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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창작] (단편) 놈들은 대체 어떻게 변해버린 것일까.앱에서 작성

Nilro9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1 22:36:17
조회 583 추천 9 댓글 5
														

세상이 멸망한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난 걸까. 도시는 침묵에 잠긴 지 오래였고 대형 마트나 편의점, 식품 가게 등은 식재료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허탕인가, 싶어 다른 곳을 탐색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낡은 배낭에 녹슨 빠루 하나 들고 정치없이 떠돌았고, 이내 도시 외곽에 연구소로 보이는 건물이 보여 뭐라도 있지않을까하는 생각에 그곳으로 향했다.

아직 누군가의 왕래는 잘 없었는지 겉보기에 꽤나 괜찮아보였다. 좋다, 오늘은 여기를 털자.



냉큼 빠루를 휘둘러 창문을 깨고 들어가자, 로비에 큼지막한 간판이 걸려있는 게 눈에 띄었다.

'식용실장 증식 연구소' 라는 문구가.



무슨 의도로 식용실장을 증식 시키려고 연구했던 것지는 모르겠다만, 아마도 그건가 싶다. 옛날에 전쟁이 한창 지속될때 원할한 식량 보급을 위해 식용 실장을 대상으로 피같은 돈을 들여 연구했었다고 얼핏 들었던 적이 있었다.

실장석의 재생 능력을 눈여겨 보고 시도했다고 하던데, 결과는 썩 좋지 못 했나보다.

어디서는 연구하다가 실장석이 미쳐버리곤 마구 날뛰는 괴물이 되었다고 하질 않나, 밑도끝도 없이 실장석의 살점이 불어나 실내를 꽉 채워서 하마터면 연구원들이 압사 당할 뻔했다고 하지 않나...



그당시에는 헛소문에 불과하다고 넘어갔었는데, 호기심이 든 나는 오늘 이왕 온 것 결과물을 확인하고 가볼까하며 가볍게 이곳저곳 둘러보기로 했다.

뭐, 별 거 있을까? 설령 실장석이 튀어나온다 할지라도, 그래봤자 똥벌레일텐데.



1층부터 옥상까지 모두 확인을 마친 나는 전원이 꺼진 냉장고에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음식과 서랍에는 약품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한숨만 푹 쉬고 떠나려 했다.

헌데 문득, 이 건물에 아직 확인해보지 않은 곳이 딱 한군데 있다는 걸 떠올렸다.



지하실 말이다.



혹시나 그 곳에는 식량은 아니더라도 뭐라도 쓸모있는 물품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 나는 마지막으로 거기까지만 보고 가겠다고 마음먹고, 퀴퀴한 먼지 냄새가 진동하는 지하실에 내려갔다.

불빛도 하나 없는 지하실이라 후레쉬를 켜고 천천히 돌아다녔지만, 쓸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지하실에 어울리지 않게 웬 거대한 철문이 보였다.

저건 뭘까? 대체 안에 무엇을 보관해두길래.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다가가던 그 순간, 발에 무언가가 부딪치는 것을 느꼈다. 튀어나온  발판인가 싶어 고개를 내려다보니,



"으아아아아아아악!!"



야수에게 뜯어먹힌 것마냥 심하게 훼손 되어있는 연구원의 시체가 누워있었다.

화들짝 놀란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지하실에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갑작스럽게도 천장에 달린 비상등이 붉은 빛을 띄며 울리고는, 스피커에서 경고음이 나오며 출입구가 강제로 봉인되고 말았다.



[침입자 감지. 격리 개시.]



유일한 탈출구가 없어지자, 나는 혼란에 빠져 이성을 잃고 미친듯이 문을 두드리며 당장 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나 혼자 온데다, 누군가에게 내가 이 곳에 갇힌 것을 알리는 통신 수단조차 없었기에 절망에 빠졌다.

제기랄, 이럴 줄 알았다면 지하실 따위에 오는 게 아니었는데.



(...데스, 데스우?)

(...뎃스우 데스데스.)



어디선가 실장석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이런 연구소에 살아있는 실장석이라도 남아 있는 것일까? 여차하면 이 녀석들을 잡아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귀를 기울이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후레쉬를 비추어보니, 아까 그 커다란 철문이 보였다. 저 정도 크기나 되는 문에 겨우 실장석이나 보관해둔 건가.



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던 그때였다.



(데샤아아아아아아악!!!)



쿵!



철문 너머로 실장석의 괴성과 동시에 철문이 세차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믿기지않는 광경에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면서 식은 땀을 흘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걸까.

설마 실장석이 저런 힘을 낼리가 없다.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어서 이 곳에서 빠져나가지 않는다면 큰 일날 것 같았기에 주변에 도구라도 없나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마땅한 게 보이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머리를 굴러보았지만, 뾰족한 수도 없었다.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일까.

진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연구원의 시체에 눈길이 간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역겨운 냄새를 꾹 참고 옷자락을 벗겨내 주머니를 탈탈 털었다.



그러다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가 바닥에 툭 떨어지는 게 보였다.

전원이 들어 온 녹음기였다.



원하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길 빠져나갈 정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그만한 희망을 가지고 재생 버튼을 눌러보았다.






[...허억, 헉! 이, 이걸 듣는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절대로 저 철문을 열지 마세요!]

[데샤아아아아!! 데끼이이이이이!!]

[우리는 실패했어요... 왜 이 녀석들을 가지고 실험할 생각을 했을지...]

[데스우데스우데스우데스우데스데스데스데스!]

[식량 목적으로 만드는데 실패해서, 차라리 생체 병기로 이용해볼까 했는데... 쿨럭, 쿨럭!]

[데게웨에에에에에에에...!]

[안에 동료들도 다 죽고... 저도 오래 못 버틸 것 같습니다... 놈들에게 심하게 공격받았고... 문을 닫는 게 고작이었...]



녹음은 여기서 끝났다.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에.

내가 여기에 왜 온 것일까. 별 일 아닐 것이라고 자만했던 탓일까.

왜 지하실까지 둘러보고 가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그냥 다른 곳으로 떠나면 그만인 것을...



(...데프프프프, 데프프프프프프.)



철문 너머로, 실장석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링갈이 없어서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좋은 말은 아닐테지.

놈은 내가 여기서 못 빠져나갔다는 것 아는 걸까.

내가 놈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는 걸 아는 것일까.



(...데프프-! 데프프프-! 데프프프프...!)



저 너머에는, 놈들은 대체 어떻게 변해버린 것일까.

어짜피 이대로 죽을 것이라면 홧김에 저 철문을 열어버리고 정체라도 보고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망상도 해봤다.

하지만 그래봤자 내 죽음을 앞당기는 것 밖에 안되겠지.



(...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



수많은 실장석들이 철문을 두들기며 제발 열어달라고, 자신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나도 밖으로 나가고 싶다.

하지만 나도 저 연구원처럼, 여기서 시체가 썩어가겠지...



나는 끊임없이 실장석들의 사무친 목소리를 들으며, 어둡고 컴컴한 지하실에 누워 죽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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