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쏟아지는 헌터물을 보면

설정이 다 거기서 거기인데.

이건 작가들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정형화된 세계관을 가져다 써서 그런 거잖아.

몬스터의 출현으로 사회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됐으며, 어떻게 변화됐으며.

어떤 연유로 헌터가 생겨났고, 헌터가 어떻게 인정을 받게 됐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됐고.

이런 걸 진지하게 고민한 작가는 얼마 없을 걸.

그냥 원래 있던 설정 대로 몬스터가 나타났으니까 돈이 되고, 인간이 능력을 각성했으니까 헌터 짓 하고, 거대 길드가 갑질 좀 하고.

지금까지는 소설이니까, 그래도 어찌어찌 말이 되니까 다수의 독자들을 납득시키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만약 이런 정형화된 세계관 없이 글을 쓰라고 한다면?

세계관을 새로 창조하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 못할 걸.

현재 웹소설 작가들은 새로운 뭔가를 창조할 능력이 없을 거야.

기존의 것을 따라하거나, 약간 비틀거나, 혹은 과거의 것을 꺼내거나.

셋 중 하나밖에 못할 거임.

이게 어떻게 보면 창작가로서 되게 부끄러운 일인데.

다들 딱히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더라.

독자들이 이런 걸 원치 않는다. 새로운 걸 쓰면 망한다고 하는 작가들도 있는데.

아니지. 독자는 그냥 요구하지 않을 뿐이야.

똑같아 보이지만 많이 다름. 독자가 새로운 걸 내밀었을 때 거부하는 건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야. 새로운 것이라 그런 게 아니라.

무릇 작가라면 좀 더 발전적이고, 창의적이고, 자신만의 개성을 글에 담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독자가 즐길 수 있게 해야 할 텐데.

그게 안 되니까 독자는 이걸 원하지 않는다고 자위하면서 기존의 세계관에 안주하지.

독자가 개돼지가 아니라.

이런 작가들이 진짜 개돼지다.

독자가 주는 사료만 얻어먹고 꿀꿀거리면서 그게 잘난 줄 알아.

이렇게 적긴 했는데.

사실 나는 뭐든지 잘 먹는 토종 순혈 누렁이라서 요즘 시장에 큰 불만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