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출처 : https://kakuyomu.jp/works/1177354054885551439/episodes/1177354054887533188

---------------------------------

방과후 체육관 (86-에이티식스-학원if)

쿵,하고 딱딱한 공이 금속 고리와 보드에 맞아 튕겨나오는 소리와, 바닥에 떨어져 튀어다니는 둔탁한 소리와, 몇 명의 학생들이 꽥꽥대는 소리.

대부분은 남학생들이고 일부는 여학생들이다.

"--다아아아악! 씨발, 빗나갔어!"

"흐음, 찬스야, 세오. 넣어버려!"

"아니, 카이에. 알고 있는데 빗나간다니까! --아아아아 진짜 역시나!"

"두 사람한테 미안하네. 이걸로 끝이다."

"......저렇게 말하면서 빗맞히는 라이덴 씨 멋있네~! 반하겠어~"

"시끄러워 다이야! 농구부 주제에 맨처음에 탈락한게 어디 사는 누구인데!"

"하지만 들어가지 않았던 건 어쩔 수 없잖아."

"들어갔다아아악! 좋았어 넣었다아아아!!"

"시덴, 공 줘봐."

"오! 둘 다 죽여버려!"

"신! 야!!"

"너희들 이럴 때만, --악, 젠장!?"

"......뭐하고 있는 거야. 너희들."

드드륵 금속 문을 열고, 그 문에 그대로 팔꿈치를 기댄 자세로 이스카가 묻는다. 짙은 감색의 블레이저가 돋보이는 타고난 은발과, 3학년임을 알려주는 금테로 새겨진 학교 마크.

농구 코드 두 면이나 되는 이 고교의 자랑인 드넓은 체육관이다. 그 한 편에 마루에 사다리꼴 모양으로 그려진 쪽에서- 흔히 말하는 자유투 라인으로부터 쭉 늘어선 열 명 정도의 소년소녀와, 그 열에서 조금 떨어진 열 명 정도의 학생들이 일제히 돌아본다.

천장에 매달린 농구골대 아래에서 키가 큰 소년과 몸집이 작은 소년, 라이덴과 세오가 한데 어우러져 비탄에 잠겨있다.

상황을 보아하니 농구공과 골대를 사용해 노는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던 것 같다. 일렬로 서서 차례차례 자유투를 던지고, 넣지 못했을 경우에는 골대 밑에서 슛을 반복한다. 그 사이에 뒷사람이 슛을 넣으면 탈락이라는 단순한 게임이다. 공의 수는 보이는대로라면 3개. 즉, 최대 두 명이 동시에 탈락하는 룰이다.

마루에서 뒹굴던 낡은 농구공을 주우러 갔다온-도중에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다.-신이 대답한다.

"녹아웃이었나?"

"아무도 게임 이름 같은 건 안 물어봤어. 지금 체육관 왁스 바르고 있던 거 아니었어?"

그러한 이유로 오늘 체육관을 사용하는 동아리는 전부 쉬는 날일텐데.

각 부에서 제비뽑기로 징병된 왁싱요원 중 한 명인 신은, 체육관의 구석으로 눈길을 향하면서 말한다. 그곳에는 왁스칠에 사용된 대량의 걸레가 마구잡이로 내던져진 채 외롭게 방치되어 있다.

참고로 이 고등학교는 무도장이 따로 있으므로 무도계열 동아리는 체육관을 사용하지 않지만, 서로 상부상조하는 겸 돕고 있다. 운동장 정비라든가 무도관 주변의 낙엽 쓸기라던가 이번 왁스칠 같은 대규모 작업은 모든 운동부에서 인력이 제공될 예정이다.

"오늘 한가했던 애들이 많아서.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끝났죠."

"............."

그렇게 말하기에는 모인 인원들이 묘하게 신의 인맥에 치우친 것처럼 보이는데.

솔직히 처음부터 왁스칠을 빨리 끝내고 그 후부터는 체육관을 점령하며 놀 생각이었던 것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쳐도 왁스칠한 바닥에서 바보짓 하지 말라구. 칠한 이유가 없어지잖아."

미끌미끌, 미끌미끌 미끄러지는 바닥.

저렇게 말하긴 했지만 신은 신경쓰는 기색도 없다.

이스카는 신보다 한 학년 높고, 부는 다르지만 운동부라서 일단 신은 존댓말로 대꾸하고 있지만, 이스카는 공경받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시간이 좀 남았다고... 앨리스 선배가, 뭐 괜찮지 않냐고 하셔서."

"그 녀석이......."

"뭐야 이스카? 불만이 있다면 들어줄게."

바라본 곳에는 일찌감치 탈락한 것 같은 검도부의 여자 주장이, 길고 검은 머리를 단정히 흔들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히죽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앨리스에게서 이스카는 혀를 차며 눈을 뗀다. 1학년때부터 3년간 같은 반이었던 끈질긴 인연인 그녀를 이스카는 정말로 거슬려했다.

"할까보냐. 넘어진다고."

"그게 재밌는 거잖아."

"그렇게 말하는 너도 1학년 때, 오늘처럼 왁스 바른 후에 시간 남았다고 피구 하다가 넘어진 나한테 공 던졌었잖아."

"그랬나? 무슨 이야기지?"

"......주장. 그래서 그렇게 피구를 하고 싶다고 하신 건가요."

신이 나지막히 중얼거린 말은 아무래도 앨리스에게는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하여간에....... 말해두겠는데 본관까지 들린다고. 조만간 누가 오지 않을까......응?"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등 뒤에 무언가, 아마도 거역하면 안되는 종류의 존재를 느낀 이스카는 순간적으로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눈 앞의 후배가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시선을 주고는 말없이 등 뒤의 그것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에 비하면 작고 갸날픈 긴 은발 머리의 소녀가 옆을 스쳐지나간다.

소녀가 입을 연다. 연한 꽃색의 입술이. 부드러운 미소를 그린 채.

은방울 같은 소리로.

"--신?"

그 때 어지간해선 동요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신이 얼굴을 굳히는 것을 이스카는 보았다.

"왁스칠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땡땡이를 치다니. 대체 뭐하는 거에요?"

-----------------------------------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가 오늘따라 유독 번역이 꿀잼임ㅋㅋㅋㅋ

근데 신 인싸네. 인맥이 검도부 뿐만 아니라 운동부 전역에 퍼져있는듯. 학생회로 가면 레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