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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terhood 번역 48-1

ㅇㅇ(121.141) 2020.03.08 16:55:42
조회 73 추천 0 댓글 1
														

01


"하, 하나코..."


이마에 땀이 맺히고 잠시 호흡이 더욱 가빠진다. 나는 포기하곤 여자친구의 이름을 속삭였다. 감각이 더욱 강렬해지며 나는 신음을 흘렸다


02


지금은 안된다. 


계속 반복해.


심호흡. 깊이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자신을 통제하려 애쓴다. 책상에 앉아있던 게 아니었으면 벌써 아무렇게나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내쉬고.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두근거렸지만 방금의 미친듯한 박동보다 더 빨라지진 않은 거 같다.


들이마시고....내쉬고....


슬슬 일어날 수 있을 거 같다. 지금보다 더 악화되면 복도에서 누가 쓰러진 거 확인하고 도와주는 게 나을거고.


적어도 누가 날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알게 되겠지.


안간힘을 다해 일어서서 문으로 비틀대며 걸어간다. 손잡이를 잡은 순간, 서서히 심장이 진정됐다. 손을 문에 짚고 당황하지 않으려 애쓰며 호흡은 안정시키고 되도록 평온한 생각만 하려 애쓴다.


심장이 서서히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낟.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해 보니 10일 0030이었다. 보통은 잘 시간이었다. 그러나 내일, (따지고 보면 오늘)은 센터 시험 첫날이었고 영어나 역사처럼 내가 자신없는 과목들이 거의 오늘 몰려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의 마지막이니만큼 심야에 공부를 좀 더 할 생각이었다.


지난 몇 주 동안은 거의 공부만 했다. 그다지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 일정은 아니었지만, 최근까지 나는 별 일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잇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다니. 몸이 좋진 않았지만 이번주만 지나면 좀 여유로울거라고 생각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됐다. 하지만 공부 중에 갑자기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렸는데, 노크 소리에 놀라서 심장이 정상적인 박자를 벗어났다. 큰 문제라고 생각했을 때 간신히 심박이 규칙적으로 돌아왔다. 더 빨리 뛰기 위해서였지만.


긴장감을 떨치려 하는 동안 흥미롭게도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 가득했다.


오늘 밤 내가 여기서 죽으면 하나코는 어떻게 되지?


고맙게도 한 시간처럼 느껴진 20초가 흐른 뒤에 심장은 흐름을 되찾았고, 내 감각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십년감수했다.


나는 지금 문 앞에 서 있었다. 날 죽이려 한 사람은 그럴만 한 이유가 있어야 할 거야.


"조는 줄 알았잖아. 지금이 친우를 기다리게 할 때는 아니야."


답답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켄지."


당연히, 누구겠어? 켄지 놈한테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소리칠까 하다가 그럴 기운도 없었던데다 기숙사 관리인한테 소란을 일으켰다고 한 소리 듣기만 할 거란 생각에 관둔다. 대신 나는 그를 지나서 세탁 바구니의 물건을 집어 물에 적셔 이마의 땀을 닦았다. 시원한 천이 욱신거림을 진정시키듯 뿜어져 나오던 아드레날린도 가라앉으며 끔찍한 피로감만 몰고왔다. 그래서 근처 욕탕 의자에 앉아 상태가 나아지길 기다린다.


"그렇게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네."


켄지 놈은 방금 일을 완전히 잊어버린 모양이다. 뭐, 놈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다가오는 시험의 스트레스도 놈을 바꾸지는 못했다. 일이 어떻게 될 수 잇었을지 잠깐 고민해본다. 인생 마지막 광경이 켄지가 나를 내려다보는 거라니. 얼마나 한심한거야?


"아마 방금 죽기 직전이었던 거 같아."

"그럼....아까 심장병이 도졌다고?"


세상에. 켄지가 이걸 이해하다니. 내 첫인상이 좀 잘못됐나보다.


"아...음. 아까 심장에 문제가 좀 있었어. 네가 기억할 줄 몰랐는데. 거의 반년 전에 했던 얘기잖아."


입원한 뒤에 하나코와 릴리가 내 방에 있어서 켄지를 떼 놓으려고 하던 때였다. 정말 오래 전 일인 거 같아.... 그 뒤로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다.


"물론 기억하지. 그놈들이 널 수술한 다음에 네 안에 추적장치를 넣었었지?"


그리고 다른 것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첫인상에 의지할 만 하구만. 


"그건 좀 잊어버려. 갑자기 왜 문을 두드려 댄 거야? 그것때문에 죽을 뻔 했다고."

"널 죽일 뻔 했다고? 그다지 멋진 얘기같진 않네. 내가 진짜로 사람을 죽일 거면 소리로 놀래켜서 죽이진 않을 거야. 뭐라고 해야 하나...지붕같은 데서 떨어뜨려서 사고 난 것 처럼 위장하겠지."

"야, 노크 소리가 너무 커서 놀라서 심장이 멎을 뻔 했다고. 문자 그대로."

"다른 문제도 있었을거야. 누가 네 음식에 독을 탔다거나. 맛 이상했던 음식은 없었어?"

"음식이 아니라 노크때문이야 켄지. 그리고, 누가 날 독살하려고 하는데?"

"페미니스트. 아니면 그것들을 돕는 누군가. 네가 졸업해서 대학 가는 걸 막으려고 하는거겠지."

"대체 왜?"

"대학은 아직도 남자들이 장학한 영역이야. 페미니스트적 영향력에 맞설 최후의 보루라고. 그래서 계집들이 가능한 남자들을 대학 못 가게 하면서 대학에 들어갈 낌새가 보이면 제거하는 음모를 꾸미는 거지. 한 번에 하나씩.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그래서 네가 그렇게 대학 가려고 애쓰는거야?"

"당연하지! 아마 나도 페미니스트들의 수사선상에 오른 거 같아. 젠장, 지금 생각해 보면 줄곧 감시받았던 거 같아. 식사를 엉망으로 했었는데."

"의심스러운데. 요 며칠 우리한테 음식 해 준 사람은 과학부 맴버 뿐이었어. 개인적으로 그애들 전부 조사해 봤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명확해지잖아?"

"아, 그래. 그러면 음식은 아니었나보네. 요 사이 우산 든 여자애 만난 적은 없었어?"

"왜?"

"독 우산은 오래된 수법이야. 누가 그런 거 들고 지나는데 갑자기 발목이 따끔거리면 네가 죽어갈 때쯤에 범인은 벌써 저 멀리 있는 거지."

"켄지, 나는 노크 때문에 심장마비가 올 뻔 했어."

"이상한 가루가 든 편지 받은 건 없어?"

"노크였다고. 그게 그렇게 인정하기 싫어?"

"내가 너한테 부탁할 게 있을 때는 항상 그렇게 노크했어. 그땐 괜찮았잖아?"


그건 부정하기 힘드네.


"네 말이 맞는거같아. 아마 내 생각보다 몸상태가 더 안좋은 모양이야."

"그다지 상태가 안좋아 보이기는 하네. 어쩌면.... 좀 자는 게 나을거야. 그래야 할 거 같아."


릴리나 하나코가 나를 걱정하는 건 익숙하지만, 켄지까지 그런다면 상태가 심각하긴 한가보다.


"....그래야겠다. 내일은 힘들거야. 지금 더 공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일어나서 조심스레 방문으로 돌아간다. 그 전에, 뭘 생각하는 켄지를 다시 바라본다.


"근데 이 시간에 갑자기 왜 찾아온거야? 도저히 아침까지 못 기다릴 일이었어?"

"아, 그래. 맞아.... 기억났어. 그러니까..."


다른 페미니스트 음모론? 아침 식대? 아니면.....


"....네 과학 노트. 유체역할 관련된 거 기록해 놨지? 회장이니까 있을 거 아니야."


.....평범하잔아? 음...


"응. 가져올게."


여전히 피곤하지만 불안감을 떨치고 나는 방으로 돌아가 부탁받은 노트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거야."

"우리들의 진정한 우정이란. 내가 대학에 못 들어간다면 페미니스트들이 만든 음식을 먹고 명예롭게 지금 죽는 게 나아. 그리고...어.... 노크는 미안해. 그렇게 문제가 생길거라곤 생각 못했어.

"고마워. 음...이것도 예상 못했는데. 덕분에 경각심이 좀 생긴 거같아."

"다 보면 돌려줄게."

"됐어. 내용은 다 알거든. 근데,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좀 글자를 작게 썼거든."

"내 눈 걱정은 마. 이 두 눈으로 많은 것들을 봤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것들을...."


켄지는 다시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좋은 밤 보내, 켄지."

"내가 병 속의 배를 만들었을 때 엄마가 그 위에 앉았던 때처럼....."


------------


수명 1/10토막나고 하나코랑 떡치기 vs 그냥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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