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팬픽] LAS/번역 Advice and Trust (79)

ㅇㅇ(14.6) 2021.07.20 01:21:39
조회 717 추천 36 댓글 14
														

아스카 생일파티


넘 길어서 어제 할 수가 없었다




-------------------------------

이전화보기

(78화)







9장 19/25








"정말 좋았어, 나기사!" 회색머리 소년이 활을 내려놓자마자 재잘대는 히카리. "학교 음악부에도 꼭 지원해봐!"


나기사도 환하게 웃어보인다. "고마워, 호라키. 마침 생각해보던 차였어. 음악은 리린 문화의 정수니까."


히카리는 눈을 깜박였다. "무슨 문화?"


히카리 뒤에 선 레이의 눈이 붉게 빛났다. 종이 한 장을 들어올린다. '히카리한테 꼬리치지마. 임자 있는 몸이야. 문제라도 일으키면 바로 말살해버릴줄 알아. 그리고 리린은 무슨 리린이야? 너 바보야?' 라고 적혀 있었다.


"어..." 방금 말실수를 어떻게 수습할지 머리를 굴려보는 카오루. 하지만 어째선지 분기탱천한 아야나미의 모습이 자꾸 집중을 방해한다. "내 말은.. 인류의 문화. 아직 독일어쪽이 더 익숙해서 그런가봐." 아야나미의 눈에서 살기가 한단계 내려가자 아무래도 성공한 것 같다고 판단하는 카오루였다.


"아, 독일어.. 네르프 베를린 지부에서 아스카랑 있었던거지?"


카오루는 더더욱 빨리 머리를 굴린다. "아, 거기 있을땐 만난적 없어. 내가 좀 외톨이처럼 살았거든."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게 무슨 이유에선지 히카리의 집중력을 흐트리는데 효과가 있었으니까. "사실 여기 와서 처음 대면한거야."


또 당황한 표정이 되는 히카리. "그랬구나..."


레이가 재빨리 종이를 다시 들어올렸다. 첫 두 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밑에 밑줄이 쫙 두줄 그여져 있었다.


"그-그럼 '미스 소류'라고 부르는 이유는 뭐야?"


"아, 그건 우리가 둘 다 서구에서 왔다는 사실에 대한 작은 상기 같은거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살짝이나마 독일의 느낌을 제공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그런거야."


"나기사는 사려깊구나." 미소짓는 히카리. "그러니까 바이올린이랑 피아노를 할 줄 알고, 독일어도 하고, 엄청 잘.. 친절하고! 학급 여자애들이 엄청 좋아하겠다."


카오루는 조금 흥미가 동한 표정으로 히카리를 본다. "왜?"


레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더니 종이를 또 들어올렸다. 이번엔 마지막 문장에 밑줄이 세개째 추가되어 있었다.


"교양있고 잘생긴 외국 전학생만큼 관심이 쏠리는 대상도 드물지, 나기사." 레이가 긴 침묵을 깨고 무덤덤한 코멘트를 던진다. 손에 들고 있던 종이는 가볍게 뒤집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언젠가 다시 필요할거라는 판단이었다. 꽤 자주. "네 경우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아마 잘 모르고 있겠지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데?"


"켄스케처럼 해. 그정도면 좋은 시작일거야."


조금 당황하는 카오루. "최대한 많이 데이트해보고 둘을 고르라고?"


히카리는 잠시 깔깔 웃다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레이의 눈빛이 마치 카오루의 얼굴에 구멍을 뚫으려는 의도인 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했-"


"그건 나중에 논하기로 하고," 흉악범에게 선고를 내리는 판사 같은 목소리다. "지금은, 내일 있을 아스카 생일 파티 준비부터 마무리할거야. 나기사, 적절한 선물은 준비해놨겠지."


"같이 쇼핑할 시간 있었으면 좋았을건데, 레이. 난 게임 하나 괜찮아보이는거 샀어." 웃으며 말하는 히카리. "너 아직 결정 못한거였지? 어떻게 할거야?"


레이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립글로스 줄거야."


히카리는 조금 당황한 표정이다. "너희 사이에 생일 선물로 립글로스 한개가 다야?"


"..한개?"


















"아스카.. 일어날 시간이야."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하다. 잠에서 깨어나며 미소가 떠오른다.


"으응. 아닌데. 여기 있을 시간인데." 신지의 품에 살짝 더 파고들어보지만 이미 더 들어갈 틈도 없을만큼 붙어있던터라 쉽지가 않다. 그래서 대신 눈을 꾹 감는다. 따뜻하고 편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오늘 평일이잖아. 학교 가야해."


"싫어. 여기 있을래."


"하루종일 침대에 있는건 내일 하자. 아마 미사토씨가 뭐했냐면서 엄청 놀리겠지만.."


"맘대로 하라고 해. 내일이면 아마 틀린 말도 아닐걸.."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는 아스카. "좋아, 이제 잠 다 깼어. 으, 학교. 올해 생일이 주말이었으면 좋았을건데." 일어나 앉아 몸을 쭉 펴며, 자신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신지의 시선을 즐긴다.


아스카의 스트레칭이 끝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는 신지. "그래도 평일이니까 학교에서도 자랑할 수 있잖아?" 신지도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바쁠건 없어. 평소보다 일찍 깨운거야. 독일식 아침 정찬 다 먹고 갈 수 있게 준비 다 끝내놓고 다시 왔어. 아스카 혼자 일어나는거 싫어하는거 아니까."


아스카는 일어나 옷 입기 전에 먼저 신지에게 달라붙어 키스부터 한다. "응, 계속 오늘처럼 일어나고 싶어. 잠깐, 아침 준비 다 해놓고 돌아온거면 왜 지금 옷입는거야? 너 아침.. 어..."


얼굴을 붉히는 신지. "어..응.. 제일 늦게 일어나는건 아마 미사토씨일 것 같았으니까. 혹시 내가 준비 다 마치기 전에 아스카가 혼자 깨어나면, 최소한 나왔을때 기분 나아질 광경이라도 준비해놓자 싶어서.."


신지가 속옷에 에이프런만 입은 모습을 생각하자 대번에 웃음이 터진다. "좋은데."


신지가 목을 다듬는다. "Und.. Auch ich werde versuchen, heute so viel Deutsch zu sprechen, wie ich kann.(그리고.. 오늘은 할 수 있는 최대한 독일어로 말해볼게)"


아스카의 눈이 빛난다. "Ah? Wunderbar(Wonderful), mein baka!" 또 웃음이 터져나왔다. "Ich habe den besten Boyfriend(넌 진짜 최고의 남자친구야)"














"이 추세대로면 다음번엔 좀 넓은 공간이 필요하겠노." 토우지의 평가였다.


사야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글쎄? 난 좁은 공간도 나쁘지 않은데." 켄스케의 왼편에 살짝 달라붙으니 반대편에서 쿄코도 똑같이 했다. 켄스케는 딱히 항의할 기색은 없어보였다.


평소 아스카였다면 대놓고 어이없다는 티를 냈겠지만 지금은 본인도 점심 테이블에서 신지와 거의 겹쳐있는 처지라 뭐라 할 상황이 아니었다. 사실 처음 얼마동안 이 자리를 꽤 어색해했던 켄스케의 두 여자친구가(사실 아스카는 다른 것보다 이 개념이 아직도 너무나 낯설었다) 슬슬 편해지고 있는 모습은 꽤 훈훈한 광경이긴 했다. 켄스케와 사귄다는 것이 그 연장선상에서 에바 파일럿들의 모임에도 초대 받는다는 것을 알고는 굉장히 어색해했던게 두 사람이었다.


그 모임이란게 원래 신지와 아스카가 몰래 둘이서 밥먹는 정도에 불과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찌나 확대됐는지. 주변을 둘러보는 아스카. 사야카와 쿄코 사이에 낑겨있는 켄스케, 아스카 본인과 신지, 히카리와 토우지, 그리고... 전혀 행복하진 않은 '커플'. 레이와 카오루. 꽤 거리를 두고 앉은채 '난 이놈이랑 관계 없어!'라고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레이. 나기사 카오루쪽은 주변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싱글벙글 웃는 눈으로 보고 있다. 이곳에 있는게 꽤 즐거운 모양이었다.


"으음, 그 말이 맞을지도." 토우지의 무릎 위에 올라가있던 히카리가 말했다. "이렇게 하기도 쉽잖아." 토우지가 들고 있던 도시락에서 튀김을 하나 꺼내 토우지의 입에 집어넣어주고 본인도 한입 먹는 히카리.


사야카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점심만 그런것도 아냐. 저번 주말엔 켄스케한테 나랑 쿄쨩이 2인용 텐트에서 셋이 자는 법도 보여줬다니까. 별거 없는데. 셋이 다.. 친하면." 윙크를 해보이는 사야카.


"너네 아빠가 알면 진짜 난리날걸." 신음하는 쿄코.


켄스케 너머로 젓가락을 뻗어 쿄코의 코를 꼬집는 사야카였다. "아무 걱정 안해도 돼. 너네 집에서 자고 간다고 하면 절대 확인도 안하니까. 그정도 위험은 감수할만큼 좋았잖아? 그치, 켄스케?"


아주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한 것을 보고 움츠러드는 켄스케. "에..헤헤..우리 조심한거 맞지?"


여태 나기사를 노려보고 있던 레이가 셋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웃어보였다. "정말 듣기 좋은 얘기야, 켄스케. 넌 정말 훌륭한 신사야."


나기사도 같은 방향을 휙 쳐다본다. "그럼 나도 그렇-"


레이의 눈에 살기가 되돌아왔다. "아니."


"다들 파티 올 수 있는거지?" 레이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재빨리 끼어드는 신지.


"놓칠 수 없지!" 고개를 끄덕이는 쿄코였다. "자고가는거면 더 좋을건데. 밤새 카라오케 파티하고 이런거! 에바 파일럿들도 전부 모여있고!"


"미사토씨가 왁자지껄한거 좋아하는 취향이긴해도 십대 아홉명, 거기다 대부분 커플인 그룹을 밤새 데리고 있는건 감당 불가일걸. 그리고 사실 저녁 파티만 하기에도 조금 좁은 공간이야."


"나중에 그럴 일 있으면 내 집에서 자면 돼." 조용한 목소리로 제안하는 레이. "내 집에는 가구가 적어서 공간이 약간 더 넓으니까. 즐거운 파티는 언제나 환영이고."


"그거 좋다, 아야나미." 사야카가 씩 웃어보였다. "다음 주에 아야나미 집에서 파티하자!"


"우리도 가도되는거가?" 토우지가 물어본다.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 "물론이지. 너도 내 친구야, 스즈하라. 히카리의 파트너니까."


그 말에 토우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그래, 그-그렇네." 히카리가 씩 웃는다.


"레이 네가 저 원숭이 좋아하는줄은 몰랐네," 토우지가 움츠러드는 모습이 웃긴 아스카였다.


"좋은 사람이니까. 신지가 이곳에 처음 왔을때부터 좋은 친구였고, 신체적으로 매력적이고 진정성 있어. 히카리만 아니었으면 사회 실험을 스즈하라와 했을지도 몰라." 아주 완벽하게 침착한 어조로 말하는 레이.


"어..고맙다고 해야하나.." 약간 당황한 토우지. 히카리를 살짝 끌어안아 안심시켜준다.


"안해줘서 고마워, 레이. 내가 먼저 찜해놨으니까."


"너희 유대에 끼어들 생각은 전혀 없어, 히카리. 두사람은 함께할때 빛나."


점심 일행을 지켜보는 카오루의 눈빛이 갑자기 매우 진지해졌다. 특히 신지를 볼때. "신지군, 우리 친구 맞지?"


신지는 조금 당황했다. "어.. 응? 아스카 선물 준비 도와줬고, 동료 파일럿이고, 나쁜 일도 없었고.. 왜 아니겠어?"


카오루의 시선이 레이로 옮겨갔다. "난 신지군의 친구고, 너도 내게 매력이 있다고 해줬어. 여태 숨긴 것도 하나 없고.. 난 네 친구인걸까, 아야나미?"


레이의 눈이 조금 커졌다. 오랫동안 말없이 카오루를 쳐다본다. "그래." 한참 후에야 뻣뻣한 한마디로 답하는 레이.


카오루의 미소가 살짝 커지며 얼굴에 그림자가 살짝 걷혔다. "그렇다니 기뻐."


레이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조금 켄스케처럼 행동하는 것도 나쁘진 않-"


레이의 말이 짧은 비명으로 변했다. 아스카의 희고 가는 팔이 뒤에서 튀어나와 레이를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그래, 근데 레이는 신지랑 내가 먼저 선점했거든!" 카오루에게 혀를 내밀어보이는 아스카.


레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아스카..."


한 팔을 뻗어 신지까지 끌어오는 아스카. "너희 정말 좋아." 웃음을 터트린다.
















"완전 고문이야." 미소지으면서 불평하는 아스카였다. 레이의 집 테라스에 선채로, 한번 더 옆집으로부터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를 깊이 들이마신다. 해가 가라앉고 있었다.


"이제 끝나가는 고문이잖아." 뒤를 돌아보며 시계를 확인하는 레이. "이제 다 됐어." 메뉴를 비밀로 하고 싶으니 레이의 집에서 17시 30분까지 기다려달라고 신지가 부탁한 참이었다. 히카리가 요리를 돕기 위해 가있는 상태였고, 레이의 조용하면서도 강압적인 제안에 나머지 파티 참석자들도 전부 파티 준비를 위해 넘어가 있었다. 둘만 남아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는 아스카를 바라보며 다시 얼굴을 붉혔다. "선물은.. 어땠어?"


아스카의 얼굴이 거의 머리카락만큼 빨개졌다. "저-저-정말 좋았어! 나.." 부끄러워 목소리가 죽는 아스카. "정말 기뻤어, 레이. 몇 주 동안 생각했던 일인데."


"나도야. 오늘이.. 적당해보였어." 아스카를 문쪽으로 안내하며 미소짓는다. "네게 진 빚이 많아. 너흰 정말 내 모든 것이니까. 사랑해. 전투에서든 집에서든 언제나 널 지킬거야."


아스카는 잠깐 미소를 지었지만, 곧 정색하고 말했다. "너도야, 레이. 몇 달전엔 네가 정말 싫었지만 지금 넌 내게.. 정말 소중해. 아니, 우리에게 정말 소중해. 신지랑 난 이 전쟁 끝까지 너랑 함께하고 싶어. 셋 모두 무사히.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같은거." 현관문 앞까지 도달한 레이를 어깨를 붙잡아 멈춰세우고 끌어당겨 격한 포옹을 한다. "너나 신지를 잃는건 상상도 할 수 없어. 제발 몸 조심해, 알았지? 네가 전투 같은 얘기 할때마다 걱정된단 말이야."


레이도 팔을 들어올려 아스카를 안았다. "걱정시키지 않을게. 날 잃는게 널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런 일은 허용하지 않을거야."


"좋아. 이제 정말 오랜만에 맞는 제대로 된 생일 기념으로 내 바보가 뭘 준비했을지 확인해보자."


"독일에선 생일 파티 안했던거야?" 함께 문을 나서 복도를 걸으며 묻는 레이.


어깨를 으쓱하는 아스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진짜..라고 할만한건 없었어. 아빠랑 새엄마는 구색은 잘 맞춰줬지만.. 선물도 한두개씩 주고.. 평소엔 네르프에서 알아서 하게 날 방치하다시피 했으니까. 대학 다닐땐 마스코트 같은 취급이었지.. 너나 신지처럼 가까운 사람은 전혀 없었어."


마치 기억을 물리적으로 털어내려는듯 고개를 젓는 아스카. 곧 미소가 되돌아왔다. "이쪽이 나아. 훨씬 나아. 파티 참석자 전부 다 좋으니까. 그 오타쿠랑 걔 여친들까지도."


"카츠라기 소령도?" 살짝 놀리는 레이.


"그래, 미사토도. 신지랑 나 사이 그럭저럭 잘 이해해주니까. 최소한 걱정했던 것보단." 아스카는 출입 카드를 긁고 현관문을 열었다. "사실 미사토 때문에 강제로 이사하지 않았으면 신지랑 나도-"


"Alles Gute zum Geburstag, Asuka!" 주방으로 들어서는 코너를 꺾자마자 터져나온 환영인사에 아스카는 거의 뒤에서 따라오던 레이쪽으로 쓰러질뻔했다.


좌우에서 히카리와 토우지가 파티용 폭죽을 터트려 아스카에게 색종이를 흩뿌렸다. 미사토가 카메라 플래시를 번쩍여 잠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미사토의 옆에는 카지가 서있었다.


"Willkommen zu Hause, Asuka," 제일 앞에 서있던 신지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나서며 아스카의 몸에 팔을 감는다. 신지가 모두의 앞에서 느긋하게, 깊이 키스해오자 아스카는 자신이 미소지으면서도 동시에 얼굴을 붉힐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Abendessen ist fertig." 옆으로 물러서며 이미 차림이 끝난 식탁으로 안내하는 신지.


아스카의 미소가 더 커졌다. 조금 무리한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음식과 선물 더미에 식탁 다리가 휘어질 지경이었다. "Schwenkbraten, mit Rosmarin garnierte Kloesse, und Birne mit Preiselbeeren (마리네이드된 돼지고기 스테이크, 로즈마리로 가니쉬한 감자 만두, 배와 월귤),"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신지. "Und Prinzregententorte!(그리고 프린츠레겐텐토르테!)"


깔깔 웃는 아스카. 정말 노력하고 있었지만 신지의 독일어엔 떨어져나갈 기미가 보이질 않는 작고 귀여운 악센트가 있었다. "Liebling, mir gefaellt's ja, aber da Hikari und die anderen nunmal kein Deutsch koennen... vielleicht doch lieber Japanisch? (달링, 노력해줘서 정말 고맙지만 히카리나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못알아들을거니까 일본어로 하는게 낫지 않을까?)"


미사토가 콧방귀를 뀌었다. "Du scheinst einen merkwuerdigen Einfluss auf Leute zu haben, Asuka. Offenbar koennen fast alle auf dieser Party Deutsch! (너 이상한 영향력 비슷한게 있나봐, 아스카. 여기 모인 사람 중에 독일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 사람보다 많네!)" 미사토의 억양은 신지에 비해 별로 티가 나지도 그렇게 귀엽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미사토와 카지는 베를린 지부에서 근무한 기간이 길다. "Ich, Kaji, du, Shinji versucht's und Kaworu-kun. (나, 카지, 너, 한창 배우는 중인 신지군에 카오루군까지)"


"Und ich," 부드러운 목소리로 끼어드는 레이.


깜짝 놀라 돌아서는 아스카였다. "Warte, was? Redi, du sprichst Deutsch?!"


"Ja," 마치 실제로 말해본 것은 처음인 것 같은 느낌의 희한한 억양이었지만 발음의 전달은 확실했다.


"Was? Wie? Warum hast du nie was gesagt? (뭐? 어떻게? 왜 한번도 말 안했어?)"


"Du hast nie gefragt? (한번도 안 물어봤으니까?)"













아스카는 포크를 내려놓고, 등받이에 몸을 기댄 다음, 배를 두드렸다. "Oh Gott, 진짜 좋았어, 신지. 프린츠레겐텐토르테 먹어본것도 정말 오랜만이야." 그러고는 미사토가 선물로 준 프란치스카너 밀맥주를 홀짝이는 아스카. 조금 놀라운 선물이었다. '조금'. 아스카가 태어나서 처음 마셔본 술도 베를린 시절 미사토가 사준거였으니까. 그리고 오늘 밖에 나와있을 수 있는 술은 오직 아스카가 생일로 받은 것 하나로 제한되어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미사토 포함 모두가 탄산음료만 허락된 상태였다.


아스카의 찬사에 미소짓는 신지. "그건 아직 1막 밖에 안됐어. 이제... 지난 2주 동안 내가 뭘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지 궁금했지?"


"당연히 궁금하지," 아스카는 콧방귀를 뀌었다. "완전 신비주의로, 레이나 신참이나 힌트도 안주더라니까."


왼편에서, 요즘은 꽤 자주 볼 수 있는 희미한 미소를 띈 채 레이가 일어났다. "비밀엄수가 중요하다고 했으니까, 아스카."


카오루도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와 함께 신지의 방에 들어가더니 각각 자신의 악기 케이스와 신지의 첼로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카.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바였다. 오늘을 위해 합주곡이라도 연습한걸까?

켄스케, 사야카, 쿄코가 여태 앉아 있던 좌식 소파를 구석으로 치우고, 레이와 카오루가 자리잡게 도와줬다. 신지가 웃는 얼굴로 첼로를 꺼내는 동안 히카리가 남은 접시들을 얼른 치우기 시작했다.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목을 가다듬는 신지. "음음, 다들 아스카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생일을 정말 특별한 날로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여러분들이 다들 이렇게 와주신 것도 도움이 됐으리라 믿어요."


신지는 활을 들고 잠시 어색하게 머뭇거렸다. "...아직도 아스카처럼 똑똑하고, 아름답고 완벽한 사람이 절 선택해줬단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요. 요즘 제게 아스카를 웃게 만드는 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어요. 그리고 전 사실 잘 하는 일이 몇가지 없구요. 여기서 에바를 조종할 수는 없고, 요리는 방금 최선을 다해서 대접했으니... 남은건 하나. 음악."


"음악은.. 음악이 우릴 이어줬어요. 꼭 그것만은 아니었어도, 대충은. 아스카랑 제가 처음으로 키스한 날은," 신지는 얼굴을 붉혔다. "호라키씨가 소개해준 남자를 만나고 돌아온 날이었어요. 별로 맘에 안들어서 집에 온거였는데, 전.. 전 그때는 깨닫지도 못했지만.. 아스카는 그 날 밖에서 어디든 갈 수 있었는데, 뭐든 할 수 있엇는데, 저랑 둘이서 시간을 보내려고 집으로 돌아온거였어요. 바보 같이, 전 그런것도 몰랐죠. 제가 바흐 무반주 모음곡 1번을 연주하고 있을때 마침 들어왔는데.. 박수를 쳐줬어요. 아스카가 제게 그렇게.. 친절했던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모두가 자신을 돌아보자 얼굴을 붉히는 아스카.


"그날 그렇게 연주를 하고," 말을 잇는 신지. "밤 늦은 시간에, 혹시 키스하고 싶냐고 아스카가 물었어요. 그 뒤로.." 신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제 인생 최고의 기간이 쭉 이어졌어요. 한번도 이렇게 행복했던 적은 없어요. 아스카도 저만큼 행복해진거면 정말 좋겠어요. 그래서.. 생일 선물로 정말 뭘 보여줘야하나 싶었을때, 제일 먼저 떠오른게 음악이었어요. 전.. 아스카 말로는 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실력이 좋다고 하고.. 레이와 카오루군도 정말 큰 도움이 되어줘서..."


말을 멈추고, 심호흡을 한 다음, 다시 말을 잇는 신지. "그래서 뭘 했냐면... 작곡을 했어요. 전에 없던 새로운 뭔가를. 다들,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탄신 15주년 협주곡의 세계 초연을 즐겨주시길 기대할게요."


아스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깐.. 콘체르토를 통채로 썼다고? 선물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는 신지.


미사토, 그리고 히카리와 충격 받은 눈빛을 교환하는 아스카였다. "신지... 뭐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어.."


신지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느긋하게 감상해주면 돼."


신지는 활을 들어올리고, 레이와 카오루쪽을 확인한 다음,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연주를 시작했다.


영광스러웠다.


하늘로 치솟고, 또 그러면서 부드럽게 달래줬다. 깊고 낮은 첼로의 저음에 잘 엮여진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높고낮은 멜로디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게 만들었다. 레이는 종종 연주에 확신이 없는 것 같은 부분이 있었으나 신지와 카오루의 자신감이 레이도 무리없이 실어가줬다.


신지의 눈은 중간중간 앞의 스탠드에 놓인 악보로 향했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언제나 아스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다른 누구의 반응도 살피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직 아스카만.


반응했다. 아스카는. 모든 소절소절마다 신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아스카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은 다음 눈물과의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들어갔다. 지난 10년간 남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눈물을 흘린건 최근 기동시험에서 마마를 만난 다음뿐이었다. 신지의 음악이 아스카의 그 장벽을 단번에 침투하고 있었다. 더이상 기쁨의 눈물을 참을 수 없게된 아스카는 눈을 뜨고 신지와 눈을 마주쳤다. 신지가 자신의 눈을 보자마자 '사랑해'라고 입으로 말하는 아스카. 그러곤 미소띈 얼굴로 울기 시작한다. 더는 신경쓰이지 않았다. 신지도 눈물을 흘린다.


음악은 천천히, 부드럽게 마무리됐다. 잠깐동안 아무도 숨도 쉬지 못하는 침묵이 이어지다, 미사토를 필두로 박수가 터져나왔다. 신지는 마치 최면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아스카와 이어져 있던 시선을 떼고, 모두에게 쭈뼛쭈뼛 고개를 숙여보였다. 레이와 카오루도 함께 고개숙여 인사했다.


"...좋았어?" 물어보는 신지.


아스카는 말없이 신지에게 걸어가, 첼로를 살짝 옆으로 밀어두고 신지를 포옹했다. "바보야... 완벽했어."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맞춘다.










카오루에게서 꽤 예쁜 블라우스. 히카리와 토우지에게서 게임 번들 한묶음. 미사토에게서 밀맥주. 카지에게서 독일산 수입 맥주잔. 쿄코와 사야카에게서 아스카의 단골 미용용품점 상품권. 켄스케에게서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1:24 비율의 티거 II 전차 프라모델. 2호기 배색으로 채색이 완료되어 있고 포탑에는 신지의 작은 사진과 '붉은 귀신'이라는 글자까지 쓰여져 있었다. 신지에게서는 한뭉치는 될 것 같은 옷과 CD, 보석. 레이에게서는 자작시가 동봉된 생일카드. 아스카가 한번 더 레이를 안아주자 레이는 얼굴을 붉혔다. 잠시 후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랬다는걸 깨달은 아스카도.


물론 선물을 풀어봤다고 파티가 거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레이와 카오루가 다시 연주를 자청했다. 몇 곡 더 연주하겠다는 것이다...아스카와 신지가 곡에 맞춰 춤을 출 수 있게.


그래서 지금 아스카는 신지의 팔에 행복하게 안겨있었다. 머리를 신지의 어깨에 기대고, 느긋한 곡조에 맞춰 무의식적으로 발을 옮기며. 미사토와 카지가 재빨리 합류하고, 잠시 후 주변의 성화에 토우지와 히카리도 걸어나온다. 사야카와 쿄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켄스케를 보고 씩 웃는 아스카. 곧 두 소녀가 동전을 던던져 켄스케의 딜레마를 해결해줬다. 첫번째는 사야카로 결정된다.


느긋한 회전 끝에 시야에 악단이 들어오자 아스카의 입가에 또 미소가 걸렸다. 둘이 춤추는 모습을 보는 레이의 얼굴이 한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레이는 다른 커플들도 보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주의는 아스카와 신지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 정말 좋아한다. 레이. 그렇지?" 신지에게 속삭이는 아스카.


신지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와닿은 몸이 살짝 떨리는 것을 느끼고 방금 그거 뭐냐는 의미의 소리를 내는 아스카. 신지는 살짝 둘의 각도를 바꿔, 아까까지 켄스케와 쿄코가(사야카가 교대해준 뒤) 춤추고 있던 쪽을 아스카가 볼 수 있게 해준다.


사야카와 쿄코가 서로 꼭 껴안고 춤을 추고 있었다. 켄스케가 옆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야카가 쿄코의 턱을 살짝 들어올려 키스하자 켄스케의 미소도 더 커진다. 키스가 꽤 길게 이어졌다.


아스카는 움직임을 계속하면서도 놀라움에 눈을 깜박였다. 히카리와 토우지쪽을 보자 토우지는 눈을 감고 있고 히카리는 등을 이쪽으로 두고 있었다. 미사토와 카지도 알아차리지 못한 눈치였다.


"허... '공유'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이유가 저래서였구나."


"켄스케는 여태 입 꾹 다물고 있었고.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 저런건 듣도보도 못했는데... 정말 가능한 일이구나." 신지의 목소리에 혼란스러움이 묻어난다.


"난 들어본적은 있어. 독일 살던 시절에. 그래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데. 오타쿠도 꽤 인정해야겠는걸. 어디서도 한번 티내지도 않고, 변태처럼 굴지도 않았고, 꽤...존중하는 모습이니까." 그러고는 신지의 목을 깨무는 아스카. "내가 그랬다고 하면 더 세게 물어버릴거야."


"하라고 그러는거야, 하지 말라고 그러는거야?" 간신히 웃음을 참는 신지였다.


다시 신지의 목을 훑는 아스카. "고마워. 전부 다. 이렇게 행복한 생일은 처음이야. 콘체르토를 작곡하다니.. 네 생일때 뭔수로 갚으란 말이야?"


"최소한 준비할 시간은 나보다 길잖아? 여섯달이니까." 미소띈 얼굴로 속삭이는 신지였다.


"내 심장은 이미 가져갔고, 내 마음도 언제나 네거고, 몇시간 뒤면 내 몸도 맘대로 가져갈거니까..." 부드럽게 속삭이는 아스카. "뭔가는 생각해내야 할건데." 아스카는 그 말에 신지의 포옹이 더 강해지자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사랑해, 아스카. 이것들, 준비하는거 정말 다 좋았어. 아스카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드는거니까." 신지는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나, 아스카... 이제서야 깨달은 사실인데.. 한번도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었어. 한번도 이렇게는. 좋은 날도, 좋았던 순간들도 몇번씩 있었지만, 한번도 정말 행복했던 적은 없었어. 나, 처음부터 속이 너무 텅 비어 있어서 내가 뭘 잃어버린건지도 몰랐었던거야. 그러다.. 아스카를 만나고.. 나,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스카가 옆에 없으면 아마 이 모든게 다 꿈이었다고, 외로운 아이의 망상이었다고 생각할거야. 난 이제.. 살아있는 느낌이야. 처음으로 미래가 기다려져. 미래가 있다는게, 미래를 위해 싸운다는게. 모두 처음이야. 아스카, 내 목숨을 아스카가 구해준거야. 이런 생일 백번을 더 해줘도 모자라."


"넌 화산에서 날 구해줬고, 난 널 키스로 구해주고.. 이거 우리 버릇으로 만들자. 서로 구해주는거. 우리 부업이 에반게리온 파일럿이니까 그런 습관도 유용할거야." 신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는 아스카. 신지가 쾌감에 몸을 떨자 아스카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여기 좀 봐. 전부 여기 온게... 아스카가 나랑 키스했기 때문이야." 신지는 아스카의 머리에 속삭였다. "다들 너무 행복해. 레이랑 카오루군까지."


"레이 좋아하는 것 같아." 신지의 눈썹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넌 몰랐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신지. "내가 그런거 얼마나 둔감한지 알잖아."


"그래. 나도 처음부터 머리에 '나 네가 좋아, 바보야'라고 써놓고 다녔으면 그 고생 할 일도 없었을건데." 장난스레 그르렁대는 아스카. "걔.. 레이가 보고있지 않을때 보는 표정이.. 장담할 수 있어. 관심 있는거야. 아니, 레이 예쁘잖아. 착하고. 키스도 잘하고.."


"맞아... 잠깐, 그걸-"


"아까 레이 집에서 기다릴때." 얼굴을 붉히는 아스카였다. "생일 선물이랬어. 너때는 내가 보는 앞이었는데, 둘이서만 해서 미안. 그래도.. 정말 좋았어."


아스카를 포옹하고 있는 팔에는 변화가 없었다. 신지가 미소짓는게 느껴졌다. "나도야." 마침내 말하더니, 조금 몸이 굳어졌다. "아스카.. 우리 둘 다 레이를 사랑하지만.. 난 조금 무서워. 아마 아스카도 무서울거라 생각해. 그.. 켄스케, 사야카, 쿄코가 하는거.. 난 아스카 너 하나만 놓고도 혹시 뭘 잘못하는거 아닌가 두려운데! 우린 준비가 안됐어. 어쩌면 영영 안될지도 몰라. 아니면 얼마나 걸릴지 몰라. 그렇다면.. 그때까지 레이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도 공정한 처사는 아니야."


"그치만 너 우리가 그럴 수 있길 기대하잖아. 우리 둘 다.. 우리만큼 레이가 행복해지길 원하고." 신지만큼 갈등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카. "그럼.. 레이를 도와주잔거야?"


다시 카오루쪽을 흘깃 쳐다보는 신지였다. "도와줘야할까? 레이를 좋아하는거면.."


아스카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안돼. 나 아직 쟤 못믿겠어. 베를린 지부에서 본적도 없는데 갑자기 나타났잖아? 그..놈들 부하가 아니란 법은 어딨어? 레이랑 그렇게 가까워지면 우리 어머니 관해서, 네르프의 수상한 부분에 관해서, 우리 비밀이란 비밀은 전부 다 언젠가 알게될거야. 그러니까 더 확실히 알기 전까진 '우리 레이에게 충분함' 목록에 올려선 안돼. 어차피 다 레이한테 달린거고. 레이가 먼저 좋다고 하지 않는 이상 도움 같은것도 안되는거야. 지금까지 잘 지낸 것도 아니고. 나아지곤 있지만."


다시 아스카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미소짓는 신지. "'우리 레이', 그거 좋다. 정말 별을 따다줘야할건데."


아스카는 신지의 어깨에서 고개를 들고, 신지의 이마에 이마를 갖다댔다. "나기사도 나쁘지 않아. 교양있고, 에바 파일럿이고, 꽤 잘생겼고. 아직 신원조회를 통과 못한것뿐이야. 제레 밑에서 일하는 것만 아니면 괜찮을지도 몰라. 우리 레이한테는 엘리트가 어울린다고. 어떻게 되더라도 계속 우리 사랑도 받을거고."


신지는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를 떼기도, 가까이에서 딱 붙은 시선을 떼고 싶지도 않아서. "레이도 행복한 나날을 즐길 자격이 있어. 레이 생일도 아스카 생일만큼 좋게 해주자."


"생일이 언제인지부터 물어보는게 먼저야. 매번 묻는다는게 까먹잖아. 그 개년한테 주사당한 약 생각해보면 생일이 언제인지 기억 못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잠시 얼굴을 찡그렸다가 털어내는 아스카. "어쨌든 다 내일 생각해볼 일이고. 오늘 정말 좋았어, 그래도.. 이제 늦었으니까. 여기 계시는 신데렐라께선 몇 주 동안 기다려온 선물이 받고 싶거든." 이제 둘 사이엔 익숙한, 그 음탕한 표정이 아스카의 얼굴에 떠오른다. "이제 다 집에 보내고, 너랑 난.. 침대에 들자."


신지는 목까지 빨개지고 있었다. "그-그래!" 급히 고개를 들어 레이쪽에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다.


레이는 작게 웃어보이며 카오루 방향으로 비올라를 살짝 흔들어보였다. 카오루도 고개를 끄덕이고, 속도를 올려 마지막 곡을 적당히 마무리했다.


춤추던 커플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레이와 카오루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아하게 인사하고, 악기를 정리했다. 신지가 잔뜩 긴장해 목을 가다듬고, 공지한다. "고-고마워, 레이. 카오루. 이걸로, 모두들 아스카의 열다섯번째 생일을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주신데 감사를 표합니다. 이제 파티를 끝내고 아스카에게 조금 휴식 시간을 줄 때가 왔어요."


"뭔 꿍꿍인지 자아아아아알 알거든, 신지군!" 흥얼거리는 미사토. 아마 세상 어딘가에선 불법으로 지정되어 있을 윙크가 뒤따른다.


히카리와 토우지는 잠시 벙쪄서 미사토를 쳐다보다가, 히카리쪽에서 먼저 숨을 들이키며 입을 틀어막는다. "아!"


히카리에게 시선을 돌리는 토우지. "뭐? 뭔데..." 그러더니 눈이 왕방울만해진다. "아!"


사야카와 쿄코는 서로 잠깐 사악한 미소를 교환하더니, 낄낄 웃으며 켄스케의 양쪽에 달라붙었다. "들었지, 켄스케. 착한 아이들은 자러 갈 시간이야." 왼쪽에서 말하는 쿄코.


"우리 착한 아이 맞지?" 사야카가 오른쪽에서 거들었다.


휙휙 양쪽으로 돌아가는 켄스케의 머리. "어..그러려나?"


"그럼 가자," 쿄코가 아스카에게 손을 흔들어보인다. "초대해줘서 고마워, 소류! 내일 봐!" 삼인조는 가는 길에 미사토에게도 인사하고 떠났다.


히카리는 어떻게 홍조를 가라앉히고 아스카 앞까지 와, 인사를 해야할지, 안아줘야 할지, 폭발해야할지 알 수 없는 모양으로 섰다. "새-생일 축하해, 아스카. 우-우리 초대해줘서 고마워. 두-둘이 조..좋은 밤 되길 빌게!" 말을 마무리하며 다시 얼굴이 새빨개지는 히카리였다.


아스카는 히카리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진정해, 히카리. 그래. 네 생각대로야. 그래도 우리가 꼭 육체적인 것만 보고 하는건 아닌거 알잖아." 신지에게 미소짓는 아스카. "다른 부분도 있다고."


"나도 알아! 난 그냥.. 정말.. 아니... 카츠라기 소령님이..." 어깨 너머를 돌아보는 히카리였다.


그저 웃어보이는 미사토. "괜찮아, 히카리쨩. 아스카랑 신지는 이미 충분히 성숙했단걸 증명해보였으니까."


"그래도... 너무.. 불결한 느낌이에요!" 히카리는 어떻게든 설명해보려 애썼다. 토우지에게 시선이 날아가고 곧 얼굴이 빨개진다. "자꾸 나도 생각이 들게 하잖아." 아스카에게 반쯤 속삭였다.


아스카는 히카리를 안아줬다. "그럼 생각해. 따라 잡거나 어쩌거나 같은식으론 생각하지 말고. 너희들이 준비 됐을때 준비된거야. 걔가 무식하긴 해도 속은 부드러우니까 네 말 들을거야, 히카리."


미소 짓는 히카리. 살짝 진정된 모습이었다. "맞아.. 그래서 좋아하는거야. 다음에 봐, 아스카, 이카리군." 히카리는 고개를 까딱해보이고, 토우지의 손을 잡고 떠났다. 토우지는 어깨 너머로 손을 흔들어보였다.


레이는 가던 길을 멈추고 아스카를 안아줬다. "생일 축하해, 아스카. 이제 좋은 밤 보내." 그러고는 신지도 안아주고, "둘 다.. 사랑해." 거의 들릴까말까한 목소리로 덧붙인 다음 붉게 상기된 얼굴로 현관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나기사가 바로 뒤를 따랐다.


"좋은 밤. 아야나미는 집까지 내가 배웅할게." 나기사가 말했다. "오늘 초대해줘서 고마워, 미스 소류, 신지군."


"레이네는 바로 옆집인데, 카오루군." 미사토가 썩소를 짓고 지적한다. "그래도 좋은 시도야."


"오래 걸릴거란 말은 한적 없습니다, 카츠라기 소령님." 그 말을 끝으로 카오루는 레이의 뒤를 따랐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의 미사토. 곧 신지와 아스카에게 다 안다는 얼굴을 해온다. "좋아. 청소는 내일 해도돼. '휴식'이 급한거 아니까."


"아뇨, 마무리 도울 수 있어요. 어차피 접시 몇개 정도 밖에 안남았는걸." 아스카가 말했다. 미사토가 눈썹을 치켜올리자 덧붙인다. "뭐, 다들 나가자마자 신지 끌고 방에 가서 소리지를 줄 알았어요?"


"대충 그 비슷할줄 알았지." 혀를 내밀어보이는 미사토.


"말 했잖아요, 우리 충분히 성숙했다고.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날도 있는거 아는데 잠시 못 참을건 뭐에요?" 그러더니 눈빛이 조금 날카로워진다. "그건 그렇다치고, 이번주에 우리 자꾸 깨웠던거 단단히 갚아줄줄 알아요."


옆에서 듣고 있던 카지가 어깨를 으쓱한다. "들릴거라고 했잖아..."


"그것도 다 책임감 있는 어른처럼 뒷정리 끝낸 다음! 맞지, 신지?" 주방으로 걸음을 옮기는 아스카. "이제 가서 잠이나 자세요, 둘 다." 어깨 너머로 한마디 덧붙인다.


"네 네 엄마," 미사토는 지지않고 한마디 쏜 다음 카지를 향해 돌아섰다. "어떡해. 우리 애가 다 자랐나봐."


카지는 살짝 웃을뿐이었다. "좋은밤, 신지군. 아주 훌륭한 파티였어." 카지는 미사토의 손을 잡고 미사토의 침실로 향했다.


신지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스카를 기쁘게 하는게 좋으니까요. 안녕히 주무세요, 카지씨. 미사토씨."














"오늘 너무 좋았어, 신지. 나 너 때문에 울었잖아." 아스카의 손가락이 신지의 관자놀이쪽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런거, 절대, 절대 그만두지 마." 몸을 기울여서 입을 맞춘다. "절대."


신지는 팔을 둘러 아스카를 끌어당겼다. 작은 탄성이 아스카의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그렇게 할게, 아스카. 아스카를 웃게할 일이면 뭐든 할거야. 다음 합주곡 쓸 시간도 1년이나 남았고."


"이카리 신지, 너 그렇게 선물로 작곡하는거 자꾸 하면 난... 난..." 아스카는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아, 이 바보야!" 결국 포기하고 다시 이번엔 더 격하게 키스하는 아스카.


"사랑해."


"나도 사랑해. 이제.. 미사토 재우지 말자."















-------------------------------------------------------

본작 캐릭터 생일은 성우들 생일에 맞춰서 설정됐는데 그래서 아스카 생일이 12월 초임. 본작 시간대면 신지가 아직 초호기 안에 있거나 나온지 얼마 안됐고 아스카 멘탈 본격적으로 다이브치고 있는 상황. 누가 생일 챙겨줬다는 묘사도 없음.


그 외에 이것저것 붙이려던 말 많았는데 새벽이라 멍해서 걍 못하겠다. 켄스케 파트는 언제나 속도가 안나더라. 카오레이쪽은 카오레이만 아니면 또 핵꿀잼인데 아 ㅋㅋ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36

고정닉 1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263884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83) [10] ㅇㅇ(14.6) 21.07.25 515 32
263483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82) [6] ㅇㅇ(14.6) 21.07.23 522 35
263175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81) [9] ㅇㅇ(14.6) 21.07.22 503 36
262681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80) [10] ㅇㅇ(14.6) 21.07.21 486 35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79) [14] ㅇㅇ(14.6) 21.07.20 717 36
261493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78) [7] ㅇㅇ(14.6) 21.07.17 608 35
261300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77) [19] ㅇㅇ(14.6) 21.07.16 638 42
261032 일반 advice and trust 카오루 이새끼 내가볼땐 ㅇㅇ(1.235) 21.07.16 128 6
261019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76) [11] ㅇㅇ(14.6) 21.07.16 512 40
260718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75) [16] ㅇㅇ(14.6) 21.07.14 547 40
260339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74) [12] ㅇㅇ(14.6) 21.07.13 590 37
259651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73) [15] ㅇㅇ(14.6) 21.07.11 592 40
258964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72) [15] ㅇㅇ(14.6) 21.07.10 599 35
258438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71) [15] ㅇㅇ(14.6) 21.07.08 525 36
258139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70) [20] ㅇㅇ(14.6) 21.07.07 563 36
258068 일반 아이 시발 [6] 1대_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07 195 4
257703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69) [11] ㅇㅇ(14.6) 21.07.06 534 35
257057 일반 advice and trust 카오레이 전개로 감? [2] ㅇㅇ(1.235) 21.07.05 169 2
257045 일반 카오레이에 대하여 [2] 1대_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7.05 156 5
257041 번역/ LAS/번역 Advice and Trust (68) [9] ㅇㅇ(14.6) 21.07.05 555 32

게시물은 1만 개 단위로 검색됩니다.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