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암욜맨과 옷소매 5회에 크게 치여 정석대로 잊갤 드갤 들락거리다가 연말 대환장 파티를 보며 입덕은 절대 안 한다고 다짐했지

조명 딱 켜지고 가벼운 스텝과 웨이브, 가성 섞인 보컬에, 마치 자신의 본질을 무시하는 듯 각을 잡고 돌아가는 벨트, 딱 그 각에 맞춰 기울어진 고개에 홀렸고(여기까지가 포인트다 절대 그 다음에 아니다) 그렇게 흘러들어간 직캠의 바다에서 소년미 낭낭한 이십대의 이준호를 만났다

같은 시공간을 누리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소년 이준호의 기적 같은 성장 서사를 보는 감동이 컸어 그래도 입덕은 아니라서 나고야와 그룹콘으로 감동을 마무리하고 가볍게 일상으로 복귀하리라(반성한다 이준호에 대해 잘 몰랐고 너희들의 이상한 열정은 쉽게 봤다) 다짐했다

나고야에서 본 이준호는 온몸으로 내가 이준호다 말하는 거 같았다 버티다 버티다 일예로 간 거라 제법 무대와 거리가 멀었는데, 솔콘이라서 영상도 이준호로 꽉 찼는데, 내내 무대만 보고 있었던 거 같아 뭘 원하는지 다 알지, 하는 느낌으로 귀엽게 굴다가도 표정 바꿔 세상 다시 없는 독기 가득한 눈빛을 하더라 두근거리게 멋지고 담백하게 섹시하고 한없이 다정하다가도 냉정하게 무대를 장악해 가는 모습은 영상에서 볼 수 없는 감동을 주더라

그리고 정말 마지막이었어야 할 단콘에서 아, 이번 생은 망했구나 깨달았지 무수한 영상을 통해 그 무대들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봤을 테니 다 생략하고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건 더도 않고 덜도 않고 딱 6분의 1만큼의 자리를 지키는 그의 단단함이었어 우리집이 있었고 옷소매가 있었고 킹랜이 있었어도 예전 영상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의 이준호가 있었다 멤버들의 토크에서 한 발 정도 떨어져 귀를 기울이고 팬들과 눈을 맞추고 온몸이 부서질 거 같이 춤을 추는 이준호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딱 그만큼의 뜨거움으로 반짝 거릴 뿐 다른 들뜸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더라 십오년 시간을 어떻게 살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멘탈을 잡고 싶다던 그의 말은 또 이렇게 진심이었구나
그리고 나도 드디어 이준호에게 진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필요한 모든 도움을 잊갤에서 받았다 니들 덕분이다 아니다 니들 탓이다

(닥눈삼 진짜 오래 했는데 아직 모르겠다 문제 있으면 말해 줘 바로 지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