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PD는 예능 연출 이전에 이미 이름을 날린(?) PD다.

MBC 입사 이후 얼마 되지 않아 파업에 동참했고, 징계를 받았다.

좌천 이후 한 사이트에 MBC 지도부를 겨냥한 만화를 올렸다가, MBC 최연소 해직 언론인이 되었다.

이 당돌한 젊은 PD의 첫 메인 연출작은 뜻밖에 힐링 예능이었다.

바로 <가시나들>이다.

평소 구상 중이던 포맷이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된 권성민 PD는 직접 김재환 감독에게 연락을 취한다.

둘은 협력 하에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만들기로 하고, 그렇게 <가시나들>과 <칠곡 가시나들>은 탄생한다.

권성민 PD가 처음 <가시나들> 기획안을 들고 파일럿부장을 찾아갔을 때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사실상 불가 통보를 받는다.

이런 예능이 과연 시청자의 입맛에 맞겠냐는 이유다.

그러나 권성민 PD는 꾸준히 시도하여 방영 결정을 얻어낸다.

2화로 줄이라던 상부의 지시에도 굴복하지 않고 끝내 4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을 완성한다.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평단의 호평은 엄청났다.

평소 쓴소리만 내뱉던 대중매체 비평가들이 입을 모아 호평하고, MBC 시청자 게시판은 응원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매체를 가리지 않고 공익성과 재미를 다 갖춘 완성도 높은 예능이란 칭찬이 쏟아졌다.

젊은 PD의 첫 메인 연출작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좋은 반응이었다.

권성민 PD의 등장가 <가시나들>에서 보여준 탄탄한 내공은 향후 MBC 예능국의 미래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한정된 편성 분량 속에서 젊은 PD가 곧바로 기회를 잡는 일은 쉽지 않다.

<가시나들>은 <마이리텔텔레비젼> 이후 실로 오랜만에 MBC의 젊은 PD가 평단의 호평을 받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MBC 예능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권성민 PD에게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회는 다른 포맷으로 전환하기 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역량으로 기획한 <가시나들>을 통해서 주어지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공익성과 재미를 다 갖춘 예능은 흔치 않다.

건강한 방송 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가시나들>은 살아남아야 한다.

MBC는 2,000대 초반 공익 예능 바람을 주도했던 방송국이다.

이번에도 MBC는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

전도유망한 젊은 PD의 기도 살려주고, 착한 예능이 대우받을 수 있다는 훌륭한 사례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