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들>은 21세기 '농촌활동(이하 '농활')'의 이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며 학생운동은 쇠퇴한다.

그에 맞물려 학생운동의 주요 활동 중 하나였던 '농활'도 그 의의가 다소 손상한다.

그로 인해 요즘 많은 이들이 '농활'을 '농촌봉사활동'이나 '농촌체험활동'으로 잘못 알게 되는데, 이는 나름 권위를 지니고 있다는 메이저 언론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사실 '농활'은 '봉사'나 '체험'에 중점을 두는 활동이 아니다.

'농활'의 기원은 1930년대 '농촌계몽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시기 일제의 수탈과 교육 억압으로 우리 농촌의 삶은 더욱 고달파졌는데, 이런 사회 문제를 타개하고 민족정신 고취와 계몽을 위해 학생들은 농촌으로 향한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가 그 시기 학생들의 의식 활동을 잘 담아내고 있다.

70~80년대 학생운동의 발달과 함께 '농활'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었고, 새로운 개념이 정립된다.

농촌현장에 들어가 농민과의 만남을 통하여 모순의 척결을 지향하는 집단적이며 의식적인 학생 활동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농촌활동을 두고 학생운동가뿐 아니라 각 사회 구성원들은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고학력 학생들이 농민을 상대로 '계몽운동'하는 일은 계층차별 요소를 담고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학생들의 일방적인 대농민 의식화 활동이 아니라 농민과 대등한 관계를 갖는 활동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후 학생과 농민이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의식을 공유하는 '농민학생연대활동'이 기존 '농활'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상록수>의 등장인물 '채영신'은 농촌계몽활동에 일생을 바친 학생 운동가다.

'채영신' 농촌 문맹 퇴치를 위한 한글교육에 힘을 쏟는다.

<가시나들>도 기본적으로는 할머니들을 상대로 한 한글교육이 주요 뼈대다.

그런데 <가시나들> 속 한글교육은 다른 주제를 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

짝꿍들은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계층 우위의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할머니들이 긴 세월 축적한 경험을 짝꿍들이 배우는 장면이 더 많다.

진달래꽃은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쑥버무리를 만드는 법, 술자리 예절, 고스톱 치는 법 등 짝꿍들은 어른에게만 배울 수 있는 갖가지 지식을 얻는다.

할머니와 짝꿍간의 지식 교환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

그들은 서로의 모습을 배우며 감정 공유를 통해 정을 쌓는다.

<가시나들>이 시청자로부터 받은 호평의 이유는 "불편한 장면이 없다"는 점인데, 출연자간의 대등한 관계가 그 근간이 된다.

시대 요구에 따른 21세기 '농활'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서로 존중하고, 서로 처한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 배운다.

시청자는 <가시나들>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도시와 농촌의 간격을 줄이고, 세대간의 간격을 줄이는 경험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