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한민국은 '관찰 예능'의 늪에 빠졌다.

무수히 많은 관찰 예능이 범람하고 있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을 가리지 않고 어떤 채널을 틀어도 관찰 예능이 방영 중이다.

관찰 예능은 현재 '서바이벌 예능'과 함께 대한민국 예능계를 지배하고 있는 포맷이다.

서바이벌 예능이 자극적인 연출로 시청자의 말초 신경을 자극한다면, 관찰 예능은 상대적으로 '공감' 요소를 중요하게 다룬다.

갖가지 상황에 놓인 출연자의 일상 모습을 관찰하며 시청자는 감정을 공유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나 많은 관찰 예능에서 발생하는 '감정 공유' 요소는 인위적인 연출에 의한 '답정너' 경향이 강하다.

시청자가 느끼게 될 감정을 미리 정해두고 강요한다.

상황 해석을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출연자의 생각을 자막을 통해 시청자에게 설명하여 인위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리얼리티'를 표방하지만, 작위적인 연출로 만든 '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이다.

최근 많은 시청자가 관찰 예능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유는 이런 '가짜 리얼리티'를 근간으로 하는 연출 때문이다.

다른 이의 은밀한 사생활을 '관음'해야하는 근본적인 문제, 그리고 흥미 유발을 위한 인위적인 연출 문제. 

관찰 예능의 자극적이고 뻔한 극의 흐름은 꾸준히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지만, 욕만 먹는 막장 드라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소재지만, 다 비슷한 느낌이다.

이런 관찰 예능의 늪에 빠진 시청자에게 <가시나들>은 참으로 참신한 예능이다.

<가시나들>은 인위적인 연출로 특정 감정을 시청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인위적인 리액션 훈련이 된 연예인 짝꿍들은 할머니들의 의외성에 맞춰가는 경향이 강하다.

극의 흐름은 할머니들의 주도한다.

기어코 제작진 '양반'들을 밥상 앞에 앉히거나, 짝꿍 자랑 '배틀'을 하거나, 그림을 망치고 "조졌다"고 말한다.

재밌는 점은 짝꿍들이 할머니들과 정을 쌓고 감정을 공유하면서 리액션 방향이 점차 바뀌는 부분이다.

짝꿍들은 초반에는 할머니들의 '반응'에 보조를 맞춰 '재반응'하는 역할에 그쳤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스스로 반응을 주도하여 할머니들의 재반응을 끌어내는 역할로 바뀐다.

친분이 두터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역할의 변화는 기존 관찰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좀 더 사실적이다.

기존 관찰 예능에서 출연자의 활동 공간은 개인적인 공간으로 볼 수 없다.

개인적인 장소라도 그곳은 엄연한 촬영장이다.

출연자의 마음가짐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작위적이다.

그런데 <가시나들>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은 상대적으로 덜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그 이유는 출연자간의 소통이 방송 이상의 위상을 얻은 덕분이다.

방송은 단지 출연자간의 연결을 유도한 매개체에 지나지 않고, 카메라는 출연자간의 소통을 담담히 담아낼 뿐이다.

기존 관찰 예능보다 훨씬 다큐멘터리 요소가 강하다.

교사, 반장, 짝꿍들은 할머니들을 자신의 공간으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들의 공간 안으로 들어간다.

시청자도 촬영장 속이 아니라 그들의 공간으로 함께 들어간다.

뻔하고 작위적인 설정으로 비슷한 감정만 유발하는 기존 관찰 예능과 달리, <가시나들>은 관찰 예능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가시나들>의 연출이 더 진실성 짙게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