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주위에 있을지도 모르는 『츠쿠야미』를 경계하며

우리는 타무라히메를 중심으로 큰 나무 근처에 앉았다.

타무라히메 미코토

…그건 그렇고, 그 두 사람은 누군가?

아카사카 미유키

이 아이는 치사메, 내 협력자야. 그리고 이 사람은…

미나이 토모에

나는 그냥 따라온 사람이야. …아, 이야기는 듣겠지만

끼어들 생각을 없으니 안심해.

타무라히메 미코토

..뭐, 됐느니라. 여기에 있는 걸 허락하겠느니라.

분위기가 바뀌어서 그런지, 타무라히메는

원래의 불손한 태도를 되찾았다.

…이번에도 열받게 하면 꿀밤을 먹여주겠어.

혼신의 파워를 담은 아픈 녀석을 먹여줄거야.

아카사카 미유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우리가 있던

쇼와 58년의 그 『히나미자와』는 뭐야? 현실이 아니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길어질 테니 잘 듣도록 하거라.

타무라히메는 그렇게 서두를 깔고 입을 열었다.

타무라히메 미코토

…미유키와 나오, 그리고 카즈호가 겪었던 그 히나미자와는

본래라면 확실히 과거였을 터인 『세계』느니라.

…하지만, 그건 별개의 『과거』와

부분적으로 바뀌어, 모순이 생겼느니라.

어느 정도의 모순을 없애기 위해 『인과율』의 법칙에 따라

끼워 맞춘 게 이 『세계』의 정체니라…

아카사카 미유키

그러니까… 과거의 『세계』에 우리가

간섭했기 때문에, 이 세계로 바뀌었다는 얘기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그 말이 거의 맞느니라. 하지만, 그건 정확하지 않느니라.

그대들은 어디까지나 『인과율』을 이어서 붙이는

접점에 동요를 주는 『계기』에 지나지 않느니라.

그렇기에 과거가 미래와 연관된 흐름이 부서지고,

변화가 일어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라.

쿠로사와 치사메

그 말은 즉… 미유키 일행의 간섭은 이 세계에 있어서

무관계하진 않지만, 치명상을 입힐 정도는 아니란거네.

타무라히메 미코토

그 말이 맞느니라. 사람의 몸으로 세계에

치명상을 입히는 일 따위, 보통은 생각할 수 없느니라.

호우타니 나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어.

그 치명상이라는 건 대체 뭔데?

타무라히메 미코토

그걸 알고 있었다면 진작 대책을 세웠겠지.

아카사카 미유키

…그러니까, 결국은 모른단거네.

쿠로사와 치사메

아니, 꼭 그런 것도 아니야. 처음에 과거를 바꿔서

현재와 미래를 바꿔버린 원인이 존재하고…

그 말은 이 순간에도 과거는 계속 바뀌고 있어. 게다가 무언가의 의사를 가지고 말이지.

타무라히메 미코토

그 말대로니라. 난 그 정체를 밝히고 움직임을

봉인하기 위해, 그대들을 이용한 것이니라.

하지만, 적이 한층 더 강했기에, 그대들이 있던 『과거』는

연결점을 잃어버리고… 세계의 이치에 따라 폐기된 운명이 되었느니라.

그래서 나는 그대를 구하려고 생각해서,

찢어질 정도의 아픔을 참으며 세 명을 탈출 시키는 비상수단을 선택했느니라.

그럼에도 도중에 누군가의 방해가 생기고… 그에 대항하였기에

그대들 세 명을 이쪽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느슨해져 버렸느니라.

호우타니 나오

그래서… 나와 미유키는 원래 『세계』로 돌아왔지만

카즈호만 남겨져 버렸다는 거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아마도 그럴 것이느니라.

아카사카 미유키

…카즈호는 결국 어떻게 된거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나의, 이치를 추적하는 힘에 따르면, 카즈하는

본래의 과거와 바뀌게 된 다른 『과거』로 전이된 모양이니라.

쿠로사와 치사메

순식간에 이야기가 복잡해졌네…

그러니까, 무슨 얘기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카즈호는 미유키 일행이 지금 여기 존재하는

『세계』로부터 파생되어 출현한…

또 다른 『쇼와 58년』에 존재하느니라.

호우타니 나오

그러니까… 그 말은, 댐 밑으로 가라앉도록 결정된

과거의 『히나미자와』라는 거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그 말이 맞느니라. 모든 건 미래와 과거가

서로 바르게 이어져있던 인과가 끊어져

따로 떨어진 『세계』에 접속했기 때문이니라.

쿠로사와 치사메

과거가 변화하고, 미래가 바뀐 건가.

아니면 반대인건가… 어려운 일이네.

호우타니 나오

어느 쪽이라도 제대로 된 상황은 아니라는 게 확실하네.

아카사카 미유키

아- 이야기가 정말 복잡하네! 그러니까

카즈호를 데려오기 위해선 어떡하면 되는건데?!

타무라히메 미코토

이전의 『세계』에서 간섭했던 것과 똑같느니라. 『문』을 열먼

그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고, 데려올 가능성도 있느니라.

아카사카 미유키

그럼, 그 문을 열어줘!

바로 가서 카즈호를 데리고 돌아올거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끝까지 이야기를 듣거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느라.

이 세계의 신목을 옮긴 것 때문인지, 나의 힘은 크게 떨어져 있느니라.

적의 방해에 늦게 대처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니라.

지금 힘으로는 문을 열어도 한 명만 보내는 게 고작이니라…

호우타니 나오

…한 명밖에 보낼 수 없는거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나도 만능은 아니니라.

…한 명이 될거라는 보증도 확실하지 않느니라.

아카사카 미유키

그러니까… 무슨 말이야?

평소와 같지 않은 진지한 얼굴로

타무라히메는 우리의 얼굴을 둘러본다. 그리고,

타무라히메  미코토

게다가, 이 『세계』의 『숙명의 계시』는

어떠한 연유로 인해 본래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느니라.

그러니 일방적으로 통행할 수 있는 보증도 없느니라.

쿠로사와 치사메

그럼, 한 명조차 카즈호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을지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는 건가… 힘든 상황이네.

아카사카 미유키

……

조금 구름이 꼈기 때문일까.

태양이 가려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쓸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꽤나 위험이 크다.

하지만… 자시의 목숨 뿐만 아니라 카즈호의 목숨도 걸려있다.

무모한 도박은 그녀를 말려들게 할 뿐이야.

호우타니 나오

있잖아, 타무라히메. 애초에 『숙명의 계시』는 뭐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본질적으로 너희들이 모은 『조각』과 같은 것이니라.

『숙명의 계시』는 『조각』을 수집해서… 본래 형태에 가깝게 만든 것이니라.

아카사카 미유키

그러니까, 『조각』의 상위호환이 『숙명의 계시』?

타무라히메 미코토

난폭한 설명이지만, 대체로 그 말이 맞느니라.

아카사카 미유키

그럼, 이걸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은 보따리를 내민다.

아카사카 미유키

우리가 쇼와의 히나미자와에서 모은 『조각』!

이게 있으면 카즈호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거지?!

이야기를 듣지하니, 카즈호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타무라히메의 파워 부족을 보충해 줄 필요가 있다.

아카사카 미유키

(『조각』이 하위호환이라면,

질은 둘째치고 양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가능할거야…!)

보따리를 열어 내용물을 보여준다.

그러자 타무라히메는 그걸 슬쩍 보고선…

타무라히메 미코토

…아니, 이걸로는 부족하느니라.

한 마디 말로 버려졌다…

아카사카 미유키

큭… 그럼, 그러면, 이 세계의 『츠쿠야미』를

계속 쓰러뜨려서 『조각』을 모으면…!

호우타니 나오

미유키, 생각해봐. 이 세계에 왔을 때

『츠쿠야미』랑 그 촌장님을 쓰러뜨린 일을.

아무리 찾아봐도 『조각』이 떨어지지 않았어.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조각을 모을 생각이야?

아카사카 미유키

어? 그랬었나?

이 『세계』에 온 직후는 도망치느라 바빠서,

아까는 쓰러진 촌장과 신주님의

안부가 걱정되어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카사카 미유키

그러고보니 못 봤던 것 같아…

쿠로사와 치사메

촌장과 신주를 쓰러뜨렸을 때 떨어진 건 이 검은 『카드』뿐이었어

…다른 물건은 아무 것도 떨어지지 않았지.

아카사카 미유키

검은 『카드』?

나는 아까 주웠던 검은 『카드』를 꺼낸다.

그걸 보고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아카사카 미유키

…저기, 타무라히메! 우리의 『카드』는 원래 『조각』으로

만들어 졌다고 말하지 않았어?!

타무라히메 미코토

맞느니라. …하지만, 그 검은 패는 본래의 패보다

약해져있느니라. 한 장만 갖고는 턱도 없느니라.

아카사카 미유키

그렇겠지. …하지만, 이 『카드』가 많이 있다면 어떨까?!

전속력으로 치사메와 함께 산길을 달리며 올라간다.

이 길을 지나는 건 두번째지만,

발걸음이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아카사카 미유키

제구전에서 가져왔어~

거기 있는 모든 검은 『카드』와 검은 『조각』!

미나이 토모에

벌써 왔어? 빠르구나~

아카사카 미유키

두 사람이나 다녀왔으니까요. 식은 죽 먹기죠♪

쿠로사와 치사메

으…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 뿐이야.

난 산을 오르는 건 익숙하지 않다고. …진짜

불만을 잔뜩 토하며 치사메는 가지고 있던 검은 상자를 천천히 지면에 내려 놓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는다. …숨이 차지 않는다니, 역시 치사메야.

호우타니 나오

그러고 보니, 촌장님의 상태는?

아카사카 미유키

숨은 쉬고 있었지만… 아직 쓰러져있었어.

호우타니 나오

그럼, 아무 말도 없이 가져왔구나… 괜찮은거야?

아카사카 미유키

혼난다면… 뭐, 어떻게든 얼버무려야지.

그리고 우리는 검은 『카드』와 검은 『조각』이

가득 담긴 상자를 타무라히메에게 내민다.

아카사카 미유키

어때? 역시 부족해?

타무라히메 미코토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양을…!

순도는 떨어졌다고 해도, 지금도 힘을 숨기고 있느니라.

이만큼이나 있으면 나의 능력도 정화하고 정제하며

『숙명의 계시』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되느니라.

아카사카 미유키

아싸!

전속력으로 산을 오르락내리락 한 피로도 잊고

양팔을 하늘로 뻗어 만세를 한다.

호우타니 나오

이걸로 몇 명이나 보낼 수 있어?

타무라히메 미코토

…카즈호도 포함해서 돌아오는 길까지

생각하면 역시 한 명 정도가 되느니라.

아카사카 미유키

뭐?! 이렇게나 있는데도 역시 한 명 뿐이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정제하면 양은 떨어지느니라. 하지만,

이번에는 카즈호가 있는 곳으로 확실히 보낼 수 있다는 보증이 있느니라.

쿠로사와 치사메

그럼… 불확실한 기차표가

확실한 한정 왕복기차권이 되었다는 이야기네.

호우타니 나오

…어찌되든 두 사람을 돌아오게 할 수 있는

확률만은 보증해 주는 거네.

타무라히메 미코토

맞느니라.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해 보이느니라.

호우타니 나오

그럼 정해졌네. 내가 갈게.

아카사카 미유키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어.

확실히 현 상황에서 나오가 가는 게 최선인 건 명백하다.

치사메는 카즈호의 얼굴조차 모르고,

나에겐 엄마의 존재라는 속박이 있다.

무엇보다 카즈호가 있는 『세계』에서

나오의 엄마가 감염된 『잠드는 병』의

치료수단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호우타니 나오

내가 가도 괜찮겠지?

아카사카 미유키

솔직히 말하면, 너 하나만 보내기엔 너무 불안해…

하지만, 다른 선택지도 없어.

호우타니 나오

너도 잘 알고 있네.

그럼 타무라히메, 얼른…

아카사카 미유키

…기다려, 나오.

나오의 팔을 잡고, 붙들어 놓는다.

아카사카 미유키

나, 나오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어.

호우타니 나오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카즈호를 헤이세이에 데려오고 나서 자세히 들을게.

아카사카 미유키

아니, 지금 들어줬으면 해.

…키미요시 카즈호에 대한 이야기니까.

호우타니 나오

카즈호 이야기라니… 무슨 말이야?

그 아이에 대해서 미유키가 뭘 알고 있는거야?

아카사카 미유키

알고 있다고 해야되나… 여기에 오기 전에 

알아버리고 말았어. 솔직히 말해서 말하기를 망설였어.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하지만, 나오에게 이야기 할 기회는 지금밖에 없었다.

나오가 그 『세계』에서 카즈호와 만나기 전인 지금밖에…!

아카사카 미유키

카즈호는… 없었어.

호우타니 나오

응…?

아카사카 미유키

이 『세계』에 카즈호는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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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호 너무 불쌍해

어릴 땐 가족을 모두 잃고

1부에선 본인이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로 떨어지고

2부에선 혼자 쇼와로 떨어지고

본인 출연이 없는 2부 헤이세이에선 존재도 안함

아무튼 이걸로 2부 헤이세이 2장도 끝.

분량이 많아 나눠서 올림.

여전히 끊는 타이밍이 드라마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