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K-경영권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돈굴리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21 16:19:12
조회 551 추천 1 댓글 1
														

<K-경영권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 2021년 1월 11일 10시 30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청 강연>

오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 되었습니다. 

정준영 판사가 양형의 주요 근거로 삼겠다고 한 “준법감시위 활동이 실효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재판부는 “(감시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법행위 유형에 맞춘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 하는데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준법감시위원회가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숙제를 했다고 해도 과연 양형에 반영해야 하는지 애초에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멤버인 존경하는 선배,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김우진 교수님의 초청으로 2021년 1월 11일 10시 30분, 삼성생명 서초타워 A동 28층의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 가 삼성 지배구조의 미래 및 준법감시위원회의 미래 활동에 대해 조언을 해 드렸습니다. 별 것 아닌 활동이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비공개로 진행했으나, 이제 선고가 끝났기에 제가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 그리고 준법감시위원회에 했던 제언들을 투명하게 밝혀 둡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이 제언들이 현실에서 반영되어 국가의 중요한 전략적 사업자산인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40분을 말한 내용이니 정말 길어서 왠만한 인내심이 아니면 읽지 못할 것인데 투명성을 위해 기록용으로 남깁니다. 제 입을 빌어 말씀 했지만 아래의 내용은 제 동료들과 지인,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항상 대화하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서 회계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한상 교수입니다.

오늘 존경하는 김우진 교수님께서 초청해 주셔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와 K-경영권과 한국 지배구조의 미래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제안을 받고 잠시 망설였습니다. 제가 여기 계신 분들의 경험과 학식에는 턱없이 모자라 뭘 말씀드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러울 것 같아서입니다. 하지만 젊은 사람, 그리고 약간은 시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다양성 차원에서 경청하시는 것으로 알고 허심탄회하게 말씀 올리겠습니다.

xxx 상무님을 통해 xx대학교 xxx 교수님께서 이미 기업지배구조와 한국의 재벌문제에 대해 상세한 일반론을 말씀 드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추상적인 이야기보다는 구체적인 두가지 문제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하나는 (1) 삼성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가, 어떤 선택이 남아 있는가, 그리고 다른 하나는 (2) 그 과정에서 준법감시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이 두가지입니다.

제가 아는 것이 적어 이러한 두가지 문제에 대해 오래 고민하셨던 동료나 지인들에게 오늘 위원회에 간다고 알려드리고 무슨 얘기를 했으면 하느냐 의견을 구했습니다. 

그랬더니, 많은 분들이 대답을 해주시기 보다는 이교수, 거길 왜가나? 이재용 부회장 재판 선고가 18일인데, 11일 가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 도움이 되는 발언을 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해 보았는가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강연 사실이 알려지면 이교수 평판에 뭐 좋을 일이 없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러한 염려에도 불구하고 제가 오늘 여기 온 이유는, 제 강연이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미칠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인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제담론에 있어 삼성의 기업거버넌스 문제만큼 한국의 경제와 자본시장의 앞날에 중요한 임팩트(impact)가 있는 문제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진영논리, 즉 좌파냐 우파냐, 진보냐 보수냐로 나뉘어 적대적 태도를 취하며 실질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과 대화를 하지 않는 기성 세대의 학자들이나 경제인들과는 다르게 저는 나름의 대안을 여기 계신 여러분께 제시하고 작더라도 개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두가지 문제를 말씀 드렸는데 일단 상대적으로 쉬운 두번째 문제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즉, 준법감시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어떤 조직이나 시스템도 목적, 구조, 기능의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선 준법감시위원회는 왜 태어났고, 그 목적은 무엇인가? 사실관계만 따져 보겠습니다.

대법원전 원합의체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86억원을 삼성 계열사로부터 횡령해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행위를 유죄로 확정해 파기환송심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치유적 사법’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 삼성그룹에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주문하고 그 활동을 이 부회장의 양형에 고려할 것이라고 선언해 삼성이 만든 것이 준법감시위원회입니다.

문제는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와 같은 치유적 사법은 미국의 경우 기업 범죄에 대한 정상참작 사유지 개인 범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법원이 확정한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는 개인이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돈을 횡령해 경영권 세습을 위해 뇌물로 제공한 범죄이고, 삼성전자라는 기업은 이런 개인 범죄의 피해자일 뿐입니다. 

제가 여러분이 다 아시는 뻔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태생적인 문제점 두가지를 지적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는 이것이 삼성이라는 기업그룹의 준법감시를 위한 것이냐 아니면 이재용이라는 지배주주와 관련된 기업지배구조 감독을 위한 것이냐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 조직이 정준형 부장판사의 주문에 의해 타율적으로 급하게 만들어진 관계로 아직도 명확한 법적 권한과 활동범위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결과적으로 양형 참작을 위해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이 적절했는가를 판단한 지난 12월 14일의 전문심리위원 보고서를 보게 되면 강일원, 김경수, 홍순탁 세분의 톤과 뉘앙스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판부가 흡족하다고 생각할 만한 정도의 합격점은 받지 못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21일 재판부가 내린 석명준비명령을 보면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의 공통적 의견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습니다.

“준법감시위원회와 준법감시조직이 최고경영진의 경영권 승계 관련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려면 (1)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유형별로 최대한 사전에 예상하여 발생 가능한 위험을 정의하고, (2)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위법행위 가능성이 인지되면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보고하고 관련자에 대한 주요보직 배제 등 적절한 조치를 적시에 할 수 있어야 함” (보고서 8쪽)

그리고 석명사항으로 (1) 이병철 회장의 전두환 뇌물 220억, (2) 이건희 회장의 노태우 뇌물 100억, (3) 이건희 회장의 SDS신주인수권부 사채 저가 발행 및 이재용 남매의 인수, (4) 구조조정본부의 김대중 대통령 아들 김홍업에 대한 활동비 5억 증여, (5) 삼성그룹의 이명박 대통령 법률 수임료 대납, (5) 삼성그룹 임원 전용배의 이건희 회장 비자금 조성 및 조세포탈, 이에 따른 전용배의 유죄판결, (6) 삼성물산 자금으로 이건희 회장 소유 한남동 주택 공사비 지급, 그로 인한 삼성물산 임직원 횡령 처벌, (7)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지원 T/F 소식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혐의 및 유죄판결 특히 2017년 2월 미래전략실의 해체된 이후 사업지원 T/F가 2017년 11월에 신설되어 계열사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과 관련하여 법적 위험의 평가와 발생원인의 분석 및 방지수단의 마련을 적시했습니다.

역대 삼성 총수가 관여한 8개 범행에 대해 위험 유형화 작업이 이뤄졌는지 답변을 지난달 24일까지 제출하라고 한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측은 준법감시위의 대외후원금 심의 강화 등으로 총수 관련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24일 제출하고, 재판 막바지인 30일 경영권 승계, 미래전략실 후신 격인 사업지원TF 등과 관련한 위험 유형화 작업은 추후 진행하겠다는 74쪽의 의견서를 제출하였지만 재판부에서 반려되었고, 결과적으로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이 양형에 고려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준법감시위원회의 법적권한과 활동범위를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러한 작업을 하는 것이 약간은 버겁지 않았었나 생각합니다. xxx 상무님께서 제공해 주신 준법감시위원회 조직의 운영규정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위원회 설치 근거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회사(이하 '관계사')가 자율적으로 체결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이 관계사의 범위에서 왜 지금 회계처리가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삼성바이오에피스 그리고 승계작업 특히 합병과 관련한 실무 일부를 담당한 삼성증권 이 핵심 계열사 두개가 빠져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위원회의 권한은 (1) 관계사들의 [대외후원금 지출]에 관한 검토 및 의견 제시, (2) 관계사들의 아래 [내부거래]에 관한 검토 및 의견 제시, (3) 관계사들의 [기타 거래]에 관한 의견 제시, (4) 관계사들의 준법감시 프로그램 또는 시스템에 대한 감독 및 권고, (5) 관계사들에 대한 조사, 보고, 시정조치 요구, 직접조사, (6) 관계사들의 보고 수령, (7) 관계사에 대한 의견 제시, (8) 제보 처리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역대 총수의 8개 위법사항에 대한 유형화 및 법적 위험의 평가와 발생원인의 분석 그리고 방지수단의 마련, 특히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사업지원 T/F로 이어지는 소위 콘트롤 타워에 대한 조사를 할 권한이 충분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법원의 석명 사항을 고려해 보면 법원과 국민의 관심은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 및 지배주주와 관련된 기업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을 다루어 주기를 바라는 반면, 준법감시위원회에게 실제로 주어진 권한은 그러한 문제의 수단으로 이용된 자금거래 및 내부거래의 형식적 준법감시로 보입니다. 

또한 위원회의 권고 효력과 관련하여서도, 위원회의 권고 또는 요구를 관계사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일정한 경우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그 사실을 공표하는 것으로 법적 강제력이 없습니다. 결국 현재의 구조에서는 위원회가 삼성 지배구조 및 준법감시와 관련해 총수의 개인적 이해와 배치되는 결론을 내리고 삼성계열사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여론 및 위원 총사퇴 압박 등 정치적인 제스쳐 이외에는 특별한 법적 강제력이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원회의 존속과 관련하여서도 지배주주와 삼성계열사의 준법을 감시하고 지배구조의 적정성을 도모하는 조직이 그 계속성을 지배주주의 선의와 의지, 그리고 계열사간의 자발적인 느슨한 협약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점은 국민들에게 과연 이 조직이 이재용 부회장의 법적 문제가 다 종료된 이후에도 살아 남아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 사항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을 돌아보면 이 조직이 지배주주, 삼성계열사 그리고 국민들에게 유의미한 활동을 해 왔음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발표를 통해 △경영권 4세 비승계 △무노조 경영 철폐 △시민사회 소통 강화와 같은 굵직한 대국민 약속을 할 수 있도록 견인했습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 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선언했고,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삼성 5개 전자 계열사가 노조와 단체교섭 중이며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단체협약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부분이 준법감시위원회에게 주어진 역할과 권한은 아니지만 준법감시위원회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앞으로 준법감시위원회가 살아 남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 것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지난해 5월 이재용 회장의 대국민 발표를 통해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점을 약속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의 비아냥처럼 이재용 회장의 법적 문제가 종결된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준법감시위원회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적한 문제들, 즉 위원회 존재의 법적 근거가 자율적 협약이라는 느슨한 양해각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국민들의 관심사는 삼성의 지배주주가 향후 삼성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어떠한 행보를 보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임에도 현재의 권한은 문자 그대로 준법감시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 그나마 어떠한 권고가 나오고 그것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강제수단이 없고 여론과 위원 총사퇴와 같은 방법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오늘 첫번째 주제이고 단도직입적으로 가장 중요한 한가지의 제안을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위원 전원이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삼성증권을 포함한 협약사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이 되어 각 협약사의 이사회 하부조직인 준법감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혹은 거버넌스위원회의 위원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가진 후 현재의 준법감시위원회 체계를 유지하여야 합니다. 이 방법이 현재 타력에 의해 법적 근거와 실행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사후적이지만 실효적으로 삼성의 준법과 지배구조의 적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모두 삼성계열사의 이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 드리면, 아 그것 참 좋구나 생각하실 분도 있는데 과연 그럴까요? 여러분들의 문제점을 굳이 아픈 말로 지적하자면 권한도 없지만 그래서 책임도 지지 않는 어드바이저리(advisory)조직이라는 것입니다. 준법을 강제하고 지배구조의 적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직은 결코 자문조직이 되어서는 아니됩니다. 덕담을 하고 받아들여지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어떻게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들, 특히 4세에게 승계하는 문제는 없을 것이다와 같은 한국지배구조의 핵심문제를 다룰 수 있겠습니까? 결국 여러분들이 권한을 가지는 동시에 엄정한 법적 책임도 가지는 위치를 맡아 주셔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말이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고생했으니 꽃가마 태우자 뭐 이런 오해라도 받는 것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제안하는 것은 이런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조금 독특한 방법입니다. 즉, 저는 이번 각 계열사의 주주총회를 통해 여러분들이 상법개정으로 도입된 감사인 분리선출 제도를 통해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제한된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상법개정 사항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잠시 부연 설명하겠습니다. 과거에도 최대주주 등이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3%이상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위 ‘3%룰’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는 ‘①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먼저 선임하고 ②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결정’하는 2단계 구조였기 때문에 두번째 단계에서 ‘3%룰’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첫번째 이사 선임 단계에서 이미 최대주주가 원하는 이사들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그 중 누가 감사위원이 되는지는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상법 개정으로 과거와 달리 선임된 이사 중에서 대주주 3% 제한룰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을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투표를 통해 선임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해당 감사위원 1인은 최대주주 등의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감사위원회 내에서 나머지 감사위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 넣으면서 회사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감사활동이 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잘 활용되고 있지 않지만, 강화된 감사위원회는 상법상 회사의 비용으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감사 관련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삼성계열사들이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여러분을 분리선출하는 사외이사 겸 감사인으로 추천하고, 여러분들이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독립적으로 여러 주주들에 의해 승인 받은 독립적인 감사로 선임되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여러분들께서 각사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이 되신 후 각사의 준법감시, 거버넌스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실질적으로 법적 권한을 가지고 이 자리에 다시 모이실 수 있다면 이 위원회의 위상은 공고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각사의 준법감시, 거버넌스 위원회의 규정을 통일적으로 정비하고, 관련 자원을 활용하여 필요한 독립적 조사가 가능하며, 준법감시위원회에 법적 근거를 부여할 수 있는 여러 후속조치들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30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사업지원TF 및 본인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어떤 조직도 삼성에서 더욱 엄격하게 준법감시를 받게 할 것이다”라는 약속을 하셨습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는 과연 준법감시위원들에게 법적 활동의 근거를 마련해 줄 수 있는지에 달려 있으며 제가 제안하는 바는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여러분들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편하게 권고나 자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못되면 책임을 질 수 있는 무거운 권한을 가지고 준법감시 활동에 더 매진하시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준법감시위원회가 위에 말씀 드린 대로 법적 토대를 구비하였다고 할 때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조금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의 두번째 꼭지인 과연 삼성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가, 어떤 선택이 남아 있는가와 관련하여 이재용 부회장에게 남아 있는 선택은 (1) 현상 유지, (2) 부분적 제도 개선, (3) 근본적 환골탈태 세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1) 현상 유지를 제외하고는 이재용 회장을 도와 그룹 전체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사업지원 T/F로 이어지는 비선실세, 가신들의 반말을 어떻게 제압하고 준법감시 혹은 지배구조 내의 합법적 틀로 포획해 감시할 것인가입니다. 이러한 콘트롤 타워는 심지어 현상 유지 정책을 펴는 경우에도 저항을 할 것이기에 이 문제는 심각한 것입니다.

삼성과 그 지배주주인 이재용 회장의 큰 문제점, 다시 말하면 이재용 회장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불법으로 인한 재판과정은 모두 이 콘트롤 타워가 기획하고 실행한 것입니다. 지배주주는 이 콘트롤 타워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안세력의 부재로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안되었던 상황입니다. 이 콘트롤 타워는 회장의 이해관계로 출발하였겠지만 곧 자신들의 이해, 즉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을 행사하는 맛에 중독되어 스스로의 생존본능을 위해 일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획일화된 집단사고(groupthink), 및 리더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폭포효과(cascade effect)로 결국 치명적 피해를 끼치게 됩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그 증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편향적 의사결정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레드팀(Red Team)’을 제안합니다. 아시다시피 레드팀은 모의 군사훈련시 아군인 블루(Blue team)팀에 대항하는 가상의 적입니다. 구조본, 전략실, 사업지원 T/F가 앞만 보고 달리는 블루팀이라면 준법감시위원회는 그들이 보지 못하는 상황과 돌발변수를 예측하고, 블루팀 전략의 취약점을 발견하고 그 대안을 제안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레드팀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사결정자가 의사결정 과정의 잘못을 지적하는 등의 상황에서 자존심 문제를 버리고 레드팀의 결과물을 존중하는 것인데, 위원장님은 이 부분과 관련하여 지배주주를 충분히 설득하셔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결국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가장 큰 역할은 소위 콘트롤 타워인 구조본, 미전실, 사업지원 T/F가 가지고 있는 유인, 즉 한국형 경영권 즉 K-경영권을 유지 승계하려는 유인을 가진 지배주주에게 불법을 불사하고라도 복무하여 생길 수 있는 법적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입니다. 파기환송심 전문심리위원으로부터 받은 아픈 지적 중 하나도 사업지원 TF가 준법감시위원회의 감시를 받고 있지 않다는 것 아니었습니까?

이를 위해 제가 말씀 드린 대로, 각 계열사의 이사 겸 감사위원이 되셔서 이사회, 감사위원회, 준법지원인과 연계해 법적 기구를 활용해 각사의 준법지원인이 미전실, 사업지원 T/F가 회사가 만들어 놓은 규정에 적합하게 움직이는지 상시 감시하고, 그리고 혹 발생할 문제를 적시에 감지하고 포착하여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하며, 문제가 생긴 경우 담당 임원의 직무 배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위원회의 진정한 기능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사실, 삼성 계열사의 여러 분들과 대화를 해 보면 과거 그리고 현재의 삼성 계열사 준법지원인이 구조본, 미전실, 사업지원 T/F를 실질적으로 감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준법지원인에게 실질적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가진 조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께서는 2020년 송년사를 통해 “(삼성의)커다란 변화 약속이 과연 진정한 의지에 따른 것일지, 아니면 총수 개인의 양형과 맞바꾸기 위해 억지로 꾸며낸 일일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본인과 앞으로 삼성의 역사가 증명해낼 일이다.”고 말씀 하셨다고 보도가 되었습니다. 부회장 본인과 삼성의 역사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책임을 지지 않는 편안한 자문역이라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적극적으로 법적권한을 달라고 요구하고 실제로 법적권한을 가진 자리에서 책임을 가지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때 변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첨언드리자면 지금 같이 법적 근거가 희박한 상태에서 활동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법은 언론을 통해 사회와 소통을 늘이는 것인데 이 점에서 준법감시위원회가 조금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말씀들을 여러 비판적인 기자들에게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밤 10시가 넘어 보도자료가 배포되거나 하는 관행을 개선한다든지, 위원장 및 위원들이 정기적으로 언론과 주요 현안에 대해 질의응답을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존체제에서도 위원회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여지가 있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면서 준법감시위원회 논의는 이정도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혹 준법감시위원회와 관련하여 제가 말씀 드린 사항 중에 질문이 있거나 아니면 제가 말씀 드리지는 않았지만 제3자의 시각에서 준법감시위원회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추가 질문이나 궁금증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오늘 논의하고자 했던 두가지 주제 중 첫번째였던 삼성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가, 어떤 선택이 남아 있는가에 대해 한명의 학자로서 간단한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젊은 분들, 특히 영미권에서 공부를 한 분들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물적 회사로서 주식회사 제도를 잘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한국의 재벌문제에 대해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해 두겠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학자로 경제와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사람이지만 제가 소위 시민사회운동을 하시는 분들과는 항상 조금 다른 스탠스를 취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두가지 점에서 다른데 하나는 재벌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재벌개혁 만능론에 동의하지 않고요, 두번째로는 기업지배구조에 모범규준이 존재한다는 베스트 프랙티스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나씩 설명해 보겠습니다.

한국 경제의 빠른 질적·양적 성장에는 재벌기업의 공이 큽니다. 국가 주도 경제 발전 시기에 정부는 재벌을 하위 파트너로 삼아 전략적 산업정책을 폈고, 부족한 자금은 실질적 마이너스 금리로 우선 배정해 성장시켰습니다. 실패가 발생하면 이 부분을 성공한 재벌에게 인수시켜 국가적 위험관리를 해 왔고요. 

시장이 아닌 국가의 프로젝트 관리는 과잉투자와 중복투자로 몇 차례의 국가적 경제위기를 불렀습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국제금융 세력은 자본이득을 위해 더 이상 이들 재벌과 국가의 명시적 파트너십을 용인하지 않았고, 이후 세계적 분업 질서와 국제금융시장에 잘 적응한 일부 재벌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이건희 회장님의 혜안과 통찰 실행능력이 돋보였던 것입니다.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영미식 기업지배구조가 모범규준이 되면서 재벌의 소유 및 지배구조와 커다란 불협화음을 잉태했습니다. 주주 중심의 소액주주운동이 일어났고,  다단계, 순환, 교차 출자를 이용한 소수지배구조(controlling-minority structure)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형 재벌 지배구조는 내외부 견제장치의 무력화, 경제력 집중,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한 재벌 가문의 사익편취를 방조한다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한국형 경영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K-경영권…. 사실 한국적 의미에서의 경영권이라는 단어는 외국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제권력을 넘어선 사회적 지위를 의미하는 한국형 경영권, 그리고 그러한 경영권을가족 내에서 승계하는 것은 외환위기 전 국가가 눈감아준 전근대적 특권이었습니다. 

새로운 경제 질서로 제시된 영미식 자본주의가 인정하지 않는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재벌들은 내부자 거래와 특수 자본거래를 시도해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했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면 정부는 뒤늦게 상법, 공정거래법, 세법을 손질하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재벌은 형사적 처벌을 감수하는 동시에 또 다른 법적 회피 수단을 개발하며 특수이익을 지켜왔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법정 문제도 이 문제의 연장 선상 아니겠습니까?

재벌그룹은 타도 대상인가. 재벌그룹의 해체가 한국 경제의 문제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가. 저는 회의적입니다. 기존의 재벌 개혁론자들 중 상당수는 재벌 개혁 만병통치론자들인데요, 잘못된 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아시아의 용이었던 국가의 경제계 인사들은 재벌경제를 통해 세계적인 규모의 제국적 기업을 확보한 한국을 부러워합니다. 재벌은 타도나 해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국가경제를 위해 잘 활용해야 하는 전략적 자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한 경제 문제는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외에도 공공부문의 과도한 개입과 비효율, 이중 노동시장, 비효율적인 비대한 자영업군, 사회안전망과 복지국가 건설 등으로 복잡다단하며, 재벌 문제의 개혁만으로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지금까지의 재벌 정책은 효과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벌 정책은 정부-재벌 파트너십의 연장선상에서 진화했습니다. 즉, 재벌 정책은 재벌구조 그 자체를 인정하는 바탕에서 마련된 정책들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공연히 ‘총수’라는 표현을 씁니다. 세법은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해괴한 개념을 인정하고 이를 상속세 할증 요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시장 경쟁을 담보하는 것이 주 임무여야 할 공정위는 재벌대책부처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퇴임한 공직자를 재벌그룹에 취업시키며 재벌과 적대적 공생관계를 구축합니다. 국세청과 검찰도 예외는 아닙니다. 재벌 자체를 인정하고 재벌이 벌이는 잘못된 행위를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상장회사의 기업지배구조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사후약방문으로 공정거래법, 상법, 세법을 열심히 고쳤지만 ‘뛰는 놈 위의 나는 재벌’을 무슨 수로 막겠습니까? 정부도 못 막는 승계작업을 준법감시위원님들은 또 어떻게 잡겠습니까?

그렇다면 제3자적 입장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요? 재벌의 행위 규제는 비효율적입니다. 재벌은 새로운 방식을 찾아낼 것이고, 문제가 되면 막강한 법률자원을 통해 법원에서 사안의 특수성을 이유로 스스로를 구제할 것입니다. 지금 법원이 준법감시위원회에 승계와 관련한 위험 요인을 사전에 특정하라는 요구를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건 정말 기업활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법관들이나 할 수 있는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있어도 지배주주 소위 오너가 마음을 먹고 별동대를 가동하면 현재의 행위 규제 방식, 준법 감시 체계는 다 따돌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원론적인 접근입니다. 예를 들면 이번 공정경제 3법은 재벌의 개별 행위를 규제하지만, 법이 통과돼도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입니다. 차라리 천준범 변호사 제안대로 상법의 원리 조항인 ‘이사진은 회사를 위해 일한다’를 ‘이사진은 모든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한다’로 고치고, 이사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공법을 써야 합니다. 

정부가 나서 상법을 개정하는 이러한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삼성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회사의 정관을 고쳐야 합니다. 회장님이 미래에 약속을 지킬 것인가를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지금 4세 승계를 막는 방법을 컨설팅 용역을 주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현재 단계에서 규정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어떻게 이사회를 구성하고, 준법감시위 같은 기구를 만들어도 안타깝지만 사람들이 진정성을 인정해주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솔직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의 결과와 상관 없이 20년 정도 지배력을 이어 간다는 전제하에 말씀 드리면 형식적인 측면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설사 추가로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해도 개선도가 높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지분 분산이나 이재용 부회장의 2선 후퇴,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로의 전환이 가능할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적 상황에서 반드시 삼성의 장기적 성장에 맞는 방향인지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이 요구했으나 상법에 반영되지 않은 요인들을 정관에 선반영 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예를 들어 이사가 회사의 이익뿐 아니라 모든 주주에 대해 신의성실해야 한다는 조항이라든지, 중요 안건에 대해 ‘Majority of Minority (MOM)’ 규정을 넣어 상법 보다 강화된 주주 보호 조항을 넣는다면 삼성 지배구조의 투명성 개선과 함께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걸 할 수 있을 것인가, 해야 하는가는 삼성과 지배주주의 판단이겠지만 말입니다. 

또한, 삼성의 거래 관계에 있어 ESG를 실천하는 것도 제안해 볼 수 있습니다. ‘선한 영향력’은 장삼이사가 할 수 있는 그런 주제가 아닙니다. 산업 생태계에 중심이 되는 기업이 선도적으로 ESG를 실천하고, 협력업체에게 이를 압박하면서 지키도록 강제하는 방식입니다. 기업 문화를 좋은 측면이든 나쁜 측면이든 선도했던 삼성이 먼저 실천을 하면 국내 기업 문화도 많이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예를 들어 BMW와 애플의 경우 협력업체에게 RE100(Renewable Energy100)을 강요합니다. 최소한 20% 납품을 하면 RE20이라도 하도록 하고요. 협력업체가 중국에 있어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직접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준다든지 하는 방식도 취합니다. 노동 조건이 열악한 협력업체의 경우 납품을 끊는다든지 하는 조치도 취합니다. 노동조건에 있어 악명이 자자했던 폭스콘의 노동조건이 개선된 건 애플의 선한 영향력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삼성이 ESG 기준을 선도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도 삼성이 주주와 경영자라는 작은 이해관계의 갈등을 넘어 주주와 이해관계자간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삼성이 지배구조, 특히 승계문제와 관련하여 단기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단기적으로 할 일은 상법에 앞서 소수주주의 이익도 도모하겠다는 것을 정관에 명시하고 법 위반에 대해 이사회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민사적 소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런 원론적인 방식을 택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장 지주회사의 지배 가문 보유비율은 희석될 것입니다. 원칙이 작동하면 승계를 위한 불법과 탈법, 이를 막기 위한 행위 규제와 형사적 조치와 같은 사회적 소모전을 피할 수 있고, 지배 가문의 후계자들은 영미 자본주의 국가처럼 직접적 경영 참여보다는 대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해 견제 및 자문을 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조금 더 적극적인 사고의 전환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학교에서 연구만 하는 사람의 좁은 소견이니 그냥 하나의 의견이구나 하는 정도로 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재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반감은 단순히 반기업 정서라든지 아니면 무소불위의 행태때문만은 아닙니다. 자본주의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반감이 상당합니다. 김규식 변호사님의 얘기를 빌어보죠. 전근대 사회에서 생산수단, 주로 토지라는 자본은 소수의 세습특권층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전근대 사회에서는 인격과 노동력이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생산수단을 자본가가 소유하지만 인격은 노동력과 분리되고, 자본가는 계약을 통해 노동자로부터 노동을 사지만 인격적으로 지배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생산수단을 노동력을 가진 개인이 소유하지 못하면 나는 왜 타인을 위해 노동력을 소모하는 존재인가라는 인간소외 문제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긍정적인 측면은 누구나 원하면 물적 토대의 상장 주식회사의 주식을 사 자본가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양극화 등 많은 경제 문제들은 국민들 모두가 자본을 획득하는 방식,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 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폭력혁명으로 사회주의를 하거나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것처럼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회사를 좌지우지해 연금사회주의가 되지 않고도 충분히 노동과 인격이 구분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자본가가 되는 사회, 즉 기본배당 자본주의가 가능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학개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사는 것이 단지 시세차익을 노리는 금융투자의 관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생산자본인 삼성을 소유하고 싶다는 열망의 투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경영에도 자본주의적 정의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자본주의적 정의란 무엇인가? 나심 탈레브의 말을 빌어 보겠습니다. 권한과 책임, 위험과 보상이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기업이 운영되는 원칙(기업지배구조)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위험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이익(보상)만 전유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이 자본주의 최대의 적이며 암적인 존재입니다. 자본주의는 신분제를 폐지하고 위험의 선택과 그 결과를 의사결정자가 감수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며 생산력 혁신의 근본입니다.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는 자원배분 권한을 공산당이 가지지만 그 결정이 오류일 경우 발생하는 위험을 공산당은 결코 부담하지 않고 모든 위험이 인민에게 전가되는 시스템입니다. 

사람들이 재벌과 관련하여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소수의 지배주주들이 다수의 비지배 주주를 착취하여 자본을 영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비판에 따르면 지배주주는 주식투자는 투기이며, 주식시장은 작전세력의 온상이고, 금융자본은 탐욕의 화신일 뿐이라며 기업지배구조를 지배계급에게 유리하게 유지하고, 국민들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최고의 경영진이 최고의 성과를 내 생산성을 극대화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등장하는 논리가 회사는 주주의 것이 아니라 회사 자체의 것이고, 이사는 주주 전체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논리라는 비판입니다. 비판자들은 이러한 논리들이 지배주주의 논리로서 공산당의 논리와 놀랍도록 흡사하다고 주장합니다. 시스템 구조상 위험과 보상이 괴리되면, 즉 권한과 책임이 따로 놀면 그 권한을 특정인을 위해 남용하고 이익(보상)을 강탈(수탈)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는 자원배분의 시스템의 문제로서 소득분배정책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근본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산수단을 일부 계급이 전유하거나 자원배분의 독점 권한 및 면책 특권, 즉 K-경영권 따위를 세습하면서, 소득분배 하겠다/복지국가 만들겠다/기본소득 하겠다는 식으로 떠드는 자들은 사기꾼들이며, 이 상태로 한국문명의 진보는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의 기업지배구조 자체도 변화의 여지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대로 저는 재벌개혁 만능론자가 아니며 지배구조에서 베스트 프랙티스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최적의 지배구조는 내생적으로 결정된다, 즉 상황과 시점에 따라 최적의 기업의사 결정을 도모하는 지배구조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배주주가 이사회의 의장으로 기업경영을 감시하고 전문경영인을 부리는 서구식 기업지배구조가 최적의 대안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인정합니다.

특히 한국의 지배주주 가문은 전문경영인 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습니다. 이는 전문경영인들의 사익편취 및 무능, 책임윤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재벌구조가 한국에 능력과 책임윤리를 겸비한 전문경영자들을 많이 배출하지 못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학자들이 한국의 경영행태 중 가장 놀라는 것이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신입사원을 한날 한시에 과거시험으로 뽑아 배치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의 최고경영진 및 임원진을 연말에 한날 한시에 돌려 막기로 배치하는 사장단 인사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전문경영인이 나오는 것이 이상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장기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발 뻗고 자며 자녀들이 돈과 명예, 권력과 사회적 지위를 상대적으로 쉽게 물려주겠다는 인간의 당연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사업회사의 경영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재용 부회장의 입장에서 내재적 접근을 해 보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만들고 아버지가 세계적으로 키운 삼성전자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셨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임직원의 생계가 내 손에 달려 있고, 이 회사를 더 키워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준비를 하기 위해 여러 유수한 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하였을 것이고, 관련 업계의 네트워크를 통해 주요한 인사들을 만나고 사업경영과 관련한 여러 중요한 결정들, 특히 회사의 인수라거나 거액의 투자안등에 최종 의사결정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전략실 및 사업지원 T/F를 통해 경영상황을 파악하고 감시하며 경영활동의 성과를 독려했을 것입니다. 또 이러한 감시와 직접경영은 전문경영인은 결코 믿을 것이 못된다는 여러가지 개인적인 경험과 조언에 기반한 것이기도 할 것이고, 단기적 금융투자자나 해외 투기자본, 소액주주들의 요구는 회사의 가치를 당장 극대화 해 배당으로 가져가려는 것이며 이것이 회사의 장기적 성장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서구에서 교육을 받고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를 잘 이해하지만 그러한 영미식 거버넌스 인테그리티, 즉 주주자본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회사의 레거시(legacy)를 지키고, 임직원 그리고 국가경제에 장기적으로 임팩트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을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3자적 시각에서 말이죠. 이재용 부회장의 과거 수년간의 활동은 경영자의 활동에 가까운가 아니면 주주의 대표로서의 활동에 가까운가? 이것이 핵심 질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주주의 대표이며, 그 활동도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자라기 보다는 주주 대표로 미전실 그리고 사업지원 TF를 통해 회사를 감독하고 경영활동을 독려하는 것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앞서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제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선택지가 몇가지 남지 않았습니다. 지분율을 감내하고 혹은 불법행위를 하면서 승계 구조를 유지하는 것, 쉽지 않습니다. 이 경우 구조본, 미전실, 사업지원 TF가 필요하겠죠. 두번째는 본인이 진짜 경영자, 즉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나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처럼 모든 것을 장악하고 진짜 경영을 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구조본, 미전실, 사업지원 TF는 필요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빌 게이츠나 발렌베리 가문처럼 지배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경우 구조본, 미전실, 사업지원 TF는 공식적으로 이사회 사무국으로 투명하게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진짜 경영자가 아니라는 점은 본인이 3대의 경영승계자라는 위치를 폄하해서가 아니라 경영의사 결정의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업회사의 경영에서 손을 떼고 거번(govern), 즉 회사를 다스리는 위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부회장 직을 던지고 이사회 의장이 되고 막강한 이사회 사무국을 운영한다면 지금과 같이 주요 의사결정, 즉 투자결정과 사업인수 결정은 물론, 다양한 사업을 철저하게 오히려 더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너무 커져버렸고 지주회사의 사업회사 지분율 요구가 더 커졌으며, 삼성생명을 중간지주회사로 이용하고 싶어도 삼성생명법이 언제라도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씀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조언을 드리는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건 내 문제가 아니야.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 본인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승계를 하지 않으면서도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고 가문의 유지를 받들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길은 그것 밖에 없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정부 운동을 하든 여론을 일으키든 회사의 구조를 그렇게 바꾸어야지라는 말씀 외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다행하게도 우리 국민들의 다수가 삼성을 응원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런 시도를 함에 있어 밀실에서 불투명하게 권력자와 정치인들과의 불법 로비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대국민 여론전 및 투명한 공개 입법 청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저는 이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구조로 가는 데 두가지의 장애물이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이재용 부회장의 생각입니다. 선대의 유지를 받들고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경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나는 꽤 괜찮은 경영자다라는 생각, 그리고 전문경영자는 도대체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 말씀입니다. 다른 하나는 구조본, 미전실, 사업지원 TF등 가신그룹, 즉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지배주주 겸 경영자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어 회장이 존재하는 동안 의사결정과 책임의 후과를 지지 않고 이익이 보호되는 내부구조의 반발, 그리고 이들이 우리가 아니면 회사를 감시할 수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에 행사하는 무언의 압력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업회사의 경영진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나중에 어떻게 돈, 권력, 명예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사업회사의 경영진 역할을 통해 후대에게 승계하겠는가. 불가능합니다. 결국은 지주회사를 통해 삼성가문의 유지를 받들고 합법적으로 돈, 권력, 명예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후대에 최대한 물려주기 위한 합법적이고도 유일한 길은 지배회사의 대주주 대표로 이사회 의장 자리를 승계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물론 지분율이 희석 되면 이사회 의장마저 승계하는 것이 어려울 지 모르지만 그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30일 결심공판에서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모두가 철저하게 준법감시 틀 안에 있는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아니 준법 넘어 최고 수준 투명성과 도덕성 갖춘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추진하겠습니다. 분명하게 약속 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판사님, 저는 지난 5월 준법감시위원회 권고 받아들여 경영권 승계에 대한 저의 평소 갖고 있던 소신을 밝혔습니다. 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문제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이 이런 문제로 또다시 논란에 쌓이는 일 다시는 없을 것입니다. …. 저는 삼성에 쏟아진 많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삼성은 이제 달라질 겁니다. 저부터 달라질 겁니다. 이제 어떤 일이 있어도 제 개인적 이익을 취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로지 회사 가치 높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만 하겠습니다. 재벌 폐해 개혁하는 일에도 과감히 나서겠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옳은 일을 하겠다고 다짐하셨습니다. 문제는 옳은 일은 다짐하기는 쉬워도 행동으로, 실천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아마 지금이 삼성의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화장을 덕지 덕지 하고 그냥 갈 것인지 근본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통해 전범을 보여줄 것인지, 변화를 진짜로 할 것인지 할 것 같은 시늉을 할 것인지 이재용 부회장은 마음을 정해야 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 소위 말하는 한국형 경영권을 사업회사에서 굳이 승계하지 않더라도 이재용 회장이 원하는 것은 지주회사의 이사회 의장으로 다 달성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전략적 투자자가 아니라 워렌 버핏이나 블랙락처럼 재무적 투자자로 남아도 됩니다. 3, 4대를 넘어 50년 후에는 삼성전자는 삼성가문의 것이 아니라 전국민의 것이 될 것이니까요. 그래야만 케찹회사와 보험회사를 가지고도 맘편히 사는 워렌 버핏처럼 삼성화재와 삼성전자를 들고도 왜 이런 두회사를 같이 보유하는 것이냐는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테니까요. 

전략적 영업회사를 하려고 하지 말고 재무적 투자자, 돈을 벌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사업보국이 반드시 삼성전자의 경영자로만 하는 게 아닙니다. 회사를 만들고 유지하고 가장 뛰어난 경영자를 써 생산성을 높이고 주주를 행복하게 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 하는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누가 경영진이 되어야 하는가와 관련하여 경영후계자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놓아야 하겠습니다. 누가 전문경영인이 되어야 하는가, 저는 xxxxxx과 xxxxx 사례를 통해 그 단초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몰랐는데 당일 강연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간의 간담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큐비클에서 강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간담회를 마치고 떠나던 이재용 부회장이 텅빈 사무실에서 혼자 모니터를 보고 있던 저를 보고는 와서 악수를 청하며 명함을 한장 주셨습니다. 저는 오늘 강연을 하러 온 고려대학교 이한상 교수인데, 강연 내용을 한번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강연내용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읽어보겠다고 했지만, 이메일을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여기 내 강연 내용을 남깁니다. 언젠가 이재용 부회장이 이 글을 읽고 한번 삼성 지배구조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원점에서 고민해 볼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강연은 김영란법에 따라 학교 시스템에 신고했으나, 준법감시위원회 측에 강연료는 받지 않겠으며 프로 보노로 기쁘게 한 일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모쪼록 제 강연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과 준법감시 활동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덧: 이재용 부회장 같은 분도 명함을 파고 다닌다는 게 신기했으나 그 명함을 지금 어디 두었는지 알 수가 없다. 기념으로 명함의 일부를 사진 찍어 놓은 것으로 그날의 기억을 대신한다.


https://www.facebook.com/한.yi.3956/posts/10220966152198284


걍 읽어볼만한 글인거 같아서 올려봄.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1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4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2806 AD LS증권 해외선물 수수료 $2.49 할인 이벤트 운영자 24/01/01 - -
2807 AD [삼성선물]제로데이옵션 무료이벤트 운영자 24/06/03 - -
476357 공지 재테크 자료(23.09.25) [29] 주식투자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21 60738 80
1601442 일반 주식존예여신이 3일째 뭘 생각하고 있는데 봉말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29 2 0
1601441 일반 올해 금리 올리려나 ㄷㄷ 미국대선 끝나고 금돌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9 8 0
1601440 일반 주식 공부해야제. 돈벌어야제 [2] 금돌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 21 0
1601439 일반 21세기에 찌라시 보내고 똥풍선 날리고 ㅇㅇ(121.182) 22:49 21 0
1601438 일반 뭐 맨날 합성이래 슈발 한남아 [4] 봉말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39 44 0
1601437 일반 털보 정장 입으니 간지나네 ㅎ ㅎ [1] 관찰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38 27 0
1601436 일반 Man vs 조선주 600만원으로시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7 27 0
1601434 일반 별볼일없는 보지년때매 상처받지마라 [1] ㅁㅁ(106.101) 22:23 19 0
1601433 일반 회사 들어오기전에는 집에서 백수라고 염병해서 [1] ㅁㅁ(106.101) 22:20 11 0
1601432 일반 이 좆같은회사 들어오고부터 ㅁㅁ(106.101) 22:19 11 0
1601431 일반 교회년들 다 양아치임 [2] ㅁㅁ(106.101) 22:13 25 0
1601430 일반 안알려줌 마눌 목주름 늙은티가 나네 [1] ㅁㅁ(106.101) 22:10 38 0
1601429 일반 주망술 [3] 안알랴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9 41 1
1601428 뉴스 [속보] 北, 대북 확성기 맞서 오물 풍선 남쪽으로 추가 살포 [1] 유이'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 52 0
1601427 일반 언제오니 교회 청년부 나가는건가 [2] ㅁㅁ(106.101) 22:06 15 0
1601426 일반 내 인생 망친 두곡 개시끼들... 관찰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 18 0
1601425 일반 사람마다 인생이 상황이다른데 [1] ㅁㅁ(106.101) 22:03 14 0
1601424 일반 나나나 관찰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9 10 0
1601423 일반 재갤 여자 사귀는 법 알려준다 [2] (119.56) 21:58 38 0
1601422 일반 언제오니도 참 순수하네 [1] ㅁㅁ(106.101) 21:58 12 0
1601421 일반 내 상태보면 알겠지만 연애같은거 아예 불가능함 ㅁㅁ(106.101) 21:54 15 0
1601420 일반 육실할년 언제오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4 16 0
1601419 일반 배신감 쩌네 [1] 언제오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1 25 0
1601418 일반 정말 친구한명 없는인생에 이런 커뮤에서 [1] ㅁㅁ(106.101) 21:49 16 0
1601417 일반 말하자면 ㅎ ㅎ 관찰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49 9 0
1601416 일반 밑에 30대 중후반인데 중견기업 13년차면 [1] ㅁㅁ(106.101) 21:45 26 0
1601415 일반 내겐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않는다 [1] ㅁㅁ(106.101) 21:42 13 0
1601414 일반 여기애들한테 재테크 물어보는거 웃기긴히네 [1] ㅁㅁ(106.101) 21:36 20 0
1601413 일반 사람이 왜 자살하는지 알겠다 [2] ㅁㅁ(106.101) 21:30 34 0
1601412 일반 나홀로 아파트 으하핳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7 19 0
1601411 일반 용기내어 질문 해봅니다... 30대 중 후반 재테크 전략.. [9] noname(61.79) 21:20 105 0
1601406 일반 머꼬 비틀즈?틀딱 틀니 빠질뻔 ㅎ ㅎ 관찰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53 15 0
1601405 일반 근데 강디 늙은거 맞는듯 [5] 마법사강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50 33 0
1601404 일반 처음부터 외우고 또 외우고 [2] 마법사강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9 25 0
1601398 일반 니가 제정신 이냐? [2] 관찰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 48 3
1601396 뉴스 佛 사모펀드, K-뷰티기업 ‘제이시스메디칼’ 공개 매수 추진 유이'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40 55 0
1601395 일반 육각형 남자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39 35 0
1601393 일반 음냐성님 잘먹겠습니다. [6] 신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3 83 0
1601390 일반 보리~~ [1] 관찰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 17 0
1601386 일반 요즘 문자스팸 좀 심한데? 123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4 37 0
1601385 일반 더워 집갈래 집가서 씻고 누워서 주술회전 볼래 헤핑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3 32 0
1601384 일반 렛미인 금돌이 언제오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8 22 0
1601383 일반 결혼은 타이밍이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1 72 0
1601382 일반 ㅈ같네 [1] 언제오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8 27 0
1601381 일반 해외법인 상장은 호재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1 26 0
1601380 일반 6월 공모주 할만한건 안보이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6 59 0
1601379 일반 운동안배운 일반인들한테는 질자신이 없는데 [5] 헤핑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6 91 0
1601378 일반 연 10% 수익도 버거우면 주식 접는게 낫냐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9 130 0
1601377 일반 태양광 이해 안 가는점. . HD현대미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9 7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