐낸 뒤


천천히 그리고 최대한 고통을 주며 죽여가고 있었습니다.



...



영혼과 인성이 만인의 피로 더럽혀지고


말보다는 총칼에


이성보다는 본능에


미쳐가기 시작했을 무렵,


제 더럽혀진 본모습을 깨닫게 된 계기는 전투에서 대패하여 후퇴 도중에 죽은 동료들을 뒤로하고 나 홀로 도주했을 때부터였습니다.



그때는 적군에게 붙잡히더라도 언제든지 죽을 각오가 되어있었습니다.

거의 쉬지 않고 숨을 차면서 눈을 부릅뜬 상태로 계속해서 도주하던 도중에


한 4백 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가정집을 발견하였습니다.



막 어두워진 참인데다가 하루 동안 밤을 꼬박 새우며 쉬지 않고 도망치던 중이라 몹시 피로했던 저는


잠시 그곳에서 눈이라도 붙일 겸 총을 견착 시킨 뒤에 은밀히 들어간 후 안을 살펴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아무 데나 누운 뒤 휴식을 취하려던 찰나



땅속에서 묘한 인기척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바로 집에 있는 모든 장판을 미친 듯이 수색하고 나서야 숨겨둔 지하실로 이어져 있는 덮개를 보게 되었습니다.


플래시라이트를 총구 아래에 대충 결속한 뒤 덮개를 조심스레 열고 총구를 전방으로 주시한 채로 살금살금 내려가면서 구석 쪽으로 총구를 겨눈 순간



자매로 보이는 소녀 두 명의 모습이 비추어져 있었습니다.


한 소녀는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듯한 앳된 모습이었고


그 옆에는 언니를 꼭 껴안으며 몸을 바들바들 떤 채로 울음을 꾹 참고 있는


아직 어려 보이는 체구의 소녀가 눈을 찡그리며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가자 왼쪽의 언니가 떠는 손으로 여동생을 보이지 않도록 꼭 끌어안습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걸어가자 언니는 여동생을 감싼 채로 털썩 주저앉고 옆의 여동생은 기어이 울음을 터뜨립니다.



순간 그 여린 소녀의 눈물을 보며 흐느낌을 듣자 제가 그동안 일삼던 모든 짓거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게 됩니다.



분노에 눈이 멀어


잔혹하게 때리고


차고


괴롭히고


뺏고


조롱하고


고문하고


베고


찌르고


찢고


부수고


가르고


자르고


갈기갈기


토막 내고


그걸 보여주고 억지로 먹이던


제 더러운 행동들.



추악한 제 모습이 뇌리 속에서 스쳐 지나간 뒤에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두 소녀에게 꿇어앉은 채로 펑펑 울고 있었고 그 두 소녀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저를 다소 놀란 모습으로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저희 세 사람은 지하실을 나오고 난 뒤에


저는 아직 어린 소녀에게 초콜릿과 물을 먹이고 나서 재운 뒤에 언니로 추정되는 소녀에게도 먹을 것을 주며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두 소녀는 자매지간이 아니었습니다.



이 소녀는 하나뿐인 아버지가 민병대에 자원하면서 소식통을 알 수 없는 와중에


적군이 소녀의 거주지까지 도달하며 민병대를 잔혹하게 처형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정신없이 피난길에 오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자고 있는 어린 소녀와의 관계로는


피난 도중에 바로 앞에서 떨어진 포탄으로 인하여 어린 소녀의 부모님은 소녀의 눈앞에서 산화되었고


그 소녀를 발견하여 데리고 도망쳤다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소녀의 이야기에 저는 매우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는데


어린 소녀의 부모님을 죽인 자들도, 소녀의 아버지를 끔찍하게 죽인 자들도


전부 제가 부착하고 있는 부대 마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말에 저는 할 말을 잃었고



알 수 없는 침묵 끝에 저는 소녀의 손에 총과 칼을 쥐여주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일삼아온 행위들을 돌이켜보면서 나는 구제불능 미치광이 살인귀임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었어.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죽음으로 너희들의 분노가 조금이라도 사그라들수 있다면..."



그렇습니다. 저는 제 죄악을 씻고자 그리고 많은 피해를 입힌 그 소녀들에게 사죄하고픈 마음으로 저의 생명을 빼앗기는 것으로 소녀에게 총을 쥐여준 것입니다.


가차 없이 저를 죽이리라 생각하며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으나 이 천사 같은 소녀는 총과 칼을 내려놓고 저를 꼭 안아줍니다.



"뒤늦게나마 깨닫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해요. 참회가 제 마음속 깊숙이 느껴지게 하는 당신에겐 아직 늦지 않았어요.


부디 오늘의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는 죽지도 죽이지도 않아주셨으면 해요."



네.



저는 소녀의 품 안에서 오열을 터뜨렸고


피로 철갑을 이룬 제 얼과 마음은 정화되었으며


저는 이 소녀들에게 처음으로 "지킨다"라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소녀들을 데리고 저의 부대가 아닌


그 세계의 평화 유지군이 주둔하는 부대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소녀들과 헤어지기 전 저와 이야기를 나누던 소녀는 저에게 부디 우리 둘과의 만남을 잊지 말아 달라는 말과 소녀의 아버지가 군 복무 시절 차고 있었던 시계를 줍니다.



...



이상 제 과거사입니다.


사람을 광기로 내모는 전쟁.


그 광기 속에서 깃든 분노와 극단적인 표출.



전쟁터에서 저는 전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육체적인 결투에선 상대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해냅니다.


하지만 저는 정화되었고, 더 이상 폭력이 나와 타인에게 안겨주는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더군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현재도 전쟁터에서의 뇌리가 가끔씩 제 앞에서 재현되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을 잊기 위하여 쉬는 날에는 가끔씩 술도 들이키며 담뱃불을 붙일 때도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 정착하면서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을 즐기고 있습니다.


과거의 일들은 하루빨리 떨쳐내려 하는 편이지만


그 소녀들과의 기억만큼은 잊고 싶지 않네요.


잘 지내고 있을지 늘 걱정되기도 하고요.



...



이야기가 매우 길어졌군요.


저도


어쩌면 그 소녀들처럼 타인에게 구원을 줄 수 있는 존재일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행복을 듬뿍 머금으며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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